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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127화 (127/229)

127화 결사적인 하루(2)

서열 7위가 펼친 두 번째 날개는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는 당당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압도적인 위용을 뿜어냈다.

레벨6.

영원의 영역.

에이스와 괴도는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세상이 멈추고 시간이 얼어 버린 듯한 위압감을 느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서열 7위는 눈동자를 한 차례 깜빡이더니 주먹을 한 번 움켜쥐었다.

그 순간.

파동이 퍼져 나갔다.

파동이 퍼지자, 에이스와 괴도가 띄워 놓은 코어가 전부 깨져 나갔다.

전체 66개의 코어가 연이어 부서지고 흩날리는 구슬 조각처럼 사방에 뿌려졌다.

“크윽!”

파동에서 무거운 압력이 느껴졌다.

에이스와 괴도는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이내 무릎을 꿇었다.

이어서 고개마저 숙이고 상체까지 고꾸라졌다.

“젠장.”

버텨 낼 힘이 없었다.

서열 7위는 하늘에서 고고한 자세로 있었다.

모두를 굴복시키자 관심을 잃었는지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지평선 너머를 바라봤다.

무력하게 남은 자들만 고개를 들어 바라볼 뿐이었다.

키잉.

칼날 소리가 들렸다.

조용하게 음습하듯이 단검이 서열 7위의 목을 노렸다.

백가면을 쓴 조커가 하늘로 날아올라서 쌍단검을 휘두른 거였다.

“…인간인가?”

서열 7위는 조커의 단검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받아 냈다.

이 정도로 압도적인 전투력의 차이를 보이면 대개 굴복하거나 도망가기에 바쁘다.

하지만 조커는 달랐다.

“너에게 승산은 없을 텐데. 왜 덤비는 거지?”

“…….”

조커는 말수를 줄였다.

전투를 즐기긴 하나 지금은 승산이 없었다.

레벨5. 초월화.

그 이상 영역에 도달한 서열 7위는 자신보다 수십 배가 넘는 강자일 것이다.

“…왜 싸우는지 궁금하나?”

조커는 짧게 대답했다.

서열 7위는 넌지시 바라만 봤다.

“이기려는 거다.”

서열 7위의 뒤에 조커가 한 명 더 나타났다.

아까 앞에서 공격한 조커는 분신이었고, 지금 뒤에서 기습한 조커가 진짜였다.

-키리나의 단검.

분신 능력을 발동한다.

일정 시간 동안 사용자와 완전히 동일한 분신을 발동시킨다.

분신은 술사의 명령대로 움직인다.

소환한 분신은 말하기는 물론 행동까지 지시할 수 있었다.

“하나 더 있지.”

조커는 두 개의 단검을 들었다.

왼손은 키리나의 단검, 오른손은 파열의 단검이었다.

-파사의 단검.

일격에 모든 에너지를 집약시켜 모아 베기를 시전한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전투용으로 준비했다.

조커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였다.

분신과 함께 서열 7위의 앞뒤를 포위한 후에 두 팔을 벌려 쌍단검을 휘두를 채비를 취했다.

“난무.”

칼날이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단도질이 상대를 무참하게 하나하나 베어 갔다.

본체와 분신이 수십 차례 연속 베기를 시도하고 마지막은 모아 베기까지 동시에 날렸다.

본체와 분신의 연계.

참격.

맹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단검이 상대에게 파고들었다.

모든 에너지를 집약시킨 마지막 베기였다.

본체에 이어 분신도 같은 참격을 시전했다.

이연참격.

검에서 방출한 두 번의 파동이 몰아치자 하늘이 좌우로 갈리듯 거대한 충격파가 발생되었다.

하늘이 일그러지는 듯한 위력의 충격파가 땅에 닿자 지표면에서는 마치 중력을 거스르듯이 파편이 서서히 치솟았다.

충격파로 인한 지진파였다.

“후우.”

조커는 땅에 내려왔다.

효력이 다한 분신은 사라졌고 이제는 남은 힘마저 완전히 소진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일어날 기력조차 없었다.

“저 정도인가?”

서열 7위는 여전히 하늘에 있었다.

광활한 날개를 펼친 채 아무런 대응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본체와 분신의 연속 베기인가. 그런대로 흥미로웠다.”

방금 혼신의 힘을 다한 조커의 참격은 서열 7위의 오오라를 약간 흔들었을 뿐이었다.

조커의 전력은 서열 7위의 신경을 조금 건드리는 데 불과한 것이다.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조커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남은 인간은 하나…….”

아홉 명 인간 중에 남은 사람은 이제 단 한 명이었다.

전력 분석을 위해 숲에 은신한 M.

서열 7위는 마지막 남은 인간의 행방을 찾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드넓은 하늘 아래에 어딘가 있을 텐데, 숨어 있는 인간 하나가 도통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정면으로 덤비는 편이 낫다.”

기색을 숨기고 은신하는 정예 요원 M은 처음부터 매복에 중점을 두었다.

숨소리를 작게 내쉬고 손가락 하나조차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지금은 숨바꼭질이라도 벌여서 시간을 벌어야 했다.

“…유진하.”

조커 일행이 최선을 다해 시간을 벌어 주는 동안, M은 쓰러진 유진하의 곁에 도착했다.

무너진 지면 아래에 처박힌 유진하는 조용히 누워 있었다.

“심하게 당했군.”

M은 조심스레 내려가서 유진하의 상태를 확인했다.

“숨은 쉬고 있나.”

서열 7위에게 완벽한 제압당했으나 다행히 유진하의 숨은 붙어 있었다.

“이거를 마셔라.”

물통을 열어 치유의 물을 입가에 흘려주었다.

에어리스를 비롯한 인간 팀의 부상을 치료해 준 회복제였고 살아 있다면 치유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었다.

쪼르르.

물줄기가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입가를 천천히 적시고 전신을 모두 적셨다.

워낙 심하게 당한 상태라 여분의 물통까지 모두 사용해야 했다.

“괜찮나?”

말을 걸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잠시 후.

푸른빛이 감돌고 유진하가 몸을 일으켰다.

“M?”

“유진하… 무사했구나.”

M은 유진하의 어깨를 잡아 줬다.

다른 인간들이 모두 제압당한 상태에서 이제는 최후의 승부수에 모든 걸 걸어야 했다.

“마지막 수가 필요하다.”

정확한 분석력을 가진 M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비관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인간들의 생존 확률은 제로에 육박했다.

“…알겠어요.”

회복한 유진하가 몸을 일으켰다.

험난하고 어려운 과제를 줄곧 해결해 왔으나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그동안의 경험이나 어떤 전략도 힘을 쓰지 못했다.

서열 7위는 그런 힘을 가진 자였다.

“해보겠어요.”

아홉 명 전원이 함께 돌아간다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지금까지 버텨 냈다.

유진하는 리더로서 모두의 운명을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싶었다.

“녀석이 와요.”

서열 7위가 M의 반응을 눈치챘는지 빠르게 다가왔다.

폭풍우가 몰아치듯이 나타난 그는 하늘에서 지하에 있는 유진하를 내려 봤다.

“서열 7위…….”

유진하는 어두운 지하에서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 속에는 서열 7위가 고고한 존재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전투 레벨6.

영원의 영역.

검은빛과 무지개 빛을 모두 머금은 네 개의 날개를 가졌다.

부상에서 회복한 유진하가 온몸의 오오라를 끌어모았으나 빛의 날개가 한계였다.

“끝난 승부다.”

서열 7위는 선언했다.

마치 하늘에서 계시가 내려오듯이 부정할 수 없는 말처럼 들렸다.

“…아직입니다.”

유진하는 차분한 눈빛으로 잠시 숨을 고른 후에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뒤덮은 저 높은 곳의 존재에게 맞서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빛은…….”

번쩍이는 섬광처럼 유진하가 날아올랐다.

서열 7위를 향해 단숨에 치솟아서 달려들었다.

빛을 머금은 유진하를 보면서 서열 7위는 가볍게 손을 내밀었다.

“그때처럼 무의미한 돌격인가.”

전에 막혔던 공격을 반복해 봐야 무의미한 몸부림에 불과했다.

서열 7위는 가볍게 모든 인간을 제압하고 마무리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미 끝난 싸움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서열 7위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을 순간적으로 느꼈고, 그 순간 처음으로 충격을 받았다.

“어?”

서열 7위는 고통보다 의문이 먼저 들었다.

어떻게? 왜?

주먹이 나에게 닿을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기 전에 격렬한 충격파가 먼저 작렬했다.

유진하의 일격에 얼굴을 맞자마자 서열 7위는 휘청거렸다.

빛의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순간적으로 번개처럼 좌우로 이동하다 위로 솟구치더니 이어서 내리쳤다.

빛의 연계.

다시 내리친 유진하의 주먹이 서열 7위를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엄청난 파괴력을 받은 서열 7위는 지표면에 부딪친 후 지하 밑으로 끝없이 처박혔다.

“커억!”

그제야 고통이 느껴졌다.

코어는 무감각의 존재였으나 유일하게 고통만은 느꼈다.

복부와 얼굴이 얼얼하고 아팠다.

“어째서?”

서열 7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늘에서 여유롭게 있어야 하는데 왜 지금 땅바닥에 처박혀 고통을 받고 있을까.

그리고…….

왜 저 하늘에는 나 대신 유진하가 있는가.

“빛……?”

유진하는 빛의 날개를 머금으며 햇살을 받고 있었다.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약간의 변화된 기색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빛의 날개.

거기서 빛을 흩어 내리듯이 빛의 알갱이가 흐르고 있었다.

“레벨6.”

초월화를 넘어선 영원의 영역.

유진하는 이 싸움의 본질을 알고 있었다.

“한계는 이미 넘어섰어요.”

인간이든 코어이든.

생명체라면 정해진 선이 있었다.

지평선처럼 끝없이 펼쳐진 경계선이지만, 그것을 넘어선다면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선다.

초월화 단계부터였다.

그다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길.

믿고 있는 마음에 따라 성장세가 달라진다.

에어리스와 조커를 비롯해 그 단계를 넘어서려는 자들은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지, 이미 그 단계를 향해 성장하고 있었다.

유진하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한계를 넘어선

극적인 성장은 지금부터라는 걸.

하늘에는 세 개의 태양이 있었다.

아까 쓰러져 있는 동안 유진하는 태양의 빛을 그저 묵묵히 바라볼 기회가 있었다.

빛은 자신도 모르게 계속 몸에 닿았다.

따스함과 안정감.

빛은 만물에게 공평하게 쏟아진다.

강자라고 더 주거나. 약자라고 적게 주거나.

불평등하지 않다.

빛은 모두에게 그런 존재였다.

“빛의 힘이란…….”

모두에게 주는 빛이 힘의 원천이었다.

지금 유진하의 마음은 결사대 전원은 물론 모두가 무사히 살아가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방금 겪었던 죽음의 고비는 정반대였다.

어두운 밤에 축축한 비가 내리는 곳을 홀로 걸어가는 모습과 같았다.

극한의 외로움.

지금은 세 개의 태양에서 쏟아지는 빛을 보면서 고독한 감정을 더 강하게 받았다.

‘누구도 혼자 보내지 않겠다.’

결사적인 자세로 시작한 이번 여정에서 초월적인 마음을 깨닫게 되었다.

빛의 진의.

모두를 공평하게 비추는 빛.

모두를 구하겠다는 초월적인 의지.

레벨5 초월화를 넘어서는 문제는 인간이 가진 감정에서 비롯되는 마음이 해답이었다.

‘저 하늘에 뜬 세 개의 태양에 이어 마지막 태양이 되기로 했다.’

손등에 새겨진 태양의 문양은 서서히 각인에서 벗어났다.

유진하는 빛의 날개에 이어 새로운 구체를 온몸에 머금었다.

태양의 오오라.

온몸을 둘러싼 태양의 문양은 마치 삐죽거리는 빛의 창살처럼 기운을 발산했다.

무수한 빛의 창살들이 몸을 원형으로 둘러쌌다.

그리고 유진하는 새로운 태양이 되었다.

죽음 직전에서 초월화를 넘어선 영원의 영역에 도달했다.

서열 7위가 그렇게 의식하던 ‘감정’은 죽음 직전에서 깨우치는 경우가 많았다.

코어는 무한의 동력원이 있어 죽지 않는다.

인간은 심장이 있어 수명이 제한되나 대신 감정이 있다.

인간에게 죽음에서 돌아오는 행위는 한계를 넘는 계기였다.

‘어두운 죽음을 넘어서고 빛으로 돌아왔다.’

유진하는 태양의 빛 자체가 되어 영원의 영역에 들어섰다.

“너는?”

서열 7위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부신 빛줄기를 맞이했다.

이렇게 가깝게 뜬 태양을 마주하기는 처음이었다.

초월화 그 이후 영원의 영역에 들어선 인간은 유진하가 처음이었다.

“좋다.”

같은 레벨6.

지금까지와는 달리, 영원의 영역에 들어선 존재끼리 벌어지는 대결이 되었다.

서열 7위는 이제 제대로 된 적과 마주했고 땅바닥에서 일어나 곧바로 달려들었다.

일격이었다.

하늘에서 기다리던 유진하는 서열 7위의 주먹을 한 손으로 받아 냈다.

쿠구구구.

거대한 에너지가 격돌하자 충격파가 하늘을 자를 듯이 퍼져 나갔다.

마치 두 개의 혜성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듯한 충돌이 발생했고, 일그러지는 구름과 흩어지는 파동의 흐름 속에서 두 사람만이 공중에 남아 있었다.

“너와 결판을 짓겠다.”

서열 7위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크게 토해 냈다.

반면에 유진하는 더 침착한 얼굴로 전투에 집중했다.

일렁이는 태양의 빛은 차분하면서도 고요했고, 하늘은 새로운 빛의 태양과 검은 날개가 정면으로 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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