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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110화 (110/229)

110화 구출전(2)

밤이 되자 적막한 기운이 흘렀다.

하늘을 밝혔던 세 개의 태양이 저물고 빛이 사라졌다.

달빛은 없는 세상이었다.

“마음에 드는 곳이야.”

에이스는 어둠이 짙게 깔린 세계를 마음에 들어 했다.

밤의 장막은 은밀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환경이었다.

“이렇게 어두운 곳이라면 절대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요.”

괴도 알파가 나타났다.

그는 원통형에 위가 높고 평평한 모자의 챙을 잡으며 검은 망토를 휘날렸다.

수수께끼의 괴도는 결사대 중에서도 가장 신비에 쌓인 인물이었다.

“어디에 숨어 있었나?”

“당신이 모르는 곳에요.”

괴도와 에이스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알카트로스 조직을 이끌며 완전범죄를 추구하는 에이스.

귀한 유물과 장식품을 노리며 경찰과의 게임을 즐기는 괴도.

그들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뒤섞이지 않는 조합이었다.

“너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처음으로 생각이 같군요.”

지력 SSS등급끼리 신경전을 벌였다.

두 사람은 서로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열 7위는 어디에 있지?”

“우리를 잘 따라오고 있죠.”

괴도는 씨익 웃으면서 여유를 부렸다.

서열 7위와의 정면승부에서는 승산이 없었다.

상대의 압박감은 상당했고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가졌다.

하지만 지략은 달랐다.

“인간 중에서 가장 뛰어난 지략가들이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재밌는 숨바꼭질을 할 수 있겠죠.”

괴도는 강한 흥미를 느끼고 지금의 추격전을 놀이처럼 여겼다.

원래 경찰을 따돌리고 농락하기를 즐기는 타입이라 지금 상황에도 익숙했다.

반면에 에이스는 유인술이 딱히 취향은 아니었으나 기본적으로 범죄자들은 도망술을 기본으로 터득했다.

“잡히면 끝이다. 긴장감이 없는 건 마음에 드는군.”

“물론이죠. 저는 절대로 잡히지 않을 겁니다.”

“자신하지 마라.”

“그럴까요? 유진하도 결국 저를 잡지 못했거든요.”

“…….”

괴도는 피식거리면서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말속에 뼈가 숨어 있었다.

여왕 암살 미수 사건에서 괴도와 유진하의 대결이 벌어졌다.

물론 아사신의 암살자들이 난입한 변수가 있었으나, 결국 유진하에게 잡히지 않고 벗어난 사람은 괴도가 유일했다.

“나는 잡혔다… 이거냐?”

에이스는 순간적으로 기분이 울컥했다.

알카트로스 소탕전에서 유진하와의 지략전에서 완패하며 붙잡혔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괴도는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를 농락하듯이 입담을 터트렸다.

“천하의 에이스를 누가 놀리겠나요? 저는 그저 사실이 그랬다는 얘기일 뿐이죠.”

“…기억해 두지.”

“후후, 그러시죠.”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멀리서 기척을 느꼈다.

고원 저편에서 막대한 오오라를 발휘하는 자가 있었다.

서열 7위가 가진 힘이었다.

강렬한 기운을 발휘한 탓에 멀리서도 예민하게 느껴졌다.

“녀석이 온다.”

“끝까지 쫓아올 모양이군요.”

괴도와 에이스는 미끼 역할을 맡았다.

상대는 서열 7위였고, 이 공간의 최상위 순위답게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

유진하는 녀석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인하라고 지시했다.

대전략의 진행 과정은 퍼즐 조각을 모아가는 것과 같았고 전부 모이면 큰 그림으로 완성된다.

“유진하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주죠.”

“동감이군. 나는 이 불가능한 도전에서 그 녀석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보고 싶다.”

두 지략가는 순수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 싸움의 끝을 보고 싶었다.

괴도는 검은 망토를 펄럭이며 먼저 몸을 돌렸다.

“잡힐 듯 말 듯. 그렇게 유인하도록 하죠.”

“방심하지 마라. 녀석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서열 7위는 인간을 전부 잡으려고 덤벼들었다.

녀석과의 정면 대결은 무리였다.

마치 낚시를 하듯이 절묘하게 미끼를 던져야 했다.

먹잇감을 계속 따라오도록 강약을 조절하면서 절묘하게 유인해야 했다.

“그럼 흩어지죠.”

“다음 언덕에서 만나도록 하지.”

괴도와 에이스는 동시에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그들의 은밀한 숨바꼭질은 밤의 그림자 속에서 오래도록 이어졌다.

괴도와 에이스가 서열 7위를 유인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차곡차곡 모아갔다.

살얼음 같은 결사대의 행보는 밤에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 *

깊은 밤.

서열 7위가 자리를 비운 본거지는 고요했다.

불빛이 군데군데 켜진 기지는 축구장 다섯 개를 합친 규모였다.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져 철통같은 보안 수준을 자랑했다.

“괜찮은 시설이네요.”

고원의 절벽에 선 유진하가 가만히 기지의 방어 태세를 살폈다.

옆에 있던 에어리스도 열심히 눈을 크게 뜨며 바라봤다.

“정말 튼튼해 보여요. 저기 어딘가에 멤버들이 있을까요?”

“M이 준 정보에 따르면 분명 있을 거야.”

이소민과 자매 요원까지.

서열 7위에게 붙잡힌 세 사람은 이곳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반드시 구해낼 거야.”

유진하는 주먹을 꾹 쥐었다.

M은 계속 전송으로 새로운 정보를 알려줬다.

이 공간은 서열 10위권 이내의 강자들이 각자 세력권을 이루었다.

춘추전국시대, 유럽의 중세처럼 왕권이 보장된 독립 왕국과 같았다.

유진하 일행이 처음 도착한 위치는 서열 7위의 세력권이었다.

“왕이 비운 자리를 우리가 공략할 거야.”

서열 7위가 없는 본거지.

이제부터 유진하와 에어리스, 조커가 반격의 공세를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단계는 정문…….”

유진하와 에어리스는 멀리서 바라봤다.

정문은 두 명의 코어 생명체가 지키고 있었다.

그곳에는 단 한 사람이 걸어갔다.

“…….”

쌍단검을 각각 하나씩 쥐고 걸어가는 조커는 백가면을 쓰고 있었다.

삐에로가 새겨진 가면은 흔들림 없이 움직였고 그의 발걸음은 죽은 듯이 나아갔다.

어둠 속의 그림자.

조커의 또 다른 별명이었다.

보초 두 명은 서열 300만 위와 270만 위였다.

그들은 경계는 대충 하면서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큭큭.”

시시덕거리면서 근무 태만을 벌이던 중이었다.

달빛이 없는 밤.

조커는 이런 어둠을 즐겼고 칼날을 번뜩이며 움직였다.

파악!

날카로운 단검을 두 명의 가슴 부근에다 강하게 꽂았다.

“…우리도 너희를 안다.”

조커는 작게 중얼거렸다.

“코어가 에너지 동력원이라면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 너희들의 약점이지?”

“크억!”

조커는 심장이 발휘하는 뜨거운 피를 알았다.

코어에는 그런 게 없었다.

부서진 코어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산산이 깨졌다.

보초들은 먼지처럼 사라졌고 정문에는 조커 혼자 남았다.

마치 처음부터 혼자였던 듯이.

주먹을 쥐었다 피면서 손맛을 느끼는 중이었다.

“나는 자유를 허락받았지.”

유진하는 이번 구출전에서 조커에게 자유를 주었다.

조커는 전투의 화신 같은 존재였기에 고삐를 풀어주고 자유롭게 날뛰게 할수록 미친 듯이 날뛰었다.

“사냥개 역할에 딱이야.”

유진하는 멤버들의 특성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그들이 가진 능력은 달랐다.

각자 최선의 장소와 환경을 제공하면 실력이 더 발휘된다.

“조각을 맞추면 그림이 보여.”

유진하의 연상법이었다.

하나의 조각으로는 진실을 볼 수 없다.

단편적인 사실만 보게 된다.

조각과 조각이 이어지며 엮여야 실체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조커는 초상화 쪽에 어울려. 혼자서 최대로 많은 적과 육탄전을 벌일수록 실력을 더 발휘하는 사람이야.”

조커의 전투력은 U등급.

지금처럼 다수의 적을 상대로 무력을 떨치면 그 이상의 전투력도 발휘할 수 있었다.

다수와의 대결에 특화된 조커였다.

“할 만하네.”

조커는 기지의 대문을 단칼에 십자로 갈라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무너진 파편과 소음 속에서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요란하게 입장했다.

“적이다.”

적들이 위험을 감지할 즈음.

적들이 새까맣게 몰려들기 전에 조커가 앞서 달려들었다.

그들의 코어에는 어느새 단검이 박히기 시작했다.

전투무쌍.

조커는 전투 속에 스스로 적응하며 길들여 갔다.

“마음에 든다.”

코어 생명체가 인간보다 전투력에서 월등했다.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소리였다.

인간 최고의 전투 전문가에게는 낮은 서열의 코어들이 적수가 되지 않았다.

“엄청나요. 정말 대단해요.”

멀리서 지켜보던 에어리스조차 조커의 전투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조커의 손등에 새겨진 쌍단검의 문양이 완연한 붉은빛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각성해 가듯이 조커의 전투력은 차츰 강해지고 있었다.

부서진 파편 속에서 수십 명이 넘는 적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 정도군요?”

조커는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갔다.

멀리서 지켜보던 유진하도 서서히 길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조커는 역시 결사대의 선봉이야. 괴물 같은 실력이라 돌격 대장에 가장 어울려.”

유진하도 조커에 대해서 고평가를 내렸다.

악인들의 원정대에 이어 결사대에도 조커를 반드시 넣은 이유는 저 격투 능력과 전투 센스 때문이었다.

“조커가 시선을 끄는 동안 우리는 동료들을 찾아내자.”

은밀하게 잠입할 수도 있었으나 그러려면 시간이 지체된다.

인질로 잡힌 동료들은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구해내야 했다.

작전은 현실에 맞춰서 적절한 전략으로 시도해야 한다.

급변하는 상황과 변수에 맞춰서 유진하는 최선의 전략을 골랐다.

-조커.

그의 전투력을 믿고 유진하와 에어리스는 본거지에 잠입했다.

결사대 구출전은 조커의 화려한 검무로 시작됐다.

조커는 본거지 내부에 진입했다.

“제어실은 어디지?”

단순 돌파처럼 보이나 나름대로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정면 돌파하면서도 일부러 번개처럼 근방의 적들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비상벨이 안 울리도록 최대한 빠르게 척살한 거였다.

“시끄러운 소리는 완전히 질색이라서…….”

조커의 지력은 A등급이었다.

이중간첩을 수행할 만큼 두뇌가 제법 돌아가는 타입이었다.

제어실을 제압하면 기지에 흐르는 에너지를 봉쇄할 수 있었다.

“제어실이 거기에 있다고?”

조커는 붙잡은 코어 생명체에게서 제어실의 위치를 알아냈다.

“고마워. 그럼 사라져라.”

필요 없어진 녀석은 간단하게 처리했다.

단검으로 코어를 찌르면 끝나는 일이었다.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혼자서 어떤 적수가 나타나도 모조리 베어버리면서 걸어갔다.

긴 복도의 끝에 제어실이 보였다.

“누구냐?”

앞에는 한 명의 코어 생명체가 지키고 있었다.

“코어가 없다면 인간인가.”

“그래서?”

조커는 계속 전진했다.

순간 속도를 높여 단숨에 거리를 좁히더니 단검을 재빠르게 내질렀다.

그때였다.

바람처럼 사라진 상대가 어느새 조커의 옆에 자리했다.

상대의 주먹이 변형되어 날카로운 칼날이 되었다.

역습이었다.

조커는 순간 회피를 발휘해서 가까스로 일격을 피했다.

“칫!”

완벽하게 피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조커의 복부에는 살짝 스친 칼자국이 남았다.

“나는 서열 102만 위. 그쪽은?”

“…이쪽은 조커.”

서열 100만에 해당하는 적과 마주쳤다.

조커는 단검을 만지작거리면서 상대를 노려봤다.

공수를 주고받을 정도의 상대가 서열 100만 위 수준에서 나타났다.

인간들 중에서 이 정도 수준에 올라오려면 손에 꼽을 만큼 상당한 실력자에 속했다.

인간 중에서 전투력 3위.

상대는 서열 100만 위.

인간과 코어 세계의 전투력 차이는 명백했다.

“차이가 꽤 나는 편이야.”

이 싸움은 전투력의 대결이었다.

공간과 공간끼리 벌어지는 전투에서 실력 차는 명확했다.

하지만 조커의 생각은 달랐다.

백가면 속의 얼굴은 미소를 지으며 알 수 없는 의도를 드러냈다.

“내가 어디까지 싸울 수 있나 궁금했지.”

조커는 전투를 즐기는 자였다.

이미 이곳에서 자신의 전투력이 어디까지 먹히는지 알아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호기심을 느끼자 강한 전투 의욕을 생겼다.

단검술의 전문가.

순간 회피의 달인.

지금까지는 일부러 약간의 여유를 뒀으나 지금은 달랐다.

경쾌한 스탭을 밟으며 직선적으로 초고속 돌진을 감행했다.

파앗!

서열 100만 위는 단검이 다가오는 느낌조차 받지 못했다.

이미 단검이 자신의 목을 지나치면서 베고.

이어서 코어가 찔렸음에도 전혀 몰랐다.

“크억!”

비명을 지를 즈음에는 상황이 끝난 뒤였다.

녀석은 모래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먼지처럼 흩어지는 상대를 보면서 조커는 가면을 만지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너희들의 서열전에서 높이 올라가겠어. 그때면 내가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되겠지.”

서열이 올라갈수록 자신이 강하다는 걸 증명하게 된다.

동시에 인간이 약하지 않다는 증명도 된다.

본인 위주의 독단적인 조커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며 스스로 강하다는 기준을 세워갔다.

기지의 제어실은 조커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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