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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107화 (107/229)

107화 대전략(2)

심장 대신 코어가 박힌 생명체였다.

코어는 동력원처럼 모든 에너지의 집합소 같았다.

무한에 가까운 힘이 녀석의 몸에 흐르는 걸 보며 강한 경계심을 느꼈다.

에어리스는 상대를 보면서 강한 위화감을 받았다.

“이소민 언니, 조심해야 해요. 상대는 강해요.”

초보 탐험가에서 이제는 어엿한 결사대의 멤버로 성장한 이소민도 숱한 사투에서 나름대로 살아남은 경험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눈치챘다.

“이 기운은 뭐야……?”

검은 안개가 낮게 깔리듯이 불길한 오오라가 사방에 깔렸다.

기운은 보통 충격파처럼 강하게 발산되는데, 안개처럼 싹 가라앉는 효과는 처음이었다.

오오라가 형태를 가진다.

믿을 수 없는 효과였다.

에어리스는 검푸른 안개의 기운이 피부에 닿자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는 느낌을 받았다.

차갑고 매서웠다.

두려움이 온몸에 물들어가는 기분을 받았다.

“전혀 달라요. 일반적인 기운보다 더 소름이 끼쳐요.”

이곳은 A등급 공간.

코어의 생명체는 인간보다 더 막강한 기운을 발휘했다.

이전에 본 적이 없던 오오라였다.

“코어에서 발휘되는 힘이 우리와는 다른 느낌이에요.”

인간은 심장에서 피를 통해 에너지를 전달받는다.

저들은 코어에서 에너지를 직접 받는다.

생명체 간의 차이이자 진화의 영역일 수도 있었다.

우월함과 열등함.

생명체들끼리 벌어지는 경쟁은 적자생존의 원칙을 의미했다.

저들은 발전된 존재일까?

설마 인간보다?

이소민은 크게 소리쳤다.

“인정할 수 없어!”

이를 악물고 끝까지 부정했다.

저들이 우리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죽기보다 싫었다.

“…싸우겠어.”

공간끼리 맞붙는 전면전은 그랬다.

공략전에서 패배한 쪽은 소멸된다.

자신들이 강하지 않으면 종말을 맞이하는 세계였다.

그것이 법칙이었다.

지금은…….

인간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서야 했고 결사대는 처절하게 싸워야 했다.

“장비는 최고로 맞췄다. 전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이소민은 완전 장비를 갖췄다.

물리 대미지 면역 방어구와 쾌속의 사바톤 부츠를 착용했다.

새로 얻은 금속 투구와 손에 낀 장갑은 방어력을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

-헬름 투구. 건틀릿.

방어력을 100% 상승시킨다.

건틀릿과 동시에 장착하면 세트 효과로 30% 추가 방어력이 올라간다.

“이야압!”

풀장비를 장착한 이소민이 검은 안개의 오오라 속으로 매섭게 파고들었다.

쾌속으로 돌격하며 곧바로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손에는 새로 얻은 단검이 있었다.

-폭열 대거.

강렬한 열기로 상대를 베어버린다.

화염 카드 100장에 육박하는 막강한 화력을 발휘하는 무기였다.

빠르게 나아가는 이소민을 따라서 뜨거운 화염은 불길처럼 땅바닥을 주우욱 그어갔다.

“받아라!”

사바톤 부츠의 속도로 돌격했다.

폭열 단검은 검은 안개 속에서 녀석에게 정확히 작렬했다.

일격이었다.

강렬한 불꽃이 타올라서 마치 불의 감옥에 죄수를 가두려는 듯이 사방에서 몰아쳤다.

‘이길 수 있어.’

불지옥의 이글거림을 보면서 이소민은 자신감을 받았다.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그 순간.

온몸을 휘감는 불꽃 속에서 녀석의 눈빛이 번뜩였다.

감정조차 느끼지 않는 듯이 차가운 눈매였다.

이소민은 강한 위화감을 받았다.

‘고통이 없어?’

녀석은 대미지를 입지 않았다.

숙주를 지배하던 패러사이트 기생충이 떠올랐다.

무감각. 무감정.

이런 존재들과 대결하면서 느꼈던 공포감이 남아 있었다.

“이 정도인가?”

녀석이 중얼거렸다.

그 무의미한 음성이 마치 트라우마처럼 이소민의 귓가에 박혔다.

동시에 검푸른 안개의 오오라가 순식간에 피어올랐다.

땅속의 아지랑이처럼 꿈틀거리던 검은 기운이 마치 뜨거운 불꽃을 집어삼키려는 듯이 달려들었다.

“아…….”

오오라는 마치 짐승을 갈가리 찢어먹듯이 불꽃의 형체조차 완전히 삼켜 버렸다.

불길이 진압됐다.

연기조차 남지 않았다.

“하급 무기에 불과하군.”

“뭐라고?”

화력이 가장 뛰어난 무기조차 장난감처럼 취급했다.

녀석은 그저 한 걸음조차 움직이지 않고 지켜만 볼 뿐이었다.

“우리는 이런 건 쓰지도 않아. 레벨 1단계로도 충분하군.”

레벨 1단계.

상대는 알 수 없는 용어를 내뱉었다.

코어의 생명체는 표정 하나조차 바꾸지 않았다.

“가치가 없는 수준이야.”

검은 안개의 오오라가 불꽃에 이어 이소민의 육체를 뒤덮어갔다.

착용한 방어구는 물리 대미지에만 면역이지 오오라 기운에는 방어 효과가 없었다.

파고드는 기운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다.

“아아악!”

검은 안개가 감싸자 갑옷은 조금씩 부서졌다.

우두둑.

나무 기둥이 부러지는 소리마저 들렸다.

이소민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함정에 빠진 신세가 되었다.

“그만!”

에어리스가 대검을 거세게 내리쳤다.

상대의 오오라에 맞서려는 듯이 에어리스 역시 강한 기운을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투지를 담은 오오라가 푸른빛처럼 휘감겼다.

파앗!

돌격하던 에어리스는 검은 안개의 오오라를 밀어냈다.

갑갑한 어둠 속에서 푸른빛 한 가닥이 지평선을 가르듯이 나아갔다.

맹렬한 질주였다.

“하아압!”

거센 기합과 함께 에어리스는 이소민을 감싼 검은 안개를 베어버렸다.

일순간 공기가 밀려들어 먼지를 밀어내듯이 상대의 기운을 몰아냈다.

“에어리스?”

“이소민 언니, 무사해요?”

에어리스는 주먹을 쥐었다.

손등에서 나오는 문장의 힘이 푸른빛으로 발하고 있었다.

검과 방패가 교차된 문장이었다.

항상 위기의 순간마다 수호자처럼 큰 힘이 되었고 저력의 비결이 되어 발휘되었다.

“문양인가?”

상대는 무표정한 눈으로 반응했다.

손등에 새겨진 문장에 대해서 잘 아는 눈치였다.

“당신도 이 문양을 알고 있나요?”

“내게도 있으니까.”

녀석은 침착하게 자신의 오른쪽 손등을 내밀었다.

“저건?”

검은 날개가 새겨진 문양이었다.

“검은 날개의 문양……?”

잠시 하늘에서 빛이 내려왔다.

그제야 에어리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검은 안개 때문에 몰랐는데 기운을 잠시 걷어낸 덕분에 이 공간의 하늘을 보게 된 거였다.

너무나 밝은 빛이었다.

하늘에 빛나는 태양은 하나가 아니었다.

“태양이 세 개?”

이곳에는 세 개의 태양이 있었다.

무한의 에너지처럼 내리쬐는 빛이 에어리스에게 내려왔다.

따사로운 느낌이었다.

“…레벨2.”

상대가 가만히 중얼거렸다.

땅바닥까지 퍼진 기운은 일순간 뾰족한 가시가 되어 치솟았다.

“기본은 되는 듯하니 거기에 맞게 대우해 주지.”

상대는 처음으로 여유를 멈췄다.

진지해진 눈빛으로 매섭게 노려보더니 풍기는 기운마저 뾰족한 가시가 되었다.

검은 가시의 감옥이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적자생존이다. 강한 자가 원하는 걸 얻고 약한 자는 죽어서 끝나는 곳이지.”

분위기 바뀌었다.

폭풍 전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그의 손에 새겨진 검은 날개의 문장이 검은빛으로 발휘되고 있었다.

“이것이 레벨2. 문장의 힘 정도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너희가 그 정도 수준이 된다면 최소한 자격은 있다고 봐주지.”

검은 기운이 갑자기 치솟았다.

기다란 가시들이 무수히 치솟았다.

온 사방에서 발휘된 가시가 하늘 높이 올라갔다.

“아아악!”

검은 오오라에서 발휘된 가시가 에어리스와 이소민의 온몸을 찔렸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파괴력이었다.

그 위력은 강렬하게 작렬했다.

기운을 발휘할 수 없던 이소민은 당연히 직격으로 가시에 무수히 찔렸다.

“이소민 언니!”

이소민은 가시에 찔린 채로 하늘로 솟구쳐서 올라가고 말았다.

온몸에 관통상을 당했다.

“으윽!”

에어리스마저 완전한 방어는 불가능했다.

손등에서 나오는 문장의 힘으로 치명상을 겨우 피했다.

녀석은 대지에 솟아난 가시를 유유히 바라봤다.

마치 꽃처럼 피어나듯이 가시를 가볍게 손으로 잡았다.

“이게 레벨2다. 이곳은 적자생존의 법칙이 있다.”

A등급의 공간은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힘이 곧 법칙이었다.

“순위가 가치를 증명하지. 나는 서열 7위이다.”

서열 7위는 최상위권이었다.

녀석의 손짓이 움직일 때마다 사방에 퍼진 기운이 흐느적거렸다.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듯이 거대하게 밀려오는 기운이었다.

“서열 7위라면……?”

일곱 번째로 강한 자였다.

녀석보다 강한 사람은 겨우 여섯 명뿐이었다.

최정상의 적이었다.

서열 7위는 공간의 방어자이자 수호자로서 이곳에 대기했다.

“너희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녀석은 차분하게 중얼거렸다.

가시에 찔려 비틀거리던 에어리스는 고통을 억누르며 힘겹게 일어섰다.

서열 7위는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레벨3.”

2단계 너머 3단계를 발현했다.

“문장 강화.”

검은 날개의 문장은 서서히 영롱한 빛을 발산했다.

문장의 빛이 바뀌자 검은 가시의 감옥은 서서히 형태가 변화하더니 긴 창으로 바뀌었다.

무수한 가시가 검은 창으로 변했고 에너지 흐름이 창과 창끼리 이어져 전투 진형을 갖추었다.

창병 부대가 마치 전열을 가다듬듯이 서열 7위의 곁에 고슴도치처럼 일제히 늘어섰다.

“이소민 언니…….”

가시에 찔려 위로 올라간 이소민은 관통상을 심하게 입었다가 창병 진형이 바뀌자 비로소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괜찮아요?”

에어리스는 떨어진 이소민에게 힘겹게 다가가 끌어안았다.

온몸이 가시에 찔려 엉망이 된 이소민은 작은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대로는 둘 다 전멸을 각오해야 했다.

“허억. 허억.”

절망의 순간에서 에어리스는 혼자서 어떻게든 싸울 기력을 준비했다.

매서운 검은 창병 군대가 서열 7위의 사방을 메우고 전면을 겨냥했다.

목표는 에어리스였다.

“후우.”

비틀거리는 에어리스가 숨을 천천히 골랐다.

눈앞에는 무수한 창살이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

피할 곳은 없었다.

“끝이다.”

서열 7위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모든 창이 벽면을 만들 듯이 빼곡하게 자리했다.

매서운 창끝이 오로지 한 사람을 노렸다.

마치 세상의 모든 창이 에어리스를 겨누는 느낌이었다.

“…….”

에어리스는 땀이 가득했다.

가시에 찔린 부상 때문에 온몸이 아릿하게 쓰라렸다.

팔다리가 아스러지듯이 따가웠고 상처 부위에서 핏빛의 냄새가 나왔다.

힘겹게 대검을 든 에어리스가 마지막 기운을 모았다.

“해 보겠어요!”

검과 방패가 교차된 문장의 힘.

속성 부여 건틀릿.

충전식 넥클리스 목걸이까지.

가능한 힘은 모조리 끌어모았다.

저 멀리 무수하게 겨냥한 창술 부대를 향해서 에어리스는 대검을 움켜쥐고 맞설 자세를 취했다.

“후우.”

호흡을 연이어 가다듬는 에어리스와 달리 서열 7위는 아무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지켜보다 이윽고 모든 창이 정렬되자 명령을 내렸다.

검은 안개의 오오라는 가시로 변한 후에 이제는 무수한 창들이 되어 쏟아지듯이 나아갔다.

벼락이 쏟아지는 듯한 굉음이 강렬하게 터졌다.

“하아아압!”

에어리스는 쏟아지는 창술 부대를 가만히 맞이할 생각이 없었다.

“정면으로!”

단호한 결심이었다.

무수한 비처럼 쏟아지는 창의 세례 속을 돌파하겠다.

에어리스가 달려들자 창살은 온몸의 살을 찢고 꿰뚫었다.

모든 기운을 대검에 모으고 머리와 심장처럼 급소만 보호했다.

“아아아아아!”

에어리스는 목숨을 건 필사의 돌격을 감행했다.

죽음을 넘어선 돌파였다.

무수한 창을 지나치고 에어리스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로 힘겹게 나아갔다.

“보인다.”

무수한 창의 세례를 지나친 에어리스는 쓰러질 듯한 자세를 이겨내고 끝까지 나아갔다.

가까스로 내민 대검이 녀석의 상체를 겨냥했다.

마침내 닿았다.

“코어…….”

대검의 끝으로 상대의 가슴속을 겨누었다.

코어였다.

녀석들의 심장과도 같은 부분에 대검이 닿았다.

서열 7위는 대검에 가슴이 닿자 조용히 고개를 숙여 칼날을 바라봤다.

“당신들을 너무 얕본 것 같아. 인정하지.”

서열 7위는 죽을힘을 다해서 도착한 에어리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대검은 코어 앞까지 왔으나 더 나아갈 힘이 없었다.

“허억. 허억.”

거의 죽기 직전의 에어리스는 눈동자만 힘겹게 뜬 채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남은 힘은 한계에 달했다.

“훌륭하다.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다음 단계를 보여주지.”

서열 7위는 새로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

“레벨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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