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악인들의 원정대(2)
악인들의 원정대는 순조롭게 공략전을 수행했다.
리더 유진하의 전략에 따라 조커와 에이스, 괴도 알파가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유진하와 에어리스는 편하게 바깥에서 쉬면서 결과가 나오기를 지켜봤다.
“진하, 정말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도 괜찮을까요?”
“세 사람을 보냈어. 그들 실력이라면 웬만한 공간 정도는 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 거야.”
조커, 에이스, 괴도.
이들은 범죄자이긴 하나 최고 수준의 실력자였다.
분석가 M도 이들의 인성과 별개로 개인 능력 자체는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
-조커 능력치
지력: A
전투력: U
민첩: SSS → U
정신력: A
체력: A
-쌍단검을 휘두르며 변화무쌍한 베기가 주특기.
-순간 회피력이 초고속. 그림자조차 잡을 수 없다.
-내재화된 쌍단검의 문양이 손등에 새겨졌다.
조커는 무제한 살인마가 아니었으나 꼭 필요한 상황에선 살의를 숨기지 않았다.
정부 요원일 때와 달리 알카트로스의 조커가 된 지금은 해방된 사람처럼 진짜 실력을 드러냈다.
압도적인 전투력과 순간 회피력 덕분에 도저히 잡을 수 없다는 의미로 ‘귀신’ 별칭마저 붙을 정도였다.
유진하도 상대하기 어려운 자였다.
“조커는 정말 어려운 상대야. 쉽게 잡을 수가 없고.”
“맞아요. 너무나 강했어요.”
에어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커와의 첫 승부부터 가장 최근까지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였다.
찰나의 근접전 승부에서 가장 위협적인 상대가 조커였다.
“괴도 알파는 조커를 견제하는 역할에 딱 어울려. 서로 좋은 상대가 될 거야.”
조커와 괴도는 비슷한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극한의 대결 속에서 흥미를 느끼는 조커.
모든 것을 훔치고 사람을 농락하는 데서 재미를 얻는 괴도.
전투와 훔치기.
죽여도 된다. 죽이지 않는다.
그들은 재미와 흥미를 추구하나 근본적인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했다.
-괴도 알파 능력치
지력: SSS
전투력: SS
민첩: SS
정신력: S
체력: B
-두뇌가 뛰어난 편. 일반 사람들보다 월등한 지력을 지녀 두뇌전에 출중하다.
-상대방 농락하기를 즐기는 타입.
괴도 알파는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나 지력이었는데, 뛰어난 전략 구성과 냉철한 상황 판단력을 겸비했다.
정교한 작전을 계획하는 타입이라 유진하와 비견될 만했다.
조커가 근접 격투에서 막강한 실력을 지녔다면, 괴도 알파는 두뇌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투 방식도 다르고 차별화되는 점이 있기에 이 둘을 붙여두면 서로 견제하는 효과가 생겼다.
“알카트로스의 에이스. 녀석이 문제지.”
유진하가 가장 고민했던 사람은 에이스였다.
알카트로스 조직의 리더답게 야망을 가진 탓에 다루기가 어려웠다.
-에이스 능력치
지력: SS
전투력: SSS
민첩: SS
정신력: SS
체력: S
-모든 능력치가 S를 넘어서는 올라운드형 실력자.
-카리스마와 지력, 전투력까지 모두 갖춘 완성형 존재.
약점이 없는 자였다.
두뇌에서도 밀리지 않았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도 출중했다.
완전 범죄를 이뤄내는 과감성과 실행력까지 겸비했다.
그야말로 최대의 난적이었다.
“에이스는 진하가 아니면 정말 잡기 어려웠을 거예요.”
에어리스도 같은 생각이었다.
알카트로스라는 조직을 세계 최고 수준의 정예로 키워냈다.
일당백의 실력자가 되었다.
“에이스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녀석의 능력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내가 당했을 수도 있고.”
유진하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녀석의 힘도 필요해.”
지금은 세상의 존립을 위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A등급 공간과의 대결은 종말을 건 대승부였다.
멸망이냐 생존이냐가 걸렸다.
“진하, 최선을 다해 볼게요.”
에어리스는 긴장된 분위기를 풀고자 일부러 밝게 웃었다.
자신을 닮은 쌍둥이 그녀가 찾아온 이유는 존망이 걸린 전투에 대해서 경고를 해 주기 위해서였다.
A등급 공간과의 결전.
이 싸움에서 에어리스는 쌍둥이 그녀와의 재회도 기대하고 있었다.
“더 강해지고 싶어요. 모두를 위해서… 저 자신을 위해서도…….”
붉은 고원에는 모래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메마른 저편 너머에는 고요함과 적막함이 가득했다.
에어리스의 금발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바위에 걸터앉은 유진하는 저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할게.”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먼 곳을 바라봤다.
악인들의 원정대는 대전략의 시작을 의미했다.
“조커, 괴도, 에이스가 던전을 간 지도 시간이 좀 됐네. 슬슬 결과가 나올 시간인데…….”
가만히 기다리기 지루한지 유진하는 하품을 하다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진하, 저도 같이 가요.”
에어리스도 뒤를 따랐다.
붉은 고원에서 지루해진 두 사람이 마중을 나가는 심정으로 걸어갈 즈음이었다.
던전의 상황은 예상보다 복잡한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 * *
“네가 공간의 주인인가?”
백가면을 쓴 조커가 던전의 마지막 방에 도착했다.
사방이 뒤덮인 외딴 방에는 거대한 창을 쥔 남자가 홀로 있었다.
튼튼한 갑옷을 입은 자가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어떻게 들어왔지?”
“별거 아니야. 그냥 모든 방을 다 지나왔거든.”
피로 물든 쌍단검을 든 조커는 온몸이 핏빛으로 물든 상태였다.
백가면은 어느새 붉은빛이 되었고 눈빛은 매서웠다.
“몬스터가 지키고 있었는데?”
“길을 막은 녀석들은 모조리 베어버렸어.”
조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공간의 주인을 제압하라.
유진하가 제시한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였다.
“좋다. 직접 해치워 주지.”
공간의 주인은 거대한 창을 들어 정면을 겨냥했다.
오오라가 온몸을 휘감더니 매서운 기운을 발휘했다.
“화끈해서 좋네.”
조커도 전투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치열한 근접전과 극강의 회피력을 지닌 터라 어떤 전투에서도 자신감이 있었다.
기운을 머금은 공간의 주인이 단숨에 돌격했다.
창끝이 조커의 심장을 겨누었다.
순식간이었다.
카아앙!
조커는 가까스로 기습을 회피했다.
심장을 파고드는 창술이 위력적인 파괴력을 발휘했다.
뒷벽이 포격을 맞은 듯이 산산이 부서질 만큼 막강했다.
“제법이네.”
매서운 돌파였으나 조커의 회피술을 깨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여유를 보인 조커는 양손에 쥔 쌍단검으로 상대의 목덜미를 베어버리려고 반격을 시도했다.
공간의 주인은 냉정한 눈빛으로 그런 조커의 행동을 쳐다봤다.
“어?”
창에서 나온 오오라는 특이한 형상이 되었다.
단검으로 벨 수 없었다.
공간의 주인이 발휘한 오오라는 팔이 네 개가 달린 괴물의 형체가 되었다.
몸집은 3미터가 넘는 크기였고 공간의 주인은 그 안에 있었다.
“방어형 오오라인가.”
조커는 거대한 압력에 밀려 한참을 물러났다.
마지막 주인의 방은 무너져가는 벽돌과 파편으로 가득했다.
오오라 형체 속에서 공간의 주인은 고고한 자태로 사방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역시 쉽지는 않은 임무였군요.”
조커의 뒤쪽에 익숙한 사람이 나타났다.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모자를 손에 쥔 괴도 알파는 품위를 유지하는 듯이 유유히 다가왔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나?”
“물론입니다. 서둘렀다가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조커와 괴도는 잇속으로 움직였다.
견제와 경쟁만이 있는 팀이었다.
숙적으로 얽힌 이들은 서로 속고 속이며 행동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나름의 팀워크가 되었다.
조커가 선봉을 맡은 셈이었다.
괴도가 지원을 맡아 등장했다.
의도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그렇게 행동했다.
“날 이용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조커, 당신이 쉽게 죽을 사람도 아니잖아요.”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받을 건데 각오는 되었어?”
조커는 피묻은 백가면 속에서 불쾌한 미소를 지었다.
검은 턱시도의 괴도는 말과 행동부터 전부 마음에 안 들었다.
‘없애버리고 싶다.’
하지만 게임에는 룰이 있었다.
-절대 팀원을 공격하면 안 된다.
유진하는 악인들의 원정대를 구성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결정했다.
팀원끼리의 대결을 금지시켜 최우선 조건으로 걸었다.
룰을 어기면 다시 체포되어 감옥으로 돌아가게 된다.
‘룰을 어겨서 괴도를 잡고 유진하와 에어리스를 상대하는 것도 좋지만 문제는 다른 녀석이 또 있다는 거야.’
다섯 명의 팀원은 서로가 견제하는 체제였다.
견제하다가 협력이 되는 신기한 구조였다.
‘배신하면 나머지가 전부 덤빈다.’
조커가 괴도를 공격하면 나머지 넷이 덤벼든다.
유진하, 에어리스, 괴도.
그리고 알카트로스의 에이스였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정말 재밌는 팀이다, 유진하.’
조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앙숙들로 이루어진 팀이 묘한 견제와 경쟁으로 밸런스를 이루었다.
듣도 보도 못한 견제 전략이었다.
‘나중에 두고 보자.’
조커는 당장 공간의 주인을 적으로 둔 터라 괴도와의 승부를 뒤로 미루었다.
얄밉게 숨어 지켜보던 괴도는 사태를 냉정하게 파악했다.
“상대의 오오라가 강대합니다. 협력할 생각은 있습니까?”
“후후, 그래도 팀이니까.”
“좋습니다.”
조커와 괴도는 마침내 협력을 결심했다.
괴도는 유진하에 다음가는 두뇌를 가진 천재였고 뛰어난 지략을 떠올릴 능력이 있었다.
“오오라가 강하니까 정면 승부는 무리입니다. 제가 녀석의 힘을 깎아보죠.”
괴도는 큐브를 꺼냈다.
무수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하학 큐브였다.
끼릭. 끼릭.
톱니바퀴가 돌아가자 큐브는 조각으로 나뉘면서 분해됐다.
무수한 큐브 조각이 사방을 가득 채웠다.
“무기를 만들어 드리죠.”
공간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기하학 큐브였다.
지금은 새로운 쌍단검을 만들었다.
“조커, 당신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단검인가?”
큐브로 만들어져 울퉁불퉁한 단검이 되었다.
투박한 겉모습과 달리 단검에 있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다.
“기하학 큐브는 어떤 물체나 임시 공간까지 만들어 낼 수 있죠. 반대로 공간을 빼앗을 수도 있고요.”
-기하학 큐브의 쌍단검.
일시적으로 공간을 붕괴시키도록 설계된 물건.
막강한 오오라조차 저 단검으로 베어버릴 수 있었다.
“잘 쓰도록 하지.”
조커는 기하학 큐브의 쌍단검을 냉큼 받았다.
양손에서 느껴지는 오오라는 기존의 단검과 전혀 다른 위압감을 주었다.
마치 단검 쪽에서 손을 꽉 붙잡는 느낌이었다.
파앗!
조커는 시간을 두지 않고 단숨에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크윽!”
돌격에 이은 첫 베기였다.
기하학 큐브의 단검은 태초부터 공간을 갈라버리면서 나아갔다.
일시적 공간 베기의 성질이라 다시 공간이 회복되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상대의 오오라를 일격으로 갈라버렸다.
“크아아악!”
한 차례의 베기만으로 공간의 주인은 자신이 발휘한 오오라의 형체를 잃었다.
조커의 단검술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했다.
마치 급소를 노리듯이 하나씩 오오라 형체의 괴수를 갈라버렸다.
“크억!”
조커의 압박에 놀란 공간의 주인은 뒤로 사정없이 밀려났다.
쌍단검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조커는 야수처럼 미친 듯이 날뛰었다.
공간의 주인을 무수히 베어버릴 즈음에 한 사람이 조커의 앞에 나타났다.
“너는?”
A 문양의 백가면을 쓴 남자였다.
“에이스?”
알카트로스의 리더 에이스가 나타났다.
조커가 공간의 주인을 쓰러뜨리기 직전에 갑자기 등장했다.
조커, 괴도, 에이스.
유진하의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공간의 주인을 제압하면 이기는 게임이었고, 우승자는 단 한 사람에게만 허락됐다.
결착의 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