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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101화 (101/229)
  • 101화 센트럴 파크 광장(2)

    뉴욕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비틀어진 하늘에서 굉음이 천둥처럼 들리고 붉은 차원문이 지옥의 문처럼 열려가는 중이었다.

    마스터는 성배의 물결로 방벽을 만들어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다.

    ‘차원문이 완전히 열리면 지옥이 시작되는 거야.’

    최후의 날이 된다.

    유진하 역시 빛의 힘으로 날아와 차원문이 열리는 틈새를 막아줬다.

    지옥의 문이 열리지 않도록 두 사람이 막는 동안에 한 마리의 몬스터가 결국 지구로 넘어왔다.

    센트럴 파크 광장에 거대한 괴수 하나가 내려왔다.

    엄청난 몸집과 8개의 머리를 가진 뱀의 괴물은 섬뜩한 오오라를 발휘했다.

    “허억. 허억.”

    에어리스는 대검으로 내려쳤으나 괴물의 꼬리에 맞아 건너편 건물까지 튕겨 나갔다.

    만신창이가 되었으나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크아아악!”

    센트럴 파크 광장은 사람들의 비명으로 가득했다.

    요원들과 용병들이 연합해서 괴물에 맞섰으나 일방적으로 당했다.

    8개의 머리에서 내뿜은 기운은 사방을 완전히 침식시켰다.

    “으아아!”

    저 음산한 기운에 닿으면 몸이 녹슬듯이 뻣뻣해지다가 결국 돌처럼 굳어버렸다.

    “물러서지 마라. 반격해라.”

    요원들은 괴물의 움직임부터 봉쇄하려고 들었다.

    석궁을 꺼내어 대형 화살에 밧줄을 연결했다.

    대형 화살이 장전됐다.

    “발사!”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석궁의 화살들은 괴물의 몸통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봉쇄는 실패했다.

    “용병팀 돌격한다.”

    용병 대장 제이슨은 쌍도끼를 든 채로 휘하의 병력에 돌격 명령을 내렸다.

    검과 창, 도끼로 무장한 최정예 용병들은 하나의 괴물을 사방에서 공격했다.

    포위 섬멸 전략이었다.

    “크오오오오!”

    용병들의 연합은 훌륭했다.

    치고 빠지면서 괴물의 몸체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괴물이 움직이는 방향과 사방에 흘리는 오오라를 피하면서 집중력을 유지했다.

    반격의 타이밍을 노렸다.

    “지금이다!”

    용병들은 자신들의 검과 창에 화염과 얼음, 번개까지 모조리 발휘했다.

    모두의 힘을 모아서 최대의 일격을 가했다.

    제이슨은 완력의 도끼로 두 배의 힘까지 실어 내리쳤다.

    일제 공격.

    최정예 용병팀이 준비한 회심의 일격이었다.

    강렬한 파괴력이 터져나갔고 휘몰아치는 돌풍마저 발휘됐다.

    “후우.”

    도끼의 힘을 발휘한 제이슨은 바닥에 착지했다.

    무수한 먼지와 파편 속에서 괴물의 서슬 퍼런 눈빛이 번뜩였다.

    “모두 조심해라.”

    희뿌연 먼지 속에서 괴수의 푸른 눈동자는 처음에 하나였으나 하나씩 촛불이 켜지듯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나둘.

    그리고 여덟.

    괴수의 머리가 모두 멀쩡했다.

    “젠장. 놈이 건재하다니.”

    제이슨은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동안 용병팀에 실력자를 모집하고 조직력을 끌어 올려왔다.

    피나는 훈련과 노력 끝에 만든 일제 공격이었는데 괴물에게 상처 하나도 내지 못했으니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모두 물러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제이슨은 용병팀의 대장답게 대응했다.

    팀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퇴각이었다.

    쿠웅!

    괴물이 앞다리를 쿵 내리찍었다.

    그 충격파 한 방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근처의 공원 나무가 뿌리째로 뽑히고 주변 건물은 창문이 전부 깨져나가 기우뚱 흔들렸다.

    지진파와 같은 위력이었다.

    “크억!”

    물러나던 용병팀은 파동 한 방에 그대로 타격을 받았다.

    육체에 전해진 위력에 나뒹굴고 말았다.

    도끼로 충격파를 막아낸 제이슨만 무사했다.

    “젠장!”

    퇴각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상대한 어떤 몬스터보다도 녀석은 강했다.

    아찔한 생각이 들 즈음이었다.

    크르르르르르.

    여덟 개의 괴물 머리가 움직여서 먹잇감을 노리듯이 용병들을 하나씩 노렸다.

    기세가 완전히 꺾인 용병팀은 위기를 맞았다.

    “으아아아아!”

    괴물은 이빨로 물어버리거나 뱀 머리로 휘리릭 사람을 휘감았다.

    용병팀은 전멸 직전에 놓였다.

    아비규환의 지옥이 되었다.

    뱀의 괴물은 서서히 이 지역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아직이야.”

    태도(太刀)의 장검이 번뜩였다.

    검은 생머리를 휘날리던 D가 쾌속으로 돌격했다.

    일섬.

    발도술에서 최대의 위력을 뿜어내어 뱀의 머리에 날렸다.

    카아앙!

    태도의 검술과 뱀의 피부.

    강철끼리 맞닿자 마찰이 일어나고 격렬한 파열음이 들렸다.

    엄청난 베기였다.

    뱀의 머리를 처음으로 완벽하게 베어버렸다.

    “해낸 건가?!”

    완전한 베기로 몰아친 D의 검술은 탁월했다.

    제이슨은 그제야 눈치챘다.

    괴물의 육체에 오오라가 잠시 해제된 상태였다.

    “일제 공격 덕분인가?”

    용병팀의 일제 공격은 사실 효과가 있었다.

    괴물에게 일시적으로 대미지를 주어 보호막처럼 작용하는 오오라를 잠시나마 없애버린 거였다.

    “지금이 기회다. 바로 몰아쳐라.”

    뱀의 괴물이 처음으로 보이는 약점이었다.

    이번을 놓치면 다음 기회는 장담할 수 없었다.

    태도의 발도술을 휘두른 D는 괴물의 등에 올라탔다.

    다음 공격을 이어가려는데 방금 베어버린 뱀의 머리에서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검에 잘려서 땅바닥에 떨어진 뱀 머리가 죽지 않고 꿈틀거렸다.

    “모두 조심해요! 뱀의 머리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잘린 뱀 머리에서 육체가 재생했다.

    뱀의 육체가 서서히 자라났다.

    불사신?

    모두의 머릿속에 공포가 느껴지려던 즈음이었다.

    붉은 머리의 J가 바람의 힘을 실어 다가왔다.

    재생하는 뱀의 머리를 검으로 사정없이 마구 베었다.

    “바람의 검.”

    바람의 검 세례가 휘몰아쳤다.

    뱀의 머리를 수십 차례 베어버리고 산산이 찢어 없애버렸다.

    조각이 무수히 잘리고 나서야 재생력을 잃고 찢어진 걸레 조각처럼 나뒹굴었다.

    “뱀 머리를 완전히 뭉개야겠군.”

    뱀 괴물은 재생 능력도 있었다.

    용병팀의 일제 공격으로 뱀의 오오라가 줄어든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머리를 자르고 완전히 갈라버려!”

    비틀거리던 요원들과 용병들이 마지막 저력을 발휘했다.

    이기지 못하면 전멸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 싸워야 했다.

    파앗!

    간부 C도 흑도를 휘둘러 뱀의 머리를 베었다.

    차원을 베어버리는 검은빛의 검은 오오라의 여부에 상관없이 뱀을 갈라버릴 수 있었다.

    J는 바람의 세례로 연신 검을 휘둘렀다.

    “이야아압!”

    용기가 충만해진 이소민은 양손에 검과 단도를 들고 돌진했다.

    뱀의 머리 하나가 이소민의 베기에 의해 떨어졌다.

    제이슨도 완력의 도끼로 내려쳐 뱀 머리 하나를 베었다.

    “남은 머리는 셋!”

    뱀 괴물은 잘린 머리뿐만 아니라 원래의 몸체에서도 새로운 머리가 자라나는 징조를 보였다.

    머리가 셋만 남은 괴물은 괴성을 내지르며 충격파를 발산했다.

    “으윽!”

    뱀 괴물은 다시 오오라를 발휘하려고 들었다.

    보호막 같은 힘으로 육체를 보호한 후에 잘린 머리를 재생시킬 작정이었다.

    승부처는 지금이었다.

    뱀의 머리를 다 자르느냐.

    아니면 실패하고 전멸하느냐.

    “하아아압!”

    에어리스가 기합을 지르며 빠르게 다가왔다.

    아까 꼬리에 맞아 튕겨나갔던 에어리스가 불굴의 정신력으로 일어나 재차 참전했다.

    손등의 문장에서도 오오라의 힘이 감돌았다.

    촤아악!

    에어리스의 대검이 뱀의 머리를 하나 베었다.

    깔끔하고 강렬한 검술로 완벽하게 머리를 베어서 떨어뜨렸다.

    바닥에 떨어져 팔딱거리는 뱀의 머리들을 재생할 틈도 주지 않고 연속 베기로 조각을 내었다.

    “허억. 허억.”

    에어리스는 비틀거리면서 상체를 숙였다.

    부상이 있는 상태라 숨쉬기가 괴로웠다.

    대검을 무리하게 휘둘렀으나 이제는 힘이 없었다.

    에어리스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자 이소민이 부축을 해줬다.

    “에어리스! 괜찮아?”

    “남은 머리는… 둘.”

    숨을 헐떡이던 에어리스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뱀을 바라봤다.

    뱀의 괴물은 고고한 자세로 완전한 기운을 다시 발휘했다.

    다시 보호막이 발생했고 뱀의 머리는 재생을 시작했다.

    남은 희망이 사라졌다.

    “아직이야.”

    하늘에서 물방울이 무수히 내려왔다.

    붉은 차원문을 봉쇄한 마스터가 지상의 전투 현장에 난입했다.

    성수의 물결이 칼날처럼 내리쳤다.

    성수의 검결.

    성수는 무수한 푸른 검이 되어 쏟아졌다.

    파란 성수가 검은 뱀의 괴물이 발휘한 보호막을 지우고 머리 하나를 잘라냈다.

    촤악!

    남은 머리는 이제 하나.

    이번에는 빛줄기가 내려왔다.

    강렬한 빛 속에서 낙하한 사람은 유진하였다.

    “마지막!”

    빛이 내려왔다.

    최후의 머리는 빛의 힘에 휩싸인 유진하가 공중에서 내려와 일격에 잘라버렸다.

    쏟아지는 빛줄기 속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강림한 성령의 존재와 비슷하게 보였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빛 속에서 유진하는 차분한 눈빛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다 베었나?”

    M은 부상자들을 구조하느라 상황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여덟 개의 뱀 머리가 모조리 잘려 나갔으니 녀석은 이제 죽음만이 남은 몸이었다.

    하지만 달랐다.

    “아직도 살아 있다고?!”

    괴물은 끝없이 저항했다.

    죽지 않는 불사신의 괴수처럼 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재생의 힘이 있어 머리를 다 잃은 몸으로도 버틸 수 있었고 이제는 오오라마저 복구했다.

    캬아아아아!

    머리가 없자 앞을 못 보게 된 뱀의 괴물은 더 미친 듯이 날뛰었다.

    미친 듯이 발광하는 바람에 충격파와 막강한 오오라가 폭풍처럼 몰아쳤다.

    “위험하다.”

    땅을 마구 짓밟는 바람에 막강한 충격파가 빛기둥처럼 치솟았다.

    최후의 저항이었다.

    땅속에서 불길의 오오라가 치솟는 이곳에서 목 없는 괴물이 홀로 요동치고 있었다.

    요원들과 용병들은 한계를 넘어선 전투에 지친 상태였다.

    부상을 입은 에어리스도 대검에 기댄 채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이대로면 전멸이었다.

    “으랴아앗!”

    버텨줄 사람이 필요했다.

    근육질의 간부 G가 달려들어 괴물의 다리를 하나 붙잡고는 폭주하는 녀석을 잡아두려고 시도했다.

    온몸에 튕기는 파편과 오오라를 모조리 받아내면서도 G는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았다.

    철벽처럼 버텨냈으나 혼자서는 무리였다.

    “하아앗!”

    이소민이 옆에 달려들었다.

    제이슨처럼 괴물의 다른 다리를 잡아서 같이 버텨내기 시작했다.

    물리 대미지 면역 방어구를 입은 덕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크아아아아!”

    이소민과 제이슨, 두 사람이 날뛰던 괴물을 잡아준 덕분에 기회를 마련했다.

    뱀의 괴물이 재생하기 전.

    마지막 기회였다.

    그리고…….

    빛이 맴돌았다.

    무지개처럼 물들어가는 빛의 알갱이에 힘이 반사되어 들어갔다.

    유진하의 몸으로…….

    그렇게 단 하나의 빛이 치솟기 시작했다.

    전쟁터와 같은 현장에서 머리가 잘린 괴물에 맞서는 하나의 빛줄기였다.

    “마무리하겠어.”

    유진하의 손등에 빛나는 태양의 문양이 자리 잡았다.

    이글거리는 빛의 문장과 함께 섬광처럼 날아갔다.

    빛으로.

    한 번의 일격이 뱀의 괴물을 관통했다.

    마치 빛의 화살이 꿰뚫고 지나간 듯이 괴물의 몸통에 구멍이 생겼다.

    빛에는 열기가 있었다.

    몸통에 뚫린 부분은 빛이 내뿜은 열기에 녹아내렸다.

    목 없는 괴물은 가슴이 뚫렸음에도 살아 있었다.

    재생력.

    죽여도 되살아난다.

    유진하 역시 그걸 알고 있었다.

    빛줄기는 흐름 한 번이 아니었다.

    반사되는 빛처럼 전후좌우에서 번개가 지나치듯이 온 방향에서 나아갔다.

    “크아아아아!”

    빛의 화살 같은 섬광이었다.

    괴물은 온몸에 구멍이 수없이 뚫려나갔다.

    재생 능력을 압도하는 빛이었다.

    갈기갈기 찢어지는 뱀의 육체는 조각처럼 나뉘어 죽어갔다.

    “진짜 마무리야.”

    빛의 오오라 속에 한 사람이 내려왔다.

    쏟아지는 빛줄기.

    빛의 오오라 속에 우두커니 있었다.

    유진하는 차분한 눈매를 머금고 사라진 괴물의 자취 속에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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