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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91화 (91/229)

91화 검은 방(1)

-시나리오 개시.

이 방을 지나가려면 악당 ‘조커’를 찾아서 쓰러뜨리십시오.

혼자 이 방에 들어온 에어리스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받았다.

24시간 제한 탓에 서두르려면 팀을 분산해야 했고, 유진하와 엘리도 지금쯤 다른 방으로 들어갔을 터였다.

“조커를 잡으라는데 어디에 있을까요?”

에어리스는 서두르고 싶었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고층 빌딩 저 너머에서 폭발이 보였다.

강력한 굉음과 불꽃이 치솟았다.

도시에서 벌어진 테러였다.

“저기에 가보면 될까요?”

에어리스는 폭발을 의식하며 내달렸다.

고층 건물 사이로 빠르게 달려가다가 멀리 보이는 트럭 하나를 발견했다.

“혹시 저거라면……?”

에어리스는 눈에 띄는 트럭에 주목했다.

도시의 거리 곳곳에서는 폭발이 계속 발생했다.

“저기로 가야겠네요.”

트럭은 빨랐으나 뒤를 추격하는 경찰차도 많았다.

트럭에는 삐에로 가면을 쓴 범죄자들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사격 소리와 함께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위험한 상황이네요.”

에어리스는 호흡을 가다듬고 빠르게 달려갈 태세를 갖추었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 선수처럼 바람을 가르듯이 나아갔다.

엄청난 가속으로 경찰차들을 제치고 나아갔고, 간혹 끼어드는 자동차가 있으면 가볍게 뛰어넘으며 달려갔다.

쿵.

폭풍처럼 달려간 에어리스는 도망가는 트럭 뒤에 올라탔다.

그곳에 있던 삐에로 가면의 범죄자들은 난데없는 여자의 출현에 당황했다.

“누구?”

“에어리스라고 해요.”

순진한 미소와 함께 에어리스가 삐에로 가면을 쓴 두 남자를 맨손으로 툭 쳐서 총을 떨어뜨렸다.

이어서 양손으로 두 사람을 밀어서 저 멀리 날려버렸다.

“뭐야!”

트럭에 남은 삐에로 가면은 둘.

한 사람이 총을 겨누었으나 에어리스의 반응이 더 빨랐다.

등에 멘 대검을 꺼내어 단숨에 총을 반 토막으로 나누었다.

“크윽.”

엄청난 위력의 베기였다.

에어리스는 삐에로 가면의 남자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했다.

“위험한 무기예요.”

겁에 질린 남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큭큭큭.”

이제 남아 있는 삐에로 가면의 남자는 한 명이었다.

그는 권총 하나를 들고 보랏빛 코트를 입었다.

두 팔을 내리고 편안한 자세에 고개도 까딱거리면서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당신이 조커인가요?”

에어리스의 물음에 마지막 삐에로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에 든 권총을 빙글빙글 돌리더니 휙 공중에 놓았다.

“어?”

권총이 허공에서 빙글거리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즈음.

삐에로 가면의 남자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에어리스조차 반응이 한 차례 늦을 만큼 엄청난 가속이었다.

“아차!”

놀란 에어리스의 앞에 마지막 삐에로 가면의 남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넌 박쥐 같은 어둠의 기사가 아니야.”

삐에로 가면의 남자는 에어리스를 강하게 쳐냈다.

에어리스는 충격을 받아 트럭에서 튕겨나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삐에로 가면의 남자는 재차 달려들었다.

전율적인 스피드였다.

“나도 입이 쫙 찢어져서 웃는 조커가 아니고.”

삐에로 남자는 손을 휘둘러 재차 후려쳤다.

에어리스는 두 팔로 방어했으나 상당한 위력을 받아서 골목까지 주르륵 튕겼다.

“후후.”

마지막 삐에로 남자는 가면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그에게로 달려드는 경찰차들이 있었으나 남자의 속도는 폭발적이었다.

“우으으.”

골목 바닥으로 처박힌 에어리스는 자세를 추스르며 일어섰다.

손에 든 대검을 굳게 잡으며 상대를 경계했다.

저 남자는 보통이 아니었다.

굉장한 실력자였다.

“아!”

무수하게 달려드는 경찰차 속에서 가면이 벗겨진 삐에로 남자는 전율적인 속도를 보였다.

달려드는 모든 경찰차의 경로를 모두 피하고 자리에 착지했다.

순간 회피.

낯익은 광경이었다.

“당신은 설마? 조커……?”

영화 속 조커가 아니었다.

지금 눈앞에는 알카트로스의 조커가 나타났다.

“오랜만이구나.”

진중한 음성이 돌아왔다.

그는 과거에 정부의 간부였던 요원 E였다.

포마드를 짙게 바르며 특유의 여유를 보였던 강자이고, 동시에 알카트로스 조직의 조커이기도 했다.

이중간첩.

녀석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두 세력을 이용하려 들었다.

“정말 당신인가요? 조커?”

“그래. 나는 이 공간에 있는 허상의 존재가 아니야. 진짜지.”

조커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알카트로스 소탕전에서 도망쳤던 일당은 조커와 하트 둘뿐이었다.

두 사람은 동료였고 유진하는 조커가 단독범이라고 생각한 탓에 그들만 놓치고 말았다.

“여기엔 어떻게 들어온 거죠?”

“내가 처리할 일이 있거든.”

에어리스가 묻자 조커는 유유히 손을 흔들며 반응했다.

이전에 만났던 때보다 한결 태연스러운 모습이었는데 그만큼 실력이 늘었다는 자신감처럼 보였다.

“내 임무는 여왕 암살이야.”

“네? 뭐라고요?”

여왕 엘리를 암살한다.

조커는 자신의 목적을 태연하게 밝혔다.

충격적인 말을 들은 에어리스는 심적으로 큰 압박을 받았다.

“대체 왜?!”

“의뢰를 받았어. 이번 일에서 내가 맡은 일이지.”

조커는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했다.

삐에로 가면을 벗고 맨얼굴로 나타나서는 아무렇지 않게 엄청난 말을 내뱉었다.

에어리스는 소름이 끼쳤다.

“사람을 죽이는 게 당신의 목적이 된 건가요?”

“내가 들어간 조직이 그래.”

조커는 냉랭했다.

차디찬 눈동자에서 깊은 공허함이 느껴졌다.

“요원은 끝났고 알카트로스는 무너졌어. 지금은 아사신에 들어갔지.”

“아사신?”

들어본 적이 있었다.

세계 3대 범죄 조직이었다.

알카트로스, 괴도단, 아사신.

“암살을 전문하는 조직이라고 들었어요.”

“맞아.”

불타는 경찰차가 있는 도로에서 조커와 에어리스는 서로를 경계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아사신의 목표가 여왕님이라는 거군요.”

“그래. 내가 처리할 대상이다.”

“저에게 알려주는 이유는요?”

에어리스가 질문을 던졌다.

자신만만하던 조커는 이 물음에는 잠시 입을 닫았다.

잠시 후.

그의 입이 열리더니 가지런한 이빨과 함께 미소가 피어올랐다.

“간단해. 어차피 넌 여기서 나와 싸우다 죽을 테니까.”

“…….”

“하나 더 있지.”

조커는 다음 계획을 밝혔다.

“괴도단이 여왕을 납치했잖아. 결국 여왕이 죽어서 발견된다면 어떨까? 모든 죄는 괴도단이 덮어쓰겠지.”

아사신은 괴도단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들었다.

무서운 계략이었다.

에어리스는 강적을 앞에 두고 결의를 다졌다.

“당신 뜻대로 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기대하지.”

조커는 쌍단검을 꺼내 각각 양손에 쥐었다.

에어리스는 대검을 움켜쥐며 긴장감을 가다듬었다.

어두운 밤의 도시.

두 사람은 불타는 도시의 거리 속에서 격렬하게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 * *

큐브의 검은 방.

괴도 알파는 기지개를 켜면서 길게 하품했다.

그의 발걸음 아래에는 투명한 화면이 펼쳐졌다.

“흥미롭네.”

화면에는 에어리스와 조커가 재회하던 무렵이 보이고 있었다.

도시의 밤거리 아래.

에어리스의 대검과 조커의 쌍검이 치열한 검무의 승부를 펼쳤다.

“아사신의 조커가 여기에 왔을 줄은 몰랐어.”

괴도 베타가 하이힐을 신은 채로 또각또각 걸어오며 화면을 내려다봤다.

“조커는 우리가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베타는 예리하게 지적했다.

큐브의 공간은 사실 괴도 알파가 창조한 세상이라 어디서든 그의 눈과 귀가 있었다.

알파도 그 부분을 인식했다.

“맞아. 조커는 자기 목적을 일부러 알려줬지. 우리에게 보라고 말한 건데 왜 그랬을까?”

“그러게.”

괴도단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원래는 여왕만을 초대하려던 생각이었는데 원치 않았던 손님이 계속 끼어들었다.

유진하와 에어리스.

심지어 조커까지 끼어들었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뒤얽혀 싸우는 전투가 되었다.

괴도단, 여왕, 조커의 삼파전.

세 팀이 서로의 명운을 걸고 대결하게 되었다.

괴도단의 알파와 베타는 복잡해진 상황에서 더 강한 흥미를 느꼈다.

“조커의 속셈이라…….”

괴도단은 조커의 등장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 틈에 낯선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 존재는 발걸음을 죽이고 괴도들의 뒤에 나타났다.

이곳은 검은 방.

큐브의 모든 방을 살필 수 있는 지휘소이자 시스템의 중추였다.

“여기에 있었네요?”

괴도단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낯선 침입자를 바라봤다.

“너는?”

나타난 사람은 두 명이었다.

유진하와 여왕 엘리였다.

“흐음. 역시 여기에 있었어. 좀 어둡네요.”

스스럼없이 편안한 표정의 유진하가 천천히 둘러보면서 걸어왔다.

그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었다는 듯이 보였다.

“어떻게 들어왔죠?”

괴도 알파는 처음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무수한 상대를 이 큐브 속에서 상대했지만 여기까지 들어온 자는 사상 처음이었다.

“길이 있었어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괴도 알파는 자신의 하얀 가면을 손으로 만지면서 눈가를 처음으로 찡그렸다.

긴장한 낯빛을 애써 억누르며 유진하를 응시했다.

“첫 번째 방에서 알아냈답니다.”

“알아냈다고요?”

“그럼요.”

“석양의 무법자. 거기서 당신들이 숨은 걸 알아냈거든요.”

유진하는 정답을 알려줬다.

괴도단이 내민 게임에는 간단한 원리가 숨어 있었다.

결국 숨바꼭질이었다.

“숨바꼭질에는 항상 제한이 있어요. 술래가 항상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게임을 공평하게 하니까요.”

예리한 판단이었다.

괴도단을 찾는 숨바꼭질에는 숨겨진 규칙이 하나 있었다.

술래는 항상 참가자의 근처에 숨어 있다는 거였다.

“같은 방에 괴도단이 한 번은 있어야 한다. 그것만 알아낸다면 다음은 쉽죠.”

유진하는 예리했다.

탁월한 관찰력으로 의심스러운 장면을 빠르게 파악했다.

“당신들. 변장하고 있었죠?”

“하하. 들켰나 보네.”

“뻔히 보였어요. 황야에 그 위치에 있는 마을은 누가 봐도 어설펐거든요.”

석양의 무법자에서 유진하 일행이 처음에 도착했던 마을은 속임수였다.

이 마을에는 수상한 점이 많았다.

“흙먼지는 날리는데 새로 만들어진 듯한 마을 풍경. 정확히 매어진 3마리의 말.”

결정적인 부분은 다음이었다.

“주점이 있는데 안에 있는 사람은 딱 두 명이었죠. 괴도단의 알파와 베타. 당신들이었죠?”

“대단하네. 완벽하게 걸렸습니다.”

유진하의 판단력은 정확했다.

괴도단과 술래잡기는 단 한 경기만으로 종료가 되었다.

이전에 없었던 상황을 마주하자 괴도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놀랍군요. 그쪽 이름은?”

“…유진하.”

“뭐 하는 사람이죠?”

“이것저것. 하는 일이 많네요.”

얼렁뚱땅.

유진하의 답변은 마치 상대를 농락하는 듯했다.

원래 괴이한 도적질을 하며 경찰을 놀리던 괴도단이라 장난스러운 뉘앙스는 재빠르게 눈치챘다.

괴도 알파는 입술을 씰룩거렸다.

포커페이스가 무너졌다.

“흐음. 완벽하게 들켰군요.”

유진하는 가만히 괴도단을 응시했다.

손에는 검은 카드를 쥐고 있었다.

술래잡기 트릭을 밝혀내면 괴도단이 떠난 자리에 흔적이 남는다.

검은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카드를 그렇게 얻었다.

“이 카드 돌려드릴게요.”

유진하는 카드를 휙 던져서 괴도 알파에게 돌려줬다.

손가락으로 그 카드를 건네받은 알파는 다시 냉정한 눈빛이 되어 상대를 바라봤다.

유진하라는 적을 의식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상대군요. 좋습니다.”

뛰어난 지략과 판단력.

엘리트라는 요원들과 경찰 중에서도 이렇게 뛰어난 실력자는 만난 적이 없었다.

그저 놀잇감.

멍청하고 매번 늦는 사람들이라고만 여겼다.

“유진하, 당신은 다르다는 걸 인정하겠습니다.”

괴도 알파는 두뇌전에서 처음으로 당했다.

유진하에게 잡혀 버렸다.

숨바꼭질은 끝났고 이제는 정면승부를 가릴 때가 되었다.

“2대2가 되었네.”

괴도 베타는 팔짱을 풀더니 슬슬 손목을 돌리면서 긴장을 풀었다.

그녀는 관능적으로 몸을 흔들면서 준비 운동을 하듯이 전투태세로 들어갔다.

“하나씩 맡으면 되겠어.”

여왕 엘리는 사브르 검을 들어 정확히 베타의 상체를 겨누었다.

유진하와 괴도 알파도 서로를 상대로 여기며 육탄전 태세를 갖췄다.

검은 방에서의 대결이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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