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90화 (90/229)

90화 첫 번째 방

엘리는 여왕일 때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괜찮아요. 저도 이런 전투에는 꽤 익숙한 편이니까요.”

사브르 검을 들자 여왕이 아니라 요원 L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24시간 안에 괴도단을 잡아야 하잖아요. 어서 가요.”

심지어 엘리가 앞장서서 나갔다.

유진하와 에어리스는 여왕의 뒤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진하, 여왕님이 용감하시네요.”

“그런 거 같아.”

실력은 미지수이지만 자세와 기품은 훌륭했다.

세 사람이 참가하게 된 게임은 검은 큐브 어딘가에 숨어 있는 괴도단을 찾아내는 게임이었다.

세 사람은 첫 번째 방문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흐음.”

유진하는 잠시 방문을 바라봤다.

검은 공간에 덩그러니 만들어진 방문이었다.

흔한 장식 하나 없이 평범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제가 먼저 가죠.”

“아니, 내가 먼저 갈게요.”

엘리는 과감했다.

유진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엘리를 다독여서 그녀의 안전을 위해 뒤로 물러나도록 설득해야 했다.

“저희는 다른 의무도 있어요. 마스터가 여왕님을 보호하기를 원했거든요.”

“…아, 그래요?”

마스터 얘기가 나오자 엘리는 물러섰다.

대신 그녀는 조건을 내걸었다.

“마스터가 그랬다면 알았어요. 대신에 두 사람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요.”

“선물이요?”

“기사 작위를 주고 싶네요.”

에어리스는 멀뚱한 얼굴이 되어 순간 당황했다.

유진하 역시 엘리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살짝 놀랐다.

“두 사람에게 그만큼 신뢰를 준다는 소리예요. 꼭 최선을 다해 달라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아, 그렇군요.”

유진하와 에어리스는 얼떨결에 기사가 되었다.

어느새 명칭이 늘어나게 되었다.

빛의 마술사.

국가 공인 탐정.

여왕의 기사까지.

공식적인 호칭이 늘어날수록 명성이 증가한다는 걸 의미했다.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여왕의 기사가 되었다.

그리고…….

첫 번째 방으로 다 같이 향했다.

* * *

“여기는?”

첫 번째 방에 들어오자 흙먼지가 가득했다.

황량한 벌판에서 지푸라기가 뒤섞인 바람이 불어왔다.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

방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장소가 세 사람을 맞이했다.

유진하와 에어리스, 엘리는 흙먼지가 나부끼는 벌판을 걸어왔다.

“저기 뭔가 있어요.”

에어리스가 가리킨 방향에는 건물이 있었다.

몰아치는 흙바람 속에서 이층집의 목조 건물이 드러났다.

표지판은 술잔이 그려졌고 바람결에 흔들려 삐걱거렸다.

“술집인가요? 마차도 있네요?”

근대 시대의 마차도 있었다.

말뚝의 줄에 매인 말들은 물통에 담긴 물을 혓바닥으로 먹고 있었다.

“서부 개척 시대?”

유진하는 낯선 풍경에서 현실을 읽어냈다.

미국은 동부에 사람들이 정착했다.

서부에서 대규모 금광을 발견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이주했다.

와일드 웨스트.

카우보이와 무법자의 시대였다.

그때 세 사람의 눈앞에 파란 화면이 나타났다.

-시나리오.

이 방을 지나가려면 와일드 웨스트 영화를 클리어하시오.

엘리는 낯선 화면에 당황했다.

“와일드 웨스트? 두 사람 혹시 이게 뭔지 알아요?”

엘리는 당황한 기색으로 석양의 무법자에 대해 물어봤다.

다행히 유진하가 알고 있었다.

“서부극을 말하는 거죠.”

서부 시대를 다룬 영화는 서부극이라는 장르가 되었다.

허리춤엔 총자루를 차는 사람들.

흙먼지가 뒤덮인 망토에 시가를 입에 문 채 말을 타고서 고원을 달리는 무법자를 묘사했다.

금을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 간에 배신과 음모가 펼쳐지고 무법자들의 권총 대결이 등장했다.

“서부극의 시대를 만든 영화를 클리어하라니. 괴도단도 영화를 꽤 좋아하는 모양이네요.”

괴이한 도둑다웠다.

그들의 목적은 명백했다.

“수많은 큐브의 방에는 이런 과제가 있겠군요.”

엘리와 에어리스가 서로 마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극의 영화를 클리어하라.

이 방의 통과 조건이었다.

유진하는 잠깐 상황을 알아보려고 술집에 들어가더니 다시 나타났다.

“진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영화 주인공이 어디로 갔는지 알려줬어. 영화가 거의 끝나는 지점 같아.”

이 영화는 1969년의 유명한 서부극이었다.

마지막에는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결로 마무리된다.

세 사람이 권총을 먼저 뽑아서 발사하는 전투 장면이었다.

주인공. 나쁜 놈. 이상한 놈.

주인공은 좋은 놈이라는 별칭도 있었다.

“빨리 가야겠다.”

아까 말뚝에 묶여 있던 말은 딱 3마리였다.

“잠깐만 빌릴게요.”

영화가 끝나기 전에 가야 하기에 세 사람은 말을 타고 달렸다.

놀란 주인이 나와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으나 시간이 없었다.

“후우.”

세 사람은 말을 타고 내달렸다.

엘리는 승마를 배웠고, 에어리스는 원체 운동 신경이 좋아서 쉽게 말 타기에 적응했다.

원체 순한 성격이라 말과도 금세 친해졌다.

문제는 유진하였다.

“으아아.”

승마 기술이 없는 초보라서 모든 면에서 어설펐다.

말고삐만 겨우 쥐었는데 엘리가 다가와서 중요한 점을 알려줬다.

“너무 세게 쥐지 말고. 가볍게 맡기면 돼요. 말이 알아서 가니까요.”

엘리가 옆에서 같이 말을 달래주자 유진하도 서서히 적응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기사라면 말은 탈 줄 알아야죠.”

엘리는 가볍게 농담을 곁들이며 유진하를 옆에서 도와줬다.

유진하가 살짝 웃음을 머금는 동안, 앞서가던 에어리스가 팔을 흔들었다.

“저기에 있어요.”

희뿌연 먼지 속에 수상한 사람들이 있었다.

묘지였다.

이곳의 어딘가에는 숨겨진 금화가 묻혀 있었다.

-영화 속 세 사람은 묘지에서 권총 승부를 가리고, 살아남은 자가 금화를 가져간다.

유진하는 영화의 마무리를 알고 있었다.

이 방의 통과 조건은 영화의 스토리대로 이야기가 끝나야 했다.

“다 왔다.”

저 대결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시나리오가 클리어된다.

그때, 흙먼지 속에서 낯선 존재들이 나타났다.

흙먼지와 모래가 원자 재결합이 되어 방해꾼으로 등장했다.

“쉽게는 안 되겠구나.”

권총을 든 카우보이와 무법자들이 수십 명이나 등장했다.

그들은 말을 타고 달려오는 유진하 일행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에어리스!”

“알겠어요.”

에어리스가 빠르게 등에 멘 대검을 꺼냈다.

동시에 가장 최전선에서 무법자들을 향해 말을 타고 돌격했다.

철컥.

총알 장전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조준하는 시간이 흐르더니 일제 사격이 벌어졌다.

선두에 선 에어리스를 향해 내로라하는 총잡이들이 총을 발사했다.

“하압!”

에어리스는 대검을 똑바로 세워서 앞으로 내밀었다.

마치 커다란 대검을 방패처럼 사용했다.

대검의 철판에 막힌 총탄은 모조리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후우.”

에어리스는 말 위에 두 다리를 올리더니 이내 높이 뛰었다.

서부의 총잡이들은 공중에 떠오른 에어리스를 향해 재차 난사했다.

카앙! 캉!

에어리스가 대검으로 앞을 막은 터라 총알은 여전히 튕겼다.

높이 떠오른 에어리스가 그 틈에 총잡이들 사이로 낙하했다.

“하아압!”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대검이 크게 움직였다.

한 번에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회전력을 발휘했다.

백발백중의 총잡이들은 근접전에 약했다.

한 차례 일격을 날린 후에 에어리스는 남은 적들을 하나하나 제압했다.

멀리서 유진하가 소리쳤다.

“괴도단이 만든 적이야. 전부 베어도 돼!”

대검에 베인 존재들은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

카우보이와 무법자들은 깔끔하게 소멸됐다.

“나도 돕겠어요.”

엘리는 사브르 검을 꺼내어 말을 탄 채로 달려들었다.

무법자 세 명이 새로 나타나 에어리스의 등 뒤를 겨냥하자 사브르 검으로 하나씩 찔러서 쓰러뜨렸다.

“크억!”

총잡이들은 검에 맞아 사라졌다.

그 틈에 유진하는 앞으로 내달렸다.

“두 사람에게 부탁할게요.”

계속 나타나는 적들은 에어리스와 엘리에게 맡겼다.

지금은 석양의 무법자 영화가 마지막을 맞이하는 장면이었다.

주인공. 나쁜 놈. 이상한 놈.

이 세 사람이 벌이는 서부식 권총 대결이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거기까지 가야 했다.

“아!”

고원을 넘어 멀리 묘지가 보였다.

아직 세 사람은 권총 대결을 시작하지 않았다.

이대로 진행만 된다면 결말은 영화대로 흘러갈 터였다.

그때였다.

“억!”

갑자기 날아온 총알이 세 사람 중 한 명의 몸에 박혔다.

털보 이상한 놈이 그 총에 맞았다.

탕.

주인공은 총을 쏜 방해꾼을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하지만 한 발의 총성이 더 울렸다.

검은 카우보이 모자를 쓴 나쁜 놈이 자신에게 쏘는 줄 알고 주인공을 먼저 쏜 거였다.

“크윽!”

총에 맞은 주인공은 비틀거리더니 무릎을 꿇었다.

다행히 총알은 그의 팔을 스쳤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영화는 세 사람의 대결을 망치고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녀석이 죽었군.”

검정 카우보이모자를 쓴 나쁜 놈은 죽어버린 털보 이상한 놈을 바라봤다.

주인공. 나쁜 놈. 이상한 놈.

이 세 사람의 대결인데 한 명이 죽고 말았다.

그것도 여기서 죽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덥수룩한 머리의 털보 같은 이상한 놈이 먼저 죽었으니 상황은 크게 어긋나버렸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등장인물이 먼저 죽어버리다니.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이런!”

유진하가 말을 타고 도착하자 나쁜 놈은 권총을 겨누어 경계했다.

“너는 누구지?”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유진하는 고민 끝에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나는 당신들을 쫓아온 사람이야.”

“쫓아왔다고?”

“그래. 방금 죽은 내 형과 같은 사람이었지.”

유진하는 영화의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서 죽은 이상한 놈을 대신하겠다고 결심했다.

삼파전을 만들어야 했다.

유진하가 대신해서 영화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녀석에게 동생이 있었나?”

“…의형제라고 해.”

유진하는 대충 얼버무렸다.

어차피 세 사람의 대결만 만들면 되었다.

영화는 새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재밌군. 자네가 역할을 맡으면 되겠어.”

총알에 살짝 스친 주인공이 시가를 다시 물었다.

바닥에 떨어진 갈색 중절모도 다시 눌러쓰고 흙이 잔뜩 묻은 그의 망토를 툭툭 털어냈다.

“권총은 있나?”

주인공은 차분한 눈빛으로 물었다.

유진하는 당연히 없었다.

“형의 것을 쓰면 되겠지?”

유진하는 얼른 죽은 털보의 몸에서 권총 허리띠를 챙겨 자신의 허리에 둘렀다.

이렇게 권총까지 착용하니 정말 자신이 서부의 무법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총은 쏴본 적이 없었다.

“승부는 아나?”

“물론.”

유진하는 말을 짧게 했다.

괜히 말을 길게 했다가 영화적 상황이 다시 바뀔까 봐 조심스러웠다.

주인공. 나쁜 놈.

그리고 이상한 놈 대신에 유진하.

세 사람의 권총 대결이 다시 시작됐다.

무덤가에는 모래바람이 불었다.

멀찌감치 떨어진 세 사람은 권총을 잡을락 말락 눈치로 보고 있었다.

서로 시선을 교환하다가 다 같이 권총을 뽑는 순간에 총 대결이 시작된다.

먼저 뽑아서 쏘는 사람이 이긴다.

“후우.”

세 사람이 매서운 눈빛으로 서로를 경계했다.

권총을 잡을락 말락.

서로가 눈치를 보고 있었다.

“…….”

긴장감은 서서히 고조됐다.

유진하는 마치 카우보이가 된 것처럼 식은땀이 이마에 흘러내렸다.

‘저 두 사람은 영화 속 인물이나 전설적인 총잡이인데.’

이들과의 대결이라니.

“…….”

매서운 총잡이들이 유진하의 몸을 하나하나 노려보고 있었다.

저 시선 속에서 총잡이의 손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한 번.

승부는 순식간에 끝난다.

유진하는 알고 있었다.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나는지.

“…….”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긴장감을 올리던 즈음이었다.

검은 모자를 쓴 나쁜 놈은 권총을 잡을락 말락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주인공은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유진하는 두 사람의 시선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심장 고동 소리만 느껴지던 즈음.

바람이 마지막으로 불어왔다.

마침내 최고의 총잡이들이 권총을 빼내는 소리가 들렸다.

서로의 권총이 발사될 찰나였다.

‘이 영화는…….’

유진하는 이 영화를 알고 있었다.

세 사람의 마지막 대결이지만 사실 죽은 이상한 놈한테는 총알이 없었다.

주인공이 그의 권총에서 총알을 미리 빼놓은 거였다.

‘나한테는 총알이 없다.’

유진하의 권총은 죽은 사람의 것을 들었으니 당연히 빈총이었다.

주인공은 나쁜 놈이 유진하를 신경 쓰는 틈에 더 빨리 녀석을 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삼파전 대결에서 죽는 사람은 ‘나쁜 놈’이었다.

탕!

마침내 총알이 발사됐다.

주인고은 어차피 유진하에게 총알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신경도 쓰지 않으리라.

나쁜 놈을 쏠 터였다.

문제는 주인공의 상태였다.

주인공 특유의 우수에 찬 눈빛과 시가를 물로 멋지게 폼을 잡았지만 아까 총알에 팔을 스쳤다.

‘그 영향으로 총알이 빗나간다면?’

오히려 나쁜 놈의 다음 총알에 맞아 주인공이 죽게 될 수도 있다.

영화의 결말은 바뀌게 된다.

‘지금이 클라이맥스.’

탕.

마침내 총알이 발사됐다.

유진하는 빛의 카드를 사용했다.

일부러 아껴둔 거였다.

다행히 지금은 대낮이었고 덕분에 몸에 내재한 빛의 카드가 충분한 빛을 머금었다.

‘빛의 힘으로.’

유진하는 빛의 힘으로 사방을 더 빠르게 볼 수 있었다.

총알이 빠르다 해도 빛의 속도보다는 한참 느리기에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덕분에 전설의 총잡이가 발사한 총알의 궤적을 천천히 볼 수 있었다.

‘대단해. 부상 상태인데도 날아가는 궤적이 정확해.’

문제는 나쁜 놈이었다.

원래는 주인공이 쏜 총알에 맞아 자기 총을 발사하지도 못하고 죽어야 했다.

하지만 부상 탓에 블랜디의 권총 뽑기가 늦어지고 말았다.

결국 원작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향해 권총을 쏴버렸다.

‘아!’

둘 다 맞아 같이 죽으면 영화는 결말이 뒤바뀐다.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려면 영화가 원래대로 흘러가야 했다.

마침내 유진하는 선택했다.

빛의 카드.

그 힘으로 단거리에서 빛의 속력을 최대로 낼 수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거의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때가 마지막 기회였다.

‘서부극 최고의 총잡이를 결정하는 순간.’

유진하는 빠르게 움직여서 두 개의 총알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당도했다.

주인공의 총알 궤적은 그대로 두고, 나쁜 놈이 발사한 총알의 궤도를 손가락으로 툭 쳐서 바꾸었다.

살짝.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크억!”

총알에 맞은 악역은 그대로 쓰러져 미리 파놓은 무덤에 쓰러졌다.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유진하는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빈 권총을 들었다.

‘다행이다.’

한숨을 내쉬면서 영화가 원래대로 진행되었다는 안도감을 그제야 느꼈다.

“어이.”

멀리서 주인공이 유진하를 불렀다.

다음은 영화의 마무리 단계였다.

지금부터는 주인공이 하라는 대로 따르면 되었다.

주인공의 말에 따라 이상한 놈은 금화가 숨겨진 무덤을 판다.

엄청난 금화를 챙긴다.

유진하는 그의 역할을 전부 대신했다.

이상한 놈 (유진하.)

영화 타이틀이 올라간다면 이렇게 기록됐을 수도 있다.

주인공은 유진하를 꽁꽁 묶고 밧줄을 목에 걸어 교수형 자세로 만들었다.

지금부터가 마지막이었다.

주인공이 떠나면서 유진하가 묶인 줄을 저격으로 맞춰서 풀어주는 명장면이었다.

탕.

꽁꽁 묶였던 유진하는 주인공이 멋진 사격 덕분에 줄이 끊어지고 해방을 맞이했다.

그제야 영화가 마무리됐다.

“후아, 드디어 끝났다.”

밧줄을 풀은 유진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 총잡이 영화가 끝났다.

시나리오 클리어라는 문구가 도착했다.

“괴도단 녀석들.”

유진하는 이 괘씸한 자들을 의식했다.

큐브의 방에 특이하고 괴상한 과제들을 던져주고 어디선가 킬킬거리며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어디 두고 보자.”

황야의 시대.

서부극의 영화가 마무리되었다.

뒤늦게 도착한 에어리스와 엘리는 영화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안도했다.

영화가 끝나자 고원은 사라졌다.

순식간에 원래의 빈 공간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클리어하는 식이구나. 잘 알겠어.”

유진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방에는 새로운 4개의 문이 더 생겨났다.

이상한 난제가 가득한 큐브의 방.

새로운 길을 가야 했다.

“쉽지 않은데?”

유진하는 눈빛을 바꾸더니 하나의 방으로 향했다.

영화를 클리어하면서 나름의 판단을 내렸다.

“이제 우리가 반격할 차례야.”

* * *

다음 방의 문이 열렸다.

4개의 방 중에서 가장 왼쪽 첫 번째로 들어갔는데, 이곳은 에어리스가 혼자 입장했다.

“분산해서 가야 해.”

유진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분산해서 가자는 전략이었다.

혼자 방에 들어온 에어리스는 밤거리의 도시에 덩그러니 혼자 있었다.

“여기는?”

어두운 도로에서 가로등 불빛이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깊은 밤의 도시였다.

대도시의 밤거리인데도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괴기스럽고 고요했다.

으슥한 뒷골목에는 누군가 쳐다보는 듯한 시선도 느껴졌다.

그때 시나리오를 안내하는 푸른빛의 문구가 나타났다.

-시나리오 개시.

이 방을 지나가려면 악당 ‘조커’를 찾아서 쓰러뜨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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