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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64화 (64/229)

64화 알카트로스 소탕전(3)

“이중 첩자…….”

유진하는 조커의 정체를 밝혀냈다.

조커는 정부의 간부 요원 E였다.

“정말인가요?”

에어리스는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유진하를 바라봤다.

“그런데… 이중 첩자가 뭔가요?”

처음 듣는 말이라서 생소하게 받아들였다.

아차.

유진하는 뒷머리를 살짝 긁으며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쉽게 말하면 양쪽에서 스파이 역할을 동시에 맡은 거야.”

“동시에요?”

“보통은 비밀리에 한쪽 스파이만 하거든. 둘 다 맡는 경우는 굉장히 예외적인 경우야.”

유진하는 가만히 조커를 바라봤다.

조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마치 인정한다는 듯이 우두커니 유진하가 설명을 마치길 기다렸다.

“마스터가 심어놓은 트로이의 목마이자, 에이스가 심어놓은 배신자 유다.”

“…….”

“양쪽을 모두 속인 이중간첩…….”

설명을 듣고도 에어리스는 여전히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하는 거죠? 양쪽에서 다하면 힘들잖아요.”

“그건 본인이 알겠지.”

조커는 백가면 속에 얼굴을 숨기고 목적도 감췄다.

유진하의 눈빛은 그의 움직임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경계심일까?

아니면 적의일까?

조커는 침묵 속에서 위협적인 기색을 드러냈다.

“확실히 이중간첩은 굉장히 어려워. 가장 의심받을 확률이 높으니까.”

“…….”

조커는 손을 품에 넣고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를 쥐는 듯했다.

점점 조커의 행동은 대담해지고 있었다.

유진하는 긴장한 채로 모든 상황에 집중했다.

“마스터가 준 알카트로스 자료에서 전투 기록을 봤어. 당신은 의심을 피하려고 E와 같이 있는 장면을 연출한 적도 있지.”

에어리스는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저 조커라는 사람이랑 E가 같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같이 있을 수가 있죠?”

“간단한 트릭이야. 연출이거든.”

유진하는 가볍게 응답했다.

“어차피 가면을 썼으니까 비슷한 체격의 사람을 대역으로 부려도 돼.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할 수도 있고.”

이중간첩을 숨기기 위해서 조커는 수많은 속임수를 활용했을 터였다.

유연한 변장과 과감한 트릭을 겸비한 상대였다.

물론 유진하는 어떤 속임수를 쓰더라도 속아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당신의 정체를 확신하는 건 아주 간단했어요.”

“…언제지?”

듣고만 있던 조커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솔직한 인정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오히려 유진하가 말을 줄이면서 가면 속의 남자를 바라봤다.

조커의 그림이 새겨진 백가면.

조커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카드였다.

트럼프 카드의 조커에 잘 어울리는 이중간첩이었다.

“당신을 만났을 때부터 알았죠.”

“만나자마자?”

“그때 당신의 행동은 다른 요원들과는 달랐거든요.”

지적은 예리했다.

E와는 집에서 처음 만났다.

같은 날 마당에서 에어리스와 대련까지 벌였는데 그 모든 것을 유진하는 눈여겨봤다.

“당신은 그때 순간적으로 에어리스를 죽이려고 했어요.”

“…….”

에어리스의 대검은 아무리 강자라도 쉽게 받아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E는 한 손으로 대검을 받긴 했으나, 순간적으로 반대편 손으로 반격할 태세를 갖췄다.

본능적인 반응이었고 그런 행동은 목숨을 노리는 살인자의 본색이라고 파악했다.

“요원들이 하는 반응이 아니죠. 사람을 죽이는 데 익숙한 모습이었어요.”

“…….”

예리한 관찰력으로 조커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때 E는 유진하를 얕보고 있었다.

당시에는 에어리스만 주의할 대상으로 여긴 탓이었다.

“주의할 대상이 하나 더 있었나?”

조커는 순순히 인정했다.

정체가 들킨 상황에서 명백한 패배 인정이었다.

아까부터 품에 넣은 손이 마침내 밖으로 드러났다.

“……?!”

빈손이었다.

조커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고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어차피 내 역할은 하나야. 이번 작전의 성공을 위하고 있어. 마스터는 너희와 협력하라고 했다.”

에어리스는 가만히 지켜봤다.

조커이자 E라는 이 남자는 대단한 실력자였다.

정부와 알카트로스 사이에서 이중간첩을 완벽하게 수행한 괴물이었다.

조커가 내민 손의 의미는 협력하자는 뜻이었다.

‘믿을 수 있을까?’

에어리스는 긴장한 낯빛이 되어 고민했다.

조커의 손을 잡느냐. 마느냐.

이 결정 하나로 앞으로의 모든 것이 바뀔 터였다.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혼란에 빠진 에어리스와 달리 유진하는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의 당신은 E인가요? 아니면 조커인가요?”

가면을 벗은 E.

가면을 쓴 조커.

두 명이 될 수 있는 이 남자는 과연 진짜 목적이 무엇일까.

가면 속에서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을까.

“이번 작전의 성공은 나에게 달렸다는 걸 명심해라.”

조커는 내민 손을 거두지 않았다.

은근한 협박처럼 들리는 말을 곁들였다.

조커가 정말로 알카트로스를 궤멸시키는 트로이의 목마가 된다면… 유진하의 작전은 순풍을 맞은 배처럼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조커가 다른 목적을 가졌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믿고 말고는 너의 선택이다.”

조커는 반대 손을 품에 넣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단검을 쥐었을 터였다.

쌍단검의 조커.

E는 쾌속의 회피력을 지녔고 무시무시한 단검술까지 겸비했다.

무기까지 손에 쥐면 완전체에 가까운 괴물이었다.

“나는 항상 작전을 세울 때마다 한 가지는 명심했어요.”

“그게 뭐지?”

“형에게 배운 책에도 적힌 내용입니다. 121번이죠.”

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

형이 만든 베스트셀러 책은 항상 위급할 때마다 성서의 가르침처럼 도움이 되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만 담긴 귀중한 책이었다.

“121번. 변수를 제거하라.”

유진하는 단호한 눈빛으로 조커를 바라봤다.

“당신은 나에게 이로운 수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최악의 수가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당신이 E인지 조커인지도 몰라요. 이중간첩을 하는 진짜 목적도 모르니까 신뢰하지 않아요.”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결정을 내린 유진하는 양손의 카드를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촤라락.

빠르게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나에게 당신은… 제거해야 할 변수입니다.”

엄청난 수의 카드들이 동굴을 가득 채웠다.

비좁은 통로는 회피하기에 적절한 곳은 아니었다.

순간 회피의 조커에게 불리한 지역이었다.

‘내가 유리한 자리. 조커는 불리한 자리.’

유진하는 이 국면을 의도했다.

극강에 도달한 조커의 실력을 익히 잘 알고 있던 탓이었다.

간부 E로 있을 적에 극강의 회피력으로 유진하와 에어리스를 고전시킨 괴물이었다.

근접전에서 무적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좁은 통로. 거기에 내가 설계한 각도를 전부 메워버리는 설계를 해놨어.’

조커 봉쇄책이었다.

좁은 공간에 피할 틈을 남기지 않고 빼곡하게 카드로 겨냥한다.

전 방향.

모든 각도.

무수한 카드가 조커를 겨냥했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걸 알려주지.”

조커는 품에서 쌍단도를 꺼내어 양손에 쥐었다.

알카트로스 소탕전의 첫 전투가 시작됐다.

“라이트닝.”

유진하가 선택한 카드는 전부 번개였는데, 하나라도 맞으면 치명적인 위력이 있었다.

“진하!”

유진하와 조커의 전투가 벌어지자, 한 걸음 물러선 곳에 있던 에어리스가 소리쳤다.

두 사람의 대결은 이미 벌어졌고 사방에 퍼진 번개 탓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마술사 유진하 대 광대 조커.

동굴을 가득 채운 번개의 위력과 빠르게 회피하는 조커의 모습이 에어리스의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다.

“이런 일이 나에게 처음인 거 같나?”

수많은 전투를 거친 조커는 죽음에 달하는 위기를 숱하게 넘어왔다.

거대한 괴물들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포위한 건 기본이었다.

생사를 오가는 전투와 핏빛 속에서 살아남았다.

“어떤 적도 다 이겨냈다.”

조커는 자신감 넘치게 벽타기를 시도했다.

번개가 쏟아지려는 순간에 대응하는 조커의 반응 속도는 전광석화였다.

믿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파지직!

카드에서 번개가 발동하려면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조커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초반에 위로 피한 후에 피뢰침을 박는다.’

벽타기로 천장을 달리면서 단검 하나를 바닥에 던져 박아놨다.

파아아!

번개는 뒤이어 발현됐으나 원래 유진하가 계획했던 방향에서 틀어지더니 바닥에 꽂힌 단검 쪽으로 몰렸다.

“이건?”

조커는 영리했다.

단검으로 피뢰침의 원리를 활용해서 번개를 몰아버려서 순간적으로 대처했다.

“괜찮은 전략이었으나 날 깨뜨릴 정도는 아니다.”

전투의 달인 같은 대응이었다.

간부 E였던 때는 맨손이었으나 지금은 심지어 단검까지 지녀 살의를 드러낸 조커였다.

회피력과 무기.

완전체인 적이었다.

“너의 지략은 인정하지. 하지만 전투는 다른 영역이다.”

조커는 남은 하나의 단검을 가지고 유진하를 겨누었다.

심장 부근.

그곳이 목표였다.

“끝을 내주겠다.”

유진하는 표정에 미동도 없이 차분했다.

“과연 그럴까요?”

작전은 원래 단계별로 있었다.

유진하의 전략은 올가미를 씌우듯이 주도면밀하게 상대를 옭아맨다.

항상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번개는 전류만이 아니라 빛도 발휘해.”

어마어마하게 밝아진 동굴이었다.

번개가 발휘하는 빛이 강렬했다.

“번개 카드는 두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번개의 위력…….”

유진하는 한 장의 카드를 더 꺼냈다.

“두 번째는 빛을 발휘한다는 거죠.”

빛의 카드를 손에 들었다.

초레어 등급의 카드였다.

이곳은 원래 빛이 없었으나 지금은 번개 카드들이 만들어낸 광활한 섬광으로 가득했다.

빛의 카드는 그 막대한 빛줄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번개의 빛이 빛의 카드를 강화하는 역할입니다.”

빛이 하나의 점처럼 카드에 모여들었다.

프리즘처럼 무지갯빛을 모아가면서 빛나고 있었다.

“이건?!”

조커는 빛의 카드가 발하는 힘을 보고 움찔했다.

초레어 빛의 카드.

중력 카드의 클로버 가면이 당했던 때부터 저 카드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당연히 경계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두운 밤이고 캄캄한 동굴이었다.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해 방심했다.

‘빛이 없으면 빛을 만들어낸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유진하의 작전은 예상을 넘어선 단계였다.

처음부터 한 수 위의 전략을 과감하게 준비했다.

“당신은 여기서 쓰러질 겁니다.”

완전히 충전된 빛의 카드가 진정한 힘을 드러냈다.

강렬하게 발산되는 빛줄기가 섬광처럼 나아갔다.

빛의 속도.

회피술에 강한 조커라 해도 빛의 속도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유진하의 계산이었다.

‘빛을 넘어설 수 없어.’

굉음이 울려 퍼졌다.

피할 수 없는 빛이 조커에게 작렬했다.

완벽한 일격이었다.

“커억!”

조커는 빛의 파동을 맞고 뒤로 넘어갔다.

공중에서 넘어가는 도중에 백가면마저 완전히 부서졌다.

가면 속에 드러난 얼굴은 E였다.

포마드를 바르지 않아 앞머리가 내려간 상태였고 은테 안경도 쓰지 않았다.

안경이 없자 남자의 매서운 눈초리가 눈에 더 띄었다.

그 눈빛은 이내 냉철함을 잃어가며 사그라들었다.

털썩.

조커는 쓰러졌다.

그가 떨어뜨린 단검은 동굴 바닥에 튀어 오르다가 구석에 떨어졌다.

배신자 조커의 정체를 밝히고 제압한다는 첫 번째 작전이 무사히 성공했다.

“조커를 잡았어.”

알카트로스 소탕전.

개미 동굴에서 벌어지는 승부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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