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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60화 (60/229)
  • 60화 기습전(1)

    유진하의 집 지붕에는 알카트로스 조직의 세 명이 도착했다.

    “목표물은 확실히 있지?”

    보랏빛 긴 머리를 한 여자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몸매가 드러나도록 딱 달라붙은 옷을 입고, 퀸 문양이 새겨진 백가면을 얼굴에 쓰고 있었다.

    “첩자에게서 정보를 받았지. 확실한 거야.”

    스페이드는 남자였다.

    평범한 체구를 가진 남자는 매사에 조심스러운 편이라 주변을 계속 곁눈질했다.

    알카트로스에서 전략을 구상하는 참모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

    “시간을 지체하면 실패 확률이 높아질 거야. 다들 서두르자고.”

    왕의 문양, 킹이 새겨진 백가면을 쓴 남자가 재촉했다.

    듬직한 체구에 성격이 급해서 전장의 돌격 대장에 어울렸다.

    “지붕에서 내려가면 시작할게.”

    퀸은 여유로운 미소를 흘리면서 타이밍을 맞추었다.

    이곳은 지붕이었고 내려가자마자 마당에 진입할 수 있다.

    여기서 방향을 틀어 집 안으로 난입하려는 기습을 계획했다.

    마스터가 나타난 지금이 최적의 기회였다.

    “시작한다.”

    그들이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정말로 올 줄은 몰랐는데요.”

    알카트로스 멤버들을 향해 누군가 빠르게 다가갔다.

    그는 단숨에 지붕으로 올라와 세 사람의 정면을 막아섰다.

    단정한 포마드 머리와 은테 안경을 낀 사람이었다.

    “너는……?”

    스페이드는 마치 싫은 사람을 만난 듯이 말끝을 줄였다.

    상대는 정부의 최정예 간부.

    회피의 달인 E였다.

    “오랜만이네요, 스페이드.”

    정부 요원과 범죄 조직.

    이들은 많은 현장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그만큼 악연이지만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요원들이 매복하고 있었나?”

    “그야 당연하죠. 마스터가 혼자 움직이는 거 봤습니까?”

    E는 침착하게 손을 흔들었다.

    마치 시계추처럼 좌우로 움직였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손놀림이었다.

    “퀴즈를 하나 내죠. 이곳에 요원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E의 뒤편에서 도시 곳곳에 숨었던 요원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1급 경호 태세인가.”

    요원들은 경호 단계를 세분화했다.

    1급은 최상급 태세였다.

    요원들이 철통같은 경계로 주변에 포진했다.

    알카트로스 뒤에 새로운 요원이 한 명 더 등장했다.

    “잘 걸려들었다, 이 범죄자 녀석들아.”

    거대한 망치를 든 장대한 체구의 사내는 듬성듬성한 턱수염이 자라난 쾌남 스타일의 근육질 체구였다.

    “간부 G인가?”

    킹은 상대를 알아봤다.

    서로 체구가 듬직한 남자들이었고 몇몇 전투에서 맞상대한 적도 있는 관계였다.

    “자네 근육이 좀 빠진 거 같은데?”

    “근손실은 네 얘기 아닌가? 요즘 운동을 덜 했나 봐.”

    간부 G와 알카트로스의 킹.

    둘 다 자신의 근육질 몸에 자부심을 가진 사내들이었다.

    운동에 집착하고 완력을 추구하는 그들 사이에는 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

    “잡담은 나중에. 지금은 제압에 집중할 시간입니다.”

    또 다른 정예 요원이 바람처럼 나타났다.

    검은 생머리를 휘날리며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미인 요원 D가 지붕에 등장했다.

    그녀는 손에 얇고 긴 태도(太刀)를 들어 검 끝으로 적을 하나씩 차례대로 겨누었다.

    “야, 너. 기분 나쁘게 검으로 겨냥하지 마.”

    퀸이 어깨를 들썩이면서 발끈했다.

    반면에 태도의 검을 쥔 D는 그 말을 순순히 들을 생각이 없었다.

    “당신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어. 범죄자니까.”

    “와, 정말 기분 나쁘게 말하네. 너도 이렇게 손가락질이라도 당하면 어떨까?”

    퀸은 손가락으로 D를 콕 집어 가리켰다.

    검으로 겨냥한 D와 손가락으로 겨냥한 퀸은 누구도 먼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자존심 싸움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간부 요원이 셋이나 있어.”

    스페이드는 상황을 돌아봤다.

    현재 위치는 지붕이고 정예 간부들에게 앞뒤로 포위된 형국이었다.

    불리한 상황이었다.

    “숫자는 3 대 3.”

    근처에 매복한 일반 요원들까지 모여들면 더 위험해지게 된다.

    “하하. 요 녀석들, 잘 만났다.”

    거대한 체구의 요원 G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주먹으로 상체를 쿵쿵 두드렸다.

    거대한 망치를 들고 언제라도 휘두를 듯한 기세였다.

    “G, 작전은 명심하세요. 혼자 날뛰면 내가 뒤치다꺼리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태도의 검을 쥔 D는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생머리를 손으로 정리했다.

    외모는 젊은 여성으로 태도의 검술 실력과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유명한 정예 간부였다.

    촉망받는 인재였다.

    “한 방이 싫으면 살살 뭉개주면 되겠네.”

    G는 어깨에 멘 망치를 내려서 천천히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말로는 살살 뭉개 준다고 했지만, 전력으로 부숴 버릴 기세였다.

    반대쪽에서 지켜보던 알카트로스의 퀸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을 안 한 건 아니었는데 역시 경계가 강했어.”

    퀸은 담뱃대 하나를 꺼냈다.

    곰방대처럼 특이하게 긴 담뱃대였는데 바로 한 모금 피우더니 연기를 후우 내뱉었다.

    퀸이 가진 힘.

    이 담뱃대에서 나오는 연기였다.

    “안개?”

    퀸이 내뿜은 담배 연기가 삽시간에 사방을 가득 찼다.

    근방을 단숨에 뒤덮었다.

    “스모그로군요.”

    E는 연기를 피하려고 빠르게 지붕에서 물러났다.

    저 연기의 능력은 요원들이라면 다들 잘 알고 있었다.

    “바람도 안 통하는 연기. 항상 까다롭죠.”

    담배 연기는 퀸이 자유자재 부릴 수 있었다.

    연기를 흩뿌려서 시야를 가리거나, 뭉치기도 가능해서 목표물을 붙잡을 수 있다.

    연기의 집약성이 강한 덕분에 세찬 바람이 불어도 흩날리지 않는다.

    “항상 느끼지만 참 번거로운 능력입니다.”

    태도의 검으로 퀸을 겨냥했던 D도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했다.

    연기는 실체가 없는 수단이었다.

    검으로 벨 수 없었다.

    “물러서는 수밖에…….”

    알카트로스의 퀸.

    연기의 능력자인 그녀는 연기를 안개처럼 퍼트려서 동료들을 은신시킬 수 있었다.

    저 능력 때문에 요원들은 알카트로스를 궤멸시키는 작전에 매번 실패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우리는 가볼게. 수고해.”

    안개 속에서 퀸의 목소리가 비웃음처럼 들렸다.

    안개의 수호를 받는 자들처럼 그들은 포위망을 뚫고 유유히 지붕에서 내려갔다.

    “자, 여기까지 왔네.”

    알카트로스의 퀸, 킹, 스페이드가 마당에 도착했다.

    이제 유진하의 집으로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쿠웅!

    알카트로스 멤버들은 갑자기 강한 압력을 받았다.

    몸이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뭐지?”

    퀸은 안개 속에 숨었음에도 육체가 짓눌리는 기운을 받았다.

    땅이 강하게 끌어당겼다.

    중력이었다.

    “잡았어.”

    유진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집 안 거실에는 세 사람이 통유리 너머로 마당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진하, 에어리스, 이소민이었다.

    “너희는?”

    퀸은 당황한 낯빛이 되었다.

    ‘중력의 카드?’

    원래는 같은 알카트로스였던 클로버의 카드였다.

    클로버는 암시장에서 유진하에게 붙잡혔다.

    알카트로스 멤버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중력의 카드는 지금 유진하의 손에서 그 힘을 온전히 발휘했다.

    “미리 말해 두죠. 마스터는 이미 없어요.”

    유진하는 단호하게 알카트로스의 습격자들을 바라봤다.

    당당한 자세였다.

    “순간 이동으로 먼저 돌아갔죠. 당신들이 절대 잡을 수 없는 곳에 갔을 겁니다.”

    “크윽!”

    알카트로스는 이번에도 마스터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목표 하나는 남아 있었다.

    에어리스.

    그들은 쌍둥이 그녀와 똑같이 닮은 에어리스를 노리고 있었다.

    “6G.”

    6배의 중력이 가해졌다.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길을 막아도 중력의 힘으로 퀸을 잡아 버리면 되었다.

    “이건 정말 예상 못 했는데.”

    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손에 든 카드마저 들기 힘들 만큼 육체는 강한 압력을 받아서 자세가 무너지고 있었다.

    “잘 아는 동료의 기술에 당하니까 더 열이 받네.”

    퀸은 중력에 고전했다.

    자랑하던 안개도 중력의 힘을 방어하지는 못했다.

    옆에 있던 근육질의 남자, 킹도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젠장, 몸이 짓눌리잖아. 헬스장에서도 이렇게 무겁게는 안 든다고.”

    알카트로스는 전체 아홉 명이었다.

    그들은 범죄에서 하나의 몸처럼 호흡을 맞췄다.

    리더 에이스가 머리.

    나머지는 팔다리였다.

    소수 정예인 그들은 동료 의식이 강했다.

    -아홉 개의 생명이 하나인 것처럼.

    동료를 목숨 걸고 지키라는 계율까지 있었다.

    여타 범죄 집단과 다른 이 부분이 알카트로스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조직으로 만들었다.

    “하는 수 없구나.”

    근육질의 킹은 창을 꺼냈다.

    중력 앞에 무너지는 중에도 반격을 준비했다.

    “답례를 해 주지.”

    창에 강한 기운이 감돌았다.

    ‘격의 창’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초레어의 무기였다.

    그 기력을 그대로 땅에 내리찍자 엄청난 위력이 발산되어 나아갔다.

    “아!”

    집에 있던 유진하에게 향하는 일격이었다.

    창에서 발휘된 기운이 집을 부수고 그대로 직선으로 뻗어나갔다.

    엄청난 위력의 파동이 지평선 너머까지 나아갔다.

    “위험해요.”

    에어리스는 서둘러 유진하와 이소민을 안고 옆으로 날아가듯이 회피했다.

    강렬한 충격파가 뒤로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직격으로 창의 파동에 맞을 뻔했다.

    “우와, 엄청나잖아.”

    에어리스 덕분에 간신히 옆으로 피한 이소민은 놀라움을 쏟아냈다.

    킹이 발휘한 충격파 덕분에 유진하의 집은 가루가 되어 버렸고, 뒤에 있는 다른 건물도 같은 신세가 되었다.

    통로가 생긴 듯이 뻥 뚫린 길이 생겼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파괴력이었다.

    “알카트로스의 킹…….”

    창술의 달인이라 불리는 그였다.

    격의 창이란 무기가 있어서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했고, 유진하는 중력의 카드 발동을 중단하고 말았다.

    덕분에 중력에 얽매였던 그들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후아, 중력의 카드가 우리 거였을 때는 몰랐는데 남의 거가 되니까 확실히 위력을 알겠네.”

    퀸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추슬렀다.

    비틀거리는 퀸의 팔을 잡아서 킹은 번쩍 일으켜 줬다.

    “원래는 잠입해서 몰래 해결할 작전이었잖아. 이제는 스케일이 너무 커졌다.”

    “나도 알아.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원래 알카트로스는 전투를 자제하고 목표만 이룰 생각이었다.

    그런데 도시가 난장판이 되었으니 요원들뿐만 아니라 경찰과 군인들도 몰려들 터였다.

    “점점 어려워지네.”

    퀸은 깨닫고 있었다.

    감옥 같은 중력에서 벗어났으나 요원들의 포위망은 더 커지고 있었다.

    알카트로스 셋으로는 불리했다.

    “지금부터 딱 1분만 해보자. 목표물만 집중하는 거야.”

    퀸은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3인 소수로 시도한 작전이었다.

    과감하게 공격할 타이밍을 노렸다.

    “당신이 에어리스군요?”

    퀸은 부드럽게 말을 걸며 곰방대를 손에 쥐었다.

    녀석들의 목적은 에어리스였다.

    “저를 아는 건가요?”

    에어리스는 대검을 꺼내어 경계심을 가진 채로 퀸을 응시했다.

    “당연하죠. 우리는 당신을 무사히 모셔 가려고 하는 거니까요.”

    “저를요?”

    에어리스가 반문하자 퀸은 부드러운 말투로 응답했다.

    “당신도 원하는 만남을 이뤄주고 싶은 거예요. 쌍둥이처럼 닮은 그 사람이 당신과 만나기를 원하고 있거든요.”

    퀸은 뜻밖의 말을 건넸다.

    에어리스와 쌍둥이 그녀가 만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

    에어리스는 머뭇거렸다.

    알카트로스가 쌍둥이 그녀를 데려간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저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에어리스까지 데려가겠다는 건가?”

    유진하가 대신 답변했다.

    알카트로스는 자신들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가져갔다.

    지금은 에어리스였을 따름이었다.

    “절대 데려가지 못하게 막겠어. 당신들이 데려간 그 사람도 구해 낼 거야.”

    “이거야 원. 우리가 인질범이라도 된 듯한 취급을 받네.”

    퀸은 웃으면서 능청을 떨었다.

    농담을 걸었는데 긴장감을 털어 버리려는 듯이 걸음도 가벼웠다.

    알카트로스의 여왕이라는 별칭답게 여유가 있었다.

    “다치지 않게 데려다줄게.”

    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남은 알카트로스 두 사람이 행동했다.

    스페이드와 킹이었다.

    창을 사용하는 킹에 이어서 스페이드도 무기를 꺼냈는데 대검이었다.

    “대검?”

    에어리스는 스페이드의 대검을 바라봤다.

    그의 대검은 특이하게도 날카로운 칼날이 톱날처럼 박혀 있었다.

    카앙!

    에어리스와 스페이드 두 사람은 정면에서 격돌했다.

    대검 대 대검.

    손에 전해지는 충격이 이전과 다른 느낌을 주었다.

    ‘전투 경험이 많은 실력자일까?’

    에어리스는 한 번 스페이드와 검을 마주친 순간에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받았다.

    톱날 대검도 그렇지만 스페이드의 군더더기 없는 검술 자세 역시 대단했다.

    빈틈이 없었다.

    “젠장.”

    스페이드와 함께 돌격했던 킹은 다른 상대를 맞이했다.

    어린 외모의 미인이면서 누구보다 강한 실력을 지닌 정예 간부 요원.

    검고 긴 생머리의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최정예 여성 간부 D.

    자신을 상징하는 얇고 기다란 태도(太刀)를 들고 당당하게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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