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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57화 (57/229)

57화 매복전(2)

산장은 긴장감으로 뒤덮였다.

간부 E는 강한 기운을 발휘했다.

유진하에 이어 산장으로 들어온 에어리스는 대검을 들어 준비했다.

유진하는 양손에 카드를 준비했다.

“진하! 제가 해 볼게요.”

대검을 휘두르며 에어리스가 빠르게 돌격했다.

이미 E의 실력은 알고 있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순간 회피가 위력적이었다.

에어리스는 대검을 휘두르려다 슬쩍 방향을 틀었다.

“음?”

갑자기 바뀐 대검의 방향은 E가 잡아내기 어려운 사각의 각도로 파고들었다.

에어리스가 몸을 비틀어서 순간적으로 대검의 궤도를 바꿨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다가 좌우로 단숨에 휘어져서 들어가는 각도였다.

검속 비틀기.

에어리스는 진화하고 있었다.

수많은 몬스터와 강적을 만나면서 그들에 맞춰 빠르게 실력이 향상됐다.

한 방의 검술이 아니라 짧고 경쾌한 움직임이 되었다.

“검의 베기가 늘었군요.”

발전된 에어리스를 보면서 E는 얼핏 미소를 지었다.

검의 궤도 틀어 버리기.

이렇게 순간적으로 바꿔 버리면 받아내기는 어려웠다.

파앗!

하지만 E의 회피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앗!”

E는 되치기에서 역공으로 방식을 바꾸었다.

긴급 회피한 후에 역으로 에어리스에게 파고들었다.

엄청난 가속력에 에어리스는 E의 돌파를 허용했다.

“틈을 보이면 당하는 겁니다.”

E는 손에서 강렬한 일격을 모았다.

단 한 방.

대검으로 방어하려던 에어리스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괴력이었다.

콰앙!

대검과 함께 뒤로 밀린 에어리스는 산장의 부실한 나무 벽을 뚫고 밖으로 튕겨 나갔다.

“으윽.”

에어리스는 짧은 고통을 토해냈다.

“…강해.”

역시 E의 실력은 무시무시했다.

에어리스는 산장 밖으로 날아가 버렸고 유진하만 남았다.

E는 손을 툭툭 턴 후에 은테 안경을 만졌다.

“유진하, 준비됐습니까?”

벽난로 불빛이 따스하게 비추는 산장 내부에는 유진하와 E만 남았다.

유진하는 긴장된 낯빛을 감추었다.

대결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위치 지정.”

유진하는 양손을 펼쳤다.

마치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는 마술사처럼 카드들을 사방에 흩뿌렸다.

카드 무리가 E의 주변을 에워싸듯이 포위했다.

“같은 수법이군요.”

E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유진하의 카드술은 저번에 카드를 모조리 손으로 잡아내서 막아 버린 적이 있었다.

같은 수법으로 나온다면 이번에도 필패였다.

“어?”

여유롭던 E의 표정이 바뀌었다.

무언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카드의 진형이 달라졌다.

“이건…….”

이전에는 카드들을 중구난방으로 펼치곤 했다.

얼핏 보면 사방을 막은 진형이지만, 실제로는 규칙성이 없고 뿔뿔이 흩어진 모습이었다.

군기가 없어서 대열이 흩어진 군대와 비슷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포진을 바꿨나?”

카드들이 진형을 이루듯이 일목요연하게 다섯 장씩 뭉쳐서 20개의 그룹을 이루었다.

유진하는 새로운 진법을 만들었다.

‘낱개로 있는 카드는 한 손으로 하나씩 쉽게 잡을 수 있어. 하지만 다섯 장씩 진형을 이룬다면 다 잡을 수 없지.’

마치 오합지졸 군대가 진형을 유지하며 정예병으로 진화하듯이.

한 장씩 손으로 잡을 수 없도록 카드를 집단으로 뭉친 진형.

유진하는 새롭게 바꾼 포진으로 E를 상대했다.

“라이트닝.”

명령을 내리자 카드들은 일제히 번개를 발휘했다.

강력한 위력이 다섯 장씩 모여서 파괴력이 더 강렬했다.

산장에서 빛이 번쩍이며 번개가 작렬했다.

“칫!”

카드를 잡을 수 없었던 E는 회피에만 의존해야 했다.

사방을 가득 채운 번개를 피하려면 산장에서 벗어나야 했다.

콰과광!

번개는 산장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쏟아지던 번개 줄기 중 일부가 튀어나가 숲의 나무에 떨어졌다.

그 바람에 나무에 불이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산장에서 빠져나온 E는 불붙은 숲의 나무를 보면서 감상에 잠겼다.

“불꽃놀이 같군요. 과연 제법이었습니다.”

나무에 붙은 불은 빠르게 옆으로 번져갔다.

불길이 번겨가는 숲을 보면서 E는 두 사람의 실력을 인정했다.

“둘 다 이전의 약점을 고쳤군요.”

저번 전투에서 유진하와 에어리스는 패배했다.

그것도 완패였다.

“대부분 사람들은 압도적인 난관에 막히면 좌절하고 맙니다.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거죠.”

전투는 특히 그랬다.

동료의 죽음, 전쟁의 비참함과 잔혹함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경우도 허다했다.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보입니다.”

실패를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한다.

유진하와 에어리스에게는 극한의 정신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죠.”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에어리스는 대검을 들어 다시 달려들었다.

준비한 대검술의 패턴은 하나가 아니었다.

‘더 준비했나?’

회피력의 E를 상대하기 위해서 에어리스는 반응 속도를 끌어올렸다.

대검의 위력보다는 속도에 집중해서 간결하게 휘둘렀고 변화무쌍한 베기로 대응했다.

바람이 몰아치는 속도가 느껴졌다.

쾌속의 대결이었다.

“하압!”

대검이 찰나의 틈을 스쳤다.

가까스로 대검을 피한 E는 즐거움을 느꼈다.

자신의 압도적인 회피력을 따라잡으려는 에어리스의 노력을 보니, 오랜만에 긴장감을 받은 덕분이었다.

긴박한 승부에서 재미를 느꼈다.

‘사람과의 대결이라…….’

E는 던전을 공략하는 업무가 아니라 지구에 들어오는 방어전을 주로 맡았다.

침입한 존재는 대부분 몬스터였다.

괴물들은 본능과 야성만으로 움직이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적들을 상대했다.

‘본능적인 반사 신경.’

순간 회피와 움직임이 야성의 몬스터를 극복하는 방법이 되었다.

그런 전투만 반복되다 보니, E는 자신이 점점 그들과 같은 짐승이 되어가는 기분을 받았다.

‘야성과 본성으로 강력한 몬스터를 죽인다.’

맹수의 눈빛을 머금은 괴물들과 싸우다 보니 이성에 무감각해졌다.

요즘 들어 E가 느낀 무료함의 정체였다.

‘사람과의 대결은 다르지.’

유진하와 에어리스는 전에 당했던 약점을 극복하고 다시 덤벼들었다.

한 수를 두면 다음 수로 대응한다.

마치 바둑을 두듯이 서로 두뇌와 작전을 이용해서 공방을 벌였다.

‘이건 대화다.’

‘전투에서 서로 나누는 대화.’

E는 전투를 통해서 상대의 생각을 읽어냈다.

지금의 대결에서 흥미를 느꼈다.

가느다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진심으로 웃었다.

“마음에 듭니다.”

에어리스와 E는 서로 떨어졌다.

숨 돌릴 틈이 생기자 E는 포마드를 바른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조금만 더.’

‘즐길 수 있게 해다오.’

E는 묘한 오오라를 뿜어냈다.

즐거움과 기대, 경멸과 호기심이 뒤섞인 듯이 특이한 기운이었다.

‘저 사람은 대체……?’

에어리스는 소름이 돋았다.

전투를 즐긴다?

살인마 나주신과는 느낌이 달랐다.

살인마는 살육을 즐긴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E는 전투 자체를 즐기는 듯했다.

‘당신을 넘어서겠어요.’

에어리스는 굴하지 않고 그 기세에 맞서기로 했다.

강한 상대를 두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

넘어서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에어리스.”

유진하가 소리쳤다.

대결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와중에 숲의 화재는 빠르게 번져나갔다.

타닥타닥.

마치 숲이 비명을 지르듯이 나무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불구덩이가 되어가며 잿더미가 되어갔다.

불길이 금세 주변까지 다가왔다.

“불이 방해가 되서 문제군요. 조금 더 즐기면서 겨뤄 볼 수는 있는데, 서둘러야겠습니다.”

강렬한 긴장감 속에서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E는 눈빛을 매섭게 바꾸더니 전투태세를 본격적으로 갖추었다.

“아쉽지만 빨리 끝내드리죠.”

E는 기운을 더 강하게 발산했다.

일순간 그의 주변에 폭풍우 같은 위력이 휘몰아쳤다.

진짜 힘.

강렬한 기운이 퍼져나갔다.

“다음에 결판이다.”

유진하는 카드를 쥔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카드 진형은 하나의 수였다.

작전은 몇 개 더 준비해 뒀다.

‘빛의 카드와 중력 카드가 있어.’

서로가 가진 최대의 힘이 있었다.

이길 수 있을까.

어쩌면 상대는 유진하의 예상보다 더 강한 괴수일 수도 있었다.

“진하…….”

에어리스는 대검을 쥔 양손을 더 굳게 잡았다.

강한 상대를 앞에 두고 더욱 투지를 불태웠다.

일촉즉발의 상황.

악마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숲에서 세 사람은 마지막 결판을 앞두고 있었다.

* * *

한 시간 뒤.

숲을 집어삼킬 듯한 화재가 어느새 사라졌다.

불길은 죽었고 숲은 살아났다.

퀴퀴한 그을음 냄새가 사방에 흔적으로 남았다.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소방관들이 최선을 다한 덕분에 화재는 빨리 잡힌 편이었다.

완전히 타버린 산장에도 사람의 존재는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니 다행이다.”

숲에는 사람이 없었다.

조금 전, 이곳에서 치열한 결전이 벌어졌으나 지금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뒤였다.

아무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불과 한 시간 전이었다.

유진하와 에어리스.

E가 벌인 승부는 중단되었다.

서로 최선을 다해서 결착을 내려던 즈음.

갑자기 날아온 연락이 상황을 전부 바꾸었다.

급보였다.

“…납치됐다?”

정부 소유의 비밀 건물에 누군가 침입했다는 소식이었다.

정체불명의 누군가 안개처럼 들어왔다가 한 여자를 데리고 사라졌다.

에어리스를 닮은 그녀를 데려갔다.

완벽한 납치였다.

“승부는 다음에 내야겠군요.”

E는 굳어진 얼굴로 대결을 다음으로 기약했다.

에어리스와 유진하 역시 갑자기 벌어진 일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말인가요?”

“100% 사실입니다. 저도 믿을 수 없지만요.”

자신과 닮은 그녀가 납치되었다니.

에어리스의 상심은 더 컸다.

정부 밑에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 낼 텐데.

누구 짓인지도 모르면 더 찾아내기 힘들어진다.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은 휴전을 제안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불타오르는 숲을 두고 전투는 일단락되었다.

유진하와 E는 대결을 다음에 기약하기로 했다.

지금은 에어리스를 닮은 그녀를 되찾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그녀가 사라지면 이 대결은 무의미했다.

비상사태였다.

“누구 짓인가요?”

“방금 연락을 받아서 정보가 없습니다.”

E는 전화기만 뚫어지도록 바라봤다.

지금은 급보만 전해졌다.

“위치는요?”

“기밀이라서 알려드릴 수 없군요.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E는 전화기를 도로 품에 넣었다.

“가 봐야겠습니다. 제 요원들도 챙겨서 가죠. 바쁘게 되었습니다.”

곧이어 빠르게 걸음을 돌렸다.

“정보가 나오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위에서 명령이 왔습니다. 여러분에 대한 추적은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안심하십시오.”

E는 서둘러 불타는 숲을 빠져나갔다.

“당신들의 수배도 해제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거기서 조사 결과를 알려드리죠.”

유진하와 에어리스는 사건을 조사할 자격이 없었다.

지금은 기다려야 했다.

유진하는 손을 들어 E를 잠시 불렀다.

“정보를 하나 제공하겠어요.”

“뭘 말이죠?”

“알카트로스의 클로버. 저희가 데리고 있는데 요원들한테 맡기겠어요.”

유진하의 대담한 제안이었다.

바쁘게 걸어가던 E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암시장 경매소에서의 소식은 들었습니다. 역시 당신들의 짓이었군요.”

“네. 저희가 했죠.”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유진하는 납치된 그녀에 대한 실마리부터 찾고 싶었다.

“클로버, 그 사람을 조사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유진하는 클로버 남자를 가둬 둔 위치를 알려 줬다.

어차피 감옥에 맡길 사람이었다.

관리하기가 어려우니 적당한 기회가 되면 요원들에게 맡길 참이었는데 마침 기회가 되었다.

“좋습니다. 저희가 데려가도록 하죠.”

E는 모든 용건을 마치자 요원들을 소집시켰다.

불길이 번져가지만 그건 소방서에 맡길 일로 치부했다.

“우리가 불부터 꺼야겠어.”

숲은 뜨거운 불길에 타들어갔다.

유진하는 얼음 카드들을 전부 꺼내서 얼려 버리기를 시도했다.

소방관이 오기 전까지 초기 진화에 힘을 보태면 빠르게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얼음 카드로 불길을 빠르게 제압했다.

“우리도 돌아가자.”

불타올랐던 숲이 잠잠해지자 이 무대를 만든 주인공들도 퇴장했다.

대결은 일단락됐다.

모든 것이 잠시 평온을 되찾았다.

하지만 새로운 싸움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 * *

“먼지가 많아서 앉지도 못하겠네.”

모처럼 집으로 돌아온 유진하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옆에 앉으려던 이소민은 소파에 깔린 먼지를 보고 기겁했다.

“아이, 더러워. 청소부터 하자.”

한 달 만에 돌아왔더니 집에 먼지가 가득했다.

“자, 걸레부터 받아.”

이소민은 걸레를 빨아 와서 건네줬다.

세 사람은 소파부터 시작해서 탁자와 선반, 바닥까지 깨끗하게 청소했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된 걸까요?”

에어리스는 슬며시 말을 꺼냈다.

누가 정부 시설에 침입해서 쌍둥이처럼 닮은 그녀를 데려갔을까.

걸레를 대충 바닥에 던져둔 이소민은 커피를 마시면서 그들의 정체에 대해 추측했다.

“누굴까? 정부를 털어먹을 정도로 정신 나간 애들 말이야.”

“짐작은 하고 있어요.”

유진하는 천천히 상황을 분석했다.

“단독 범행은 아니에요. 정부 기밀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보력이 뛰어난 집단일 거예요.”

이소민이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부 기밀을 안다고? 보통 집단이 아니잖아.”

“아마 카드나 무기를 사용했겠죠.”

유진하도 물 한 잔을 마시면서 고심했다.

“제가 아는 한. 정부를 대범하게 털어먹을 집단은 하나예요. 알카트로스의 짓이겠죠.”

다들 동의했다.

“알카트로스…….”

정부 비밀 기관을 공격할 정도로 대범한 조직은 알카트로스뿐이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 단체였다.

유진하도 비로소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 * *

“아주 뻥 뚫어 버렸군요.”

비상이 걸린 정부의 비밀 시설에는 요원들이 모여 있었다.

지하에 만들어진 벙커였는데,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대범한 방식입니다. 대놓고 정면에서 공격했으니까요.”

현장 조사에 참가한 E는 범인들의 대범한 수법을 보고 감탄했다.

지하 벙커는 겹겹이 만들어진 콘크리트 방어벽이라 단단했다.

여기를 힘으로 뚫어 버렸다.

“벙커 버스터랑 비슷하군요.”

이걸 정면으로 뚫으려면 지하 시설을 뚫고 들어가서 파괴하는 미사일 정도의 위력은 있어야 했다.

원리는 비슷하나 그들의 파괴력은 훨씬 뛰어났다.

강력한 충격파가 지하 벙커를 통째로 날려 버린 거였다.

“알카트로스…….”

E는 범죄 조직을 떠올렸다.

그들의 ‘목적’은 분명했다.

에어리스를 닮은 그녀를 데려가려고 무려 정부의 비밀 벙커를 공략했다.

“흥미롭군요. 그들이 왜 무리해서 노렸을까요?”

알카트로스의 정보는 그 멤버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었다.

마침 조사할 상대가 있었다.

“알카트로스의 클로버.”

유진하가 암시장에서 잡아서 넘겨 준 녀석이었다.

일명 클로버.

알카트로스는 백가면을 쓴 범죄자들이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스케일이 큰 조직이었는데, 트럼프 카드에서 따온 별칭을 서로의 코드명으로 사용했다.

리더는 에이스.

클로버, 하트, 다이아몬드, 스페이드.

잭, 퀸, 킹.

그리고 조커.

이렇게 총 9명이 조직원이었다.

클로버는 최초로 잡은 알카트로스 멤버였다.

그들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말 당신들 짓이라는 겁니까?”

클로버 남자는 순순히 자백했다.

이번 납치 역시 처음부터 계획했다고 알려 줬다.

직접 심문하던 E는 클로버 남자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렇게 다 불어도 되나요? 너무 순조로운데요.”

클로버 남자는 슬쩍 입꼬리를 올리더니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묘하게 기뻐 보이기도 했다.

“어차피 너희들은 늦었어. 다음 계획은 이미 실행되었으니까.”

알카트로스는 자신들의 계획을 거침없이 진행했다.

그들은 단순한 범죄 집단이 아니라 무자비하고 한계가 없는 조직이었다.

이 괴이한 범죄자들은 진짜 목적이 따로 있었다.

에어리스를 닮은 여자는 이들의 꿈을 이뤄 줄 매개체였다.

“기대해라. 알카트로스가 바라던 진짜 목표는 곧 이뤄질 테니까.”

클로버 가면의 남자가 말하는 알카트로스의 진짜 목적.

그들의 다음 모략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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