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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50화 (50/229)
  • 50화 침입자(4)

    “당신이 유진하?”

    에어리스를 닮은 쌍둥이 그녀가 요원들에게 지붕에서 포위된 순간이었다.

    에어리스가 찾으라던 그 사람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도착했다.

    요원도 일순간 경직되었다.

    “유진하가 왔네?”

    J가 게슴츠레 눈을 뜨면서 유진하를 견제했다.

    조금 전만 해도 화기애애했던 만남을 가졌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같이 잡으러 온 거야? 아니면 방해하러 온 거야?”

    J는 재빠르게 핵심을 파악했다.

    정부 요원과 고용된 프리랜서는 서로 위치가 달랐다.

    요원들은 위에서 내린 명령을 절대 복종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 조직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유진하는 달랐다.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했다.

    지금도 그랬다.

    “저 사람은 여기를 공격하러 온 게 아니잖아요. 그만해도 돼요.”

    유진하는 가볍게 응수했다.

    M과 J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목적이 불분명한 침입자는 생포 아니면 제거가 원칙이었다.

    상부에서는 침입자의 ‘제거’를 더 우선시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J는 표정이 진지해졌다.

    “정부는 방어에 가장 중심을 두고 있어. 들어온 병균은 제거하는 거야.”

    요원들은 백혈구처럼 수호자의 역할을 맡았다.

    “유진하, 잘 들어. 중요한 거야.”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J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M은 옆에서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요원들은 명령에 복종해야 해. 그건 너도 알 거야. 지금 우리 앞을 막아선다면 정부와 최정예 요원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게 될 거야.”

    J는 진지하게 알려줬다.

    순간의 선택이 모든 것을 바꾼다.

    유진하가 경솔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만류하고 싶었다.

    “의도가 뭔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미 위에서 명령이 내려졌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지?”

    “방해하는 사람도 같이 처벌한다는 거죠.”

    유진하는 살포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짧은 순간에 이미 결심을 굳힌 눈빛이 되었다.

    “오해는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무사히 보내 주고 시간이 지나면 되겠죠.”

    옆에서 듣고 있던 M은 중절모를 깊게 눌렀다.

    양측은 외나무다리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아무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는 명령에 따라야 한다. 만약 여기서 네가 막겠다면 싸울 수밖에 없어. 간부들도 오고 있다.”

    M도 진중하게 경고했다.

    분위기는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에어리스가 과거를 되찾고 싶어 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우리는 요원들이고 명령에 복종하지.”

    M은 유진하의 기분을 알았다.

    잃어버린 에어리스의 과거를 되찾으려면 쌍둥이처럼 닮은 그녀가 희망이 될 수 있었다.

    정체가 무엇일까?

    에어리스와 혈육일까?

    그렇다면 유진하는 절대 내줄 리가 없었다.

    소중한 가치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에.

    에어리스에게 소중하다면…….

    유진하에게도 마찬가지이므로.

    “반드시 보내 주겠습니다.”

    유진하는 의지를 다졌다.

    난관을 돌파하겠다고 결심했다.

    정부 요원들이 막겠다면 뚫고 지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군.”

    M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서로 가는 길이 갈라졌다.

    중요한 결정에는 피할 수 없는 대가가 뒤따른다.

    어제까지는 피를 나눈 동료였으나 이제는 대립하게 되었다.

    “정말 하는 수 없네.”

    J는 검을 꺼내어서 유진하를 겨냥했다.

    부드럽게 안부를 묻던 말투는 어느새 형식적인 통보로 바뀌었다.

    “서로의 입장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유진하, 너도 체포하겠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람이 불었다.

    힘으로 부딪치는 일만 남았다.

    J는 바람 카드를 사용했다.

    “윈드.”

    순식간에 바람이 J의 양다리에 서리더니 폭발적인 속도로 치닫기 시작했다.

    “온다.”

    J의 전매특허인 바람 카드를 이용한 급가속이었다.

    “위치 지정.”

    유진하는 양손의 카드를 전부 활용했다.

    위치 지정 카드를 사용해서 100장의 카드를 전부 허공에 띄웠다.

    “바람으로 카드를 모조리 날려버릴 수 있어.”

    J는 바람의 속도로 날아갔고 몸 주변에 폭풍우까지 휘감았다.

    강렬한 바람은 허공에 배치한 유진하의 카드를 전부 날려버렸다.

    “어때?”

    J는 유능한 정예 요원다웠다.

    유진하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세워놓은 거였다.

    일명 유진하 공략법이었다.

    “모든 카드가 날아갔어. 이제 포기하라고.”

    휘몰아치던 바람이 소리를 죽이듯이 잠잠해졌다.

    한손검을 든 J가 유진하 앞까지 다가왔다.

    붉은 머리칼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드러냈다.

    잠잠해진 머리카락 속에서 드러난 J의 표정은 무심하면서도 어딘가 슬픈 듯한 눈빛을 담았다.

    “아직 기회는 남았어. 포기해.”

    마지막 제안이었다.

    유진하는 조용히 J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한마디를 남겼다.

    “이미 저는 선택했어요.”

    J의 발밑에 카드 한 장이 있었다.

    아까 바람에 날아간 카드들은 유진하의 미끼였다.

    진짜 대비책은 따로 있었다.

    바닥에 몰래 깔아 둔 카드였다.

    “아이스.”

    전언 카드로 바닥의 카드에 명령을 내렸다.

    얼음 기둥이 순식간에 치솟아서 J의 발을 얼려 버렸다.

    “유진하!”

    J는 동상이 걸릴 만큼 차디찬 감촉을 받았다.

    너무 차가워서 머리에 짜릿한 고통이 찾아왔다.

    “지금이에요. 밑으로 내려가요.”

    유진하가 소리쳤다.

    신호를 받은 에어리스와 쌍둥이처럼 닮은 그녀가 곧바로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골목길에는 이소민이 손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유진하까지 오자 세 사람은 골목길을 돌아서 달아났다.

    요원들이 서둘러 뒤를 쫓았지만 이미 대비해 두었다.

    “파이어.”

    골목길 벽마다 수십 장의 카드가 붙어 있었다.

    전언 명령을 받자 일제히 화력을 쏟아 냈다.

    이소민이 골목 벽에 미리 카드를 붙여 둔 거였다.

    “불이다.”

    “젠장.”

    순식간에 불길이 뜨거운 차단벽을 만들었다.

    화염의 골목이었다.

    요원들은 당황해서 대처할 바를 모르고 버벅거렸다.

    유진하와 이소민은 날이 갈수록 호흡은 좋아졌다.

    “냉기 카드를 꺼내.”

    정신을 차린 요원들이 서둘러 얼음 카드를 꺼내 불길을 제압해 갔다.

    하나씩 불을 끄는 동안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완전히 당했군. 돌아가는 쪽에도 함정을 설치했을 거다.”

    뒤늦게 도착한 M은 일단 지붕에서 발이 얼어 버린 J에게 다가갔다.

    위에서 바라보니 골목의 불구덩이가 길을 완전히 막아 버렸다.

    “역시 유진하, 그 녀석이 쉽게 잡힐 수준이 아니지.”

    J도 이미 짐작했다는 듯이 표정이 편안했다.

    어쩌면 이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듯한 뉘앙스마저 느껴졌다.

    “너는 반대로 발이 얼어 버렸으니 화염 카드를 써서 얼음을 녹이겠다. 시간이 걸리겠군.”

    “좀 서둘러 줘.”

    “그러지.”

    J가 재촉하자 M은 화염 카드로 얼음을 녹이는 작업을 서둘렀다.

    마치 용접 작업처럼 섬세한 집중력이 요구되었다.

    “유진하 녀석, 이제부터가 문제라고.”

    J가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처에 간부들이 있어. 벌써 움직일 거야.”

    두 사람의 상관이자 정부의 실력자인 간부들이 온다면 상황은 완전히 바뀌고 만다.

    “일반 요원들은 몰라도 간부는 전혀 달라.”

    정예 요원 중에서도 상부에 올라간 간부들은 격이 다른 존재들이었다.

    M도 간부들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간부가 오면 최악이 되겠지.”

    요원은 검증에 검증을 거듭해서 선발한다.

    처음에는 프리랜서 용병으로 시작해서 실력이 뛰어나면 정부의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 중에서 엄격한 ‘선발전’을 거친다.

    코드명까지 받으면 그때부터 정식 요원이 된다.

    “간부는 선발전 이상이니까.”

    이후에도 활약을 면밀하게 평가받고 다수의 추천까지 받아야 최상위 단계인 ‘간부’가 될 수 있다.

    숱한 검증 과정을 거치고 간부가 된 사람들은 그만큼 압도적인 실력을 자부했다.

    탈인간에 가까운 괴물이었다.

    “간부 E가 근처에 있어.”

    J는 자신의 상관을 의식했다.

    은테 안경을 낀 E는 항상 웃으면서도 여유가 넘쳤다.

    감히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도 있었다.

    웃는 미소 속에 날카로운 칼날이 숨어 있는 자였다.

    인정사정없이 무자비한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자였다.

    간부 중에서 가장 잔혹한 결정을 내리기로 유명했다.

    “유진하나 에어리스라도 간부를 상대로는 승산이 없어.”

    J는 단언했다.

    지금까지 상대한 몬스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간부들은 정점에 오른 실력자였다.

    “항상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기준에서 판단하지. 정말 강한 자와 직접 맞선 적이 없으면 자기 실력을 실감하지 못하거든.”

    M도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E의 실력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한 번은 거대 몬스터가 넘어온 적이 있었는데, E는 혼자서 맨손의 일격으로 제압했다.

    혼자서 충분했다.

    능력은 추측하건대 이 정도였다.

    지력: A

    전투력: Ultimate

    민첩: SSS

    정신력: A

    체력: A

    최저 능력이 A.

    전투력은 무려 얼티밋 등급, 궁극에 가까웠다.

    M의 조사로 볼 때, 에어리스의 전투력이 SSS로 대단한 수치이나 E의 전투력은 그보다 한 단계 위로 분석됐다.

    “다 됐다.”

    M은 얼어 버린 J의 발을 화염 카드로 녹였다.

    남은 얼음은 손으로 툭툭 쳐서 깨버렸다.

    “엄청 불편했는데 이제 움직일 만하네.”

    J는 얼음 속에서 해방된 자신의 발을 살펴봤다.

    살짝 얼었으나 금세 온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톡톡.

    가볍게 발을 털어 보니 괜찮았다.

    한기가 남아서 차가웠으나 움직일 만은 했다.

    “서두르자. E보다 우리가 먼저 유진하를 찾아야 해.”

    J는 곧바로 바람의 카드를 사용하며 한달음에 날아갔다.

    M은 골목길에 막혀 있던 요원들 쪽으로 합류했다.

    화염으로 막혀 있던 곳이 어느 정도 풀려났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 * *

    공사장에서는 치열한 대결이 계속 이어졌다.

    에어리스는 힘든 접전을 버티고 있었다.

    “허억. 허억.”

    상대는 알카트로스의 클로버였고 초레어 중력 카드의 사용자였다.

    중력의 힘을 이용해서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어?”

    에어리스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클로버 가면의 남자는 두 발이 떠올라 공중부양하고 있었다.

    “중력을 늘릴 수 있다면 반대로 줄일 수도 있지.”

    클로버 남자는 중력을 줄여서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웠다.

    그는 실이 끊어진 풍선처럼 하염없이 계속 하늘로 올라갔다.

    “후우.”

    에어리스는 고개를 들었다.

    대검이 닿을 수 없게 아득히 높은 곳에 상대가 있었다.

    “높은 곳일수록 경치가 좋지.”

    클로버 남자는 멀리 지평선 너머를 보다가 가만히 밑을 내려다봤다.

    에어리스와 싸우던 곳은 공사장이었다.

    각종 중장비와 건설 자재가 널려 있었다.

    “자, 시작하지.”

    클로버 남자는 에어리스의 사방에 있던 벽돌 더미에 주목했다.

    중력을 줄여서 공사판 자재들을 공중으로 부양시켰다.

    “아!”

    에어리스는 뒤늦게 눈치챘다.

    바닥에서 떠오른 벽돌과 철골이 사방에 포위하듯이 배치됐다.

    이어서 무수히 많은 자재들이 에어리스 쪽으로 날아왔다.

    엄청난 양의 물체가 몰아치자 에어리스는 최대한 대검을 휘둘러서 쳐냈다.

    굉장한 쾌속의 검 놀림이었다.

    “하아압!”

    에어리스는 기합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물체를 전부 쳐냈다.

    클로버 남자는 감탄하는 마음으로 위에서 지켜봤다.

    “대단한 검술이야. 하지만 그걸로는 무리다.”

    대검을 휘둘러서 벽돌과 철골을 베었지만 부서진 파편은 여전히 공중에 남았다.

    오히려 더 작아진 형태로 날아들어 괴롭혔다.

    “아악!”

    에어리스는 몰아치는 파편들에 얻어맞았다.

    온몸에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으윽!”

    에어리스는 신음을 토해내며 대검을 움켜쥐었다.

    속성 부여 건틀릿 장갑으로 힘을 새롭게 발휘했다.

    “윈드.”

    바람의 힘이었다.

    건틀릿에서 나온 바람 속성이 대검에 감돌았다.

    이어서 에어리스는 대검을 빠르게 원형으로 회전시켰다.

    바람의 힘을 받아 세차게 휘둘러서 주변에 바람의 장벽을 만들었다.

    파아아아!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바람의 회전이 파편을 전부 튕겨냈다.

    보호막 같은 바람의 장벽이 든든하게 버텨 줬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건가.”

    클로버 남자는 조용히 내려다봤다.

    어차피 승산은 에어리스에게 없었고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일 초. 일 분.

    시간을 버는 행위로만 보였다.

    “끝내야겠어.”

    에어리스와 쌍둥이.

    두 사람을 모두 잡으라는 리더의 명령이 있었다.

    더 지체했다가는 계획이 어긋난다.

    “조금 더 강하게 보내 주지.”

    클로버 남자는 공사장 근처의 중장비를 주목했다.

    건설 기계 장비가 상당히 많았다.

    “그라비티.”

    지시어가 나오자 이번에는 포크레인이 떠올랐다.

    목표는 에어리스였다.

    무섭게 날아오는 포크레인을 피해 에어리스는 몸을 날렸다.

    “와아!”

    포크레인은 공사 중인 건물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부서지는 외벽과 망가진 중장비.

    철골과 파편이 무수히 튀어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모조리 보내 주지.”

    포크레인에 이어 주차된 화물차까지 모두 움직였다.

    중장비가 사방에서 날아왔다.

    전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에어리스는 대검을 움켜쥐면서 마지막 하나에 힘을 걸었다.

    그동안 얻은 장비가 아직 남아 있었다.

    기본 장비는 대검.

    속성 부여 건틀릿 장갑.

    마지막이 바로 충전식 목걸이였다.

    이 목걸이는 전투 중에 받은 막대한 힘을 저장하고 발현할 수 있다.

    오오라처럼 퍼지는 기운이 에어리스에게 감돌았다.

    전에도 각성의 힘과 비슷한 파괴력을 발휘해 왔다.

    “하아압!”

    에어리스의 온몸에 오오라가 서렸다.

    발현된 기운은 힘과 능력을 한 단계 올려 줬다.

    날아오는 포크레인을 향해서 에어리스가 대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포크레인이 통째로 반으로 갈라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강렬한 베기였다.

    “뭐지?”

    클로버 남자는 에어리스가 발휘하는 힘에 짐짓 놀랐다.

    이어서 날아오는 화물차 역시 에어리스는 깔끔한 일격으로 베어 버렸다.

    쿠우웅.

    커다란 포크레인과 화물차가 반으로 갈라진 채 땅에 처박혔다.

    끼기긱.

    공사장에서 가장 높이 치솟은 크레인이 비틀어지는 소리였다.

    중력의 힘은 철골마저 꺾어 버렸다.

    에어리스가 중장비를 베는 사이에 거대한 철골 크레인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쿠구궁!

    피할 틈조차 없었다.

    엄청난 크레인이 에어리스에게 낙하했다.

    충격파가 잔해와 함께 퍼져나갔다.

    찢어지는 듯이 강렬한 소리도 깊게 울렸다.

    “…됐나.”

    숨을 한 번 고르던 클로버 남자는 먼지에 파묻힌 공사장을 내려다봤다.

    “하아아압!”

    끝이 아니었다.

    무너진 크레인 속에 강렬한 기운을 발휘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에어리스였다.

    강인한 기합 소리와 동시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사방의 먼지를 모두 밀어냈다.

    “말도 안 돼.”

    에어리스는 무너지는 크레인을 받쳐내더니 오히려 더 강한 힘을 발휘했다.

    처음 보는 괴력에 클로버 남자는 당황했다.

    믿을 수 없는 힘이었다.

    에어리스는 오히려 크레인을 위로 던져 버렸다.

    “어?”

    에어리스가 크레인을 다시 세우듯이 힘으로 던졌는데, 크레인이 날아가는 방향이 클로버 남자 쪽을 향했다.

    “왜 리더가 꼭 데려오라고 했는지 알겠어.”

    당황한 클로버 남자는 이내 침착하게 대응했다.

    중력 카드를 손에 쥐었다.

    이것만 있으면 무적에 가까웠다.

    타앗!

    날아오는 크레인.

    그 안에는 사실 분주한 움직임이 있었다.

    날아오는 크레인 쪽에서 누군가 빠르게 올라타고 있었다.

    “너는?”

    크레인을 발판 삼아 올라온다.

    에어리스였다.

    하늘 높이 올라간 클로버 남자를 잡으려면 거기까지 가야만 했다.

    크레인은 사다리와 같았다.

    에어리스는 빠르게 뛰어올라서 날아가는 크레인을 타고 더 나아갔다.

    “하아압!”

    클로버 남자가 생각하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중력 카드는 사기적으로 강했으나 에어리스에게 기습적인 반격을 허용했다.

    완벽한 타이밍.

    에어리스는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 크레인을 박차고 뛰었다.

    “이야아아!”

    기합 소리가 퍼졌다.

    마침내 에어리스는 클로버 가면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찰나의 순간을 공중에서 맞이했다.

    대검의 사정거리에 상대가 들어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이한 반격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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