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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41화 (41/229)

41화 마지막 시련(5)

“후우.”

에어리스는 가만히 숨을 골랐다.

최대치의 힘을 날렸음에도 시리안이 쓰러질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실제로 시리안은 아직 건재했다.

장검을 놓치지도 않았고 자세도 무너지지 않았다.

극한의 정신력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마치 철벽의 기사처럼 굳건히 자리에 남았다.

“좋은 공격이군.”

입가에서 살짝 피를 흘렸다.

손등으로 닦아 내자 붉은 자국이 입가에 남았다.

푸른 갑옷은 상황이 달랐다.

감내하기 불가능할 만큼 강한 충격이 가해지자 갑옷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빠지직.

한 번 부서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런 거군.”

푸른 갑옷을 잃은 시리안은 평온하기보다는 격렬한 기운이 감돌았다.

분노와 파멸.

가슴 속에 담아 둔 감정이 부서진 갑옷에서 벗어나 걷잡을 수 없이 온몸으로 퍼지는 듯했다.

그때, 갑옷 속에 가려졌던 시리안의 상체가 드러났는데 에어리스는 그의 몸에서 특이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문장?!”

그의 가슴에는 칼과 방패가 겹쳐진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에어리스의 손목에 새겨진 문장과 같은 거였다.

“이 문장이 당신에게도 있는 건가요?”

에어리스는 자신의 손등을 그에게 보여 줬다.

시리안은 희미한 미소를 짓더니 대답 대신 빙결의 장검을 굳게 쥐었다.

“승부에서 이기면 물어봐라.”

그는 조용히 검을 들어 에어리스를 겨누었다.

승부는 계속 이어졌다.

“알겠어요.”

에어리스는 도끼를 다시 등에 멨다.

위력은 좋았으나 도끼는 역시 에어리스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손에 딱 맞는 무기는 역시 대검.

버스터 슬레이어였다.

“받아라.”

시리안은 단숨에 달려들었다.

에어리스도 맞받아치려고 빠르게 전진했다.

검과 검이 무겁게 마주치는 쇳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카아아앙!

격렬한 충돌과 동시에 충격파가 퍼져 나왔다.

에어리스와 시리안이 격전을 벌이는 동안 위쪽에서는 서리의 빙룡과 맹호가 강하게 맞섰다.

“크아아아아.”

야성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몸놀림은 서로 백중세였다.

빙룡은 공중에서 냉기를 뿌려댔고, 맹호는 벽면과 높이 솟아오른 바닥을 밟아가며 틈을 노렸다.

바닥의 용암은 서로 피하려고 했다.

크르르르르.

용과 호랑이가 서로의 틈을 노리며 견제했다.

찰나의 순간이 승패를 가른다.

빙룡은 매서운 냉기를 뿜어내며 얼음 가시를 발산했으나 맹호는 빠른 몸놀림으로 전부 피해 냈다.

“크르르르.”

맹호의 속도가 조금씩 올라갔다.

빙룡의 속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맹호는 본격적으로 벽과 바닥을 박차고 나아갔다.

파바박!

매서운 발톱으로 빙룡의 목을 노렸으나 아깝게 스쳐 버렸다.

“캬아아아아.”

빙룡은 공중에서 자세를 고쳐 잡았다.

매서운 한기는 여전히 강렬한 보호막처럼 불사신의 용을 지켜줬다.

쿠궁.

맹호가 야성적으로 틈을 노렸다.

공격 주도권은 확실히 용맹한 호랑이가 쥐고 있었다.

맹호의 돌진에 빙룡은 공중에서 간신히 피하기에 급급했다.

“크르르르.”

맹호는 솟아오른 바닥에 잠시 내려왔다.

그때 이전과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바닥이 차가웠다.

자세히 보니 얼어 버렸다.

냉기.

빙룡은 서리를 뿜어내면서 어느새 벽면을 전부 얼려 버렸다.

맹호가 감각적인 몸놀림으로 단숨에 숨통을 끊으려 했다면, 빙룡은 전략을 바꾼 거였다.

사방을 얼려 버리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으로 바꿨다.

그리고 지금.

빙룡의 뜻대로 되었다.

크르르르.

맹호가 자신의 장기인 야성적인 몸놀림을 선보이려고 해도 바닥이 너무 미끄러웠다.

사방은 얼음으로 뒤덮였고 냉기가 가득했다.

빙룡은 매서운 눈빛을 번뜩였다.

얼음 가시와 냉기를 모조리 쏟아부었다.

파바바박!

맹호는 미끄러운 바닥과 벽면 탓에 버둥거리며 움직였다.

속력도 줄어들어 냉기를 맞아야 했다.

서서히 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크오오오오.

서서히 육체가 굳어가면서 맹호는 더욱 약해졌다.

이에 반해 빙룡은 더 강하게 냉기를 쏟아냈다.

상황이 불리해짐을 맹호가 본능적으로 깨우쳤다.

위기감이 감돌았다.

완전히 승세를 잡은 빙룡은 자신감이 붙자 맹호를 확실하게 끝장내기 위해서 다가왔다.

그때였다.

콰아아아!

지축을 뒤흔드는 고함이 울려 퍼졌다.

맹호는 엄청난 굉음을 발산했다.

메아리처럼 그 충격파가 퍼지자 사방을 얼렸던 얼음이 일순간 깨져 버렸다.

맹호는 굉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한 번의 고함만으로 얼음을 전부 깨 버리고 상황을 뒤집었다.

카아아악.

너무 유리하다고 생각했는지 빙룡은 방심했다.

서둘러서 맹호의 근처로 갔다가 굉음 소리를 듣더니 비틀거렸다.

마침내 반격의 순간이 찾아왔다.

맹호가 빙룡에게 뛰어들었다.

불사신의 용은 미처 피할 틈도 없었다.

맹호가 빙룡의 가슴에 달려들었고 송곳니로 정확히 녀석의 목을 물었다.

“캬아아악!”

치명상이었다.

불사신의 용은 목을 물리고 더는 저항할 힘을 잃었다.

거대 몬스터끼리 승부가 마침내 갈렸다.

카강! 캉!

한편, 밑에서는 불꽃 튀는 검술 대결이 벌어졌다.

대검의 에어리스.

장검의 시리안.

그들의 공격이 연타로 매섭게 벌어지자 마치 주변에 진공이 생긴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으아아아!”

갑옷이 부서진 시리안의 공격은 이전과 달랐다.

침착함은 사라진 채 본능적인 흐름으로 일관했다.

격렬한 힘이 가미된 시리안의 검이 매섭게 날아왔다.

에어리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버텨내겠어.’

위협적인 검압이 몰아쳐도 꿋꿋이 버텨내고 남았다.

에어리스는 대검을 휘둘러 맞섰다.

휘몰아치는 검의 바람 속에서 무아지경에 가까운 검술 대결이 펼쳐졌다.

승부는 찰나였다.

“으윽!”

에어리스는 최선을 다해 맞섰으나 시리안은 차원이 달랐다.

푸른 갑옷이 부서지자 그는 마치 힘을 개방시킨 존재처럼 강해졌다.

“왜 그러지?”

시리안은 차가운 목소리로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동시에 강한 기운을 발산했다.

“와앗!”

시리안의 강렬한 기력이었다.

압박감조차 받을 틈도 없이 에어리스는 밀려났다.

한 걸음만 물러나도 승부는 기울어지게 된다.

시리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악!”

장검은 살짝 에어리스의 복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매서운 검날의 흐름은 팔과 다리도 공격했고, 에어리스는 제대로 막지 못했다.

“허억.”

에어리스는 온몸을 베인 채로 물러나고 말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깨닫고 있었다.

상대의 강함.

그리고 자신의 무력함.

한계를 보게 되었다.

‘너무 강해.’

에어리스는 고개를 들어 차분한 눈빛으로 상대를 쳐다봤다.

시리안은 거칠고 격렬한 기운을 발산했다.

‘나에게도 저런 힘이 필요해.’

온몸에 서리는 오오라.

그런 힘이 자신에게 부족했다.

그 순간, 문득 한 가지 깨달음이 떠올랐다.

에어리스는 목걸이가 있었다.

전투 중에 힘을 모아서 강렬한 일격을 발산할 수 있었다.

아까 그 힘을 충격파처럼 사용해서 시리안의 갑옷을 부숴 버리기도 했다.

마침.

그 목걸이는 또다시 완전히 충전되어 광활한 빛을 발휘했다.

‘어쩌면…….

에어리스는 가만히 생각했다.

아까처럼 강한 충격파가 아니라 오오라 같은 기운으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이 생각이 들자 마치 이전에도 그랬던 느낌이 들었다.

알 수 없는 감정.

몸에 솟아오르는 힘이 느껴졌다.

마치 암시라도 걸린 듯이 자신도 모르게 목걸이를 움켜잡았다.

“해 보자.”

목걸이의 힘은 이제 에어리스의 온몸으로 흘러들었다.

그 힘을 받자, 에어리스의 손목에 새겨진 검과 방패의 문양에서도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뭔가 알아차릴 여유도 없이 강한 빛이 에어리스의 전신에 감돌았다.

노란빛의 오오라였다.

그 강한 기력은 온몸의 세포를 깨우고 활성화해서 기력을 강하게 끌어올리는 듯했다.

숨은 힘을 깨운 걸까.

강한 기운이 솟구쳤다.

멀리서 지켜보던 시리안이 멈칫했다.

“재밌군.”

푸른 오오라의 시리안.

노란 오오라의 에어리스.

둘의 승부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아까는 에어리스가 일방적으로 밀렸으나 이제는 달라졌다.

정면으로 맞섰다.

용호상박.

승부는 백중세였다.

에어리스의 기운은 사뭇 달랐다.

오오라가 몸에 감돌자 마치 각성된 상태처럼 속력과 완력이 증가했다.

처음이었음에도 의외로 몸에 잘 맞듯이 적응했다.

“하압!”

그동안 실전으로 강해진 에어리스는 성장을 거듭했다.

강한 집념과 집중력으로 버텨냈다.

콰과과과.

휘몰아치는 검압의 바람 속에서 검술 대결은 점점 더 깊이 몰입되었다.

검술은 시리안이 우위였다.

하지만 기운은 달랐다.

에어리스의 노란 오오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고, 시리안의 푸른 오오라를 넘어섰다.

대검이 번뜩였다.

일격이었다.

시리안은 온몸에 강한 충격과 압박감을 받았다.

“크윽!”

강렬한 위력이 내리꽂혔다.

시리안은 작은 탄성을 내며 비틀거렸다.

에어리스는 최후의 일격을 날릴 기회를 맞이했다.

그 순간, 시리안의 얼굴이 보였다.

어느새 그의 표정은 달라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노에 차 있던 얼굴에 슬픔이 서렸다.

“…….”

에어리스의 대검은 그대로 나아갔다.

시리안의 장검을 밀어내고 마침내 녀석까지 베어 버리는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최후의 순간, 시리안에게는 마지막 저항의 힘이 남아 있었다.

경험의 차이일 수도 있었다.

시리안은 온몸을 감싸던 푸른빛의 오오라를 일순간 빙결의 장검에 옮겨서 담았다.

‘어?’

에어리스가 놀랄 틈도 없었다.

별안간 빙결의 장검이 빛을 발하더니 강한 반격이 날아왔다.

오오라를 일순간 검에 전부 실어서 날린 최후의 일격이었다.

콰과과광.

에어리스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려다가 역으로 강력한 반격을 되돌려 받았다.

“아악!”

에어리스는 주르륵 밀려났다.

허억. 허억.

거친 숨소리가 입가에 맴돌았다.

방금 충격파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몸이…….’

크게 부상을 입은 탓에 육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

정신력으로도 이제는 무리였다.

“단기간에 엄청나게 성장했군. 정말 훌륭했다.”

푸른 갑옷의 기사 시리안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빙결의 장검까지 완전히 부서졌다.

아까 막대한 오오라를 무리하게 담은 부작용 탓인지 검이 아예 망가졌다.

치열한 결전이었다.

마지막까지 숨이 막히는 반전을 이뤘으나 무기를 잃고 말았다.

그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지친 기색으로 앞을 응시했다.

그때, 그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쿵!

대검을 땅에 박으며 에어리스가 서서히 일어섰다.

“아직… 이에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어도 그 의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끝없는 저력을 발휘했으나 에어리스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검을 잃은 시리안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쿠구궁.

그때,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몬스터들의 대결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맹호는 빙룡의 목덜미를 물었고 이제 밑으로 내려왔다.

“크오오오오!”

큰 충격 속에 맹호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불사신의 빙룡은 여전히 목숨은 남아 있었으나 전투에 나설 기력은 잃었다.

“맹호…….”

에어리스는 힘겨운 표정으로 간신히 호랑이 몬스터의 이름을 불렀다.

맹호는 그 말에 반응하더니 에어리스를 바라봤다.

“상황이 미묘해졌군.”

몬스터 간의 승부는 맹호가 이겼고, 사람끼리 대결은 에어리스가 아쉽게 물러났다.

하지만 시리안 역시 부상이 심했고 검마저 부서졌다.

“너와의 대결은 이겼으나 검을 잃었어. 맹수를 상대할 힘도 없군. 일대일은 이겼어도 2번 방에서의 대결은 졌다.”

에어리스는 조용히 시리안의 말을 듣기만 했다.

대답할 기력조차 없어서 숨을 쉬고만 있었다.

“여기서 물러나겠다.”

시리안은 결단을 내렸다.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발길을 돌린 시리안은 뒤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에어리스는 힘든 기색을 머금은 채로 멀어지는 시리안의 뒷모습만을 바라봤다.

그를 쫓으라고 맹호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저 사람은 내 힘으로 넘어서겠어. 과거를 알기 위해서…….’

에어리스는 굳게 결심했다.

과거를 아는 자.

푸른 갑옷의 기사 시리안과는 재대결을 기약했다.

그때는 반드시 넘어서겠다고 다짐했다.

2번 방의 승부.

승리는 인간 팀이었다.

연승이었다.

“후우우.”

에어리스는 결국 열 명의 거대 몬스터를 상대해서 격전 끝에 승리를 가져왔다.

모두의 기대에 부응했다.

“우와, 정말 어려운 대결이었어. 진짜 다행이다.”

이소민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장외에서 바라만 봐도 심장이 떨릴 만큼 치열한 격전이었다.

지켜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정말 간신히 해냈어요.”

유진하도 겨우 숨을 내쉬었다.

5판3승제의 승부에서 인간 팀은 두 판을 가져갔다.

이제 남은 세 경기에서 하나만 이기면 최종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유진하는 알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

‘녀석이 그냥 물러날 리가 없어.’

탑의 주인은 아직 남은 카드가 많았다.

몬스터가 29마리나 남아 있었다.

유진하는 한 가지 생각에 잠겼다.

‘남은 세 경기 중에서 하나만 이기면 되니까 여유는 분명 우리에게 있어.’

이점을 잘 활용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 같았다.

1경기처럼 용병들이 희생하지 않더라도 100%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유진하는 최선의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떠오른 하나의 아이디어.

그걸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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