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왕좌의 시련(6)
시련을 무너뜨리고 최상층에 홀로 올라온 유진하는 마침내 탑의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하얗게 빛나는 최상층 안에는 한 명의 존재만이 있었다.
“이곳이 최상층이지.”
그는 몸에 빛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하얀 순백의 빛깔이 녀석의 몸에 가득했다.
심지어 최상층의 공간도 그자의 몸처럼 온통 빛으로 덮여 있었다.
“당신이 탑의 주인?”
유진하는 조용히 되물었다.
이성적인 존재가 있으리라고 예상했었고 그 추측은 정확했다.
녀석은 탑의 주인이자 군림하는 자였다.
그런데 음성은 아까 탑의 목소리와 달랐다.
전에는 진중하고 무거웠던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한결 경쾌하고 가벼웠다.
‘마치 다른 존재 같아.’
물론 그것만으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목소리 정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류를 찾아내서 시련을 극복한 경우는 네가 처음이었다.”
탑의 주인은 솔직히 인정했다.
녀석이 내뿜는 빛이 워낙 강해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차가웠다.
빛만이 있는 최상층 공간.
빠져나갈 곳은 없는 공허한 공간이었다.
그런 분위기에 강한 긴장감을 받았다.
“약속대로 혼자 왔어.”
한 치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진다.
밝은 빛의 최상층에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신은 누구지?”
“아무것도 아니야. 너희들이 이해할 존재는 아니지.”
대화는 계속됐다.
“이곳은 나 같은 존재들이 있는 곳이야.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존재들이 있는 곳이지.”
“그래?”
탑의 주인은 어떤 말인가를 하고 있었다. 바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계속했다.
유진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존재?
탑의 주인은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존재할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일까.
사실 에어리어 공간은 신비의 대상이었다.
많은 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제기하며 토론했다.
세상에 왜 이런 공간이 생겨난 걸까?
의견은 분분했다.
‘종말론’부터 시작해서 ‘대변혁’이라는 소리도 있었다.
우주와 지구.
모든 것을 뛰어넘은 근원적인 답도 있었다.
“우리에 대해서는 아나?”
유진하는 그에게 물어봤다.
녀석은 알고 있을까.
“생명이란 너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야. 여긴 태초부터 있었던 공간이지. 역으로 생각해 봐. 너희들이 사는 공간은 다를까?”
탑의 주인은 조용히 응답했다.
그의 짧은 반문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견해가 담겨 있었다.
-몬스터가 사는 공간이나 인간들이 사는 공간이나 같은 거다.
확실히 그런 의미로 이해했다.
“나 역시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어. 너희가 사는 곳은 우리보다 훨씬 늦게 태어났다는 사실이야. 그건 확실해.”
“…….”
유진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에어리어 공간과 그 안에 있는 던전에 대해서 신비한 장소 정도로만 여겼다.
호기심과 탐험의 대상이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봤는데 녀석들은 다른 생각을 가졌다.
‘우리랑 같은 세계라니.’
유진하가 더 질문하려는데 탑의 주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도 궁금한 점이 있어.”
녀석도 의문이 있다고?
유진하는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자신이 있던 공간에서만 살고 있었어. 하지만 너희 인간들은 달랐지. 왜 우리가 사는 곳으로 넘어왔지?”
역으로 다가오는 질문이었다.
우리가 너희 세계로 넘어왔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자 유진하는 머뭇거렸다.
탑의 주인은 질문을 계속했다.
“우리는 너희 세계로 가지 않았어. 너희도 굳이 여기로 넘어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 그런데 왜 너희는 이곳으로 계속 들어오는 거지?”
“…….”
정적이 흘렀다.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의문이었다.
인간은 왜 에어리어 공간으로 넘어갔을까?
호기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모험과 정복일까?
탑의 주인이 가진 의문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너희는 우리 공간으로 넘어왔고, 우리 것을 가져갔지. 남은 공간은 어떻게 되었을까. 텅 빈 곳이 되어 버려지거나 소멸되어 사라졌다.”
녀석은 차분했다.
움직임이 전혀 없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산다는 그 말이 떠올랐다.
“인간은 너희와 달라.”
유진하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인간에게 있어 도전은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낯선 미지를 향한 동경.
인간의 본성과도 같았다.
결과를 예단할 수 없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마저 위험한 그 길임에도 사람들은 계속 나아갔다.
그게 인간이었다.
“항상 도전하고 맞서고 있어. 욕망이든 호기심이든 다들 자신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거야. 그렇게 발전해 왔어.”
“…그런가.”
녀석은 아리송하다는 듯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떤 것이 옳은가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었다.
유진하도 그렇고 탑의 주인도 그건 알고 있었다.
“너희 세계의 주인은 누굴까?”
녀석은 커다란 질문을 던졌다.
마치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는 듯한 말이었다.
“궁금하지 않아? 어차피 공간은 서로 같은 거야. 각각의 공간마다 주인이 따로 있지. 그럼 너희 인간들의 세계에서도 주인이 반드시 있을 거다.”
“…….”
“주인이 누구지?”
“…….”
우리의 공간에도 주인이 있다?
그건 유진하도 알지 못했다.
주인이라면 신이라는 존재와 가까운 걸까.
그런 관념이 정말 실존하는 걸까?
녀석은 어렵고 곤란한 질문을 계속 던졌다.
“모르나? 그럼 너희 인간들은 아직 자신의 세계조차 모른다는 거다.”
녀석은 냉정하게 진단했다.
혼란스럽게 만드는 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아무것도 모르는군. 시련을 극복한 너라면 조금은 다를 거 같았는데 아니었어.”
그의 목소리는 끝이 내려갔다.
침울한 감정이 전해졌다.
녀석은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 보였다.
“더는 너와 얘기할 이유가 없어졌어.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는 무가치하니까.”
갑자기 불길한 의도가 느껴졌다.
유진하는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이전의 녀석도 다들 그랬지. 그럼 직접 가 보는 수밖에. 내가 직접 너희 세계로 넘어가서 알아보겠다.”
녀석이 인간 세계로 넘어온다?
그건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웠다.
지금까지 에어리어 공간에서 우리 세계로 넘어온 경우는 유진하가 알기에 없었다.
저 녀석이 온다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리라.
“그래도 너는 내 시련을 최초로 무너뜨린 존재야. 선택할 권리를 하나 줄게.”
선심이라도 쓰듯이 유진하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서 날 노려도 좋아. 물론 지금 나와 정면으로 싸우면 너의 죽음은 확실하겠지만.”
“다른 선택은?”
허언이 아니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랜 경험상 이런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전략만큼 감각도 중요했다.
‘이 녀석은 위험하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위험 신호가 뇌리에 전달됐다.
녀석의 다음 제안은 간단했다.
“나는 여러 개의 공간을 소유하고 있지. 여긴 하나에 불과해.”
얘기하는 동안 녀석의 몸에서 발산되는 빛이 더 강하게 흘러나왔다.
“나에게는 세 개의 공간이 더 있어. 거기도 여기처럼 시련이 준비되어 있지. 그걸 너희가 극복해 봐.”
광활한 빛에 휩싸인 그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시간을 주지. 네가 모든 시련을 통과하면 나는 물러날게. 하지만 실패하면 내가 너희들의 세계로 넘어갈 거다.”
탑의 주인은 그렇게 선언했다.
제안보다는 협박에 가까웠다.
대체 무슨 생각일까?
다른 공간에서 녀석이 준비한 시련은 지옥일 수도 있었다.
유진하는 물론 인간 모두에게 내민 도전장과도 같았다.
“선택은?”
이런 상황에서 유진하가 모두를 대표할 자격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야 했다.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번째 제안으로… 해 보겠어.”
“좋아. 약속은 성립됐어.”
녀석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처음으로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최상층의 방에서 녀석이 발산하는 빛은 점점 더 강해졌다.
너무 눈이 부셔서 더는 정면으로 녀석을 바라보기 어려웠다.
“여기 공간은 네가 이겼어. 전리품은 가져가라.”
“잠깐!”
유진하가 소리쳤다.
진짜 중요한 얘기가 아직 남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형이 이곳에 왔었어.”
“형?”
“그래. 예전에 나와 같이 여기에 온 적이 있었지. 형은 이곳에 남았어. 어떻게 되었는지 아나? 네가 이곳의 주인이라면 알 거야.”
“…….”
탑의 주인은 잠시 조용했다.
이윽고 한마디를 꺼냈다.
“확실히 너와 비슷한 존재가 들어온 기억이 있다. 딱 한 명이 있었지. 그게 너의 형이라는 존재겠군.”
유진하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답이었다.
그토록 찾았던 실마리.
형의 소식이었다.
하지만 기대는 어긋나 버렸다.
“너에게 알려 줄 의무는 없지. 네가 모든 시련에서 살아남으면 알려 주마.”
“이 녀석!”
탑의 주인은 약점을 잡고 뒤흔드는 타입이었다.
유진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덤으로 하나 더 알려 주지.”
녀석은 막대한 빛의 장막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갔다.
마지막 말을 남기고…….
“공간의 주인은 강한 집념이나 사념을 가진 자라면 누구나 될 수가 있어. 너희가 몬스터라 부르는 것들만이 아니라 다른 존재도 주인이 될 수 있지.”
그는 중요한 말을 전했다.
“너희도 될 수 있어. 인간이라는 존재도 주인이 될 수 있다.”
그 말을 남기고 찬란한 빛 속으로 녀석은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최상층을 가득 메웠던 하얀빛도 사라졌다.
파아아.
어둡고 으슥한 탑의 본래 모습이 드러났다.
밝은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채우자 마치 탑은 생명을 잃은 듯했다.
유진하는 방금 탑의 주인이 남긴 말을 되짚었다.
“녀석은 형의 소식을 알고 있어. 그리고 공간의 주인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말은…….”
중요한 이야기였다.
인간도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에어리어 공간을 가질 수 있다.
“푸른 갑옷의 남자…….”
시리안이라고 이름을 밝힌 자.
얼음 던전에서 장검을 휘두르며 에어리스와 맞섰던 그 남자도 공간의 주인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 속에서 유진하는 한 가지 의문에 도달했다.
“에어리스는?”
전리품 상자 속에 잠들어 있던 그녀.
아무런 기억도 남지 않은 과거.
손등에 남은 문양.
방패와 검이 그려진 그 문양은 다른 공간이나 물건에서도 발견됐다.
어쩌면 에어리스도…….
공간의 주인이었을 수도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어.”
그녀는 과연 어떤 운명 속에서 있던 걸까.
아무런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실낱같은 실마리라도 있으면 에어리스는 어떤 곳이든 들어가려 했다.
유진하도 마찬가지였다.
형의 소식도 알고 싶었다.
그토록 원했던 실마리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빛이 사라지고 시련의 장본인마저 모습을 감춘 최상층에는 전리품 상자만이 남았다.
“이건…….”
조심스레 상자를 확인하자 에어리어 클리어 조건이 성립됐다.
동시에 차원문이 열렸다.
유진하는 전리품을 챙겨서 밖으로 향했다.
생명을 잃고 무너져가는 탑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여긴 끝이야.”
첫 번째 시련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유진하는 새로운 과제를 무겁게 받은 채로 돌아갔다.
* * *
차원문에는 빛이 감돌았다.
망부석처럼 남아 기다리던 에어리스가 제일 먼저 알아챘다.
“돌아오고 있어요.”
목소리를 듣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왔다.
천막에서 쉬던 이소민.
보고서를 작성하던 M.
운동하던 용병 대장 제이슨.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차원문으로 왔다.
“녀석인가?”
M이 중얼거렸다.
차원문의 빛 속에서 서서히 누군가 나왔다.
유진하였다.
“돌아왔구나.”
모두가 반갑게 맞아줬는데 특히 에어리스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진하, 어서 와요.”
빠르게 달려와서 유진하를 확 껴안았다.
오래도록 초조하게 기다렸다. 마침내 무사히 돌아오는 모습을 보자 너무 기뻐서 행동이 먼저 나왔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에요.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에요.”
에어리스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사람을 반기듯이 감격에 겨워했다.
유진하를 부둥켜안은 채로 환영의 마음을 표현했다.
“흠흠. 적당히 하자.”
이소민이 슬쩍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얼른 유진하와 에어리스의 어깨를 잡아서 서로 떼어놨다.
“보는 눈이 많다고.”
실제로 M과 제이슨을 비롯해 정부 요원과 용병들이 가득 몰려왔다.
에어리스는 발개진 얼굴을 머금고 뒤로 물러섰다.
“너무 기뻐서 그랬어요.”
“괜찮아. 환영 인사잖아.”
유진하는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살짝 분위기를 살피던 M은 차분하게 유진하의 상태부터 살폈다.
“부상은 없는 거 같군. 최상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그건 다음에 얘기할게요.”
유진하의 손에는 방금 얻은 전리품이 있었다.
“전리품을 가져왔어요.”
“이거야?”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낡은 항아리였다.
그게 전부였다.
검이나 카드도 아니고 골동품에 가까운 물건이니, 실용성은 하나도 없는 물건처럼 보였다.
다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생한 일에 비하면 소득은 별로였군.”
제이슨은 입을 삐쭉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 대원 중에는 흥미를 잃고 자리로 돌아가 철수 준비까지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
“이상 없으면 쉬어도 된다. 보고서는 나중에 써도 되니까 그때 얘기를 듣자.”
M은 유진하를 배려해서 천막으로 안내했다.
곧 자동차가 도착했고, 유진하와 에어리스, 이소민을 태워서 현장을 떠났다.
“너희는 먼저 가라. 나도 정리하고 가도록 하지.”
M은 요원들과 현장에 남아서 뒷정리에 전념했다.
유진하 일행은 먼저 최고급 호텔로 향했는데 자동차에서도 분위기는 조용했다.
“진하…….”
피곤한 탓인지 유진하는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에어리스가 말을 걸어도 좀처럼 대답하지 않았다.
“…….”
고심하는 듯했다.
에어리스와 이소민이 물어봐도 대답을 회피하거나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숙소에 도착하자 호텔 안내인의 뒤를 따라 겨우 방으로 들어갔다.
유진하는 곧바로 다른 행동을 취했다.
“이제 됐다.”
거실부터 베란다까지 곳곳을 살폈다.
도청 장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비로소 안도했다.
“정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유진하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아까 사람들에게 보여 줬던 낡은 항아리는 가짜였고, 진짜 전리품은 이것이었다.
“목걸이?”
에어리스는 조심스레 그 물건을 양손으로 들었다.
금빛으로 만들어진 목걸이에는 보석이 달려 있었다.
“계약이 좀 불리했거든요. 던전에서 얻은 전리품은 정부 소유가 된다고 적혀서요.”
유진하는 여유롭게 웃었다.
“가짜를 주고 안심시킨 거구나.”
뒤늦게 유진하의 의도를 깨달은 이소민은 너무 기뻐서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얼른 에어리스와 유진하가 이소민의 입을 틀어막았다.
“조심해요. 바깥에 들리겠다.”
“주의할게.”
셋은 거실의 소파에 둘러앉았다.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목걸이에도 새겨진 문양이었다.
검과 방패의 문양.
보석에 새겨져 있었다.
에어리스가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니 완전히 똑같은 문양이 새겨졌다.
“이번 전리품도 그러네요.”
유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정부를 속이고 가져온 이유는 에어리스와 관련된 물건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 문양은 그녀의 과거에서 비롯된 흔적일까?
아니면…….
그리고 형의 소식은 어떨까.
탑의 주인에 대해서는 에어리스와 이소민에게도 알려 줬다.
“반드시 이겨야겠군.”
이소민은 전의를 불태우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가올 싸움은 이들에게 중요한 승부가 되었다.
지금은 알 수 없으나 언젠가는 알게 되리라 여겼다.
에어리스가 문양에 대해 알게 되어 기억을 되찾는 날.
유진하가 형의 소식을 알게 되는 날.
그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게 분명했다.
“일단 그건 알았고. 전리품도 신경이 쓰이네. 건틀릿과 반지는 알았는데, 이번에는 목걸이라…….”
이소민은 목걸이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목에 걸어보니 제법 귀부인에게 어울릴 듯한 고급스러움이 보였다.
이윽고 세 사람은 목걸이의 기능에 주목했다.
전리품은 대부분 귀한 물건이었다.
이 목걸이에도 특별한 능력이 숨겨졌으리라 추측했다.
“대체 뭘까?”
유진하, 에어리스, 이소민 세 사람은 목걸이에 주목했으나, 도통 능력을 알아내지 못했다.
“하암. 졸리다.”
밤새도록 집중하던 에어리스와 이소민은 지쳐서 자기 방으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유진하만 혼자 남아 계속 목걸이와 씨름했다.
이윽고 새벽녘 무렵이 다가오자 마침내 목걸이의 능력을 알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