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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28화 (28/229)
  • 28화 왕좌의 시련(4)

    결판이 난 순간.

    J는 몸 안의 모든 힘을 완전히 연소해 버린 기분이었다.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이기 버거운 상태로 누워 버렸다.

    ‘각오한 일이었어.’

    체념 대신 담담하게 모든 일을 받아들였다.

    공략전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목숨은 언제든지 버릴 각오였다.

    ‘순직이라…….’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게 오늘인 줄은 몰랐지만…….’

    그것도 몬스터가 아니라 살인마 인간에게 당할 줄이야.

    바닥에 누우니 천장이 보였다.

    탑이 아니라 바깥이었으면 하늘이라도 보였을 텐데…….

    약간의 아쉬움만이 남았다.

    다가오는 살인마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죽음의 사신이 다가오는 걸까.’

    서서히 마지막을 받아들이려던 그때였다.

    “그만둬!”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J는 힘겹게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봤다.

    멀리 어둠 속에 등장한 사람은 낯익은 자들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구원자에 가까웠다.

    유진하와 에어리스.

    ‘너희… 들…….’

    J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뒤를 맡겼다.

    “이건…….”

    피를 흘리며 쓰러진 J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예상치 못한 광경을 본 에어리스는 당혹스러웠다.

    충격을 받아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너무해.”

    가시가 온몸을 찌르는 듯이 극한 고통을 주었다.

    왕좌는 죽은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잔혹한 광경이었다.

    반면에 유진하는 침착했다.

    ‘원래는 대화를 해 보려고 올라온 건데…….’

    모두가 3층에 올라오면 상대가 경계할 거라 여겼다.

    용병 대장 제이슨과 같이 올 생각도 했었으나, 지금 그가 자리를 비우면 다른 용병들을 통제하기 어려웠다.

    결국 유진하와 에어리스만 올라가기로 결정했다.

    3층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 줄은 모르고.

    “살인마 나주신…….”

    악연이 있는 살인마.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 줄 알았는데 여기 있었다.

    “살아 있었군요.”

    에어리스 역시 숨을 한 번 내쉬고 마음을 다잡았다.

    살인마가 가진 사바톤 부츠의 위력이 어떤지 여실히 알고 있었다.

    어려운 승부를 직감했다.

    그런데 유진하의 생각은 달랐다.

    “다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이번엔 확실히 잡을 수 있겠어.”

    살인마를 앞에 두고도 유진하가 먼저 앞장섰다.

    “진하?”

    만류할 틈도 없이 유진하가 나서자 에어리스는 놀랐다.

    살인마 역시 반응을 보였다.

    “너희한테 굴욕을 톡톡히 받아서 빚을 갚으려고 찾았다.”

    “J는 놔줘. 그럼 상대해 주지.”

    유진하는 냉정하게 요구했다.

    피 흘리는 J의 상태가 우선 걱정이 되었다.

    부상자부터 최우선으로 여겼다.

    “그쪽이 제안할 입장인가?”

    “당연하지. 내가 마음만 먹으면 막을 방법이 많거든. 카드가 많이 있으니 어떻게 해 볼까? 아예 입구를 벽으로 막을 수도 있어. 그럼 당신도 답이 없을걸?”

    유진하는 손에서 가득 카드를 펼쳐서 보였다.

    이번에는 정부의 의뢰를 받은 거라 막대한 카드를 지원받았다.

    순간이동 카드는 물론, 각종 종류의 카드가 빼곡히 있었다.

    유진하가 좋아하는 카드로만 선별해서 가져왔다.

    그 수는 100장에 가까웠다.

    “제한 시간은 24시간. 모든 층의 왕좌를 확보하거나 리더를 죽여야 이기는 게임이야. 내가 통로를 막아 버리면 당신도 끝장이지.”

    협박은 훌륭했다.

    살인마는 원래 에어리스만을 목표로 잡은 터였다.

    유진하는 훼방꾼에 불과했다.

    눈에 거슬리는지 차가운 눈빛으로 유진하를 노려봤다.

    “어차피 너희도 다 처리할 계획이었다. 얼마든지 해 주지.”

    살인마의 검은 유진하와 에어리스를 향했다.

    “좋아. 상대는 내가 하지.”

    유진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항상 전투에 나섰던 에어리스는 자신이 맞서겠다고 자청했다.

    대검을 꺼내려는데 유진하가 손을 들어 말렸다.

    “진하…….”

    “괜찮아. 이번에는 카드가 100장이나 있어. 이거면 충분해.”

    전보다 자신 있게 나섰다.

    유진하가 스스로 싸우겠다고 나섰는데 에어리스는 그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안전제일.

    대결은 피한다.

    유진하의 목표가 지금까지 그랬는데 이번엔 전혀 달랐다.

    “네가 나와 싸우겠다고?”

    살인마는 대수롭지 않게 대응했다.

    누가 덤비든 어차피 다 죽일 생각이었다.

    유진하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당연하지. 둘이서 덤비면 우리가 200% 승리할 테니 그건 너한테 아예 가망이 없잖아.”

    유진하의 말은 자신감을 넘어서 과도함마저 느껴졌다.

    살인마는 피식거렸다.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대충 흘려들었다.

    “둘이 아니라 너 혼자 싸우면 내가 이길 확률이 있다?”

    “아니, 그래도 내가 100% 이기는 거야.”

    유진하는 당당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에어리스조차 어안이 벙벙한 채로 있을 정도였다.

    지금까지 유진하가 이렇게 자신감 있게 나선 적이 있었나?

    항상 전투는 극도로 피하고, 싸우기를 피하던 그 유진하가 아니었다.

    완전히 딴사람 같았다.

    “허세는 그만두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살인마는 서서히 발을 굴렀다.

    쾌속의 사바톤 부츠가 가속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에어리스, 뒤로 물러나 있어. 틈을 봐서 J한테 가. 부상을 확인해 줘.”

    유진하는 다음 수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혼자 싸우겠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라 진심임이 분명했다.

    “진하?”

    처음에는 당황했던 에어리스도 유진하의 의지가 진짜라고 깨닫자 그의 말대로 따랐다.

    절대 괜한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믿어 보기로 했다.

    결국 전투는 유진하와 살인마의 일대일로 결정됐다.

    “단숨에 죽여 주지.”

    살인마는 유진하의 능력을 얕보고 있었다.

    그저 잔머리만 좀 돌아가는 수준.

    딱 그 정도라고 여겼다.

    전략, 작전은 전체적인 전장에 유리하다.

    일대일 승부는 달랐다.

    개인 기량이 훨씬 중요했다.

    “여흥 거리로 단숨에 끝내 주마.”

    살인마는 알고 있었다.

    전투 능력, 신체 능력.

    반사 신경, 감각.

    이런 요소가 승부에서 더 중요한 요인이었다.

    반사 신경과 감각 역시 중요했다.

    유진하는 신체적 능력이 부족했다.

    “죽어라.”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이 빠르게 유진하에게 접근했다.

    ‘어차피 녀석이 쓰는 카드라고는 하나에 불과하지.’

    카드 100장을 가져 봐야 한 번에 하나씩 쓸 수 있다.

    공격 카드가 전부일 테고.

    해 봐야 화염이나 빙결, 아니면 번개일 뿐이었다.

    ‘카드에 의존하는 풋내기라면 셀 수도 없이 많이 상대해 왔지. 물론 모두 제물이 되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유진하도 한 장의 카드를 들었다.

    저 카드가 무엇이든.

    그대로 베어 버리거나.

    살짝 피하고 달려들면 끝이었다.

    “죽여 주마.”

    살인마는 가볍게 여겼다.

    유진하가 가진 한 장의 카드에 대해서…….

    “전언 전송 카드.”

    입에서 나온 명령어는 뜻밖이었다.

    공격 카드가 아니었다?

    유진하는 살인마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카드를 선택했다.

    “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살인마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언 전송 카드.

    술사가 머릿속에 생각한 말을 어떤 대상에게든 전송시킨다.

    메시지를 받는 대상은 사람도 가능하고, 심지어 몬스터나 물건까지 가능하다.

    제한이 없었다.

    멀리 떨어진 카드 역시 가능하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카드를 멀리 던져 놔도 전언을 통해서 능력을 발동시킬 수 있다.

    화르륵.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화염 카드에서 나온 위력이었다.

    유진하가 빙룡과 맞설 적에도 사용한 방법이었다. 그때는 화염 카드를 멀리서 발동시켜 빙룡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쏠쏠하게 사용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이건 뭐지?”

    불길은 하나가 아니었다.

    마치 부비트랩에 걸려든 듯이 살인마는 움찔했다.

    천장과 바닥에서 매서운 불꽃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사방에 퍼트려 놓은 화염 카드에서 나온 불길이었다.

    미리 유진하가 준비한 작전이었다.

    “크으윽!”

    화염은 정확하게 계산된 각도에서 나왔다.

    일부러 피하기 어렵게 각도를 잡아 놓은 거였다.

    살인마가 아무리 빨라도 불길을 뚫고 정면으로 돌파할 수는 없다.

    심지어 뒤에도 불길이 감돌면 후퇴도 불가능했다.

    화르르르.

    완전히 포위한 불꽃.

    그 속에서 살인마는 어깨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크아아악!”

    검을 떨어뜨릴 뻔했으나 극한의 의지로 버텨냈다.

    하지만 다음 작전이 있었다.

    살인마의 저항을 완전히 무의미하게 만드는 위력이었다.

    “빙결.”

    유진하는 2타도 준비했다.

    이번에는 빙결 얼음이 모든 각도에서 쏟아졌다.

    함정에 빠진 살인마는 완전히 허를 찔렸다.

    온몸이 순식간에 꽁꽁 얼어 버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지켜보던 에어리스마저 순식간에 벌어진 결과를 보며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몰랐다.

    “끝났어.”

    유진하는 손을 툭툭 털며 천천히 걸어왔다.

    에어리스는 곧바로 유진하에게 다가갔다.

    궁금한 점이 많은 표정을 지었다.

    “저기, 진하. 방금 어떻게 한 거예요? 너무 빨리 끝나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유진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함정을 파 놓고 기다렸어.”

    손에는 카드가 가득 있었다.

    100장이나 있으면 전투에서 자신 있다던 그의 말이 에어리스의 뇌리에 생생히 남았다.

    “사방에 카드를 미리 뿌려 놓았던 거야. 살인마 녀석이 다가올 타이밍에 맞춰 전언 전송 카드로 원격 발동시키려고 기다렸고.”

    에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드는 원격 작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알았는데, 궁금한 점은 따로 있었다.

    “언제 이 카드를 설치해 놓은 거죠? 어떤 거는 공중에도 있었는데요.”

    “이걸로 한 거야.”

    유진하는 다른 카드 한 장을 손에 들었다.

    에어리스는 그 카드를 살펴봤다.

    인기가 없는 C등급의 카드였다.

    “위치 지정?”

    처음 보는 카드였다.

    유진하는 살짝 웃으면서 그 카드에 대해 알려 줬다.

    “C등급이라면 대부분 쓰레기로 취급하는데 잘만 쓰면 쓸 만한 카드도 많아.”

    위치 지정 카드를 가진 유진하가 직접 시험을 보였다.

    자리 지정 카드.

    반경 10미터 이내에 술사가 가진 물건을 원하는 장소에다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었다.

    심지어 공중에도 둘 수 있었다.

    유진하는 이 카드를 활용했다.

    “위치 지정.”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진하의 손에서 모든 카드들이 수루룩 빠져나갔다.

    파바바박.

    지정된 위치대로 카드들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와아.”

    마치 카드 마술 같았다.

    모든 카드가 한순간에 퍼지며 흩어지는 모습이 바람 속에 나부끼는 깃털처럼 화려했다.

    “우와, 이렇게 한 거군요.”

    “아까 3층에 올라오자마자 싸움 소리가 들려서 바로 카드를 배치했어. 에어리스는 살인마를 쳐다보느라 눈치 못 챘을 거야.”

    가졌던 의문이 쉽게 풀렸다.

    유진하의 전략은 너무나 탁월했다.

    위치 지정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면 많은 카드들이 곳곳에 설치된다.

    겨우 몇 초.

    그거면 충분했다.

    마침 사방은 어두웠으니 살인마의 눈에 카드가 보일 리도 없었다.

    “꽤 좋은 카드 같아요.”

    “직접 해 볼래?”

    유진하는 사방에 흩어진 카드를 다시 자기 손에 모았다.

    마치 은막의 마술사처럼 카드는 부드럽고 아름답게 예술처럼 움직였다.

    “이렇게 하는 걸까요?”

    이번에는 에어리스가 모든 카드를 건네받아서 똑같이 시도했다.

    “위치 지정.”

    경쾌하게 외쳤으나 유진하와 비교해서 카드가 생각처럼 잘 움직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모든 카드를 움직이려면 그만큼 빠르게 목표를 머릿속에 지정해야 했다.

    “이거 어려워요.”

    에어리스는 겨우 한 장, 두 장만 옮기느라 바빴다.

    그마저도 잘못 옮겨서 자기 머리에 맞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야. 이거 정말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인기가 없는 거야.”

    유진하는 도로 카드를 건네받았다.

    에어리스를 대신해서 유진하가 다시 위치 지정을 사용하니까 아까처럼 카드들이 물 흐르듯 깔끔하게 움직였다.

    누가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수준으로 카드 무리가 살아서 움직이듯이, 은하수처럼 곡선을 그리며 흘러갔다.

    “카드만이 아니라 무기를 이렇게 사용할 수도 있어. 하지만 이건 잘못하면 정말 위험할 거야. 아까 에어리스의 머리에 부딪친 게 카드가 아니라 칼이라고 생각해 봐.”

    에어리스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위치 지정은 잘못 사용하는 순간, 술사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었다.

    전투에서 실전에 사용하려면 확실히 익숙한 무기가 좋았다.

    에어리스에게는 차라리 대검을 꺼내는 편이 훨씬 나았다.

    다들 사용하지 않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인기가 없을 법도 하지. 그런데 난 이런 저평가된 카드가 더 맘에 들더라고.”

    유진하는 카드를 도로 집어넣고 얼음벽 속에 갇힌 살인마에게 다가갔다.

    “어두운 실내 덕분에 카드의 위치가 전부 가려졌어. 덕분에 당신은 완전히 카드의 함정에 잡힌 거야.”

    유진하는 얼음벽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살인마를 노려봤다.

    꼼짝도 못 하고 얼어 버린 살인마는 냉동된 물고기 같았다.

    겨우 눈동자만 움직이는 살인귀.

    “숨구멍만 뚫어 줄게.”

    유진하는 차가운 배려를 해 줬다.

    어쩌면 살인마에게 굴욕적인 순간이리라.

    그의 살의는 요원이나 용병들의 숱한 죽음으로 희생을 치렀다. 이제는 죗값에 맞는 처벌을 해 줘야 했다.

    인간의 법으로 처벌한다.

    그때까지는 녀석의 목숨을 온전히 살려서 데려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해요.”

    에어리스는 유진하의 의견에 동의했다.

    전리품 상자에서 구해 준 후로 함께 공략전을 치러 오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끝났네요.”

    3층에서 벌어졌던 살인마의 참극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J의 상태는 늦지 않은 덕분에 괜찮았다.

    “상태는 어때요?”

    “어깨를 베이긴 했으나 심각한 부상은 아니야.”

    J는 웃었다.

    유진하와 에어리스 덕분에 살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던 거였다.

    붕대로 감아서 지혈하고 편히 쉬도록 두었다.

    “4층도 합류할 거야.”

    전원이 무사히 합류했다.

    서로 간의 내전도 끝났다.

    우리끼리 싸우지 않고 해결할 방법을 찾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이제 남은 문제는 단 하나.

    탑의 시련 그 자체였다.

    “이제 20시간이 남았네요.”

    각층의 생존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제한 시간까지는 아직 20시간.

    상의할 시간은 충분했다.

    “사실 생각해 둔 방법은 있어요.”

    유진하는 생존자 전원이 모이자마자 바로 선수를 쳤다.

    “무슨 방법이지?”

    제이슨은 조용히 되물었다.

    하이에나라고 부르며 얕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J를 위기에서 구해 내고 살인마까지 제압한 실력이었다.

    “듣고 싶군.”

    그는 호쾌한 스타일이라 오로지 실력으로 대우했다.

    믿음직한 면모가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부터 해 볼게요. 이건 모두가 동의해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유진하는 모두의 주목을 한데 모았다.

    탑의 시련을 깨부술 회심의 계책.

    반전의 열쇠를 제시했다.

    “이번 시련의 빈틈을 공략할 거예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내민 수수께끼 같은 시련.

    마치 세상의 법칙과도 같은 위력을 가졌다.

    이제는 달라졌다.

    모두가 힘을 합쳐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 도전했다.

    인간이 항상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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