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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23화 (23/229)

23화 성장하는 지역(2)

“에어리어를 같이 공략하자.”

J의 제안이었다.

기밀로 분류된 공략전.

유진하, 에어리스, 이소민이 참여하기를 요청했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어요. 사진 한 장만으로는 모르겠거든요.”

유진하는 점점 크기가 커진다는 성장형 에어리어에 관심을 가졌다.

J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여유롭게 웃었다.

“다른 것도 특별한 거는 없어. 들어간 요원 중에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J는 쓴웃음을 머금으며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달콤한 향이 입가에 감돈 후에 뭔가 생각이 났는지 하나를 더 알려 줬다.

“그 에어리어에 이상한 부분도 있어. 출입 인원이 제한되었다는 거야.”

“인원이 제한된다?”

유진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백 개의 에어리어를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출입에 인원 제한이 있는 경우는 처음 들어봤다.

“특이하네.”

이전에 본 적이 없다는 것…….

그만큼 더 위험하다는 반증이었다.

“의뢰를 받으면 보통 대가가 있잖아요?”

이소민이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다들 머뭇거리자, 이소민은 오히려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돈 모양을 가리켰다.

그제야 의미를 알아차린 J가 크게 웃었다.

“내가 정신이 없었네. 가장 중요한 얘기를 안 했구나.”

“프로는 돈으로 말하죠.”

이소민은 철저하게 대가부터 요구했다.

당연한 권리였다.

J는 미소를 지으며 자세한 조건을 제시했다.

“계약금은 20%. 착수금은 충분히 줄 거고. 나머지 80%는 의뢰 완료하면 거래해요.”

놀랄 만한 금액이었다.

빌딩 몇 채에 육박하는 액수였다.

“흐음. 실속에 빠삭하네.”

이소민은 돈에 빠릿빠릿했다.

반대로 유진하는 의뢰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나머지 한 명.

대검을 휘두르는 에어리스는 멍한 얼굴로 있었다.

‘대체 얘들은 뭐지?’

다른 두 사람과 달리 에어리스는 어디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초롱초롱한 눈망울만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색깔이 다른 세 사람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호흡이 잘 맞고 사이가 좋단 말이야.’

J는 생각에 잠겼다가 피식 웃었다.

저 특이한 세 사람의 관계는 나중에 생각하고 관련된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계약은 따로 담당자를 보낼 거야. 다른 조건은 있어?”

“콜. 좋아요.”

이소민은 협상을 완료했다.

실속만 맞으면 계약은 빠르게 진행됐다.

의외로 시원한 일처리에서 이소민과 J는 아귀가 잘 맞았다.

“진하는 어때요?”

에어리스가 조심스레 물어봤다.

유진하는 생각에 잠겨 있더니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

“관심이 가. 우리도 가자.”

의뢰를 받아들였다.

유진하는 알고 있었다.

에어리스는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해서라면 어떤 곳으로 갈 거라고.

푸른 갑옷의 남자와 만나면서 과거의 기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에어리스는 어떤 과거라도 언젠가 마주할 운명이라고 여겼다.

유진하는 에어리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든든한 지원자로서 함께할 거였다.

에어리스도 알고 있었다.

‘진하…….’

그의 생각. 그의 마음.

유진하와 함께하기를 바랐으나 강요할 수 없었다.

그저 고마웠다.

세 사람은 공략전에 참가하겠다고 결정했다.

“일 얘기로 방해해서 미안. 오늘은 마저 놀아도 돼.”

모든 얘기가 마무리되자 J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먼저 떠나 버렸다.

카운터를 맡았던 요원도 가 버렸고, 카페는 텅 비게 되었다.

“어차피 저녁 시간도 남았네. 오늘 원래 여기서 놀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하자.”

이소민이 먼저 앞장섰다.

유진하도 같은 생각이었다.

“한동안 못 쉴 거 같은데 오늘은 즐기자.”

눈치를 살피던 에어리스는 금세 환한 표정이 되었다.

“두 사람, 정말 고마워요.”

시간은 아직 충분히 남았다.

유진하는 구경, 에어리스는 놀이기구, 이소민은 간식 먹기.

세 사람은 각자 편한 방법으로 쉬었고 곧 날이 어두워졌다.

시간이 늦어서 마지막 놀이기구만 타고 나오려는데 어떤 걸 탈지 고민이 많았다.

“저거 어때요?”

에어리스가 고민 끝에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관람차가 있었다.

커다란 원형의 관람차는 천천히 하늘로 갔다가 내려왔다.

빠르거나 급하지 않아서 느긋하게 주변 풍경을 구경하기에 좋았다.

“다들 함께 타요.”

에어리스는 마지막만큼은 모두와 함께하고자 했다.

유진하와 이소민도 그 생각을 알고 받아들였다.

세 사람이 함께 관람차에 올랐다.

서서히 올라가는 관람차에서 야경이 보였다.

“와, 멋지다.”

놀이공원은 낮과 다르게 밤에 더 빛나고 있었다.

모두가 함께 타기를 정말 잘했다고 여길 만큼 모든 곳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에어리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난생처음 탄 놀이기구.

모두와 함께 어울려 찍은 사진.

오늘의 기억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진하, 다음에도 또 가요.”

“그럴게.”

유진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어리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바다도 보러 가고. 여행도 가 보자.”

“재밌을 거 같아요.”

에어리스는 활짝 웃었다.

유진하는 에어리스와 약속했다.

모든 일이 지금처럼 순탄하기만을 바랐다.

지켜지는 약속.

지켜지지 않는 슬픔.

어떤 결말이 기다리는지 아직은 알지 못했다.

얼마 후.

J가 보낸 계약서와 비행기 표가 도착했다.

* * *

“비행기는 처음 타 봐요.”

에어리스는 처음으로 비행기 좌석에 앉았다.

놀이기구는 타 봤어도 비행기는 처음이어서 굉장히 신기해했다.

여객기 좌석에 들어와서도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런데 이쪽은 예상외네?”

오히려 이소민이 긴장한 채로 굳어 있었다.

“이소민 누나, 고소공포증은 없는 거죠?”

유진하가 슬쩍 말을 걸자, 이소민은 정색하며 쏘아봤다.

“아니거든? 나도 비행기를 처음 타서 그래.”

“아니면 됐고요.”

곧 출발하겠다는 스튜어디스의 안내가 들렸다.

“다들 푹 자요.”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에어리스는 기내식도 마음에 들었는지 마음껏 먹고 편히 잠들었다.

이소민도 처음에는 긴장하더니 비행기가 살짝 진동할 때만 빼고는 잘 적응했다.

시간이 흘러 미국에 도착했다.

M과 J가 함께 마중을 나와서 기다려 주었다.

“어서 와.”

J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에어리스라 그랬지? 대검은 아예 가지고 있네.”

에어리스는 대검을 등에 메고 있었는데 몸에 지니고 다니는 편이 훨씬 낫다고 여겼다.

배달보다는 직접 가지고 다니기를 선호했다.

“다음에 그 실력을 더 보고 싶네.”

J는 에어리스에게 관심을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M도 유진하에게 악수를 청했다.

“기다리고 있었어.”

“잘 있었어요?”

한때는 유진하에게 하이에나라고 부르며 폄훼하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둘이서 함께 공략전을 진행하면서 동료와 같은 신뢰 관계를 갖게 되었다.

믿음이 생기면 호흡은 좋아진다.

“정부와 계약했으니 너희를 용병으로 취급해도 되나?”

M이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유진하는 피식 웃으면서 그 말에 가볍게 응수했다.

“이왕이면 비싼 용병이라고 해 줘요.”

“그러지. 비싼 몸값을 확실히 다 빼먹을 테니까 잘해 보자고.”

두 사람은 서로 많이 친해졌는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유진하와 M.

에어리스와 J.

서로 잘 어울리고 얘기를 나누는데 왠지 이소민은 혼자 떨어져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다.

‘오호라. 나는 덤 취급이네?’

무거운 대검을 휘두르는 에어리스.

기발한 작전을 구상하는 유진하.

이들에 비해 자신은 확실히 실력이 떨어지긴 했다.

그래도 자신이 가진 능력을 보여 주면 저평가에서 나아지리라 여겼다.

‘다음에 보자. 내가 더 크게 되면 그때는 의뢰비를 몇 배로 받을 거니까.’

이소민은 자신만의 각오를 굳히며 마음을 불태웠다.

묘한 자극을 받자 의욕이 샘솟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큰일을 내겠다.

굳게 마음먹었다.

* * *

유진하 일행이 현장에 도착한 때는 하루 뒤였다.

여독을 풀 틈도 없이 빠르게 기밀로 숨겨진 공략전의 현장으로 향해야 했다.

“와, 절벽이 많구나.”

에어리스는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랜드 캐니언은 바위와 벼랑으로 이뤄진 가파르고 황량한 지역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저 깊은 곳에 사진으로 봤던 장소가 있었다.

거대한 크기의 에어리어였다.

“다들 준비는 되었지.”

M은 앞장서서 현장의 시설을 설명했다.

작전 지휘소, 숙소, 장비실 등등.

이미 정부 요원들과 회사 소속의 용병들은 각자 태세를 갖췄다.

그들의 눈빛은 실전을 앞두고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

공략전 직전에는 다들 신경이 곤두선 터라, 이럴 때는 서로 거리를 유지하고 불필요한 대화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괜한 행동이 바로 싸움으로 번질 만큼 긴장의 공기가 팽팽했다.

“저 용병 회사는?”

유진하는 천막에서 익숙한 마크를 발견했다.

검과 방패를 든 사자의 형상.

세계 최대의 용병 기업으로 유명한 ‘하이코스’의 마크였다.

저 회사 용병을 고용하려면 비용도 상당히 들었다.

“이번에 참가하는구나.”

유진하는 나름 잘 아는 회사였다.

심지어 예전에 같이 공략전에 참가한 적도 있었다.

용병 대장과는 안면이 있었다.

“하이에나가 여기에 올 줄은 몰랐는데?”

역시나.

익숙한 비아냥이 담긴 목소리가 들렸다.

하이코스 용병 대장 제이슨이었다.

“제이슨.”

“프리랜서로 용병이 온다길래 누군가 했더니 너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

짧은 머리의 근육질 체격을 가진 제이슨은 반팔 셔츠와 군용 바지를 입고 손에는 작은 나이프를 지닌 채로 건들거렸다.

그는 다국적 용병 집단의 대장답게 여러 언어에도 능통했다.

한국말도 제법 잘 사용해서 의사소통에 불편함은 없었다.

“저도 당신이 참가할 줄은 몰랐어요.”

“피차일반이라는 거군.”

제이슨은 손에 든 나이프를 장난감처럼 휘휘 가지고 놀았다.

손가락 사이로 물 흐르듯이 나이프를 움직였다.

굉장한 실력이었다.

“넌 혼자 아니었나? 옆에 여성분이 동료인가.”

제이슨은 에어리스와 이소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곧 에어리스의 등에 걸린 거대한 대검에 주목했다.

“대단한 검이군. 그거 정말 휘두르는 건가?”

“그래요.”

“아하. 그런 거였군.”

제이슨은 유진하에게 다가와 작게 귓속말을 했다.

“대단한 실력자를 파트너로 둔 거구나.”

“네, 뭐.”

유진하는 대충 대답했다.

어차피 제이슨에게 설명을 해 봐야 녀석은 핀잔을 줄 게 뻔했다.

저런 스타일은 말보다 직접 보여 주는 편이 나았다.

실전에서 증명하면 된다.

제이슨은 에어리스에게 넌지시 제안 아닌 제안을 던졌다.

“이따 안에서 실력을 보여드리죠. 고민되는 부분이 있으면 이 녀석보다는 저에게 물어보셔도 됩니다.”

손가락으로 살짝 유진하를 가리키더니 호쾌하게 웃으면서 돌아갔다.

“이따 봅시다.”

M은 인사한 후에 몸을 틀었다.

이소민은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다가 제이슨이 멀리 사라진 후에야 투덜거렸다.

“무시하는 투가 굉장하네. 얼마나 잘하길래 저러냐?”

“실력은 대단하긴 하죠.”

유진하는 손가락으로 볼을 간질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제이슨의 이력은 상당했다.

“공략전은 100% 클리어했어요. 혼자 살아남더라도 반드시 목표는 해결하고 나옵니다. 그래서 별명이 사신이에요.”

붉은 머리의 요원, J가 어느새 다가와서 팔짱을 끼었다.

그녀 역시 제이슨과 같이 일한 경력이 있었다.

“성질은 좀 더러워도 실력은 확실한 녀석이야.”

에어리스는 조용히 제이슨이 들어간 천막을 바라봤다.

용병 회사 소속의 사람들도 전부 정예 실력자였다.

정부 요원들도 최정예로 보냈으니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 프로젝트인지 알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 볼게요.”

에어리스는 투지가 샘솟아서 집중하기 시작했다.

M은 모처럼 분석가의 자세가 되었다.

조용히 수첩을 꺼내서 제이슨에 대한 항목을 살펴봤다.

분석한 능력은 이러했다.

사신이라는 별명답게 제이슨은 생존 경험과 실력을 겸비했다.

지력: A

전투력: S

민첩: B

정신력: A

체력: SS

상당한 고평가였다.

특히 육체적인 면에 굉장히 강했고 전투와 체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심지어 100개의 에어리어를 클리어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마저 획득했다.

S클래스.

이번 공략전의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다.

유진하 일행은 큰 기대를 받는 전력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압박감은 덜했다.

“다들 장비를 챙겨.”

J의 안내에 따라 장비가 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거기서 필요한 물건을 모조리 챙긴 후에 작전 시간까지 기다렸다.

모든 일이 잘 진행된다고 여길 즈음이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숨을 죽이고 정체를 숨긴 자가 있었다.

“…….”

일행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목적을 가진 누군가였다.

그는 자신의 진짜 정체를 드러냈을 때, 상황을 절망적으로 요동치게 만들 요량이었다.

트로이의 목마처럼.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몰래 침입했다.

다음 날.

마침내 공략전의 시작을 알리는 경보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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