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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18화 (18/229)

18화 소용돌이 지역(3)

던전의 주인은 빙룡이었다.

거대한 몸집에서 나오는 힘과 매서운 눈보라를 일으킬 능력까지 겸비해서 버거운 상대였다.

녀석은 벽을 부수고 있었다.

벽 너머에 있는 인간들은 빙룡의 먹잇감이었다.

“해 보자고.”

정부의 최정예 요원 J는 열 명의 부하들과 함께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상대는 빙룡.

거대한 적이었다.

“겁먹지 마. 우리가 이길 수 있어.”

J는 가볍게 손을 들어 모두를 격려했다.

요원들은 모두 작은 가방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에 다량의 장비 아이템을 넣을 수 있었다.

“특제 가방이군요.”

유진하는 그들의 레어 장비에 주목했다.

정부의 일반 요원들은 없는 물건인데 이들은 모두 가지고 있었다.

무장부터 완전히 달랐다.

요원들이 소유한 가방은 정해진 용량만큼 어떤 물건이든 넣을 수 있다.

용량 30개까지 크기와 중량에 상관없이 무조건 탑재할 수 있었다.

“석궁?”

이소민은 깜짝 놀라서 요원들의 무기를 쳐다봤다.

그들은 일제히 같은 무기를 꺼냈는데 모두 석궁이었다.

보통은 검이나 도끼처럼 근접 무기를 주로 활용하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석궁은 장거리 위력이 강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장전이 느리다는 단점이 치명적이었다.

“석궁이라…….”

유진하 역시 요원들의 무기를 자세히 살펴봤다.

몬스터는 맷집이 단단했다.

석궁 화살 한 방의 힘으로는 몬스터의 전진을 막기 어려웠다.

근접전이 주류를 이루는 이유였다.

방어도 공격도 못 하는 무기.

석궁이나 활은 외면받는 쪽에 속했다.

그런데…….

열 명의 요원은 모두 석궁을 꺼냈다. 그것도 사람 몸 크기에 육박하는 대형 석궁이었다.

“장전.”

J의 명령이 떨어지자 특제 화살도 꺼냈다.

유진하는 요원 한 명에게 다가가서 특별 제작된 화살을 살펴봤다.

“명품이네요.”

던전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급 거대한 화살이었다.

거대한 몬스터를 상대할 만큼 한 방에 상당한 위력이 실려 무게감도 상당했다.

“이거라면 가능할지도.”

유진하는 조용히 요원들을 지켜봤다. 그들은 집단 대응에 익숙한 엘리트였다.

마치 군대와도 같았다.

“장전 완료.”

요원들은 석궁을 밑에 두고 발로 밟아서 고정시킨 후에, 두 팔로 활시위를 당기며 무거운 화살을 장전했다.

“고정 확인해.”

J는 여유로운 미소를 흘리며 빙룡이 벽을 부수는 모습을 바라봤다.

자세히 보니 요원들의 화살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화살 끝에 로프가 묶인 거였다.

그 로프는 화살 끝자락에 매달려 바닥까지 이어졌는데 땅바닥의 쇠고리와 연결됐다.

“조준.”

요원들은 장전을 마치고 곧바로 석궁을 들어 겨냥했다.

땅바닥에 고정시킨 쇠고리와 화살이 로프로 연결되었다.

“무슨 생각이지?”

이소민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어리스도 영문을 모르는 듯 두리번거리는데 유진하는 잠자코 지켜보기만 했다.

“타겟이 온다.”

석궁과 거대 화살.

화살 끝에는 로프를 묶어서 바닥의 쇠고리에 연결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콰앙!

마침내 커다란 충격과 함께 최후의 보루 같았던 벽이 무너져 내렸다.

벽면이 붕괴하자 먼지와 파편 속에서 푸른 한기가 차갑게 서렸다.

빙룡의 매서운 눈빛이 그 서리 속에서 드러났다.

“캬아아아아악!”

굉음 소리와 함께 날개를 펄럭이자 찬바람이 휘몰아쳤다.

괴물 녀석이 마침내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와라.”

J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벽을 뚫고 난입한 빙룡을 바라봤다.

한기를 잔뜩 머금은 괴물을 앞에 두고도 물러서지 않았다.

세찬 바람이 몰아치자 그녀의 붉은 머릿결도 휘날리고 있었다.

J는 자신만만했다.

크오오오오.

빙룡이 아가리를 크게 벌렸다.

입가에 푸른 기운이 가득 모이기 시작했다.

곧 저기서 매서운 눈보라를 뿜어낼 게 분명했다.

“좋아. 붙어 보자.”

J는 오른손에 양날검을 꺼냈다.

“검?”

너무 길지 않고 적당한 길이의 단도와 비슷했다.

저런 정도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휘두를 만했다.

유진하는 J의 행동을 지켜봤다.

올 S의 실력.

이제야 직접 볼 기회가 생겼다.

J의 준비는 더 있었다.

왼손에 카드를 여러 장 꺼냈다.

“검과 카드?”

양손에 각각 양날검과 카드를 들고 전투태세를 마쳤다.

J는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하는 실력자였다.

“윈드.”

그녀가 카드 한 장을 발동시켰다.

순식간에 주변에 강한 바람이 몰아쳤고 J는 순식간에 솟구쳤다.

“아!”

지켜보는 사람들이 모두 놀랄 만큼 빠른 속도였다.

바람의 힘을 타고 날아오른 J는 단숨에 빙룡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정확히 빙룡의 머리였다.

콰직!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J의 일격은 정확히 빙룡의 이마를 가격했다.

다만, 빙룡의 피부가 얼음이고 단단한 탓에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대신 효과는 있었다.

방금까지 녀석이 아가리에서 모으던 얼음 기운이 일순간 사라져 버렸다.

“크아아아아.”

의외의 기습을 받은 탓인지 빙룡은 잠시 머뭇거리기까지 했다.

“지금이야.”

바람의 힘이 남아 있어서 J는 공중에 아직 머물고 있었다.

그녀가 명령을 내리자 열 명의 요원들은 일제히 대형 석궁을 발사했다.

파바바밧!

바람을 가르고 날아간 거대 화살이 빙룡의 몸 여기저기에 박혔다.

허벅지. 날개. 몸통. 팔. 다리

열 개의 화살은 녀석의 모든 부위에 박혔다.

크오오오오!

빙룡이 고통스러운지 고함을 내질렀다.

화살이 박힌 끝에는 밧줄이 연결된 상태였고, 그 줄은 바닥에 미리 박아 둔 쇠고리에 묶였다.

10개의 화살.

로프가 연결되어 바닥에 고정된 상태였다.

빙룡은 마치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처럼 붙잡혔다.

“봉쇄하는 작전인가.”

유진하는 눈앞에 보이는 상황을 보고 이렇게 느꼈다.

J의 작전은 빙룡의 봉쇄였다.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되었다.

거대한 빙룡은 온몸에 줄이 연결된 채로 버둥거렸다.

‘과연 올 S라는 건가…….’

J의 실력은 대단했다.

무기와 카드를 동시에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훌륭한 지휘 능력까지 겸비했다.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선두에 나서는 J.

정예 실력자다웠다.

“잘했어. 조금만 버텨 줘.”

바람 카드 효과가 사라지자 J는 바닥에 내려왔다.

빙룡은 열 개의 밧줄에 붙잡혀 옴짝달싹 못 했다.

완벽한 봉쇄였다.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지.”

J는 허리춤에서 양날검 하나를 더 꺼냈다.

이제 쌍검을 각각 양손에 들었다.

다음 일격으로 마무리를 지을 작정이었다.

“윈드.”

바람 카드를 한 장 더 사용했다.

순식간에 그녀는 다시 날아올랐다.

이번에는 봉쇄된 빙룡의 목숨 줄을 노려야 했다.

괴물의 가슴에 보이는 푸른 심장이 목표였다.

“하아압!”

J가 기합 소리와 함께 빙룡의 심장으로 쌍검을 내밀었다.

솟구치는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단숨에 숨통을 끊어 버릴 기세였다.

그때였다.

의문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매서운 속력으로 날아왔다.

녀석은 J의 옆을 노렸다.

한참 빙룡의 심장에만 집중했던 J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아차!”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들렸다.

정체불명의 존재는 장검을 휘둘렀고, 그 앞을 대검이 막아냈다.

“당신은?”

J는 자신의 옆에 다가와 기습을 막아 낸 사람을 확인했다.

정체를 알고 크게 놀랐다.

“괜찮으세요?”

대검을 휘두른 사람은 에어리스였다.

에어리스 덕분에 J는 가까스로 기습을 피할 수 있었다.

상황은 위급했다.

기습한 상대가 장검을 휘둘렀는데 굉장한 힘이었다. 에어리스마저 밀쳐질 만큼 강력한 완력을 발휘했다.

“와앗!”

에어리스와 J는 동시에 밀쳐졌다.

카드로 사용한 바람의 힘이 아직 남아 있어서 두 사람은 다행히 바닥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기습을 어떻게 알았죠?”

J가 에어리스가 물어봤다.

에어리스가 말하기 전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제가 시킨 거예요.”

유진하였다.

차분한 얼굴로 천천히 걸어오는데 J는 유진하의 그 모습이 아까와는 다르게 보였다.

당당함이 있었다.

“이번 에어리어는 입구가 두 개였잖아요.”

유진하의 말을 듣자 J는 문득 여기 들어오기 전의 상황을 떠올랐다.

타이푼급 대형 입구 두 개가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고 서로 뒤엉키고 있었다.

“에어리어 입구가 두 개라면 던전의 주인도 두 명일 수 있어요.”

주인이 두 명일 가능성.

유진하는 처음부터 그 생각을 염두에 뒀다. 판단은 정확했다.

빙룡 말고 두 번째 주인이 역시 있었다.

기습이 실패하자 상대는 빙룡의 어깨에 올라타고 있었다.

푸른빛의 기사 갑옷을 입은 자였다.

기다란 장검을 든 남자의 몸에 푸른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흑발 머리의 남자.

푸른 갑옷을 차려입은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밑에 있는 모두를 노려봤다.

당혹스러운 쪽은 요원들이었다.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지금까지 에어리어의 주인은 항상 몬스터였다.

사람 같은 존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푸른 갑옷을 입고 장검을 가진 남자가 도저히 몬스터처럼 보이지 않았다.

J는 남자에게 소리쳤다.

“당신은 인간인가?”

“…….”

푸른 갑옷의 남자는 침묵했다.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걸까.

대놓고 인간들을 무시하는 듯했다.

J는 자신의 말이 완전히 묵살되자 굴욕감을 느끼고 양날검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유진하가 J의 앞을 막아섰다.

“서두르지 마세요.”

유진하와 이소민은 이 상황이 놀랍지는 않았다.

전리품에서 에어리스를 발견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 중에서 인간 형태의 존재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충격을 적게 받을 수 있었다.

유진하는 천천히 상대를 바라봤다.

웅장한 푸른 갑옷.

기다란 장검을 든 흑발의 남자.

‘강해 보여.’

실제로 아까 에어리스는 대검으로 막아 내지 못하고 밀려났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

에어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게 된 인간과 비슷한 존재.

불길했다.

“…….”

푸른 갑옷의 남자는 장검을 들어 단숨에 휘둘렀다.

열 개의 로프가 순식간에 전부 끊어졌다.

크오오오오.

잡혀 있던 빙룡이 해방을 맞이하자 고함을 크게 내질렀다.

순간 정신이 멍해질 만큼 거대한 굉음이 머리를 뒤흔들었다.

푸른 갑옷의 남자는 단숨에 뛰어내렸다.

빙룡에서 내려온 그는 인간을 모조리 베어 버리려는 듯이 강하게 기운을 발산했다.

그가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긴 장검에는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그의 앞을 한 사람이 막아섰다.

대검을 든 에어리스였다.

“너는……?”

남자가 처음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에어리스의 얼굴을 본 후에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에어리스는 대검을 양손에 굳게 쥔 채로 경계심을 가지고 그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봤다.

“저를 알고 있나요?”

에어리스는 조심스레 그에게 말을 걸었다.

위압감과 적의만이 가득한 남자를 앞두고 에어리스의 행동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발걸음조차 쉽게 내딛지 않았다.

“…….”

푸른 갑옷의 남자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만 있었다.

에어리스의 얼굴만 뚫어지도록 쳐다볼 뿐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나를 몰라보는 건가?”

그는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탄식? 한탄?

에어리스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푸른 갑옷의 남자는 장검을 들어 에어리스를 겨누었다.

“아무래도 상관없지. 당신이 저지른 죗값을 치르게 하면 되니까.”

에어리스의 뒤에 있던 유진하가 멈칫했다.

이번 공략전은 모든 것이 새로웠다.

먼저 던전의 주인은 두 명이었다.

하나는 몬스터이고, 하나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에어리스와는 아는 사이처럼 보였다.

그리고…….

에어리스가 저지른 죄?

‘저 남자는 에어리스를 알고 있는 건가?’

남자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처음 전리품 상자에서 발견한 에어리스.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사라진 기억.

푸른 갑옷의 남자는 에어리스가 마침내 찾아 낸 ‘기억의 조각’과도 같았다.

“저에 대해 알고 있다면 알려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부탁?”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피식 웃었다.

에어리스는 저 표정이 경멸을 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은 그런 걸 요구할 자격이 없어. 지금 나와 만난 것도 간단해.”

그는 장검을 들어 겨누었다.

“나에게 기회를 준 거야. 당신의 죗값을 치르게 해 주겠어.”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남자는 순식간에 에어리스 앞에 당도했다.

장검을 휘둘러 에어리스를 노렸다.

“큭!”

에어리스는 대검으로 상대의 공격을 겨우 막아 냈다.

빠르고 예리한 일격이라 조금만 반응이 늦었으면 치명적이었다.

에어리스는 뒤를 향해 소리쳤다.

“이 사람은 제가 맡을게요. 빙룡은 부탁해요.”

유진하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도 되겠어?”

“그럼요.”

에어리스는 푸른 갑옷의 남자와 매섭게 검을 주고받았다.

여기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에어리스가 푸른 갑옷의 남자를 다른 곳으로 유인하려고 옆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낭떠러지처럼 깊은 벼랑이 있었다.

아까 빙룡이 날아오른 지하였다.

“이따가 만나요.”

에어리스는 주저하지 않고 밑으로 뛰어내렸다.

의문의 남자와의 승부는 에어리스 본인도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으려는 생각이 있었다.

타앗!

푸른 갑옷의 남자도 에어리스의 뒤를 따라 벼랑으로 뛰어내렸다.

둘 다 사라지자 이곳에는 유진하 일행과 J의 요원들만 남았다.

물론 거대한 빙룡도 함께였다.

“우리가 빙룡을 맡아요.”

유진하는 앞을 응시했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빙룡이 가장 큰 위협이었고 어떻게든 처리해 내야 했다.

에어리스와 모두를 믿어야 했다.

“다시 재장전은 됐어?”

J는 열 명의 요원들의 준비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정예 요원들답게 그들은 빠르게 화살과 로프를 연결하여 재장전을 마쳐 놓고 있었다.

“발사!”

두 번째 화살 세례가 날아왔다.

하지만 빙룡이 달라졌다.

아까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빠르게 움직여서 화살을 전부 피했다.

“아!”

J는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몬스터에게도 지능과 감각이 있다.

같은 수법이 두 번이나 통할 만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빙룡은 강했다.

“캬아아아아악!”

날카로운 굉음을 지르더니 곧바로 온몸에 있는 얼음비늘을 또다시 가시로 바꾸기 시작했다.

저걸 발사하면 방의 모든 공간이 얼음 가시로 뒤덮이고 만다.

여기서는 피할 곳이 없었다.

“이소민 누나.”

유진하가 서둘러 불렀다.

당황하지 않던 이소민은 서둘러 유진하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하려고?”

이소민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어봤다.

일분일초가 아까울 만큼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빙룡의 온몸은 빠르게 얼음 가시로 변해 갔다.

“녀석의 약점을 잡아야겠어요.”

유진하가 카드 한 장을 손에 쥐고 외쳤다.

가져왔던 카드는 세 장이었다.

화염 카드.

순간이동 카드.

마지막 비장의 카드.

유진하는 그중에서 하나를 손에 들었다.

이 카드 한 장이 모든 상황을 반전시킬 회심의 반격이라 믿었다.

* * *

지하에는 두 사람만이 있었다.

에어리스와 푸른 갑옷의 남자.

남자는 에어리스에게 선언했다.

“당신의 죗값을 치러 주겠다.”

“내 죄……?”

에어리스는 긴장한 낯빛으로 푸른 갑옷의 기사를 바라봤다.

그녀의 과거를 아는 남자라고 그랬다.

그 눈빛은 붉은 원한으로 깊게 가득 찼다.

“모두를 배신하고 죽게 놔둔 죄. 그게 당신의 첫 번째 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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