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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을 활용하는 1000가지 방법-3화 (3/229)

3화 던전에서 만나다(2)

구름 한 점 없는 평범한 하늘이었다.

평온한 하루는 항상 잡음으로 깨지곤 한다.

“누구세요?”

대문의 벨소리가 들리자 유진하가 나갔다.

“안녕. 잘 있었어?”

이소민이었다.

유진하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여긴 뭐 하러 왔어요?”

“그냥 잘 있나 해서. 돈도 벌었고.”

“검을 팔았군요?”

“응. 귀한 검을 하나 얻었잖아. 네가 소개한 상점으로 가니까 가격을 꽤 쳐주더라. 자동차 두 대 값이었어. 물론 비싼 외제차로…….”

“그럼 밥 한 번 사는 거죠?”

“당연하지. 다 네 덕분이잖아. 풀코스로 크게 쏠게.”

이소민은 마당으로 들어왔다.

시야가 탁 트이는 넓이에 간이 정원까지 만들어진 집이었다.

“야, 네 집 진짜 좋다.”

“비싼 카드 몇 개 팔면 돼요.”

“다음 에어리어는 아직 안 나타났지?”

유진하는 뻔히 이소민을 바라봤다.

“또 가려고요? 누나는 안 된다니까요.”

“너랑 같이 가면 되잖아. 알고 보니 너 경력이 좋던데. 백 번은 갔다며?”

“상점 주인아저씨한테 들었어요? 하여튼 비싼 값은 잘 쳐주는데 입방정이 싼 편이야.”

“그런데 너는? 그때 그 여자애는 어때?”

유진하는 볼을 간질거리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때, 멀리서 여자가 물잔이 담긴 쟁반을 들고 다가왔다.

“어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네요.”

“아, 저를 알아보겠어요?”

이소민이 살짝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여기 주스가 있어요. 맛있어요.”

“고마워요. 마침 목이 말랐거든요.”

주스 잔을 받은 이소민이 단숨에 벌컥벌컥 마셨다.

멀뚱히 바라보던 유진하가 퉁명스럽게 틱틱거렸다.

“빨리 마시면 체해요.”

“헷갈리는 감이 있는데… 네가 친절한 건지. 잔소리가 많은 건지 잘 모르겠어.”

시원하게 한 잔을 마신 이소민이 다시 쟁반에 컵을 올려놨다.

“제 이름은 이소민이에요.”

“아, 저는…….”

여자는 잠시 머뭇거렸다.

유진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얘기해도 돼. 소민 누나는 앞으로도 자주 볼 사이 같으니까. 내가 피하고 싶어도 귀신같이 따라붙을 거 같거든.”

이소민이 살짝 고개를 돌려 째려보자, 유진하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서 시선을 회피했다.

“파트너로 가는 거야. 짐짝 취급은 하지 말자.”

“누나 때문에 순간 이동 카드를 하나 썼거든요. 빌딩 하나 값. 기억하죠?”

“걱정하지 마. 앞으로 그 배는 더 벌게 해줄게.”

“누나는 내가 했던 말을 안 듣는 것 같아요. 목숨을 최우선. 그게 무슨 의미인 줄은 알죠?”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하가 하늘을 바라봤다.

“아무리 비싼 아이템이 있어도 위험하면 포기할 줄 알아야 해요. 수많은 실력자들도 욕심 앞에서 경솔한 판단을 해요. 방심하는 거고요. 침착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죽어요.”

“알았어. 나도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네가 하라는 대로만 할 거야.”

“그건 맘에 드네요.”

“물론 돈은 좀 벌고 싶어. 너는 형을 찾는다고 했는데, 사실 나도 동생이 희귀병에 걸렸거든.”

“희귀병이요?”

“그래. 병명도 모른다더라. 당연히 치료비는 무지하게 깨지고.”

이소민은 덤덤하게 얘기했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해 죽어가는 가족이 있다면, 누구라도 돈을 구하려고 노력할 거였다.

“열심히 벌어서 동생 치료비는 물론, 아예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는 큰 병원을 만들어 볼까 해.”

“그렇군요.”

이소민 역시 돈을 원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목표를 이루려면 정말 큰돈이 필요할 터였다.

유진하와 이소민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전리품 상자에서 발견된 여자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쟁반을 든 채로.

“저기…….”

“아, 맞다. 이름이 뭐라고 했죠?”

이소민이 묻자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는 기억이 없어서요.”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런가요. 유진하, 혹시 병원에는 데려가 봤어?”

“가 봤는데 엑스레이가 잘 안 찍혀요. 우리와는 다른 생명체 같아요.”

유진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옆에 있던 여자는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말도 작게 했다.

“그래서 이름을 붙여주셨어요. 주인님이.”

“주인님?”

푸핫!

이소민이 웃음보를 크게 터트렸다.

“주인님이 뭐야. 주인님이.”

유진하도 뒷머리를 긁으면서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아이, 나도 그냥 유진하. 내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다고요. 그런데 계속 저렇게 부르겠다고 하는데 어떡해요.”

벌게진 얼굴로 난감한 듯이 유진하가 양어깨를 으쓱했다.

여자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얘기했다.

“저에게 붙여준 이름이 있어요. 에어리스라고.”

“에어리스?”

“네, 에어리어에서 저를 발견한 거잖아요. 그래서 에어리어스. 줄여서 에어리스라고 붙여줬어요.”

이소민이 떨떠름한 듯이 다가와서, 유진하의 머리 위를 살짝 손으로 잡았다.

“너 참 단순하네. 이런 면에서는. 이름을 그렇게 대충 짓냐?”

“그래도 제가 지은 이름이 맘에 든다고 하던데요.”

유진하는 억울하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에어리스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저는 유진하 주인님이 지어 준 이름이 맘에 들어요.”

“다 좋은데 주인님이란 말은 빼면 안 될까?”

“버릇이 되었나 봐요. 빨리 고쳐 볼게요.”

에어리스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이소민은 머리를 긁적였다.

“하아. 그냥 나까지 주인님이라고 안 불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구나.”

“그래도 꽤 똑똑한 편이에요.”

유진하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일주일 만에 언어와 글자를 마스터했고, 벌써 인간의 역사까지 단숨에 외우고 있어요. 아직 자동차와 엘리베이터 같은 거는 적응이 어려운 느낌이지만. 그것도 금방 하겠죠.”

“흐음. 그렇구나.”

이소민은 팔짱을 낀 채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 너한테 물어볼 게 있는데, 파트너.”

“저는 파트너를 안 두는데요.”

“이제부터 두면 되잖아. 하여튼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 다음에는 나랑 꼭 같이 가는 거잖아.”

“개인적으로는 누나 다음번에 죽을 거 같아서요.”

“야 이, 부정 타는 소리 하지 마.”

유진하와 이소민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에어리스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저, 다음 차원문이 열리면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에어리스도 같이 간다고?”

“네, 저도 두 분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유진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 될 말이야. 위험해.”

“지켜드릴 수 있어요. 내가 힘이 있다면.”

에어리스가 말하자 손에 있는 푸른 문양에서 살짝 기운이 감돌았다.

눈빛에는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백마저 느껴질 만큼 단호했다.

부끄럽고 조심스러워하던 이전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알았어, 증명하면 그렇게 할게.”

유진하는 잠깐 생각하더니 이소민과 에어리스를 바라봤다.

“두 사람이 붙어서 이기는 사람만 다음에 데려가겠어.”

“뭐?”

이소민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나는 네 파트너잖아.”

“저는 파트너를 안 둬요.”

“에이, 저번에 같이 갔으면 파트너지.”

“그건 두고 봐야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그럼 에어리스가 가면 되니까.”

유진하는 잠시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검 하나를 꺼내왔다.

“오, 너도 검이 있었냐?”

“이건 기념으로 갖고 있던 거예요. 팔아도 값이 안 나오는 싸구려죠. 누나가 가진 차 한 대 값은커녕 아무도 안 사는 거고요.”

이소민이 잠시 유진하의 검을 바라봤다.

딱 봐도 엄청 낡았고 날이 빠져 제대로 벨 수도 없는 상태였다.

“확실히 고물이네.”

“말했잖아요. 아무도 안 산다고. 제가 처음에 멋모르고 가져왔던 거예요. 그때는 뭐든지 돈이 되는 줄 알았는데 쓰레기를 가져온 거죠. 버리기도 그래서 그냥 갖고 있던 거예요.”

유진하는 그 검을 에어리스에게 건넸다.

“그래도 연습 정도는 쓸 만할 겁니다. 소민 누나도 검은 가져왔잖아요.”

이소민은 옆에 찬 검을 만지면서 말했다.

“둘 중에 이기는 사람이랑 가는 거지? 나중에 딴소리는 안 하는 거다.”

“사람과의 약속은 지켜요. 몬스터만 아니라면.”

이소민과 에어리스는 각자 검을 들고 마당의 양 끝에 섰다.

“에어리스라고 그랬지? 괜찮아. 천천히 할게.”

“잘 부탁드릴게요.”

천천히 이소민의 발이 앞으로 향했다.

“하압!”

단숨에 검을 내리쳤다.

빠른 몸놀림으로 원심력을 최대한 이용하듯이 검을 위에서 아래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힘차게 내리쳤다.

카앙!

거친 파열음이 났다.

에어리스는 검으로 차분하게 방어했다.

“제법이네. 하지만.”

이소민이 다시 검을 옆으로 휘둘러서 베었다.

에어리스는 이번에도 막았다.

“검을 다룰 줄 아는데?”

“…….”

이번에는 이소민이 막을 차례였다.

에어리스는 살짝 옆으로 이동하더니 반격으로 검을 휘둘렀다.

“큭!”

이소민이 뒤로 조금 밀려났지만 바로 앞으로 치고 나왔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검을 휘두르면서 맞받아쳤다.

“잘하잖아!”

이소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어리스는 아무 말도 없이 검술에만 집중하는 듯했다.

그 순간, 승부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땡강.

검이 부러졌다.

“끝났네.”

에어리스의 검이 부서지고 말았다.

이소민이 자신의 멀쩡한 검을 들고 상체를 천천히 폈다.

“유진하, 네 검이 너무 부실해서 그런 거야. 좋은 승부였다고.”

유진하는 가만히 팔짱을 낀 채로 구경하고 있었다.

살짝 손가락을 들어 옆을 가리켰다.

“소민 누나. 관찰력.”

이소민이 옆을 보다가 움찔했다.

“에이리스는 아직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유진하의 말대로였다.

에어리스는 부러진 검을 든 채로 여전히 전투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끝난 거야. 이제 그만해.”

에어리스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이 고요했고 깊이마저 느껴졌다.

하는 수 없이 이소민은 다시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남은 검마저 부서지면 그때 끝낼 생각인가?”

빠르게 앞으로 나왔다.

단숨에 마무리 지을 기세였다.

“끝을 내겠어.”

그 순간, 에어리스는 자신의 검을 버렸다.

동시에 일격을 피하면서 이소민의 검을 쥔 손을 잡았다.

“아차!”

이소민이 반응할 틈도 없이 상황이 변했다.

에어리스는 이소민의 손을 잡아서 검을 안쪽으로 꺾었다.

검을 역으로 틀어서 오히려 이소민의 목을 겨누는 자세가 되었다.

“반격?!”

“시오류 검 꺾기…….”

에어리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지? 그 검술 이름은? 시오류?”

이소민은 당황해서 멈칫했다.

박수 소리가 들려와서 긴장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둘 다 수고하셨어요.”

유진하가 가볍게 박수를 치면서 걸어왔다.

“멋진 검술 솜씨였어요. 소민 누나도 에어리스도. 특히 소민 누나는 확실히 연습 때는 강하네요. 실전에서는 검도 못 뽑지만.”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하는 거는 비겁한 거야.”

“그냥 본 대로 말해준 거예요. 에어리스의 검술은 정말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화려하면서도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위력이 느껴져요.”

에어리스는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기억이 돌아오면 더 강해질 것 같아. 수고했어.”

“네, 유진하 님.”

“그래, 나중에는 님이라는 말도 빼. 그냥 유진하라고 불러. 소민 누나처럼.”

“네, 유진하 님.”

이소민은 자신의 검을 도로 검집에 넣었다.

“소민 누나 약속대로 다음에 저랑 같이 가는 사람은 에어리스예요.”

“알았어. 인정할게.”

살짝 입이 튀어나온 이소민은 빙글 몸을 돌렸다.

“즐거운 시간 방해해서 미안. 이만 가볼게.”

그대로 무대에서 퇴장하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나갔다.

“참 쿨한 누나야. 실전에는 약하지만.”

에어리스는 양손을 모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아까 대련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었다.

“왜? 조금 기억이 돌아왔어?”

“아주 조금은요. 시오류라는 검술 이름.”

“흐음. 우리는 보통 자기 이름을 검술에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거랑 비슷하려나.”

“시오… 아직 잘 모르겠어요.”

“너무 서두르면 오히려 머리만 아플 뿐이야. 천천히 생각하는 편이 좋아.”

유진하는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이나 먹자.”

“아, 그래요. 오늘 배운 음식이 있어요.”

“그래? 뭘로 봤는데.”

“사람들이 나오는 상자요. 거기서 봤어요.”

“아, 티비에서 요리 프로그램이구나. 기대해도 되려나.”

저녁 식탁에 올라온 요리는 찌개였다.

한 숟갈 먹은 유진하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이 표정이 이상해졌다.

“에어리스, 소금 말고 설탕 넣었나 본데…….”

“아, 죄송해요. 똑같이 하얀색이라 비슷한 줄 알았어요.”

“검술은 뛰어난데 요리는 별로구나.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저녁은 그냥 편의점 음식으로 대신했다.

에어리스가 열심히 요리 프로그램을 다시 봤는데, 유진하는 속으로 그냥 요리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밤은 조금씩 깊어졌다.

* * *

며칠 뒤. 어쩌면 누군가는 기다리고 누군가는 피하고 싶었던 순간이 찾아왔다.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선선한 날씨에서 불청객처럼 등장한 에어리어였다.

“이 정도면 몇 급 정도 될까?”

“크기만 봐서는 2급. 작은 편이지.”

검은 선글라스를 쓴 양복 입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나타났다.

그들은 차단막을 치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저기 하이에나 왔다.”

유진하가 천천히 걸어왔다. 옆에는 에어리스도 검 하나를 등에 메고 같이 왔다.

“어이, 이게 누구야. 하이에나 친구 아닌가.”

“유진하입니다.”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비아냥대듯이 말했다.

“알아. 알아. 하이에나. 에어리어에는 백 번 넘게 들어갔지만 절반 이상은 허탕이라지? 빈손으로 나오기 일쑤고. 동료는 다 버리고 혼자 나온 적도 많고.”

“같이 나오려는 사람이 없었죠. 다들 이미 죽었거나 아이템에 집착해서 상황을 살피지 않았으니까요.”

유진하는 이어서 말했다.

“목숨은 하나뿐이에요. 당신들도 정부 에이전트면 그걸 꼭 명심해요.”

에이전트 두 사람은 배를 잡으면서 웃었다.

“아하, 제 목숨만 살피느라 도망만 치는 하이에나가 우리에게 충고까지 해 주시나. 아이고, 고마워라. 그런데 우리가 이십 개가 넘는 에어리어를 전부 클리어한 거는 알고 있지?”

비아냥은 잔소리처럼 계속됐다.

“그것도 에어리어의 주인까지 전부 죽이고 말이다. 너처럼 하이에나같이 몰래 전리품만 훔치는 그런 쪽이 아니라고.”

“운이 좋았던 거예요. 그런 식이면 결국 죽어요.”

유진하는 차분하게 반박했다.

“아아, 오늘 운이 좋은 거는 누구일까? 정부의 정예 에이전트인 우리랑 같이 가게 된 너일까? 아니면 옆에 있는 아가씨는 어때?”

에어리스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이쪽도 공략가인가? 회사 소속? 프리랜서?”

“프리랜서요.”

유진하가 에어리스의 자격증을 꺼내서 보여줬다.

공략전은 허가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에어리스의 자격증은 위조품이었다.

상점 주인은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사람이 아니라 은밀한 의뢰품도 받았다.

여러 편의도 봐줬는데 가짜 자격증 정도는 쉽게 만들어 줬다.

“흠. 에어리스. 알겠네. 이번에 같이 가는 멤버로 볼게. 물론 지휘는 우리가 한다. 맘대로 움직이면 목숨은 보장 못 해.”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정도 자격증도 구분을 못 하는 주제에 실력자라니.

유진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이에나보다는 이쪽이 더 든든해 보이는군. 등 뒤에 커다란 대검도 그렇고.”

에어리스가 맨 것은 어마어마한 대검이었다.

유진하는 에어리스를 데리고 상점에 같이 갔는데, 에어리스는 찌르기 쉬운 레이피어나 가벼운 검보다는 무지막지하게 큰 대검을 골랐다.

이름은 ‘버스터 슬레이어’였다.

물론 만화 보기를 좋아하는 상점 주인이 멋대로 지은 이름이었다.

“저기요. 나도 같이 가요!”

멀리서 귀에 익숙한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소민 누나!”

유진하가 외마디 비명처럼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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