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인생-264화 (완결) (241/264)

#264

에필로그 - 완결

에필로그

2011년

‘투투투투.’

“미셸! 얼마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여긴 제가 어떻게든 막아 볼 테니, 우회로를 찾으십시오!”

“사각이 전혀 없어.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야. 지원팀이 도착하기 전까지, 최대한 여기서 버텨야 해! 헬기가 도착하기까진 5분이야. 다들.”

‘퍽.’

미셸은 말을 끝내지 못하고 머리가 크게 뒤로 젖혀졌다. 미셸의 뒷머리 절반이 터져나가며 눈도 감지 못한 채 허물어졌다. 사방에서 뿜어지는 자동 소총의 소음 속에 묵직한 단발의 총성은 저격병이 있다는 증거였다.

“팀장이 저격당했다! 2조는 10시 방향의 저격병을 상대하고 1조는 현 위치를 사수해. 지원 헬기 도착 4분 전!”

미셸의 사망으로 팀장의 임무를 자동승계한 제이미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직감했다. 팀원의 절반이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 자신도 어깨를 관통당해 붉은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죽는 건 두렵지 않았지만, 보스의 가족들은 반드시 살려야만 했다. 그러나 트레일러로 사방을 막은 적들의 공세에 방탄 리무진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도심에서 5분 넘게 총격전이 발생했는데도, 경찰의 사이렌은 울리지 않고 있었다.

“본부! 팀장 사망, 상황이 심각하다. 지원팀과 헬기를 서둘러라!”

‘치지직···, 도착까지 2분이다. 노르웨이에서 회장님이 저격당하셨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VIP의 안전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보스까지 저격을 당했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팀원들이 하나둘 바닥에 몸을 눕히고 있었고, 자신도 어깨에 이어 허벅지에 총알이 다시 박혔다. 2분도 견디기 힘들어 보였다. 제이미는 빠른 판단을 해야만 했다.

“브라이언! 좌측의 트레일러를 밀고 전진해! 이곳에 갇힌다면 VIP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경찰의 도움도 이젠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해. 어서 밀고 나가!”

제이미의 지시를 받은 리무진이 묵직한 엔진 소리와 함께 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꺾고 트레일러의 후미를 밀기 시작했지만, 트레일러는 쉽게 자리를 비켜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엄마, 나 무서워. 흑흑.”

“괜찮다. 우리를 지켜주시는 분들을 믿어야지.”

총탄이 튕겨 나가는 소리와 경호원들이 하나둘 쓰러져가는 모습을 본 희수는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며 수정의 품 안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수정은 희수와 정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정우의 박사 학위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카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SHJ타운을 나섰고, 결국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브라이언이 이를 악물고 트레일러를 밀어내려 했지만, 상황은 낙관할 수 없어 보였다.

“20초 후면 지원헬기가 도착합니다. 그때까지만 힘을 내 주십시오.”

“브라이언, 우리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는 SHJ시큐리티를 믿습니다.”

멀리서 헬기의 프로펠러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헬기의 운명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슈우웅.’

‘쾅.’

수정의 눈으로 하늘로 치솟는 로켓포가 헬기의 후미에서 폭발하는 모습이 생생히 보였다. 헬기가 양력을 잃고 지면으로 추락하자 큰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모습에 수정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개자식들 대전차 로켓까지······.”

브라이언의 마음이 급해졌다. 대전차 로켓인 PzF3-T까지 운용할 정도면 어중이떠중이는 절대 아니었고, 이 차량도 심각한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브라이언은 급히 차량을 후진시켰다. 아이들의 몸에 안전벨트가 채워져 있는 걸 확인한 후, 리무진을 급가속시켰다. 이판사판이었다. 트레일러를 뚫고 도주로를 확보해야만 했다.

“어, 엄마. 저기서 이상한 게 날라와요.”

희수가 손가락을 가르치는 곳에서 흰 꼬리와 함께 로켓포가 차량 정면으로 날라오고 있었다. 수정은 떨리는 입술을 애써 감추며 급히 희수와 정우를 자신의 무릎에 깊이 파묻고 아이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희수야, 정우야. 내가 너희의 엄마였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한단다. 아빠도 분명 엄마와 같은 생각이실 거야. 사랑한다. 얘들아.”

‘펑!’

차량은 화염에 휩싸였고 고통은 없었다. 수정의 품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운 열기가 희수를 휘몰아쳤고, 그것으로 모든 것은 끝이 났다.

“얘야, 정신이 드니?”

“으악!, 헉헉.”

희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떴다. 엄마의 품 안이라고 생각했지만, 눈을 뜬 곳은 벽조차도 없는 하얀색만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희수의 눈앞엔 두툼한 안경을 눌러쓴 노인네가 서 있을 뿐이었다.

“엄마는 어디 있어요? 흑흑.”

“가여운 것. 아비의 업보가 네게 큰 고통을 주는구나.”

정신을 차린 희수는 엄마가 곁에 없다는 사실에 눈물부터 흘리기 시작했다.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할아버지의 이상한 말은 전혀 이해할 수도 없었다. 분명 뜨거운 열기가 자신의 몸을 덮쳤다고 생각했는데, 몸 어디에도 불에 그슬린 자국은 찾을 수 없었다.

“얘야 시간이 없구나. 네가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할아버지가 하는 말 잘 들어야 한단다.”

“할아버지, 제가 잘못했어요. 저를 집으로 보내주세요. 흑흑.”

희수는 노인네를 쳐다볼 엄두도 못 내고 고개를 숙인 채, 무서움에 떨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노인네는 희수에게 다가가 손가락을 들어 희수의 머리를 짚었고 희수의 눈앞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펼쳐졌다.

“아, 아빠! 나 여기 있어. 아빠!”

“얘야, 네 아비는 널 볼 수가 없단다. 가만히 지켜만 보아라.”

희수는 목청껏 아빠를 불러댔지만, 눈앞에 보이는 아빠는 자신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후 시간은 더욱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폐인처럼 변한 경환이 제이콥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SHJ시큐리티의 모든 병력과 자원을 동원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펼쳐졌다. 러시아의 핵 배낭까지 비밀리에 사들인 경환이 최후의 선택으로 영국의 제이콥을 향해 핵을 터트리고 모습과 미국과 영국, 러시아까지 합세, SHJ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SHJ를 말살하는 모습도 희수의 눈앞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은 권총을 머리에 대고 가족의 사진을 품에 안은 채, 방아쇠를 당기는 경환의 모습을 끝으로 다시 주위는 온통 하얀색으로 덮였다. 눈물을 흘리지도 못할 정도로 놀란 희수는 몸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얘야, 네 아비는 너를 위해서 마몬이라는 악마에게 대가를 받고 영혼을 팔았단다. 그러나 마몬이란 녀석은 단지 계약만으로는 영혼을 취할 수 없었지. 계약자가 제명을 살지 못하고 죽어야만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단다. 그래서 불쌍한 네가 다시 희생을 당한 거고.”

“하,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네 아비와 오래전에 인연을 맺은 사이라고만 알고 있거라. 이 할아버지가 너를 다시 돌려보낼 생각이다. 그러나 너는 절대로 이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단다. 네 아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약속할 수 있겠니?”

희수는 너무도 무서웠다. 자신의 아빠가 머리에 권총을 대고 자살하는 모습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착한 딸로 모범생으로 살아온 희수에게 지금의 현실은 너무도 가혹했다. 희수는 노인네를 향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착하구나. 그리고 또 하나, 너는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몸이 될 거란다. 그 대신 이 할아버지가 네 오빠 이상으로 총명함을 줄 테니, 그것으로 너와 네 아비를 지키도록 해라.”

무서움에 떠는 희수는 노인네의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집으로 돌려보내 준다는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안타까운 눈으로 희수를 바라보던 노인네의 손이 희수의 정수리에 닿는 순간, 희수의 눈은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따뜻한 온기가 희수의 온몸을 감싸며 희수는 수정의 양수 중간에서 편안한 잠에 빠져들었다.

‘헉!’

“생체바이오 리듬이 불규칙합니다. 캐모마일을 3% 높이겠습니다. 악몽이라도 꾸셨나요?”

“아테나, 너무 오버하지 마. 조명을 좀 높여주고, 아빠와 엄마는 어디쯤 계시는 거야?”

“조명을 조정했습니다. 명예회장님과 크리스털 호는 지중해를 통과해 영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연결해 드릴까요?”

“아니야, 괜찮아. SHJ시큐리티에서 올라온 정보를 정리해서 띄워줘.”

침대를 기대고 앉아있는 희수의 정면으로 홀로그램 영상이 펼쳐졌다. 아테나가 정리한 정보가 중요도에 따라 동영상과 함께 나타났고 희수는 손을 움직여 정보를 살폈다. 내년이면 린다도 은퇴하고 자신이 그룹 전면에 나서야 할 시기였다. 중압감 때문인지 악몽을 꾸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희수는 스쳐 지나가는 정보 중에서 하나를 손으로 끌어냈다.

“필립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아테나, 자세히 설명해 줘.”

“제이콥의 사망으로 가문의 수장이 된 필립이 프랑스와 독일의 가문을 흡수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습니다. 가능성 82%로 흡수가 성공하면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경환이 제이콥과 손을 잡으며 화해 분위기가 지속하였지만,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에 성공하고 내년이면 우주호텔이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면서 제이콥의 뒤를 이은 필립은 공공연히 SHJ에 대한 적대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프랑스와 독일을 우리가 지원해줘야 할 것 같은데, 가능성은 얼마나 되지?”

“우리의 지원이 시작되면 필립의 성공 가능성은 40%로 떨어집니다.”

SHJ테크놀러지에서 개발한 아테나-SP는 시중에 판매되는 아테나 시리즈와는 개념 자체를 달리하고 있었다. 아테나-SP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SHJ 내에서도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자신의 회귀에 큰 영향을 끼친 제이콥과 필립 가문은 절대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비록 경환이 타협을 선택했더라도 자신은 어떠한 선택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이미 준비도 마친 상태였다.

“린다 회장님껜 내가 따로 허락을 받을 테니, 프랑스와 독일 가문을 최대한 지원하도록 해. 집안싸움으로 힘을 최대한 빼놓을 필요가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우리와 관련한 한국방송을 녹화해 두었습니다. 살펴보시겠습니까?”

“응, 머리도 식힐 겸,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침대에서 일어나 차가운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희수는 소파에 앉았다. 침대 위에 펼쳐졌던 홀로그램은 희수의 이동에 맞춰 이미 소파 정면으로 옮겨진 상태였다. 경환에 의해 전 세계가 SHJ와 연결 고리를 가지고 하나로 묶여가고 있었다. SHJ는 경환의 대외 활동에 힘입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내년부턴 그 바탕을 가지고 세력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을 희수는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위해 SHJ시큐리티를 거쳐, SHJ테크놀러지와 SHJ유니버스, 마지막으로 SHJ홀딩스까지 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다. 홀로그램 속에선 한국의 시사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다.

“오늘도 홍 변호사님과 김 소장님을 모시고 정치와 경제계를 속속들이 파헤치겠습니다.”

입담 좋은 사회자가 서론을 장식하고는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박화수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일 년이 지났는데요. 성공작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홍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허허, 박화수 대통령을 논하기 전에 심석우 대통령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말, 국민투표를 통해 4년 중임제가 통과되었지 않습니까? 박화수 대통령은 심석우 대통령에게 절이라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 소장님도 같은 생각이신가요?”

“저도 4년 중임제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심석우 정부가 닦아 놓은 길을 박화수 정부가 편하게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정세를 보더라도 북한도 그렇고 중국과 일본이 방방 뜨고 있잖아요?”

“그렇더라고요. 심석우 정부에서 해군과 공군력의 자체 기술을 끌어올리고, 박화수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물량전으로 나섰는데, 막말로 일본과 붙는다면 어떻습니까?”

“한국의 해군과 공군은 2015년을 기점으로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는데요. 2015년 전의 공군과 해군력으로는 일본과 싸움 자체가 안된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동해와 서해함대에 전력이 증강되고 KFX 사업을 통해 F-35에 버금가는 스텔스기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되면서 일본과 대등해졌다는 할 수 있어요. 박화수 정부 1기 때부터 추진한 항공모함이 전력화된다면 일본이나 중국도 쉽게 승패를 장담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그렇군요. 이거 하나만으로도 심석우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거군요. 그럼 민감한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심석우 정부 초기부터 SHJ와의 정경유착이 사회적인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는데, 박화수 대통령도 이 문제에선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자의 난감한 질문에 홍 변호사는 머뭇거렸지만, 그 모습을 바라본 김 소장이 혀를 끌끌 차며 먼저 답변에 나섰다.

“홍 변호사는 신정연의 공천을 받으려고 노심초사해서 그런지 할 말을 잘 못하네요.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정연과 SHJ는 한마디로 정경유착이라고 봐야죠. 그런데 막말로 좀 골 때리는 정경유착이라고 봅니다.”

“배우신 분이 골 때린다가 뭡니까? 골 때린다가.”

“방송이라 하면 안 되나? 어쨌든 심 대통령은 이경환 회장의 매제고, 박 대통령은 직원이었습니다. 두 대통령 모두 사석이나 공석에서 SHJ와의 연관성에 부인하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내면을 살펴보면 SHJ가 한국 정부를 통해 뭘 벌었는지 답이 안 나옵니다. 오히려 두 분 대통령 때문에 SHJ는 자본과 기술을 강탈당했다고 저는 보거든요.”

김 소장의 말을 듣던 홍 변호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받았다.

“사실 SHJ가 얻는 게 없거든요. 미국 대통령도 이경환 회장에겐 한 수 접어준다는 말이 공공연한데, 한국정부에 뭘 바랄 게 있겠습니까? 여권 실세의 말을 빌리자면, 심석우 대통령이 퇴임하고 이경환 회장과의 사석 자리에서 무지 깨졌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깨요?”

“미국과의 담판에 이용된 철벽시스템이 사실은 심석우 대통령이 강짜로 뺏었다는 설이 있더라고요. KFX도 마찬가지고요. 여하튼 퇴임 후, 처남과 매제 사이로 복귀하면서, 수십조 원을 뺏은 날강도라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듣고 보니 그렇겠네요. 허허허. 좌우지간 이경환 회장과 심석우 대통령이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사회자의 말에 크게 웃었다. 특수한 정경유착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었고, 김 소장이 다른 화두를 꺼내 들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L&K 직업훈련원입니다. 한국에는 4곳, 전 세계엔 셀 수 없는 직업훈련원이 설립되었는데요. 1기 졸업생들이 40대를 훨씬 넘어가면서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SHJ의 절대적인 신봉자란 사실에서 SHJ와 신정연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소장님의 말씀대로 사회의 약자에서 이젠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되고 있거든요. 각 기업에선 일반 대학 졸업생들보다 L&K 직업훈련원 졸업생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는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졸업생들의 70% 이상이 SHJ에 흡수되면서 공생관계로 자리를 잡았다는 거죠. 미래를 준비하는 이경환 회장과 심석우 대통령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뭐 일반인이 우리가 뭘 알겠습니까? 자, 오늘 좌담은 여기까지입니다.”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마지막 남은 맥주를 입에 부은 희수가 천천히 커튼을 열어젖혔다. 자신과 아빠인 경환의 불행을 종식하기 위해서라도 뒤를 돌아보거나 후회할 여력이 없었다. SHJ의 끝이 어디까지 뻗게 될지를 생각하자, 희수의 몸이 가볍게 떨려왔다. 동시에 저 멀리서 새벽의 어둠을 가르고 솟구치는 시뻘건 태양의 뜨거운 열기가 희수의 몸을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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