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인생-158화 (13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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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사는 인생 - 158

    세틀러-1과 세틀러-3은 CDMA시장을 주도하면서 모토롤라와 오성, 금성전자의 단말기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었다. 모토롤라의 스타텍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후속모델 작업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지만, 오성과 금성은 PCS 사업으로 무선이동통신 가입자의 급증과 다양한 모델의 저가 폰으로 힘겹게 점유율 1, 2위를 지킬 뿐이었다.

    SHJ퀄컴과 노키아의 상호 라이선스 교환으로 GSM 시장에 세틀러 시리즈가 유럽과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SHJ퀄컴의 매출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노키아는 세틀러에 대항하기 위해 안테나를 휴대폰 내부에 장착한 노키아 3210을 CDMA 시장에 출시하면서 반격을 시작했지만, 카메라가 장착된 세틀러-3엔 타격을 주지 못하고 모토롤라 시장을 잠식하는데 만족하는 수준이었다.

    휴대폰 시장이 혼전양상을 벌이며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을 사이, 컴페니언-2는 독주 체제를 완전히 굳히면서 SHJ퀄컴은 MP3 후발업체들과 로열티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독과점 기업을 단속하고 관리하는 FTC(연방거래위원회)의 강력한 권고가 큰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동영상 서비스를 준비하는 SHJ의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독 애플과의 로열티 협상은 마무리 되지 않고 있었다.

    SHJ구글은 RIAA와의 저작권 협상을 3:7의 비율로 타결하면서 음반업체와 뮤지션들과의 제휴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다양한 장르의 음원을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그러나 MP3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젊은이들 사이의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슈미트 사장님, 좀 심각해 질 수도 있겠는데요? 음원 추가에도 불구하고 구글스토어의 음원판매가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0.9 불로 책정된 음원 판매가격에 부담을 느낀 이용자들의 항의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MP3 후발업체들이 P2P 불법 다운로드를 조장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경환은 냅스터를 시작으로 무료 P2P 다운로드 서비스를 하는 웹사이트 증가에 대한 보고서를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냅스터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10만 건 이상의 음원다운로드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구글스토어의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보고서가 연이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소속 변호사들을 통해 냅스터의 P2P 서비스가 구글스토어의 라이선스를 침해했는지 검토를 하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글스토어 이용자들의 사용내역을 분석하면 음원을 구입하는 비율은 줄고 단지 불법 다운로드한 음원을 동기화 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에릭의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구글스토어의 성장을 위해서는 냅스터를 비롯한 불법 P2P 사이트와 일전을 벌여야 되겠지만, 이에 따른 역효과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 경환을 망설이게 하고 있었다.

    “소송은 잠시 중단 하십시오. 저작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SHJ가 소송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악덕기업의 이미지만 심어 줄 수 있다고 봅니다.”

    “회장님, 그렇다고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환 또한 SHJ의 밥그릇에 수저를 올리려는 냅스터를 가만 놔두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단지 SHJ가 피해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불법 P2P 업체를 손봐줄 적당한 방법을 찾고 싶을 뿐이었다. 불법 P2P 업체들이야 광고로 먹고 살아야 되기 때문에 광고의 극대화를 노릴 수 있는 구글스토어와의 소송을 반길 수도 있다고 경환은 판단했다.

    “슈미트 사장님, 동양의 속담에 차도살인이란 말이 있습니다. 남의 칼을 이용해 상대방을 죽인다는 뜻입니다.”

    “네? 무, 무슨 말씀인지.”

    “SHJ구글은 이 문제에 대해 절대적으로 방관하십시오. 공식적인 멘트는 자제하고 구글스토어의 서비스 향상에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세요. 그리고 RIAA와 우리와 제휴한 음반사나 뮤지션들에게 음원판매 보고서를 한 달 단위에서 주 단위로 바꿔 제공을 하세요. 우리가 악역을 맡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경환은 음흉한 미소를 에릭에게 보였다. 권위주의로 꽉 찬 RIAA나 수익에 민감한 음반사나 뮤지션들이 주 단위의 음원판매 보고서를 받게 된다면 판매 부진의 원인을 P2P업체로 돌릴 거란 것은 뻔 한 얘기였다. 경환의 의도를 알아챈 에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냅스터 건은 이 정도로 처리를 하시고 OS 개발은 어느 수준까지 진행이 되고 있습니까?”

    “너무 광범위 하다 보니 이론 정립에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SHJ퀄컴의 연구진과 SHJ홀딩스의 라이선스가 집중되고 있고 개발팀장을 스카우트 해 왔기 때문에 금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노키아가 스마트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소식을 프랭크로부터 확인한 후 경환의 독촉은 수시로 에릭을 괴롭히고 있었다. 경환 자신도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MS에서 눈치를 챘다면 강력한 MS OS를 바탕으로 순식간에 역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경환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었다.

    “OS 개발에 인력과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또한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구글의 메일서비스와 메신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미 구글을 통해 홍보가 된 상태인 만큼 MS의 메신저와 경쟁이 불가피 합니다.”

    빌 게이츠와의 만남을 위해 최대한 메신저 출시를 지연하고 있었지만, 만남이 연기되면서 출시를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는 입장에 처했다. 애드센스와 구글스토어의 가입자들만 사용한다 해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MS의 메신저는 큰 타격이 될 수도 있었다.

    “MS의 횡포가 무서워서 출시를 연기할 수는 없을 거 같네요. 일정대로 진행을 하세요.”

    구더기가 무거워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경환은 생각했다. 구글메신저로 MS와의 대결구도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이번만큼은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빌 게이츠와의 만남은 SHJ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경환의 머리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오호, SHJ가 그새를 못 참고 일을 저질러 버렸군.”

    빌은 구글에서 출시한 메일링서비스와 메신저서비스를 자신의 노트북을 이용해 살피고 있었다. MSN의 약진에도 메신저는 아직 이렇다 할 성장을 보이지 못한 상태에서 애드센스와 구글스토어로 무장한 구글메신저는 서비스와 동시에 MS메신저를 위협하는 수준에 다다르고 있었다. 또한 추천을 통해 구글메일에 가입자를 확보한 추천인은 구글스토어에서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입자 수를 대폭 늘리고 있었다.

    “웃음이 나와? 구글 가입자 수가 이미 2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MSN이 뒷방으로 밀려 났는데 그냥 보고만 있자는 거야?”

    스티브는 빌의 웃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구글메신저만큼은 견제내지는 퇴출시킬 필요를 느끼고 있었지만, 빌은 구글메신저 기능을 살필 뿐이었다. 인터넷 사용자 수가 엄청난 기세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의 가입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우리가 SHJ구글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그게 뭔지 아나?”

    뜬금없는 질문에 스티브는 불만이 가득한 눈초리로 빌을 바라보았다. SHJ구글을 견제할 대책을 세워도 시원찮을 판에 태평하게 구글메신저의 여러 기능을 살피고 있는 빌의 뒤통수라도 한 대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SHJ구글에서 스카우트 한 직원의 말을 들어보니 회장인 제임스 리의 지시에 의해 SHJ구글의 프로그래머들은 업무시간의 20%를 무조건 개인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된다고 하더군. 엉뚱한 프로젝트건 성과가 없는 프로젝트건 상관하지 않고 말이지. 그리고 모든 직원은 하루에 30분은 무조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야 된다는 규정도 있다더군.”

    업무시간의 20%라면 주 4일 근무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밤을 새면서 연구에 매진에도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 MS의 프로그래머들을 머리에 떠올린 스티브는 빌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빌은 스티브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이어갔다.

    “구글메일을 보면 저장 공간이 확실히 우리를 앞서고 있어, 그리고 메일로 이용자를 분석해 타깃광고에 활용한다는 점이 너무 기가 막히지 않아? 그게 다 프로그래머의 개인 프로젝트에서 개발 된 시스템이라고 하면 자네 믿을 수 있겠어?”

    야후나 MSN 메일은 적은 저장용량으로 인해 이용자가 수시로 메일을 지워야 되는 불편함이 존재하고 있었다. 평생 지우지 않아도 되는 메일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글메일의 목표로 2G의 저장 공간을 제공함으로서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 시작해 기존 사용하던 메일을 버리고 구글메일로 옮기는 일까지 비일비재로 나타나고 있었다.

    SHJ구글에 막대한 투자를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승인한 경환의 결단이 서서히 성과를 올리는 순간이었다. 경환은 과할 정도로 장비와 서버구축에 투자를 집중했고 SHJ타운의 구글사옥 지하에는 엄청난 규모의 서버실이 따로 구축되고 있을 정도였다.

    “스티브, 넷스케이프를 몰아낸 것처럼 우리가 SHJ를 퇴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SHJ가 시대를 앞서간다고 해도 아직 우리의 상대는 되지 못하네. 더 크기 전에 SHJ의 협력업체들을 압박하면서 자본으로 고사를 시키면 버티기 힘들 거야.”

    “SHJ의 모기업은 플랜트야. 그리고 CDMA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퀄컴이 뒤를 받치고 있는데, 자본으로 SHJ구글을 몰아세울 수는 없다고 봐.”

    스티브는 빌의 답변에 말을 잇지 못했다. 기업공개도 하지 않고 차임금도 제로인 SHJ는 가용자금만 가지고 30억 불의 SHJ타운까지 무리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SHJ구글이 아직 성장기에 있어 자본이 불안하더라도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플랜트와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퀄컴의 자금이 투입된다면 싸움은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공세를 취한다면 SHJ구글도 죽기 살기로 MS의 영역에 도전장을 낼 수도 있겠지. 물론 우리의 시장을 넘볼 수는 없겠지만, 신경 쓰이는 일이 될 수도 있어.”

    “그럼 어쩌겠다는 거야? 그냥 놔두겠다는 거야?”

    빌은 구글메일과 구글메신저를 살펴보던 노트북을 닫았다.

    “난 제임스 리의 생각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아. 주력인 플랜트에서 과감하게 무선통신과 인터넷으로 진출할 때만해도 MS OS에 대항할 새로운 PC OS를 개발할 거라고 생각했었어. 내가 큰 착각을 했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해할 수 있게 설명 좀 해봐.”

    뜬구름 잡는 식의 빌의 말에 스티브는 인상을 쓰며 짜증을 퍼 부었다.

    “세틀러와 컴페니언, 구글스토어를 이어 메일과 메신저까지 진출을 했어. 얼마 전 앤디 루빈이 SHJ구글에 스카우트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SHJ의 계획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네.”

    물밑에서 이어지는 MS와 애플, SHJ의 스카우트 전쟁은 피만 흘리지 않았지 치열하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동이 심각한 수준인 MS와 애플과는 달리 낮은 급여를 복지와 근무환경으로 상쇄하고 있는 SHJ의 인력을 빼 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간혹 두세 배의 급여에 넘어가는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MS와 애플에서 SHJ에 넘어오는 인력에 비해 그 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앤디 루빈은 애플에서 MS, SHJ로 넘어간 직원이었다.

    “앤디 루빈이 평소에 떠들고 다니던 연구가 모바일 OS라고 하더군.”

    “뭐? 모바일 OS? SHJ가 퀄컴과 구글을 손아귀에 틀어쥔 이유가 설명이 될 수도 있겠군. 모바일 OS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성공여부는 불확실 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제임스 리가 아무런 계산도 없이 그런 일을 추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스티브는 그제야 빌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지 구글메일과 구글메신저를 죽이기 위해 입에 침을 튀기던 자신의 모습에 부끄럽기까지 했다. 어리석었던 자신을 반성하며 좀 전과는 전혀 다른 진지한 표정으로 빌에게 말을 건넸다.

    “빌, 어쩔 계획이야?”

    “글쎄, 그건 제임스 리를 만나보고 결정할 생각이야. 아, 그 전에 애플에 살짝 귀띔을 해 줘야 되지 않겠어? 컴페니언을 따라 잡겠다고 스티브 잡스가 열을 내고 있는 거 같은데, 모바일 OS 소식을 듣게 되면 재밌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 난 제임스 리를 만나러 출발하겠네.”

    “알았어. 우리도 모바일 OS에 대한 사업적 타당성을 검토해 보자고. 돈 냄새 잘 맡는 제임스 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뭔가가 있겠지.”

    호적수를 만난다는 기쁨에 빌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사무실을 나섰다. 수행비서만 대동한 채 휴스턴으로 향하는 빌은 전용기 안에서도 경환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위스키 잔을 천천히 입에 가져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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