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시 사는 인생-123화 (100/264)
  • #123

    다시 사는 인생 - 123

    “래리, 세르게이, 오랜만입니다. SHJ에 합류하기로 한 결정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경환은 어색해하는 두 사람과 열정적으로 악수를 나눈 후 자리에 앉았다. 아직 구글의 창업자에 대한 정보는 확보를 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의 실력을 믿어보고 싶었다. IT의 전반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지만,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방향만 잡아준다면 구글을 능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SHJ에서 또래를 만나게 돼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공식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제임스라고 불러요. 참, 지금 머무는 곳이 어딥니까?”

    옆에 있는 린다를 포함해 대부분의 간부들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던 관계로 경환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두 사람의 합류가로 SHJ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경환이 친근하게 다가서자 긴장했던 두 사람의 얼굴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휴스턴 외곽에 있는 모텔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린다, 최 부장에 지시하셔서 회사와 가까운 곳에 아파트 두 채를 빨리 마련하라고 하세요. 연구에만 매진해야 될 사람들인데 두 사람의 생활과 관련된 모든 편의는 회사에서 신경을 써 주도록 하세요.”

    아직 특별한 성과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경환이 자신들의 편의를 제공해 주는 모습에 래리와 세르게이는 경환의 남다른 배포에 흥분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린다가 경환의 지시사항을 메모하고 있을 때 세르게이가 준비한 연구보고서를 경환에 건네주었다.

    “제임스, 우선 자료를 봐 주십시오. 보시면서 설명을 하겠습니다.”

    경환은 보고서를 넘기며 천천히 훑었지만, 자세한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머리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단지 기본적인 시스템 개발은 완료한 상태로 검색엔진 개발을 준비한다는 결론만이 눈에 들어왔다.

    “세르게이, 백럽의 이름이 페이지랭크로 바꿨네요. 괜찮네요. 그리고 검색엔진을 개발한다니 상당히 진척이 빠르네요.”

    경환이 처음에 봤던 백럽프로젝트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지랭크로 이름이 변경되어져 있었다. 그러나 경환은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런데 경환은 연구보고에 빠져있는 수익성 창출에 대한 문제로 인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고 래리가 급히 나섰다.

    “제임스, 무슨 고민을 하시는지 압니다. 저희는 컴퓨터공학자이다 보니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수익성 창출문제는 쉽게 풀 수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경환은 자신의 고민으로 인해 두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다시 환한 웃음을 보이며 래리와 세르게이를 안심시켜 주려 노력했다.

    “공학자들에게 수익성 창출까지 연구하라고 하면 당연히 무리라고 생각해요. SHJ엔 투자에 관한 연구원들이 있으니 두 사람은 신경 쓰지 말고 연구에만 매진하도록 해요.”

    경환의 말에 힘을 얻은 두 사람은 페이지랭크에 대한 설명과 함께 검색엔진의 개발과 관련된 이론과 개발방향 등에 대해 경환에게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IT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던 경환의 귀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을 뿐이었다. 간간히 고개를 끄덕여 설명하는 두 사람의 기를 살려주었지만, 경환은 페이지랭크를 장착한 검색엔진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곧 창업 될 구글과의 경쟁에 앞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IT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니 구글의 창업자 이름만이라도 기억하고 있었다면 하고 후회하고 있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래리,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어 미안하지만,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라서요. 물론 마케팅이 중요하겠지만, 검색엔진이 개발되면 수익성창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잠시 고개를 젖혀 정리를 한 경환은 말을 이어갔다.

    “만약 두 사람이 검색엔진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특별한 무기가 없다면 야후의 아성에 대항하기 힘들 거라고 봅니다. 현재 단순한 광고게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광고주와 웹사이트 소유자들을 연결시켜 윈-윈을 시키는 겁니다. 쉽게 말해 광고주는 웹사이트를 통해 더 많은 광고를 하게하고, 웹사이트 소유자들은 우리를 통해 광고를 게재함으로서 수익을 보게 만드는 겁니다. 물론 우리와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 되겠지만요.”

    경환이 말을 마치자 래리와 세르게이는 눈만 멀뚱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며칠밤낮을 고민해도 해결할 수 없었던 수익성창출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하는 경환이 도대체 어떤 인간이지 판단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경환이 제안한 방법을 같이 연구개발해 낸다면 기존 검색엔진과는 확연히 다른 시스템을 구축해 야후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두 사람을 흥분시켰다.

    “제, 제임스. 연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됩니다. 마케팅 문제는 제임스에게 맡길 테니 저희는 시스템을 개발해 보겠습니다.”

    “제임스, 제가 올린 투자내역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 좀 보세요.”

    “무, 무슨 말이에요? 린다. 작년부터 전폭적으로 투자에 관심을 갖고 린다를 밀어줬는데, 섭섭하게 왜 그래요?”

    경환이 두 사람과 자화자찬을 하는 사이 린다가 한숨을 내쉬며 경환을 몰아세웠고, 경환은 눈을 흘겨 린다의 하소연을 비껴나가려 했다.

    “제임스가 말한 이론과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투자를 하고 있어요. 실리콘밸리에 투자를 하면서 CPC(COST PER CLICK) 방식을 연구하는 빌 그로스란 사람의 이론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집행했다고요. 제임스가 말한 이론과 CPC방식을 접목시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린다의 날선 대답에 머쓱해진 경환은 린다를 향해 윙크를 날려 미안함을 표현했다.

    “클릭 수에 따라 미리 받은 광고비를 차감하는 방식이라면 장단점이 있을 거 같기도 하네요. 빌 그로스라는 사람과는 별도로 래리와 세르게이는 연구를 해 봐요. 두 시스템으로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다시 협의를 하고요.”

    회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을 때 경환은 미간을 찡그리며 세르게이를 바라봤다.

    “세르게이, 검색엔진 이름이 세르게이가 뭡니까? 아무리 자기가 개발한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네요. 정 지을 이름이 없으면 제임스라고 하든지요.”

    “하하하.”

    경환의 농담에 세 사람은 허리를 의자 뒤로 젖히며 웃기 시작했다. 래리와 세르게이가 개발하려는 검색엔진의 이름이 세르게이라고 적혀진 보고서를 보며 경환도 찡그리던 얼굴을 풀고 세 사람과 함께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제임스가 저의 위대한 계획에 제동을 거시네요. 그건 편하게 부르기 위해서 임시로 붙인 거구요. 저희가 생각하는 이름은 따로 있어요. 제임스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래리라는 이름만 아니라면 두 사람의 의견에 따를 테니 말해 봐요.”

    “네, 사실은 무한하게 성장하라는 의미에서 구골(GOOGOL)이라고 하려고요. 잘 모르시겠지만, 구골은 10의 100제곱을 뜻하는 말이거든요.”

    “뭐, 뭐라고요?”

    경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구글의 창업자가 래리와 세르게이였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경환은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소홀하게 대했던 두 사람과의 첫 만남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 사람이 구글의 창업자란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소홀하게 대하지 않았겠지만, 경환의 기억에는 두 사람의 이름은 없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경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바라봤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래니, 세르게이. 구골 이란 이름도 좋지만, 새로운 말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구골을 변형시켜 구글(GOOGLE)로 하면 어때요?”

    “그것도 괜찮겠네요. 저희는 맘에 듭니다. 구글.”

    래리와 세르게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환이 변형한 구글이 그리 나쁜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환은 혹시라도 두 사람이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옭아 묶여야 했다.

    “잘 들어요. 난 두 사람에게 무한의 지원을 할 겁니다. 우선은 두 사람이 필요한 장비와 인원을 원하는 만큼 제공을 하겠습니다. 그 단위가 천만 불이 넘더라도 아낄 생각이 없어요.”

    경환의 통근 답변에 두 사람 뿐만 아니라 린다의 얼굴까지 사색이 되었다. 퀄컴은 서서히 수익을 보이고 있어 린다의 걱정을 상쇄시키고 있었지만, 무모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앞뒤 가리지 않고 투자를 하는 경환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린다는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정식으로 계약을 합시다. 두 사람을 우선 SHJ의 IT 책임자로 정하고 검색엔진이 개발 완료되면, 두 사람을 파트너로 회사를 설립하겠습니다. 물론 각각 10%의 지분을 인정해 주는 조건에서요. 또한, 소유권 행사는 할 수 없지만, 개발된 라이선스에 공동개발자로 명시를 하겠습니다. 어때요?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면 얘기를 해 봐요.”

    래리와 세르게이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개발자금뿐만 아니라 회사설립과 설립된 회사의 지분 10%씩을 인정해 주겠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페이지랭크가 경환을 이정도로 흥분시켰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경환이 제시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기 때문이었다. 래리나 세르게이는 경환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며 세르게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임스, 제가 궁금한 건 지난번 실리콘밸리에 말한 OS 부분입니다. 내용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으신가요?”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페이지랭크나 검색엔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만의 능력으로도 벅찰 수 있다고 봐요. 퀄컴이나 SHJ가 소유한 라이선스 혹은 인수를 통해서 다방면의 기술을 얻어야만 진행할 수 있을 거예요. 궁금하면 계약서에 사인부터 해야 될 겁니다. 내 식구가 되기 전엔 절대 입을 열 생각이 없습니다.”

    경환은 세르게이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두 사람을 계약으로 묶어버리기 전엔 안심할 수가 없었다. 래리와 세르게이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를 간다 해도 이 보다 좋은 조건은 얻을 수 없다고 판단했고, 경환이 약속한 무한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연구를 원 없이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임스가 말한 대로 이유를 막론하고 연구지원을 약속해 주신다면 계약하겠습니다.”

    “저도 세르게이와 같은 생각입니다.”

    두 사람의 동의가 떨어지자 경환은 뛸 듯이 기뻤지만, 표정의 변화는 전혀 없었다. 퀄컴과 같은 아닌 퀄컴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사람을 얻는데 성공한 경환은 애플이 살아나기 전에 지그시 밟아 줄 생각을 하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린다는 내가 한 내용을 근거로 로펌에 계약서를 의뢰하세요. 계약은 오늘 중에 이뤄져야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연구소를 알아보시고, 두 사람이 원하는 장비, 인원, 자금은 무한대로 제공하세요. 마지막으로 검색엔진 개발이 시작되면 마케팅 팀을 구성해 지원을 해 줄 수 있도록 안을 만들어 보세요.”

    린다는 무슨 말을 하려다 급히 입을 닫아버렸다. 경환이 결심을 했다면 무슨 말을 한다 해도 추진을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을 린다에게 맡긴 경환은 들뜬 기분으로 사무실로 돌아와 자신을 기다리는 잭과 얼굴을 마주했다.

    “좋은 일이 있나 봅니다. 아까와는 달리 얼굴에 웃음이 가시질 않는 걸 보니.”

    “하하하, 그렇게 보입니까? 사실은 엄청난 친구들이 SHJ에 자기들 발로 걸어들어 왔거든요. 아마 퀄컴보다 큰 기업으로 성장을 하게 될 거 같아서요. 린다가 골이 나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해를 해 주겠죠. 그나저나 조안나와 같이 왔나요?”

    “샌프란시스코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우디로 떠나고 난 후에 휴스턴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경환은 더 이상 잭의 개인사에 대해 묻지 않았다. 휴스턴의 분위기는 아직 잭의 식구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고, 조안나를 남기고 떠나야 되는 잭의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경환은 놓치지 않았다.

    “길어야 삼 년입니다. 사우디 공장을 맡아 키워주세요. SHJ 중동 총 본부장 역할을 해 주셔야 됩니다. 아직 잭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안겠지만, 그건 잭이 감당해야 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잭이 모든 걸 극복하고 휴스턴으로 금의환향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안나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최대한 조안나의 편의를 돌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기회인 걸 잘 압니다. 불명예를 씻고 SHJ의 식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경환의 자신의 회귀로 인해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바뀐 잭의 인생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잭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게 된 경환은 JSC를 손아귀에서 놓친 울분이 사라지는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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