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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는 인생-100화 (77/264)
  • #100

    다시 사는 인생 - 100

    미쓰비시중공업 본사는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키라의 진두지휘 아래 오늘 있을 SHJ와의 조인식을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각 경제지는 물론 미쓰비시 그룹 경영진들까지 초대했다. SHJ로 인해 지옥과 천국을 오가고 있는 아키라는 이번 SHJ와의 합작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굵은 동아줄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조인식이 열리기 전 접견실에는 경환과 미쓰비시중공업의 신임 사장인 다나카 아사히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SHJ와의 합작은 저희 그룹차원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은 SHJ의 좋은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경환은 잭과의 인연을 끊게 만든 미쓰비시중공업과의 앙금을 완전히 풀지는 않은 상태였다. JSC를 인수를 마음에 둔 상태에서 코이치의 제안이 없었다면, 미쓰비시중공업도 세계시장에 나올 수 없도록 철저히 막으려고 생각했었다. JSC 인수의 포석을 두기 위해서는 미쓰비시중공업과의 합작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사실을 경환은 부정하지 못했다.

    “저도 이번 미쓰비시중공업과의 합작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기 타케우치 차장의 조언이 없었다면 제가 큰 실수를 할 뻔했습니다.”

    경환은 코이치를 가리키며 공을 돌렸고, 아사히는 코이치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전달했다. FPSO와의 경쟁에서 불법적으로 SHJ의 정보를 빼낸 사실을 알고 있던 아사히는 SHJ와의 합작을 낙관하지 못했었다. 또한, SHJ의 사장이 한국인이란 사실은 더욱 합작 성공의 기대치를 떨어트리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이번 합작 성공의 밑거름은 일본인인 코이치의 설득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으로 명성이 자자한 SHJ에 타케우치 차장님 같은 일본인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합니다. 단지 걱정은 JSC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거란 사실입니다. 우리도 준비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단계적으로 저희도 대응해야 되겠지요. 이미 저희는 대응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설계와 입찰부서에 SHJ의 T.F팀을 파견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조인식이 끝나게 되면 입찰준비를 바로 시작할 겁니다.”

    아사히를 향해 웃음으로 보이고 있었지만, 아사히가 미쓰비시중공업의 설계능력을 입수하기 위해 SHJ의 T.F팀을 파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입에 거품을 물었을 것이었다.

    “하하하, 그렇군요. 그리고 일본에 사무소를 개설한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본사 내에 사무실을 마련해 놓겠습니다. 멀리 가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저희 SHJ는 파트너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장님의 마음만 받겠습니다.”

    기업 간의 합작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 임대료 몇 푼 아끼자고 호랑이 입에 찾아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일본 우익을 대표하는 미쓰비시 그룹을 경환은 신뢰하지 않았다. 단지 JSC의 대항마로만 생각하고 있었고 미래를 함께 할 동반자로서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JSC의 인수가 경환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미쓰비시중공업과의 관계는 지속될 수 없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경환과 아사히가 서로 동상이몽을 꿈꾸며 아키라의 인도에 따라 행사장으로 따라 나섰다. 행사장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직원들을 비롯해 신문기자들과 그룹 관계자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지만, 이건 살아남으려는 아키라의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회자가 나서 이번 합작 개요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아사히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다나카 사장님, 컨설팅 기업인 SHJ와의 합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게 진행되던 인터뷰는 JSC의 사주를 받은 기자의 질문으로 급히 경직되었다. 코이치의 통역으로 질문의 내용을 이해한 경환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어떤 대답을 할지 관심 있게 지켜 보고 있었고, 아사히의 분노를 읽은 아키라는 기자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급히 직원을 부르고 있었다. 막대한 금액이 컨설팅비용으로 해외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보수적인 일본의 여론부터 움직여가는 JSC의 전략에 경환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SHJ는 세계 플랜트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입니다. 우리 미쓰비시중공업과의 합작은 철저히 저희의 제안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해외 플랜트입찰에 풍부한 경험과 성과를 보이고 있는 SHJ와의 합작으로 일본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것입니다. 일본기업 단독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이라면 이번 합작을 반대할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경환은 코이치가 통역을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다. 당황하지 않고 이번 합작을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닌 일본기업이라는 표현으로 질문의 핵심을 노련하게 피해 가는 아사히의 답변에 경환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이상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말로 장내를 정리한 후, 경환과 아사히는 계약서에 날인을 마쳤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약서를 교환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자 사진기의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사장님,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괜찮으시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아사히의 요청을 받은 경환은 이다나가 건네주는 미사여구로 가득한 원고를 마다하고 단상에 올랐다.

    “SHJ의 대표 이경환입니다. 일본의 플랜트시장을 주도하는 미쓰비시중공업과 합작을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데, SHJ는 일본 내 플랜트 입찰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럴만한 능력도 없습니다.”

    경환의 농담에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며 분위기가 풀어지자, 경환은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세계는 좁아지고 경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일본의 힘만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다나카 사장님의 결단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기업만으로는 세계 플랜트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로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환이 단상에서 내려와 아사히와 악수를 하자 다시 한 번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고, JSC의 사주를 받았던 기자가 조용히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경환의 눈에 들어왔다.

    전무로 승진한 김준성의 사무실에는 이만수 부장과 대후 엔지니어링의 전종철 사장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허, 참. SHJ가 미쓰비시중공업과 손을 잡았다면, 이번 알제리 건도 힘들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알제리 프로젝트을 준비하던 대후건설은 SHJ와의 합작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때마침 터져 나온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SHJ와의 합작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전종철의 푸념에도 김준성은 아무런 표정변화가 없었다.

    “황태수 부사장이 직접 넘어와 해명하겠다고 하더군요. 삼풍백화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으니 SHJ도 별수 없었겠지요.”

    차기 사장 물망에 오르고 있는 김준성에게도 이번 알제리 건에 크게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SHJ와의 합작이 물 건너간 지금, 추진을 계속할지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전무님, 알제리는 일본의 입김이 강한 나라입니다.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단독으로는 입찰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알제리는 포기하고 나이지리아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해외 입찰 성공을 위해서는 현지에 주재하는 영사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지만, 애당초 그런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80년대 중반까지 아프리카에 대한 입김은 북한보다도 월등히 떨어져 있었지만, 그 차이를 좁히고 역전시킨 것은 한국외교관들의 노력이었다기보다 각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면서 외교관의 역할까지 수행했다고 보는 게 타당했다. 단지 한국외교관들은 기업들이 닦아 놓은 길을 걸어가며 생색내기에만 열중했다. 김준성은 이만수의 의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SHJ의 지원이 없이는 알제리는 무리라는 이 부장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네요. SHJ에서 FPSO를 제외하고는 나이지이라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비공식적으로 통보해 왔으니, 이번 알제리 건은 포기합시다.”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 김준성은 과감히 알제리 건 포기를 결심했다. 그나마 SHJ가 대후건설에 호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전 사장님은 준비해 두십시오. 삼풍백화점 사고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다면 SHJ와의 합작을 다시 추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부장은 황태수 부사장과의 회의를 준비하고.”

    처음은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그 악연을 인연으로 만들기 위해 김준성은 SHJ와의 합작에 전력투구하고 있었다. 대후의 영업력과 SHJ의 컨설팅능력이 합쳐진다면 세계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인식을 큰 소란 없이 무사히 마친 경환은 한국으로 출발하는 황태수를 배웅하기 위해 로비에 나와 있었다.

    “고생해 주십시오. 여러 곳과 회의를 하시려면 힘드실 텐데 무리하지는 마시고요.”

    “저는 필드체질입니다. 사무실에만 처박혀 있으니 좀이 다 쑤십니다. 그러니 제 걱정하지 마시고 사장님 건강이나 좀 챙기십시오.”

    황태수는 고개를 숙인 후 일부 직원들과 함께 호텔 문을 나섰다. 경환은 그런 황태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전생과 같이 황태수와의 인연이 지속되는 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사장님, 저희도 출발해야 됩니다.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보낸 승용차가 이미 도착을 했습니다.”

    내일 아침 비행기로 미국에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경환은 아사히의 접대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코이치와 함께 미쓰비시중공업이 준비한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긴자의 하키라를 초저녁부터 찾은 아키라는 혹시라도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마담이 엄선한 아가씨들을 일일이 살피고 있었다.

    “마담, 모두 영어는 가능하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영어는 모두 가능해요. 어떤 손님들인데 전무님이 이렇게 신경을 쓰시는 거에요?”

    “사장이 한국인이지만, 우리 미쓰비시중공업도 함부로 못하는 미국기업이니까, 괜히 한국인이라고 무시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마담이 다시 주지를 시켜.”

    하키라는 외국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큰손인 미쓰비시 그룹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특히 한국인이라는 소리에 마담의 인상은 급히 어두워져 갔다. 특히 한국인이 하키라에 드나든다는 소문이라도 난다면 이미지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마담, 걱정 안 해도 돼. 아가씨들에겐 미국인이라고 해 놓고. 이번 접대만 잘 끝나면 섭섭하지 않게 해 줄 테니까. 그리고 악사들과 게이샤들은 어디 있나?”

    아키라가 전통춤을 출 게이샤를 확인하려 할 때 아사히가 경환과 함께 하키라에 들어오자 마담이 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하키라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한국이나 일본이나 접대문화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자 경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생이었다면 이런 자리를 놓치지 않고 대한남아의 기상을 보여줬겠지만, 이런 접대 자리에서 미쓰비시중공업에 약점을 잡힐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가게 문을 박차고 나갈 수도 없었기에 경환은 아사히를 따라 예약된 방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들어서자 기모노를 차려입은 늘씬한 아가씨들이 옆에 사뿐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식사부터 하시죠.”

    “고급요정 같은데, 너무 과한 대접을 받는 거 같습니다.”

    아사히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자리에도 능숙하게 대처하는 경환의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회 한 점을 입에 넣으며 식사를 시작한 경환은 고개를 돌려 코이치를 쳐다보았다.

    “타케우치 차장님은 이곳에 오신 적이 있으십니까? 얼핏 봐도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저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코이치의 말에 이곳이 일반인들은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란 걸 알게 된 경환은 아사히가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식사가 시작되자 전통악사들의 공연을 시작으로 게이샤들의 춤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하하, 이 사장님 술 실력이 대단하신 거 같습니다. 옆의 아가씨도 대단한 미인이지 않습니까?”

    경환은 아사히를 시작으로 아키라와 옆의 아가씨가 따라주는 술을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 아키라는 과장된 몸짓을 보이며 자신을 부각하려 애를 쓰자 경환은 아키라를 향해 웃음을 보였다.

    “술을 가리진 않습니다. 특별히 다나카 사장님이 마련하신 자리인데 분위기를 깰 수는 없지요. 그리고 아름다운 장미엔 항상 가시가 있더군요.”

    경환이 자리에 앉은 후 아가씨의 술만 받을 뿐 말조차 섞지 않는 모습에 아키라는 조용히 마담을 찾았다. 마담이 급히 방문을 열고 들어와 바닥에 무릎을 꿇자 급히 아키라가 나섰다.

    “마담, 중요한 손님이신데, 아가씨가 맘에 안 드시는 거 같으니까, 다른 아가씨를 불러야 할 거 같은데.”

    마담이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경환의 옆에 있던 아가씨에게 눈짓하자 아가씨가 급히 경환을 향해 두 손과 함께 바닥에 머리를 조아린 후 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하자, 경환은 급히 코이치에게 상황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만요. 이름이 뭐죠?”

    “하, 하루나입니다. 손님을 불편하게 해 죄송합니다.”

    경환은 자리를 벗어나려던 하루나의 손을 잡아 다시 앉히고는 코이치에게 통역을 부탁하며 마담에게 입을 열었다.

    “마담이 오해한 겁니다. 제 옆에 누가 앉던지, 제 행동에는 변화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하루나의 서비스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경환의 말에 마담은 안심했던지, 경환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빈 잔에 술을 따라 준 후 밖으로 사라졌다. 술자리를 빨리 정리하고 싶었던 경환은 아사히와 아키라가 경험해 보지 못한 폭탄주를 연속으로 건네주었고, 두 사람의 몸은 빠르게 허물어져 갔다. 자리를 정리하기 위해 일어서는 경환에게 양복 상의를 건네주며 하루나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담 눈 밖에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영어가 유창한데 어디서 배웠나요?”

    경환은 일본인들이 흉내낼 수 없는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하루나가 이런 곳에서 일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가 않았다.

    “어렸을 때 미국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사실은…….”

    하루나는 말을 잇지 못했고, 경환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더 이상 하루나의 개인사를 묻지 않았다. 경환은 하루나의 손에 조용히 백 불짜리 다섯 장을 건네주었다.

    “오늘 수고했습니다. 현찰이 얼마 없어 이거밖에는 못 드리겠네요. 나중에 인연이 되면 또 봅시다. 한가지 바람은 하루나는 이런 곳에서 일할 사람으로는 안 보인다는 겁니다. 다음엔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키라는 경환의 인사도 받지 못할 정도로 인사불성이 되어있는 아사히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경환과 코이치는 그런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승용차에 올랐다. 하루나는 승용차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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