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스물 김현덕, 스물둘 우주민
트라이 온 최종 우승자 9명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그룹명은 W.JIN이었다.
최종 1위는 우주민이었으나 팀 리더는 박자룡이 되었다. W.JIN의 멤버가 된 나머지 여덟 명의 연습생들은 만장일치로 자룡을 리더로 뽑았다.
W.JIN은 몇 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활동을 시작하였다. 트라이 온 제작진과 케이블 방송사에서는 데뷔 날을 미루고, 그 사이 준비 기간을 최대한 길게 늘리려고 꼼수를 부렸다. 그 준비 기간 동안 투표수가 상위권이었던 연습생들을 케이블 방송사의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려는 속셈이었다. 트라이 온이 크게 성공하자 ‘고작’ 11개월 동안만 연습생들을 묶어두는 것이 심히 아까웠던 것이었다.
애초에 계약서에는 데뷔 후 11개월의 활동 기간을 가진다고 적혀 있었다. 준비 기간은 1년을 넘지 않는다고만 되어 있었기에, 케이블 방송사에서는 그 1년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했다.
연습생들은 그 꼼수에 대해 그리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아홉 명이 함께 어울려 연습을 하고 데뷔를 준비한다는 것이 재미있고 즐거울 뿐이었다.
하지만 연습생들의 소속사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소속사 사장, 대표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빠른 데뷔를 촉구했다.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현덕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봄. W.JIN은 그들을 기다리던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덕은 고3이자 신인 아이돌 그룹 W.JIN의 서브 보컬이 되었다. 기획사에서는 자퇴를 권했고 학교에서는 자진 하차를 권했다.
가장 중요한 시기, 열아홉 살.
어느 한쪽에만 집중하길 권하는 어른들을 보며 현덕은 감히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노력했다. 수능 공부를 틈틈이 해가며 W.JIN 활동을 하고자 한 것이다.
확실히 어른들의 걱정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W.JIN은 평범한 신인 아이돌 그룹이 아니었다. 이미 거대한 팬덤을 가진, 초특급 태풍과 같은 존재감을 가진 슈퍼 루키였다. 이미 데뷔하기 전부터 데뷔 후 반년간의 스케줄이 정해졌다. 이걸 사람이 소화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만치 빽빽했다.
데뷔 후엔 그 스케줄 위에 새로운 스케줄이 더해졌다. 몸이 열 개여도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수준이었다. W.JIN의 기획사는 기어이 그걸 다 소화하도록 만들었다.
일주일에 채 열 시간도 못 자고 활동을 했다. 이동 중에 차 안에서, 비행기 안에서 눈을 붙이는 게 고작이었다.
끔찍할 정도로 바쁘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W.JIN의 멤버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잠깐씩 짬이 날 때면 장난을 치고, 서로를 챙겼다.
때로 기자들은 애초부터 경쟁 프로그램에서 만나 경쟁을 하던 사이였으니 관계가 좋을 리 없다며 자꾸 불화설을 터트렸지만. 정작 W.JIN의 멤버들은 너무 바빠서 자신들과 관련하여 어떤 루머가 퍼졌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W.JIN의 멤버들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유독 챙겼던 멤버는 둘이었다. 하필이면 W.JIN 활동기 때 고3이 된 현덕과 이제야 중학교 2학년이 된 최연소 멤버 준비.
멤버들은 그룹 내 미성년자 멤버 둘을 꼭꼭 싸고돌았다. 험한 예능 프로그램에는 되도록 자신들이 나가고 현덕과 준비는 내보내지 않았다.
현덕은 형들의 배려에 힘입어 대기실에서 수학 문제집을 풀었고, 준비는 어딜 가든 덕신이 준 기타를 들고 다니며 연습에 매진했다.
팬들은 현덕과 준비가 예능 프로그램에 잘 안 나오고, 무대 활동 외에 다른 활동을 거의 안 하는 것을 서운해했다.
활동이 한창 막바지에 치달았을 때.
현덕은 극비리에 수능 시험을 치러 갔다. 기획사는 현덕을 위해 활동 중에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빼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어이 수능을 치러 가겠다는 현덕을 그날만큼은 최대한 배려해주었다.
기획사는 학교와 의논하여 현덕이 올해 수능을 포기한다는 거짓 기사를 내보냈다. 현덕은 심한 감기에 걸린 N수생 수험생인 양 더벅머리 가발을 쓰고, 커다란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감았다. 얼굴에 특수 분장까지 하고, 두꺼운 옷을 일곱 겹 껴입었다. 키 높이 운동화까지 신고 몰래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같은 시험장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책상에 붙은 ‘김현덕’이라는 이름 석 자에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으나, 걸어 들어와 자리에 풀썩 앉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신경을 껐다.
덕분에 현덕은 다른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또 다른 수험생들의 관심을 받지도 않고 시험을 칠 수 있었다. 분장을 하고 옷을 껴입은 게 불편했지만 시험 문제를 푸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현덕은 수능을 망쳤다. 예전에 봤을 때보다는.
굳이 변명하자면, 두 번째 시험을 치는 거라고 해도 너무 오래전이라 시험 문제와 답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또한 W.JIN 활동이 너무 바빠서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다.
현덕은 이전엔 수월하게 합격해서 들어갔던 대학교를 추가 합격해서 들어가야 했다. 아버지의 모교였다.
원서를 넣을 때 학교 담임선생님은 합격하기 힘들 거라고 말했다. 차라리 조금 낮춰서, 안정권인 대학에 원서를 넣어보자고 했다. 하지만 현덕은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무조건 아버지의 모교에 지원했다. 점수가 아슬아슬해서 붙을 가능성이 낮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불합격한다면 재수를 하겠다는 각오도 했다.
이전의 삶에서 현덕이 아버지의 모교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는 현덕을 자랑스러워 했다. 현덕은 그때 봤던 아버지의 그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았다.
재수를 각오한 모험은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다.
현덕은 당당하게 수능을 봐서 서울의 모 대학교 법학과에 정시 입학한 아이돌이 되었다. 덕분에 공부와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수능 시험을 본 이후, 현덕은 예능 출연을 고사하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의외의 엉뚱한 매력을 선보였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 아이돌이라는 딱지도 달게 되었다.
그걸 기회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하였다. 현덕은 낮에는 모범생 학생회장이지만 밤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밤거리를 헤매는 거친 반항아, 한유비를 연기하였다. 매력 있게 어색한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으론 최악의 로봇 연기라는 조롱도 받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현덕은 주민과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주민은 W.JIN 내에서도 특히나 인기가 있는 멤버 중 한 명인지라 개인 스케줄이 많았다. 그래서 같은 그룹 멤버인데도 정작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현덕과 주민은 어떻게 해서든 남몰래 둘만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애썼다. 현덕의 신중함과 주민의 저돌적인 추진력이 더해진 달콤 살벌한 연애는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쭉- 이어졌다.
현덕은 W.JIN 활동 중에 스무 살이 되었다. 팬들은 성인이 된 현덕을 축하하여 여러 이벤트를 열어주었다. 기획사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하루 정도 현덕에게 휴가를 주었고. 주민은 그에 맞춰 어떻게 해서든 함께 휴가를 내려고 노력했다.
현덕과 주민은 W.JIN 활동 이후 처음으로 휴가를 받아 온종일 둘이서만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날, 주민과 현덕도 각자 나름의 각오를 하고 만났다. 이십 대의 젊은 청년 둘이 만났으니 뼈와 살이 불타는 밤을 보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날, 둘은 아무런 역사도 이루지 못했다. 주민이 혼자 사는 펜트하우스에 간 두 사람은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전에 손만 잡은 채로 하루를 꼬박 자버렸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일어난 두 사람은 까치집이 된 서로의 머리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이후 W.JIN 활동이 끝날 때까지, 주민이 애타게 기다리고 벼르던 기회의 날은 오지 않았다. 둘의 진짜 첫날밤은 W.JIN의 활동이 끝나고 난 뒤, 성사되었다.
봄이 찾아오기 직전. W.JIN의 활동이 종료되었다. 팬들은 활동 연장을 애타게 바랐다. 아홉 명의 멤버들 역시 계약이 연장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얽히고설킨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소망은 소망으로 끝났다. W.JIN의 활동은 정확히 11개월 만에 끝났다.
활동 종료 이후, 아홉 명의 멤버는 각자의 기획사로 돌아갔다. 다들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하였으나 정말로 아홉 명이 다시 뭉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다.
의준과 성환은 기획사로 돌아가 듀오로 데뷔하였다. 피터는 못다 한 공부를 하러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피터가 출국하는 날, 현덕과 준비는 그를 배웅하러 갔다.
“꼭 다시 만나자. 돌아올 테니까, 나 잊지 말고 기다려줘.”
피터는 잠시 놀러 갔다 오는 사람처럼 말했다. 현덕은 서운한 마음을 꾹 참고 웃으며 피터를 배웅했다.
“안 가면 안 돼? 한국 사람이잖아여, 그냥 한국에서 공부해여.”
준비는 피터를 붙잡고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어? 어? 어…… 그, 그래, 아니. 가긴…… 가야 되는데…….”
피터는 제게 매달리는 준비를 보며 심히 당황했다. 그답지 않게 어쩔 줄 몰라하며 준비를 떼어내지 못했다. 현덕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으나 현덕은 울컥 치솟는 눈물을 참느라 바빴다.
“고마워. 너희가 내게 얼마나 귀중한지 너희는 모를 거야.”
피터는 마지막으로 현덕과 준비를 꽉 끌어 안아주고는 돌아섰다. 현덕은 엉엉 우는 준비를 안고 다독이며, 그런 피터를 배웅했다.
준비는 훌쩍 커버려서 예전처럼 번쩍 들어 올릴 수 없었다. 그런데도 펑펑 우는 모습은 트라이 온 촬영할 때 보았던 모습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현덕은 준비와 함께 훌쩍이며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유호는 W.JIN 활동 중 건강이 나빠져서 한동안 요양을 해야 했다. 정모는 W.JIN 해체 이후 연예계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유호와 꾸준히 연락을 지내다 일찍 군대에 입대했다.
준비는 조금 시끄러운 과정을 거쳐서 우탄 엔터테인먼트를 나왔다. 그리고 TE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주민과 자룡은 TE엔터테인먼트로 돌아가, 몇 달 뒤 ‘홀리포스’라는 6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하였다.
주민과 자룡이 ‘홀리포스’로 데뷔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현덕은 어느 때인가의 고민과 두려움이 쓸데없는 것이었다는 허탈함에 웃고 말았다.
‘역시 될 사람은 되는구나.’
현덕은 이후 딱히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이 되었다. 피터나 정모와 비슷한 행보였으나 연예계와 이어진 선을 아주 완전히 끊어내지는 못했다.
TE엔터테인먼트의 오 팀장은 현덕을 놔주려고 하지 않았다. W.JIN 활동 이후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대학교 생활로 돌아가겠다는 현덕을 붙들고 늘어졌다. 자룡과 준비 또한 옆에서 오 팀장을 거들었다.
어쩔 수 없이 현덕은 TE엔터테인먼트와의 아티스트 계약을 이어갔다. 다만 소속사의 다른 연예인들처럼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본업은 법대생이었다. 가끔 오 팀장이 가져오는 가벼운 스케줄을 소화하는 정도였다. 대게는 토크 쇼 패널이나 가벼운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 정도였다.
오 팀장이 현덕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 이 정도나마 현덕이 연예계 활동을 하는 것이건만. 사정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TE엔터테인먼트에서 현덕을 천대한다고 생각했다. 현덕은 기회가 될 때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그리 효과적이진 않았다.
W.JIN의 활동이 종료되고, 그리고 주민과 자룡이 홀리포스로 데뷔하여 바쁜 나날을 보내는 어느 날. 비로소 현덕과 주민은 주민이 사는 펜트하우스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주민은 현덕을 문 안으로 들이자마자 깊게 입을 맞췄다. 현덕이 가쁜 숨을 내쉬며 몸을 뒤로 빼고야 두 사람의 몸이 잠시 떨어졌다.
몇 번 놀러 와 익숙한 곳이건만. 현덕은 생전 처음 와보는 듯 쭈뼛거렸다. 주민은 그런 현덕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였다.
현덕은 주민이 잡아끄는 대로 침실로 향하기 전 우뚝, 멈춰 섰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커다란 침대가 보이자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졌다. 각오하고, 또 나름대로 기대를 하고 주민의 공간에 발을 들인 것이건만. 그럼에도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거였다.
“어…나, 씨, 씻고 올게.”
현덕이 욕실로 달아났다. 주민은 너그러운 척 현덕을 놓아주었다.
현덕은 시간을 들여 씻고 난 후, 씻기 전 입었던 옷과 보란 듯 걸려 있던 목욕 가운을 양손에 들고 고민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속옷을 입고 원래 입고 왔던 옷까지 다 껴입고 욕실을 나섰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주민은 목욕 가운만 입은 채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막 씻고 나온 건지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물방울이 하얀 얼굴을 타고 내려 턱 끝에 맺히더니 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운 사이로 살짝 보이는 툭 튀어나온 쇄골에 고였다.
멍하니 바라보던 현덕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현덕아.”
주민이 현덕을 불렀다.
“아… 어…….”
현덕은 대답하며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체격 차가 난다고 하지만 같은 남자였다. 고작 두 살 차이였다. 그런데도 지금의 우주민은 뭔가 무서웠다. 자신이 다 감당해내지 못할 거 같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김현덕.”
주민은 기어이 현덕과 눈을 마주친 뒤, 현덕을 불렀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던 현덕은 멈춰 섰다.
“이리 와.”
주민이 손을 내밀었다. 현덕은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순순히 주민에게 다가갔다.
현덕이 가까이 다가오자 주민이 낚아채듯 붙잡았다. 현덕은 주민이 잡아당기는 대로 고꾸라졌다. 풀썩, 침대 위로 쓰러졌다. 주민은 현덕을 침대 위에 눕히고는 날래게 그 위로 올라탔다.
현덕의 다리 사이를 벌리고 그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주민의 중심부와 현덕의 다리 사이가 맞닿았다. 벌써부터 주민의 성기는 열이 올라 단단하고 뜨거웠다. 현덕은 제 중심부에 부딪히는 주민의 것을 느끼고는 움찔, 몸을 떨었다.
“현덕아, 김현덕.”
주민이 유리 공예품을 만지듯 현덕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반듯한 이마를 손끝으로 쓸어내리더니, 콧대를 타고 내려와 현덕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아…….”
현덕이 입술을 열었다.
주민의 손가락이 현덕의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길고 마디진 손이 축축하게 젖은 현덕의 입안을 탐험이라도 하듯 헤집었다. 끝내 현덕의 혀를 찾아내 그 끝을 간지럽혔다. 현덕은 그에 응해, 주민의 손가락을 혀로 핥았다.
그러자 주민의 눈빛이 변했다.
주민이 급히 손가락을 빼고는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닿기 무섭게 혀가 틈을 가르고 현덕의 입안으로 침입했다. 도망치는 현덕의 혀를 빨아 당기며 비볐다.
“흐읍…….”
현덕이 벅찬 감각에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틈 없이 맞붙은 입술 안에서 질척한 소리가 울렸다. 현덕은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주민이 주는 내밀한 감촉에 홀렸다.
그러는 새 주민의 손이 현덕의 목을 타고 내렸다. 현덕이 꼼꼼히 채운 단추를 푸르고, 셔츠 안에 숨겨진 맨살을 더듬었다. 주민의 손이 닿는 곳마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해졌다.
주민의 손이 마른 배를 타고 올라가 가슴을 움켜잡았다.
“흐으…….”
가슴 위에 도톰하게 튀어 오른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비볐다. 아프게 잡아당기지는 않았으나 남의 손에 희롱당하는 감각 자체가 낯설었다. 현덕은 겁을 먹었다.
현덕은 주민의 키스에서 도망쳤다.
“형……아, 흐읍.”
주민은 그런 현덕을 놓아주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 목선과 귓불, 뺨에 쪽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며 기어이 도망간 현덕을 쫓았다. 도망친 걸 혼이라도 내듯 거칠게 입을 맞추고 깊이 혀를 밀어 넣었다.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아…….”
현덕이 낮게 신음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주민은 현덕의 허리를 감싸 안고 바지 버클을 풀었다. 철컥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끌어내렸다. 바지가 허벅지 아래까지 밀려 내려갔다.
반쯤 선 성기가 툭 튀어져 나왔다. 주민의 손이 그것을 움켜쥐었다.
“아!”
현덕의 허리가 크게 휘었다.
주민은 그 작은 신음마저 탐욕스럽게 빨아들이며 두 다리로 현덕의 허벅지를 밀었다. 자신의 허벅지 위에 현덕의 다리를 올리고는 몸을 밀착했다.
주민의 것이 가운을 헤치고 툭 튀어나왔다. 주민은 제 것과 현덕의 것을 같이 움켜쥐고 훑어 내렸다.
“혀, 형… 잠깐만, 이거… 이거는…….”
뜨거웠다. 너무 단단하고 뜨거웠다. 주민이 손을 흔들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현덕은 쏟아지는 감각을 감당하지 못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자꾸 덤비는 주민의 얼굴을 밀어내며 어렵게 숨을 쉬었다.
“흐으…….”
몸이 덜덜 떨렸다.
현덕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방 사정했다. 현덕이 사정한 정액이 주민의 손과 주민의 성기를 적셨다.
주민은 사정의 여운에 헐떡이는 현덕의 목덜미를 잡고 키스했다. 그리고 아직 사정하지 못한 자신의 성기를 계속 현덕의 것에 비볐다. 까슬한 음모가 허벅지에 스쳤다.
주민이 잘게 허리를 털자 현덕의 몸이 따라서 흔들렸다.
“뭔가, 이상해, 이거…….”
현덕이 침대 시트에 몸을 비비며 말했다. 울먹이는 목소리엔 물기가 배여 있었다.
“괜찮아, 하나도 안 이상해.”
주민은 현덕에게 다시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그리고는 현덕의 옷을 마저 벗겼다. 현덕은 저항하지 않고, 주민의 손에 제 몸을 내맡겼다.
주민은 자신도 허술하게 입고 있던 가운을 벗었고, 맨몸으로 현덕의 몸 위를 다시 덮었다.
부끄러워 오므린 두 다리를 벌려 가르며 주민이 들어왔다. 꼿꼿하게 선 주민의 것이 현덕의 성기를 쿡, 찔렀다. 그렇게 두 나신이 맞붙었다.
그것만도 자극이었다. 현덕은 움찔 떨며 두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왜 가려, 얼굴 보여줘.”
주민이 현덕의 귓가에 속삭이며, 두 팔을 억지로 밀어 버렸다. 그리고는 겨우 드러난 현덕의 눈꺼풀에 입을 맞췄다.
“주민 형, 우주민…….”
현덕은 눈을 감았다가 뜨며 주민을 바라보았다. 눈가에는 벌써 눈물이 고여 있었다.
주민은 지독한 얼굴을 한 채 그런 현덕을 내려다보았다.
꼿꼿이 선 주민의 성기가 현덕의 마른 배에 자꾸 비벼졌다. 그럴 때마다 주민의 성기를 덮은 프리컴이 현덕의 아랫배를 적셨다. 현덕의 허벅지 안쪽이 움찔거리며 떨렸다.
현덕은 왜 옛날 사람들이 잠자리를 가지는 걸 배를 맞췄다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주민은 때때로 억눌린 더운 숨을 내뱉었다. 무엇을 참고 있는지, 열이 오른 머리로 짐작이 안 되었다. 다만 저 억눌린 모든 걸 오늘, 제 안에 쏟아낼 거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형, 혀엉…….”
현덕은 두렵고, 또 벅찬 마음을 견딜 수 없어 주민의 얼굴을 들어 올려 먼저 입을 맞췄다. 주민은 목마른 사람처럼 허겁지겁 현덕의 입술을 빨았다.
현덕은 두 손을 주민의 목에 감았다.
주민이 한 손으로 현덕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다른 한 손으로 현덕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손가락으로 현덕의 엉덩이 사이를 갈라 주름지고 꽉 다물린 구멍을 건드렸다.
순간, 현덕의 몸이 굳었다.
“괜찮아, 쉬이, 힘 빼자. 착하지?”
주민은 현덕의 허리를 슬슬 쓸어내리며, 침대 위 협탁에서 로션과 콘돔을 한 움큼 꺼냈다. 그것들을 침대 위에 뿌렸다.
“이거…… 뭐, 야?”
현덕이 눈을 깜박이며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주민이 웃으며 현덕의 목선을 따라 입을 맞췄다.
“기분 좋게 해줄게. 절대 너 다치게는 안 할 거야.”
귓가에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주민이 콘돔을 이로 물고 찢었다. 그걸 손가락에 끼고 그 위에 로션을 듬뿍 발랐다. 콘돔 낀 손으로 현덕의 다물린 구멍을 건드렸다. 밀고 들어올 듯, 입구에서 손가락을 들이밀자 현덕은 저도 모르게 엉덩이에 힘을 주어 침입을 막았다.
사는 내내 배출하는 용도 외에 다른 용도로 써 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남자들끼리는 이쪽으로 성교한다는 걸 주워들어 알고 있었고. 각오도 했지만.
막상 하려니 몸이 굳었다.
주민이 내내 달궈놓았던 몸이 조금 식었다. 주민의 성기에 찔려 다시 힘을 받았던 현덕의 성기 또한 늘어졌다.
주민은 그런 현덕의 몸을 다시 애무하며, 현덕의 입술에 톡톡 노크를 하듯 입을 맞추었다. 현덕이 입술을 열어주니 혀를 얽으며 현덕의 감각을 위쪽으로 돌렸다.
현덕의 몸이 조금 느슨해지려는 찰나 예고 없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자, 잠깐만!”
현덕이 주민에게 매달렸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주민은 상냥하게 현덕을 달래며 계속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손가락이 기어이 전부 현덕의 안에 들어갔다. 현덕은 있는 힘껏 그것을 조였다.
“형, 이거, 뭔가 이상해, 잠깐만.”
현덕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리를 떨었다.
“응, 현덕아. 이상한 거 아냐. 하나도 아니야, 괜찮아.”
주민은 계속 입을 맞추며 그런 현덕을 달래주었다.
가만히 있어야 하는 손가락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민은 현덕의 안쪽을 비비며 길을 냈다. 하나가 익숙해질 때 즈음, 다른 하나를 더 밀어 넣었다.
현덕은 주민의 몸에 짓눌린 채 그 침입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주민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현덕의 안을 넓혔다. 어느 정도 풀린 현덕의 안쪽은 처음보다 훨씬 유연하게 주민의 손가락을 빨아 당겼다.
살아있는 듯 제멋대로 안을 헤집던 주민의 손가락이 어느 한 부분, 안쪽에 도톰하게 솟은 부분을 툭 건드렸다. 그러자 죽어 있던 현덕의 성기가 바로 서더니 사정했다. 단 얼마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현덕과 주민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굶주린 주민이었다. 주민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긁어댔다.
“아…… 잠…… 깐, 잠깐만!”
현덕이 비명을 지르며 두 팔로 주민을 밀어냈다. 어깨며 가슴을 밀고 내리쳤지만 주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예 추삽질을 하듯 손가락을 뺐다 넣기를 반복했다. 손가락이 끝까지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현덕의 안쪽에서 찔꺽이는 소리가 났다. 내벽이 살짝 드러났다 다시 처박히는 손가락을 빨아들였다.
“아아…… 아… 흑…….”
현덕은 주민의 몸에 갇힌 채 몸을 바르작대며, 몰려오는 쾌락을 견디려 애썼다. 주민은 그런 현덕의 얼굴을 따라다니며 마구잡이로 입을 맞췄다.
현덕은 연이어 사정했다. 세 번 더 사정하고 나니 성기가 제대로 서지조차 못했다.
현덕은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몸은 이미 고무 인형처럼 축 늘어졌다.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가슴이 거칠게 오르락내리락 움직였다. 현덕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살기 위해 숨을 쉬는 게 전부였다. 주민은 그런 현덕에게 입을 맞춰 기어이 그 숨마저 빼앗아갔다.
현덕이 셀 수 없이 가는 동안 주민은 단 한 번도 사정하지 않았다. 주민의 성기는 위엄찬 굵기와 열기를 자랑하며 현덕의 아랫배 위에서 비벼지고 있었다. 현덕의 아랫배는 벌겋게 달아오른 지 이미 오래였다.
현덕은 뒤를 헤집는 손길과 아랫배를 누르는 주민의 성기를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주민은 알아듣지 못할 욕설을 내뱉으며, 내내 현덕의 안을 헤집던 손가락을 쑥 뺐다.
“하윽!”
내내 품고 있던 게 단번에 빠져나갔다. 현덕은 목을 길게 뒤로 젖혔다. 주민은 현덕의 목을 길게 핥으며 손으로 침대 위를 더듬어 다시 콘돔을 집어 들었다.
급히 포장을 까고 그걸 현덕의 손에 쥐여 주었다.
“내가 이제, 네 안으로 들어갈 거야. 이거 끼워줘. 네가 잘 끼워줘야 해.”
주민이 현덕의 귓불을 빨며 속삭였다.
“아…….”
현덕은 제 손안에 든 것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봤다. 얇고 미끌미끌했다.
“이거…… 어떻게?”
현덕이 주민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한 번도 써본 적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주민은 그런 현덕을 보며 씹, 욕설을 내뱉었다. 콘돔을 든 현덕의 손을 부서뜨릴 듯 움켜잡고 제 성기로 가져갔다.
현덕의 손에 주민의 성기가 닿았다. 단단하고 뜨거웠다. 현덕은 움찔, 떨었으나 도망치지는 않았다. 이게 자신의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현덕은 주민이 이끄는 대로 주민의 성기를 붙잡고 쓸어내리듯 콘돔을 끼웠다. 주민의 것은 한 손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런 게 어떻게 바지 속에 숨어 있었는지, 같은 남자로서도 믿어지지 않았다.
“이게…… 들어갈까.”
각오는 했지만, 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걸 달고 있는 우주민의 잘못이었다. 고작 손가락 두셋과 비교할 수 있을 만한 크기가 아니었다.
“응, 응.”
주민은 현덕의 목에 얼굴을 묻고 현덕이 주민의 성기를 주무를 때마다 목울대를 울리며 신음했다. 현덕은 커다란 맹수가 제 몸 위를 덮고, 그르렁거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등골이 오싹하게 저렸다.
현덕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콘돔을 씌우자 주민이 칭찬하듯 현덕의 목에 입을 맞췄다. 이어 입술에 키스하며 현덕의 헐떡이는 숨을 모두 받아먹었다. 그러고도 모자라다며 입맛을 다셨다.
주민이 손에 로션을 가득 짜 제 성기를 한번 쭉 훑었다. 현덕은 기대감, 혹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주민은 현덕의 두 다리를 있는 대로 벌려 제 허리를 감싸게 했다. 한 손으로는 허리를 움켜잡았다. 다른 한 손으로는 현덕의 얼굴 옆 침대를 짚었다.
“아프면 말해, 응?”
현덕의 코끝에 쪽쪽 입을 맞췄다.
“내가 아프다고 하면…… 그만할 거야?”
“네가 싫다고 하면 절대로 안 할 거야.”
한숨을 쉬듯 말하며 성기를 현덕의 구멍에 가져다 댔다. 두꺼운 귀두가 주름진 구멍을 쿡 찔렀다.
주민은 순전히 허리짓만으로 성기를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미끄러운 로션과 콘돔 때문에, 마치 뱀장어처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입구는 천천히 열렸다. 주름진 구멍이 찢어질 듯 팽팽해졌다. 한계까지 벌어져 뻑뻑하게 주민의 성기를 받아들였다.
“흐읍!”
현덕이 숨을 들이켜며 몸을 굳혔다.
뜨거운 불덩이를 뱃속에 품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달군 쇠꼬챙이로 몸을 꿰뚫는 것 같았다.
“흑… 아, 으…….”
현덕은 입술을 깨물며 주민을 받아들였다.
아팠다. 하지만 아프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분명 주민은 그만둘 터였다. 그게 아픈 거보다 더 싫었다.
“김현덕.”
주민이 신음을 뱉었다.
눈물이 올라 흐릿해진 시야로, 아름다운 얼굴이 열기에 젖는 게 보였다. 낮게 신음하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주민이 좋았다.
“힘 빼자, 조금만. 응? 착하지.”
주민이 현덕을 달랬다. 다정한 위로와 달리 허리 아래는 자비가 없었다.
현덕이 힘들면 그만두겠다고 했으면서. 현덕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고스란히 보면서도, 현덕이 그만두라고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변명 삼아 계속 밀고 들어왔다.
“하… 언제까지…흐으…….”
견디다 못한 현덕이 울음을 터트리며 주민의 어깨를 주먹으로 퍽퍽 내리쳤다. 힘없는 솜방망이 주먹이었다. 간지럽지도 않았다.
“응, 다 됐어. 다 됐어.”
주민은 현덕을 달래며 허리에 힘을 주었다. 겨우 반밖에 안 들어간 걸 끝까지 단번에 밀어 넣었다.
“아! 악!”
천천히 밀고 들어오던 것이 단번에 박히자 현덕이 허리를 뒤틀며 비명을 내질렀다.
주민의 손가락이 닿지 않았던 깊은 곳까지 두꺼운 귀두가 밀려들었다. 그 뻑뻑하고 마른 내벽을 짓이겼다.
“혀… 형… 우, 우주민… 이거, 이거… 나…아 흐으……”
현덕의 몸이 벌벌 떨렸다.
“다 들어갔어, 현덕아. 착하지? 조금만, 조금만 더 힘 풀자.”
“아, 아직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안 돼…… 응? 제발.”
현덕은 주민의 몸에 제 몸을 바싹 붙이고 사정했다. 벌벌 떨리는 작은 몸이 안쓰러우면서도, 꼴렸다.
주민은 이를 악물었다. 당장이라도 허리를 쳐올리고 싶은 욕심을 참았다.
현덕의 안쪽은 좁았다. 주민의 것을 잘라 먹을 듯 세게 조였다. 아플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말도 못 하게 기분이 좋았다.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이대로 죽긴 억울했다.
“현덕아, 현덕아. 나 미칠 거 같아. 김현덕.”
주민은 끊임없이 현덕의 이름을 부르며 현덕에게 입을 맞췄다.
주민이 견디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허리를 흔들려고 하면 현덕이 기겁하며 주민에게 빌었다.
“아직 안 돼, 안 돼…… 안 돼.”
주민의 것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단지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목 끝까지 그 존재감이 느껴졌다.
주민은 계속 현덕에게 입을 맞추며 기다려주었다. 가끔, 참느라 억눌린 신음을 흘릴 때마다 현덕의 허리가 움찔움찔 떨렸다.
현덕은 물기 진 눈으로 주민을 올려다보았다. 땀에 젖은 주민의 얼굴은 정욕과 쾌락에 얼룩져 있었다. 두 눈은 현덕을 씹어 삼키고 싶다는 듯 현덕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현덕은 손을 들어 주민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주민은 제 주인에게 순종하는 맹수처럼 얌전히 현덕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현덕의 손가락이 입술 위에 톡, 닿자 혀를 내밀어 그 손끝을 핥았다.
이마에 맺힌 땀이 현덕의 가슴 위로 떨어졌다.
“아…….”
현덕이 신음하며 안쪽을 조였다. 그게 신호였다.
주민이 끓는 울음을 토해내며 허리를 털기 시작했다. 성기를 반쯤 뺐다 단번에 박아 넣었다.
“아!”
현덕의 몸이 크게 출렁이며 위로 밀려 올라갔다. 주민은 현덕을 잡아당겨 허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현덕을 두 동강 낼 듯 제 것을 박았다.
“아…… 아흐, 읏! 윽! 윽!”
현덕은 주민의 아래에서 정신없이 흔들렸다. 주민은 지쳐 축 늘어진 몸 위에서 현덕의 몸을 있는 대로 짓누르며 허리를 털어댔다.
현덕의 안은 뜨겁고 좁았다. 버거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성기를 밖으로 빼내면 나가지 말라는 듯 빨아 당겼다.
조여대는 감각에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주민은 이를 악물고 사정감을 참으며 허리를 흔들었다.
“아. 아…… 으, 아…….”
귓가에 현덕의 신음이 울렸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사람 목소리가 왜 이렇게 단 건지, 사람을 어디까지 미치게 만들려고 작정한 건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주민은 아예 두 손으로 현덕의 허리를 붙잡고 팍팍 허리를 치댔다.
삐걱거리며 침대까지 같이 흔들렸다.
“형, 천천히, 아, 파…… 흡!”
아프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현덕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주민은 그런 현덕의 손을 쳐내고 입을 맞췄다. 두 혀가 격하게 얽혔다.
주민이 계속 허리를 박으며 조금이라도 더 현덕의 안에 깊이 들어가려고 몸부림쳤다. 여린 허벅지 안쪽 살이 음모에 쓸려 발갛게 달아오른 지 이미 오래였다.
주민은 아예 현덕의 몸을 두 동강 낼 듯 굴었다. 제 성기를 있는 대로 빼냈다 한 번에 박았다. 그때마다 현덕은 주민의 성기가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오는 느낌에 헛구역질했다.
성기가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두꺼운 귀두가 현덕이 느끼는 부분을 자꾸 비벼댔다.
주민이 현덕을 침대에 파묻을 듯 내리누르고 허리를 위아래로 찍어대자 주민의 허리에 감긴 현덕의 다리가 마구 흔들렸다.
“힘 풀어. 너무 조이잖아. 응? 언제까지 조일 셈이야, 이제 형 거에 익숙해져야지. 응? 현덕아.”
“흐윽, 흑……”
현덕은 고개를 저으며 신음만 내뱉었다.
현덕이 조이는 게 아니라 주민의 것이 너무 큰 것이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입을 열 때마다 턱, 턱, 주민의 것이 힘 있게 치대서 혀를 깨물었다.
아파서 혀를 내밀면 주민이 현덕의 혀를 사탕처럼 빨았다. 제 입안의 혀처럼 굴렸다. 그러고도 모자란 지 주민은 겨우겨우 반쯤 일어선 현덕의 것을 쥐었다.
쾌락에 쾌락이 덧입혀졌다.
“아, 으! 마, 만지지 마!”
현덕이 크게 허리를 흔들자 주민이 낮게 신음을 뱉었다.
주민의 움직임에 치여, 현덕의 몸이 자꾸만 위로 몸이 밀려 올라갔다.
주민은 현덕을 아래로 잡아당기며 동시에 허리를 쳐올렸다. 주민의 성기가 터질 듯 부풀어서 현덕의 안쪽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흐읏!”
현덕의 성기가 주민의 손안에서 파정했다.
“하…….”
비슷하게 주민 또한 현덕의 안에서 사정했다. 콘돔을 하고 있음에도, 주민이 제 안에서 사정하는 게 느껴졌다.
현덕은 그 생소한 느낌에 허리를 떨었다.
주민은 사정의 여운을 견디지 못하고 현덕의 안으로 잘게 허릿짓을 했다.
두 사람의 거친 숨이 섞여들었다. 주민은 현덕의 안에서 성기를 빼지 않고 그대로 현덕의 위에 쓰러졌다.
몸이 틈 없이 맞붙었다. 현덕의 선이 얇은 몸은 주민의 몸에 파묻히다시피 했다.
주민의 성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현덕은 여전히 제 안에서 단단하게 제 안쪽을 짓누르는 부피감을 느끼고는, 눈을 들어 주민을 바라보았다.
“형…….”
힘들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
처음인데.
모든 게 처음인데.
너무 격했다. 그런데 또 다시라니. 괜히 억울해서 울음이 났다.
“조금만 더. 한 번만. 응? 현덕아.”
주민은 그런 현덕을 살살 꼬였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목소리였다.
“제발… 잠, 깐만… 쉬고…….”
지칠 대로 지친 현덕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반항했지만, 현덕이 싫다고 하면 그만두겠다던 우주민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주민은 정신이 나가 있었다. 현덕의 구멍은 이제야 잔뜩 풀어져서는 주민의 성기를 쫄깃하게 조이고 빨아 당기고 있었다. 이걸 그냥 놔두고 순순히 허리를 빼라니. 그게 가능할 리가.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응? 착하지.”
주민은 현덕의 두 다리를 제 어깨에 걸치고는 현덕의 몸을 반으로 접어 몰아붙였다.
“아…… 윽!”
현덕이 버거운 자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억눌린 신음을 내뱉기 무섭게, 주민이 현덕의 허리를 잡았다.
주민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듯 추삽질을 했다. 이미 현덕의 허리는 주민의 손자국이 벌겋게 나 있었다.
“윽……. 윽, 윽…… 으…… 아흐!”
현덕은 몸을 부술 듯 박아 대는 주민을 받아냈다. 이미 주민에게 익숙해진 구멍은 무리 없이 그 추삽질을 받아 냈다. 그게 주민을 더 미치게 만들었다.
주민이 제 성기를 박을 때마다 현덕의 몸이 침대 매트리스로 푹푹 파고 들어갔다.
현덕의 몸이 뒤로 밀려 침대 머리맡까지 올라갔다. 주민은 아예 침대 헤드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현덕을 몰아붙였다.
주민은 현덕이 기절하기 직전에야 겨우 사정했다. 허리를 털며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현덕의 안을 파고들어 파정하고는 이번에는 바로 제 성기를 빼냈다.
현덕은 그제야 구겨졌던 몸을 펴고 침대 위에 널브러졌다. 감길락말락 가물가물한 눈을 들어 주민을 바라보았다. 주민이 그런 현덕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
현덕은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두 손으로 시트를 잡아 밀며 주민에게서 조금이라도 도망치고자 했다.
주민은 그런 현덕을 지켜보며 썼던 콘돔을 묶어 아무렇게나 집어 던졌다. 그리고 새 콘돔을 주워 포장을 이로 뜯었다. 그 모습이 더없이 섹시하면서, 무서웠다.
“흐으, 혀, 형. 그만. 그마안.”
현덕이 제대로 말도 못 하고 힘없이 주민을 밀어냈다. 주민은 그런 현덕에게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깊이 키스했다. 그렇게 입을 막고 다시 현덕의 몸 위를 덮었다.
현덕을 뒤집고는 목덜미에서부터 발꿈치까지, 혀로 샅샅이 핥고 깨물었다. 현덕의 등허리가 잇자국으로 얼룩덜룩해졌다.
현덕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음을 터트렸다.
주민은 그러면 숨이 막힐 거라며 상냥하게 속삭이며 손으로 목을 움켜쥐어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현덕의 우는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뒤에서 천천히, 현덕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윽, 윽…….”
현덕은 엎드린 다시 주민에게 박혔다.
뒤로 하는 자세는 입을 맞추기에 불편했다. 그런데도 주민은 현덕의 등에 딱 달라붙어 현덕의 목을 뒤로 젖혀가며 계속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세게 허리를 치댔다.
현덕은 짐승처럼 네발로 기며 주민의 것을 뱃속에 품어야 했다.
중간에 콘돔이 말려 귀두 끝에 걸쳐졌다. 주민의 성기 기둥이 현덕의 안쪽 살에 적나라하게 부딪혔다.
“아읏!”
직접 닿는 뜨거운 느낌에 현덕이 몸서리쳤다.
현덕이 버둥대자 주민은 아예 한쪽 팔로 현덕의 허리를 감고는 박아 댔다.
현덕이 주민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자, 아예 몸을 겹치고 허리만 움직여 잘게 치댔다. 현덕의 목덜미에 이를 박으며 길게 사정했다.
그때 현덕은 잠깐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반듯이 누워 있는 상태였다. 주민은 현덕의 머리 양옆에 팔꿈치를 대고, 현덕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현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현덕이 눈을 뜨자 주민이 잘 잤냐며 속삭이고는 입을 맞추었다. 현덕은 멍한 상태로 그의 키스를 받았다.
‘이 세상 모든 연인은 첫 섹스를 이렇게 격하고 하드 하게 하는 걸까.’
갑자기 이 세상 모든 연인관계의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어떻게 연인과 이런 잠자리를 가지고 다음 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걸까.
현덕은 슬그머니 제 허벅지 안쪽으로 쑥 밀고 들어오는 주민의 뜨거운 성기를 애써 모른 척하며 눈을 감았다.
주민은 일말의 양심으로, 현덕의 허벅지 안쪽에 제 성기를 쑤시며 비교적 간단히 제 욕망을 처리했다.
주민은 현덕의 허벅지에서 왕복 운동을 하며 현덕의 성기를 꾸준히 찔러댔다. 기어이 현덕의 것을 세우고는 두 손으로 자신과 현덕의 성기를 감싸 쥐었다.
“흑……우, 주민…… 흐으…….”
현덕은 주민의 품에서 정처 없이 흔들리며 사정했다. 현덕의 성기는 이제 정액이라고 말하기도 뭐한 맑은 액만 겨우 뱉고는 늘어졌다. 그 위로 주민의 정액이 덧뿌려졌다.
정기를 다 빨린 느낌이었다. 현덕은 저를 이렇게 만든 주민의 품에서 한없이 늘어졌다.
주민은 지치지도 않는지 현덕의 얼굴과 어깨, 쇄골에 입을 맞추며 후희를 즐겼다. 그렇게 거친 숨이 점차 진정되고, 몸의 열기가 식어갈 때 즈음이었다.
주민이 현덕을 꽉 끌어안고 현덕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현덕은 힘없는 손으로 그런 주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결 좋은 머리카락이 손가락 안에서 스르륵 흘러내려 갔다. 그 느낌이 기분 좋았다.
현덕은 한참 주민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손장난을 하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목욕 가운과 현덕이 옷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구겨지고, 젖고, 어째서인지 찢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저걸 다시 입고 나가는 건 불가능할 거 같았다.
‘내일 뭘 입고 집에 가야 하는 거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현덕의 어깨가 젖어 들기 시작했다.
“……주민 형?”
현덕은 두 손으로 주민의 얼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손이 축축하게 젖었다.
주민이 순순히 고개를 들었다.
현덕은 조금 전까지 제 어깨를 뜨겁게 적시고 있던 주민의 얼굴을 보았다.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게 현덕의 쇄골에 닿았다.
주민이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현덕이 손으로 주민의 눈가를 문질렀다. 주민은 눈을 내리감고 얌전히 현덕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죽여 버릴 거야.”
대뜸 나온 말은, 이런 눈물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현덕은 놀라지 않았다. 아니, 놀랄 힘이 없었다.
“누구를요.”
설마 나를 죽이겠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나 말고 너랑 이런 짓 하는 놈이 있으면, 누구든 다 죽여 버릴 거야.”
“…….”
현덕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나 말고 다른 놈들이랑 이런 짓 하면 그 새끼들을 다 죽여 버릴 거야. 안 돼, 절대 안 돼.”
주민이 눈물을 뚝뚝 떨구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요? 나는 어쩔 거예요?”
현덕은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내 옆에 붙들어 놓을 거야. 나만 보게 만들고, 딴 놈들이랑 절대 못 붙어먹게 만들 거야.”
우는 와중에도 눈은 섬뜩하게 빛났다.
현덕은 하핫, 헛웃음 지었다. 화가 난다거나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어째서인지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막 처음 같이 자고 나선, 사랑 고백을 이렇게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요.”
주민은 아무 말이 없었다.
“주민 형, 우주민.”
현덕은 주민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이마를 맞댔다.
서로의 숨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며 속삭였다.
“나는 이런 거 평생, 너랑만 할 거야. 이렇게 부끄럽고 무섭고, 그리고 기분 좋은 거. 너 말고 딴 사람이랑은 할 생각조차 해본 적 없거든. 앞으로 그럴 거고.”
주민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니까 앞으로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일 멋대로 상상하지 마요.”
현덕은 주민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말 할 상황 아니거든?”
현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좋아해, 현덕아.”
주민이 말했다.
“정답.”
현덕이 웃자 주민은 현덕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사랑해. 김현덕.”
넓은 어깨가 울음을 못 이겨 흔들렸다.
현덕은 그런 주민을 꼭 끌어안아 주며, 그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현덕은 제 심장을 덮는 주민의 눈물을 느끼며 그에게 속삭였다.
“나도, 정말로 좋아해. 사랑해. 우주민.”
[다시 한 번, 이번엔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