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 외전 : 알파 우주민, 베타 김현덕 (24/36)

6. 외전 : 알파 우주민, 베타 김현덕

현덕은 3주간 해외 세미나를 다녀왔다.

막상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은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해 덥고 눅눅한 공기를 들이마시자, 새삼 3주의 시간이 실감 났다.

한국은 그 잠깐 새 여름, 그것도 장마를 맞이하고 있었다. 공항을 나서니 시꺼멓던 하늘이 기어코 비를 쏟았다.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현덕은 택시를 타며 비에 젖은 재킷을 벗었다.

택시 기사는 혹시 TV에 나오는 그 김현덕이 아니냐며 악수를 청했다. 현덕은 웃으며 자신이 그 김현덕이라고 인정했다. 부인이 팬이라며 서명을 부탁하기에 내미는 노트에 정성껏 사인도 해주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잠시 눈을 좀 붙일까 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현덕은 당연히 주민일 거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주민이 아니었다.

[선배님, 서울 도착하셨나요?]

깍듯한 인사말이 귀에 닿았다. 주민의 매니저였다.

현덕의 어깨가 축 처졌다. 한창 바쁠 때이니 어쩔 수 없다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가슴팍이 시렸다. 현덕은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어, 유헌 씨. 잘 지냈어요?”

[저야 늘 우주민 선배님께 치이면서 그럭저럭 안 죽고 살아 버티고 있지요.]

전화기 너머에서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렸다. 3주 만에 듣는 호탕한 웃음소리였다. 주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반가웠다.

항상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용케 수년 동안 주민의 곁을 지키고 있는 매니저였다. 허허실실, 성격이 느긋하면서도 눈치가 빨라 주민의 기분을 잘 캐치했다. 경력이 길어 업무 처리가 노련하기도 했고.

주민은 오 팀장 판박이라며 투덜거리면서도 선배님, 선배님, 하고 잘 따르는 유헌을 꽤나 아꼈다. 이쪽 업계에서 소문이 돌 정도로 파격적인 월급과 대우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유헌은 주민과 현덕이 무슨 사이인지 대충 짐작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형은 지금 촬영 들어갔나요?”

[저, 그게……. 선배님…….]

유헌이 그답지 않게 말을 질질 끌었다.

현덕은 택시 운전기사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가 귀를 쫑긋거리는 게 보였다. 현덕은 음량을 작게 낮췄다. 혹시라도 유헌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강유헌 씨. 무슨 일인가요.”

그러고 보면 이상한 일이긴 했다. 현덕이 짧게든 길게든, 국내든 해외든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주민은 꼭 자신이 먼저 연락을 했다.

사람을 붙여 놓은 건지, 자는 새 몸에 몰래 GPS 칩이라도 박아 놓은 건지. 주민은 현덕이 딱 공항에 도착하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전화를 걸었다. 스케줄이 없는 날은 분장에 가까운 변장을 하고 맞이하러 오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주민이 아니라 매니저가 전화를 했다.

아무리 바쁘게 촬영을 하고 있다 해도, 보통의 주민이라면 이 시간을 어떻게 해서든 비우고 자신이 직접 연락했을 것이다. 맞이하러 직접 나가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아쉬워하면서.

“말해봐요.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은 일종의 신호였다. 주변에 말이 새어나가지 않을 상황이니 걱정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도 된다는 뜻.

유헌은 그제야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선배님, 저……. 어제부터 주민 선배님이 그, 시기라서요.]

“네?”

현덕은 고개를 갸웃 내저었다.

‘벌써? 아닌데, 아직 일이 주 정도 남아 있을 텐데.’

분명 이번에 출장을 가기 전, 주민과 함께 주기를 체크했다. 시일이 넉넉하기에 안심하고 출장길에 올랐다.

주민의 주기는 규칙적이었다. 평소 약을 잘 챙겨 먹으면 어김없이 예상했던 때 주기가 돌아오곤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쭉 그래 왔으니,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예외가 있을 리 없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게…… 일이 좀 있었습니다.]

유헌이 주저하며 털어 놓은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촬영장에서 오메가인 상대 배우가 히트 사이클이 온 상태로 주민에게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유헌이 다음 촬영 스케줄을 체크하러 나가고, 주민이 혼자 대기실에서 잠깐 휴식하고 있을 때였다. 내내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대기실로 뛰어 들어와선 문을 잠그고 주민에게 매달렸다.

알파인 주민이 히트 사이클에 접어든 자신의 페로몬을 맡으면 이성을 잃고 덮치리라 생각한 듯했다. 촬영 스태프 중 한 명이 우주민의 대기실에 그 오메가가 뛰어 들어가는 걸 목격하고는 유헌에게 알렸다.

유헌이 대기실로 돌아와 발로 문을 까서 열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난 뒤였다. 몸이 다 비치는 반 망사 셔츠에 하늘하늘한 팬츠를 입은 오메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 있었는데, 코뼈가 부러지고, 입술이 다 찢겨 있었다.

시시각각 얼굴이 팅팅 부어오르고 있었다. 남은 촬영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지 걱정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오메가를 그 꼴로 만든 주민은 대기실 벽에 기대서 있었다. 손으로 코를 막고, 오메가가 쓰러진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눈에 시퍼렇게 독기가 서려 있었다. 그 눈이 유헌을 향했을 때, 유헌은 소름이 오싹 돋아 뒤로 물러섰다.

주변 공기가 낮게 가라앉아 있는 게 느껴졌다. 베타인 유헌이 느끼기에도 그 정도였다. 다른 오메가나 알파가 느끼기엔 어땠을지, 유헌은 알 수 없었다. 소식을 듣고 대기실로 몰려온 촬영 스태프들 중 오메가와 알파가 기겁하며 도망치듯 물러나는 걸 보고 짐작만 할 따름이었다.

주민은 오메가의 히트 사이클 페로몬 때문에 러트 사이클이 앞당겨졌다. 거기에 제게 달려든 오메가를 향한 분노 때문에 정신까지 불안정해졌고.

유헌은 일단 주민에게 억제제를 먹이고, 페로몬을 가라앉힌다는 향수를 쏟아 붓듯이 뿌렸다. 주민을 차에 태워 집으로 보냈고 닷새간 스케줄을 쫙- 밀었다.

[진짜 간절하게 선배님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집에서 정화수 떠놓고 빌었어요.]

현덕은 조용히 주헌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 그리고 물었다.

“그 오메가가 누군가요. 어떤 새끼입니까.”

[이번에 주민 선배님이랑 같이 영화 촬영 들어간 상대 배우인데. 혹시 아시나요, 차오민이라고. 해병대를 자진해서 다녀와 화제가 됐던 그 배우입니다.]

“아아.”

현덕이 눈살을 찌푸렸다.

요즘 곳곳에 얼굴이 걸려 있어 자주 보았다. 군대까지 다녀온 이십대 후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인 배우. 내세우는 이미지가 청량했다.

연기력도 좋고 차근차근 쌓아 온 필모가 제법 탄탄해서 앞으로도 기대되는 유망주였다. 진행 중인 광고만 열 개가 넘고, 드라마와 영화판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고 했다. 해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항간에선 트라이 온에 출연했던 김현덕과 닮았다며 포스트 김현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현덕은 저렇게 잘나가는 배우가 포스트 김현덕이라고 불린다는 게 민망해 모른 척 했지만. 주민은 싸늘하게 웃으며 빈정댔다.

“김현덕 발끝의 때만도 못 한 걸 어디다 갖다 붙이는 건지.”

“형,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내가 뭘? 왜? 혹시, 저 새끼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고 말고 할 게 어딨어, 나 닮았다고 하니까 한 번 더 보게 되는 거지. 사실, 그리 닮지도 않은 거 같은데.”

“하나도 안 닮았어. 감히, 누굴 닮아.”

주민은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았으나 현덕은 꽤 호의적이었다. 잘 되기를 바랐건만.

오늘, 지금 이 순간. 그 배우에 대한 평가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그래서 형은 지금 집에 있는 건가요?”

[네, 선배님. 괜찮으시다면……. 아니, 괜찮지 않으시더라도 제발 저희 선배님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유헌이 빌다시피 말했다. 현덕은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열심히 운전 중인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죄송한데, 방향을 좀 틀어주시겠어요? 대신 요금은 두 배로 드리겠습니다.”

일단 집에 가서 씻고 잠도 좀 잔 후에 주민을 만나러 가려 했건만.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현덕은 곧바로 주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1층 로비를 지키는 경비들은 현덕을 알아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현덕은 경비가 철통같다는 이곳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가니 긴 복도에 문이 딱 하나였다. 현덕은 그 앞에 서서 잠시 심호흡을 했다. 약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침착하게, 휩쓸리지 말고……. 아니.’

현덕은 고개를 내저었다.

‘적어도 초반엔 휩쓸리지 말자.’

주민의 열기에 붙잡히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저, 초반만이라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주민을 리드 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었다.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문손잡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지문을 인식하고 키패드를 두들기려 했건만.

삐빅-

현덕의 손이 닿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천천히 열리는 문틈으로 묵직한 공기가 쏟아졌다.

“안녕, 현덕아.”

주민이 문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현덕을 반겼다. 겉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넘실대는 기운이 위협적이다 싶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주민 형. 괜찮-”

현덕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민이 손을 뻗었다. 문밖에 서 있는 현덕을 단번에 끌어당기고 열려 있던 문을 닫았다.

삐빅- 덜컥.

문의 잠금쇠가 자동으로 돌아가며 잠겼다.

현덕은 그 닫힌 문에 등을 기대고 섰다. 바로 앞에 선 주민이 하아, 더운 숨을 내쉬며 현덕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아니, 하나도 안 괜찮아.”

나직한 목소리가 온 집 안에 퍼진 진득한 공기에 더해져 현덕을 감쌌다.

그 공기가 어떤 향을 품고 있는지 현덕은 몰랐다. 다만 숨쉬기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공기, 저를 내리누르는 듯한 압박감을 견디며 짐작할 뿐이었다.

주민이 지금 알파의 발정이라 불리는 러트사이클 상태라는 것. 제게 발정하고 있다는 것.

베타인 현덕이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고작이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형.”

현덕은 두 손을 뻗어 주민의 목을 감싸 안았다. 주민은 순순히 고개를 수그리고 현덕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현덕의 넥타이를 잡아 늘이고, 와이셔츠를 찢을 듯 벌리고는 아무 흔적 하나 없는 하얀 어깨에 이를 박았다.

“윽.”

현덕이 몸을 떨었다.

주민은 두 팔로 현덕을 쥐어 터뜨릴 듯 끌어안았다.

주민은 하얀 셔츠와 검은 진을 입고 있었다. 셔츠는 단추가 반 이상 풀려 있었고 바지는 이미 지퍼를 내린 채였다. 옷을 입은 듯 만 듯한 모습으로, 몸은 잔뜩 젖어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들러붙었다. 그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는 손은 마디지고 길었다. 저 손가락이 제 안을 파고들어 얼마나 정성스럽게 안을 넓혀주던지. 찐득한 젤을 묻히고는 제 안을 파고들어 느끼는 지점까지 닿아 그 불룩한 부분을 긁어내릴 때. 단번에 발기해 사정하고 말았던 모든 순간이 머릿속을 스쳤다.

베타라 페로몬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도, 현덕은 단지 주민 때문에 흥분했다.

하루 내내 제 짝이 없는 상황에서 혼자 발정열을 견뎌냈을 주민이 기특하고 안쓰러웠다. 그의 손에 몸을 내맡기고, 그가 주는 쾌락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알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신체를 가진 오메가는 그래도 되나 현덕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현덕은 베타였다. 알파나 오메가의 페로몬을 맡지도 못하고 반응하지도 못한다.

알파와 오메가는 서로의 페로몬을 향수의 향을 맡듯 맡을 수 있으며, 서로의 발정기인 러트 사이클과 히트 사이클 때에는 이성을 잃고 욕정 한다고 한다는데. 베타인 현덕에게는 너무도 먼 이야기였다.

아마 평생,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베타임에도 사랑한다며 고백하는 우주민을 받아들이고 난 이후로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알파의 러트 사이클은 현덕의 삶 속에 매번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들이 쌓여 경험이 됐다. 경험 상, 러트 상태인 주민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뜸을 들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베타인 현덕은 이성 따위는 어디론가 날려버린 러트 사이클의 알파를 달래가며 섹스를 준비해야 했다.

제게 달려드는 주민을 애써 밀어내며 진정시키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그보다 더 힘든 건 자신의 얄팍한 이성을 붙드는 것이었다.

“형, 주민 형. 나 어디 안가요. 계속 형이랑 같이 있을 거니까. 잠깐, 잠깐만. 응?”

현덕은 주민의 등을 쓸어내리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러는 중에도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허리가 떨렸다.

주민은 현덕의 어깨에 이를 박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러트사이클이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났으니 난폭해질 만도 하건만. 현덕을 상처 입히지 않겠다는 생각만으로 겨우겨우 자신을 붙들고 있는 것이었다.

현덕은 굶주린 맹수를 달래기 위해 온몸에 힘을 풀고 주민에게 기댔다. 어깨를 물고 있는 주민의 뺨에 손을 댔다. 주민은 현덕이 이끄는 대로 고개를 들어 현덕과 얼굴을 마주했다.

서로의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주민은 현덕의 다리 사이에 제 다리를 끼고 몸을 밀착했다.

“내가 누군지 알겠어요?”

현덕이 주민의 머리카락 속에 손을 넣고 문지르며 주민에게 물었다.

“김현덕, 현덕아.”

주민은 오물거리며 제게 말을 거는 현덕의 입술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대답했다.

현덕은 잘했다는 듯 주민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입술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민의 얼굴이 달려들었다.

“아, 흐읍.”

주민이 현덕의 혀를 잡아 뽑을 듯 깊게 키스했다. 현덕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얼굴 각도를 바꿔가며 주민이 깊게 더 깊게 현덕의 숨을 요구했다. 현덕은 그가 원하는 대로 다 내주며 살짝 눈을 떴다.

주민도 눈을 뜨고 있었다. 아니 애초부터 눈을 감은 적이 없었다. 키스하는 와중에도 현덕을 놓칠세라 현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으…… 으응.”

현덕은 주민의 키스에 응하며 그의 두 손을 잡아 제 허리 뒤로 보냈다. 주민이 기다렸다는 듯 정장 바지를 입은 현덕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나, 형- 풀어, 읍. 으응, 줘야…… 돼요, 으…….”

현덕은 주민의 입술을 피해 고개를 틀며 말했다. 주민은 집요하게 쫓아가 다시 입술을 맞댔다. 현덕의 혀를 사탕을 빨듯 빨며 현덕의 바지 버클을 풀었다.

한 손이 현덕의 허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을 현덕의 입안에 넣었다. 방금까지 제 혀로 희롱했던 현덕의 말랑한 혀를 붙잡고 손가락을 문질렀다.

“흐읏!”

현덕이 미약한 쾌감에 놀라 허리를 움찔거렸다. 입가에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흘렀다.

주민은 현덕의 입안에서 제 손가락을 적신 뒤 그 손을 현덕의 속옷 안으로 집어넣었다. 젖은 손으로 엉덩이를 마음껏 주무르고, 그 안쪽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아! 그, 급해!”

현덕은 제 구멍을 찌르는 주민의 팔을 잡으며 다급히 말했다.

“천천히, 응? 으응, 천, 천히.”

주민의 입술을 빨며 달래듯 말했다.

주민이 그르렁대며 현덕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현덕의 안으로 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조금 전보다 느리고 부드러웠다.

주민의 검지가 현덕의 안을 문질렀다. 안쪽을 긁어내렸다.

“아…… 흐…… 혀, 형…….”

현덕은 주민의 어깨에 매달려 그 침입을 견뎌냈다.

주민이 참지 못하고 난폭해지려고 하면, 그 어깨를 쓸며 달랬다. 천천히, 제발 천천히. 달래는 목소리가 부탁에서 애원으로 가까워졌을 때. 주민은 현덕의 안에 손가락 세 개를 넣고 마음대로 헤집었다.

오메가라면 불필요한 과정이었다. 이 집에 들어선 순간, 주민의 페로몬에 아래가 젖어 주민을 받아들일 준비를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현덕은 아니었다. 이렇게 뜸을 들이고도 주민이 성기를 받아들일 때는 버거워서 몸부림쳐야 했다.

“형, 우리 침대로, 가요. 여긴 아파, 나 무서워. 응?”

현덕이 주민에게 속삭였다. 그 와중에도 흐읏, 윽, 신음을 흘렸다. 현덕의 숨이 주민의 귓불에 닿았다. 그 순간 주민의 눈이 뒤집혔다.

허리를 움켜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주민은 단번에 현덕의 안에서 제 손가락을 빼냈다.

“형, 아흐!”

그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현덕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으며 입맛을 다셨다.

내내 기다렸던 짝이 드디어 품 안으로 돌아왔다. 더는 버틸 여력이 없었다.

“미안. 한 번만.”

주민은 현덕의 귓불을 핥으며 말했다.

“형?”

“이따가 침대에선 천천히, 상냥하게 할게.”

현덕이 놀랄 틈도 없이 현덕을 벽으로 밀치고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끌어내렸다. 뒤를 푸는 동안 현덕의 성기는 반쯤 선 상태였다.

주민은 제 속옷을 헤쳐 성기를 끄집어냈다. 잔뜩 발기한 흉흉한 것이 툭 튀어나왔다.

주민은 제 것과 현덕의 성기를 맞대고 한 손에 쥐었다.

세게 쥐자,

“……으.”

현덕이 입술을 깨물었다.

신음을 참으려고 했다. 여기서 주민을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었으나 애써 참으려 하는 그 얼굴이 더 꼴렸다. 현덕은 여전히 모르고 있지만.

주민은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성기 두 개를 부딪쳤다. 현덕의 것은 금방 힘을 받아 단단해졌다. 주민은 제 손안에서 느껴지는 그 감촉에 입맛을 다셨다.

오래가지 않아 현덕이 먼저 늘어졌다. 오랜만의 사정이었다. 주민은 쾌감에 젖은 현덕의 얼굴을 보면서 사정했다.

헉, 헉.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민에게 기대자 주민의 손은 거침없이, 현덕의 엉덩이를 갈랐다.

“형, 형! 침대로, 침대로 가서……. 아……흑……!”

현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의 정액으로 흠뻑 젖은 손이 현덕의 뒤를 갈랐다. 이미 한 발 뺐는데도 거칠고 급했다. 한 번에 두 손가락을 쑥 집어넣고는 마구 헤집었다.

“아, 아파. 형. 싫어. 너무 급해.”

현덕은 주민에게 매달려 주민의 등을 퍽퍽 때렸다.

“미안, 현덕아.”

하지만 귓가에 닿는 낮은 저음에 몸만 오싹해질 뿐이었다.

“흑, 윽. 너, 무 급해. 그러지 마.”

현덕은 주민의 어깨에 매달려, 울음 섞인 신음을 토해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벽과 주민의 몸 사이에 완벽히 갇혔다. 다리는 힘이 빠져 후들거렸다. 주민에게 기대지 않으면 몸을 지탱할 수 없었다.

주민의 가장 긴 손가락이 현덕이가 느끼는 안쪽 지점을 찾아냈다.

“아……!”

현덕이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자,

“씨발.”

귓가에 낮은 욕설이 들렸다.

“형?”

현덕이 고개를 들어 주민을 바라보았다. 주민은 단번에 제 성기를 박아 넣었다.

“……아, 형!”

“미안, 진짜 미안.”

주민은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하며 현덕의 한쪽 다리를 들었다. 다리를 제 어깨에 얹고는 몸을 밀착했다. 거칠게 허리를 털었다.

“읏!”

“하, 김현덕.”

뒤로 꺾이는 현덕의 목을 잡아주었지만, 그렇다고 아래의 무자비한 침입을 멈추는 건 아니었다.

그를 괴롭히는 건 분명 주민인데 그가 매달릴 수 있는 이도 오직 주민뿐이었다. 현덕은 주민의 양팔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으…… 흐으…….”

흐느끼는 신음에 주민은 입맛을 다셨다.

그토록 기다렸건만.

아무리 뒤를 적셔주어도 페로몬을 내놓지 않았다. 안 된다고만 말하며 자신을 말리려고만 한다. 그런 주제에 성기를 품은 안은 뜨겁고, 쫄깃했다. 한 번 물더니 놔주질 않고 조여댄다.

‘내 오메가.’

주민의 눈에서 불이 튀었다.

허리를 뒤로 빼자 귀두가 내벽을 긁으며 구멍 밖으로 빠질락 말락 했다. 그러자 현덕의 허리가 잘게 떨렸다. 안을 짓이기며 한 번에 박아 넣자 으읏- 신음을 내뱉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이렇게 유혹하는 주제에 안 된다고 말하며 페로몬조차 내놓지 않다니. 요망한 오메가였다. 제 짝은.

주민은 현덕이 베타라는 것을 까맣게 잊었다. 이렇게 달고 맛있는데, 오메가가 아닐 리 없지 않은가.

좀처럼 내주지 않는 향을 찾기 위해, 현덕의 양 골반을 두 손으로 잡고 미친 듯이 허리를 털기 시작했다. 단번에 들어온 것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몸이 흔들렸다.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쑤시는 느낌이었다.

“형, 아, 주, 주민, 혀여……. 안 돼, 안 돼……. 아…… 아흑…….”

현덕은 두 손으로 벽을 긁으며 몸부림쳤다. 그 몸부림마저도 주민의 몸에 부딪쳐 쾌락이 되었다.

등이 벽에 쓸렸다.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평소라면 다정히 뒷목에 손을 넣어주고 배려해주련만. 지금의 주민에겐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현덕아. 현덕아, 조금만, 조금만 더. 응?”

주민이 미친 듯이 현덕에게 키스했다. 숨이 모자란 현덕이 고개를 저으며 그의 입술을 피했지만, 주민은 끝까지 따라붙었다. 혀를 얽고 혀뿌리까지 뽑아먹을 듯 혀를 빨았다.

“읍, 으읍! 읍!”

현덕의 입술을 타고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이 흘렀다. 주민은 그 타액을 핥으며 내려가 현덕의 목젖을 깨물었다. 쇄골을 잘근잘근 씹으며 자국을 남겼다.

“아파, 아파!”

현덕이 칭얼거릴 때마다,

“미안.”

“안 그럴게.”

말로만 사과를 했다.

주민의 입술이 지나는 곳마다 시뻘겋게 흔적이 남았다. 그러는 중에도 허리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 허리를 털어대며 안으로 안으로 박아댔다. 현덕의 몸을 두 쪽으로 쪼개고 싶어 미친 사람 같았다.

“아, 흐읏, 윽!”

현덕은 주민이 주는 쾌감에 휩쓸려 몸부림쳤다.

거대한 성기가 온몸을 꽉 채우고 찢으려 했다. 안쪽 내벽이 짓눌릴 때마다 신음이 샜다. 현덕은 그 소리가 제 입에서 나오는 건지도 몰랐다.

주민이 들어올 때마다 턱, 턱 숨이 막혔다. 굵은 성기가 안쪽의 느끼는 곳을 짓이길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무 오랜만의 정사였다. 게다가 현덕의 몸은 피곤함에 절어 있었다. 아까 페니스를 맞대고 한 번 뺀 것으로 이미 방전 상태였다. 그 지친 몸이 세포 단위로 쾌락에 불붙어 타올랐다.

현덕은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주민의 몸짓에 따라 흔들렸다.

세상이 핑핑 돌았다.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우주민뿐이었다.

“아, 흑, 흐윽.”

현덕은 제 발로 서 있지도 못했다. 몸이 휘청이자 주민은 현덕을 껴안고 현덕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그 박자에 맞춰 엉덩이를 뒤로 뺐다가 다시 허릿짓을 했다.

현덕의 무게로 온전히, 현덕의 몸은 주민의 성기에 내리꽂혔다.

“아흑, 아흐……흐!”

그때마다 현덕의 몸이 파드득 떨렸다. 어린 새의 날갯짓처럼 여리고 안쓰러웠다. 손에 꽉 쥐고 터뜨려 버리고 싶은 파괴욕이 일어, 주민은 이를 악물었다.

가녀린 어깨를 꺾고 싶었다. 두 손으로 힘을 주면 툭, 하고 부러질 것 같은데. 그럼 날개가 부러진 새처럼 다시는 날아오르지 못할 텐데. 이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 텐데.

그게 너무 군침 돌았다. 날개 꺾인 현덕이 탐났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잘근잘근 씹어 삼킬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주민은 참지 못하고 현덕의 어깨를 깨물었다.

“하, 하지 마아…….”

현덕이 겨우 고개만 흔들며 반항했다. 그 가녀린 몸짓이 주민의 식욕을 돋웠다.

주민의 성기가 현덕의 안에서 더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제야 현덕은 제 안을 쑤시는 게 날것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아. 형, 안 돼, 안에는 안 돼……. 우리 콘돔 안 했잖아.”

“미안,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 응? 현덕아. 사랑해.”

“뭘, 뭘…… 흐으, 흑. 윽. 읏.”

“제발, 제발. 응?”

주민은 현덕의 귓가에 제 입술을 대고는 애원하며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아, 윽……. 싫어……. 싫어!”

현덕이 고개를 돌려 피했지만 주민은 끝까지 따라붙어 속삭였다. 쾌감으로 이성이 날아간 와중에도 현덕이 제 얼굴과 목소리에 약하다는 것만은 똑똑히 기억했다.

“현덕아. 네 안에 하고 싶어. 하고 싶어 미칠 거 같아.”

“흐으……. 안 돼, 안 된다, 읏, 니까.”

현덕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주민을 더 미치게 한다는 걸 아직도 몰랐다.

언제쯤 알게 될까. 그때까지 수없이 제 밑에서 흔들려야 하리라. 주민은 허리를 털며 깊이 조금이라도 더 깊이 현덕의 안으로 파고들려 했다.

끝이 가까워져 왔다. 주민은 주저없이 현덕의 몸을 반으로 쪼갤 듯 밀어붙였다.

성기가 부풀었다. 구멍을 찢을 듯 확장하더니, 현덕의 내벽을 거칠게 긁었다.

알파의 노팅이었다.

“악!”

현덕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눈앞이 새까매졌다.

조금 전까지 숨 막히게 쏟아지던 쾌락이 단번에 흩어졌다. 단단하게 굳어 있던 현덕의 성기가 축 늘어졌다.

오메가에게는 이마저도 쾌락일지 모르나 알파를 받아들일 기관이 없는 베타에게는 고통일 뿐이었다. 현덕이 고통스러워 하는 걸 알면서도 주민은 멈출 수 없었다.

“미안, 미안해. 조금만 참자.”

주민은 현덕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현덕의 목에 끊임없이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한 손으로 현덕의 아랫배를 꾹- 눌렀다. 그 안에 제 것이 들어 있다는 걸 생각만 해도 머리가 녹아버릴 듯 좋았다.

“하, 하지 마! 하지 마! 형! 아파! 아파!”

현덕은 안 그래도 터질 것 같은 안쪽을 짓누르는 손길에 겁먹어 흐느꼈다. 도망치려고 움직일 때마다 안을 가득 채운 것이 속을 긁으니,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아팠다. 아팠다. 아팠다.

그런데 제 안에 성기를 밀어 넣고 나지막이 신음을 내뱉는 주민의 얼굴이, 쾌락에 젖은 그 모습이 현덕을 사로잡았다. 현덕은 눈물에 흠뻑 젖은 눈으로 주민을 올려다보았다.

현덕은 제게로 쏟아져 내리는 묵직한 공기를 느꼈다. 아마도 주민의 페로몬일 것이다. 이제까지 현덕이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앞으로도 평생 가질 수 없는- 주민의 유일한 부분.

노팅된 내벽이 아파서일까. 자신을 감싸는 주민의 페로몬을 느낄 수 없는 게 서러워서일까.

두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울지 마, 현덕아.”

주민은 그 눈물을 혀로 길게 핥았다.

잠시 후 현덕의 뱃속에 뜨거운 기운이 확- 퍼졌다.

“아…… 아아…… 흐윽…….”

현덕은 그 느낌을 견디지 못하고 온몸을 덜덜 떨었다. 주민은 제 몸으로 현덕을 꽉 내리누르면서 잘게 허릿짓했다.

“하아…….”

주민이 현덕의 귓가에 입술을 맞추며 더운 숨을 토했다. 만족감, 그리고 나른함이 몰려왔다.

현덕의 정수리에 코를 묻었다. 페로몬을 맡지 못하는 현덕은 모르고 있겠지만. 지금 현덕은 온통 주민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주민은 그에 만족하지 않고 현덕에게 계속 제 페로몬을 쏟아 부었다.

페로몬을 풀지 않는 앙큼한 짝이었다. 다른 놈들에게 이 오메가가 내 것이라는 걸 알려둬야 했다.

주민은 이성과 욕정 사이를 오가며 현덕을 바라보았다.

내 것.

내 오메가.

아니, 내 베타.

아니, 내 오메가.

“내가, 싫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는데…….”

현덕이 물에 젖은 솜인형처럼 늘어져 눈물만 흘렸다. 주민은 현덕의 눈물을 받아 마시며 입으로만 미안하다고 속삭였다. 알파의 혀는 제 짝을 달래고, 그 안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기 위해 얼마든 교활해 질 수 있었다.

현덕은 주민을 때릴 기운도 남지 않아 팔만 휘휘 흔들었다. 주민은 한 손으로 현덕을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 현덕의 다리 사이를 주물렀다. 어느새 사정한 건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확인만 하고 멈추는 게 아니었다. 주민이 계속 현덕의 성기를 주물렀다. 현덕은 그 손길에서 명백한 욕망을 느끼고는 빌다시피 말했다.

“조금만 쉬었다가 하면 안 될까. 나 이제 죽을지도 몰라.”

주민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응, 응. 현덕아. 힘들지.”

주민은 아이를 어르듯 현덕을 다독였다.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러웠으나 눈은 정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주민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현덕은 미처 그걸 보지 못했다.

주민은 현덕을 천천히 바닥에 눕혔다. 바닥에 떨군 재킷 위에 현덕의 등이 닿았다.

“……형?”

현덕이 불안한 듯 주민을 보았다.

“응, 현덕아.”

주민은 현덕의 발에서 신발을 벗기며 양말 위로 입을 맞췄다.

‘아, 신발을 벗겨주려고 그러는 거구나. 이제는 진짜 안으로 들어가는 거겠구나.’

현덕이 마음을 놓고 멍하니 주민을 바라보았다.

주민은 그런 현덕을 보며 곱게 웃었다. 현덕이 더없이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주민은 현덕이 제 얼굴에 약하다는 걸 잘 알았다.

젖어 착 가라앉은 머리와 땀에 젖은 몸. 목선을 타고 내리는 땀. 풀어헤친 셔츠. 그 안에 보일락 말락 한 탄탄한 쇄골. 바지 버클만 겨우 풀고 성기만 내놓은 하체까지.

금욕이라는 단어가 이 세상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는 우주민은 거기 없었다. 욕망과 정욕에 범벅된 성난 수컷만 존재할 뿐이었다.

주민은 저와 마찬가지로 푹 젖은 현덕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현덕에게 입을 맞췄다. 새의 부리를 쪼는 듯 가벼운 입맞춤이었다. 현덕은 힘없이 웃었다.

“아직 웃을 힘은 남아 있구나.”

“아니야. 하나도 없어, 힘.”

현덕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주민이 싱긋 웃더니,

“그럼 이제 더 저항할 힘도 없겠네.”

현덕의 바지를 끌어내렸다. 축 처진 현덕의 성기가 드러나자 그걸 입에 물었다.

“형!”

어디에 이런 힘이 남아있는 걸까. 현덕은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소리를 내며 주민을 밀쳤다.

“진짜 더는 안 돼. 형, 나 죽어.”

“현덕아.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하자.”

주민이 현덕의 음모에 후- 숨을 불며 말했다.

“흐읏.”

현덕이 두 손을 뻗어 주민의 머리를 잡았다.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서라도 주민의 얼굴을 들어 올리려 하였지만. 주민이 한 발 더 빨랐다. 주민은 다시 현덕의 성기를 물고, 귀두를 쪽쪽 빨았다.

“으, 아, 흐으, 아. 아, 흐……!”

주민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던 손은, 그저 머리를 헤집을 뿐. 애초부터 주민을 말릴 힘 따위는 없었다.

현덕은 지쳐 가는데 주민은 점점 더 힘을 얻는 듯했다. 주민은 현덕의 페니스를 정말 맛있다는 듯 빨았다. 질척이는 소리가 현관에 울렸다.

주민은 한 손을 현덕의 셔츠 속으로 쑥 집어넣었다. 현덕의 움푹 들어간 배, 그리고 도드라진 쇄골을 쓸어내리며,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주민은 옷차림이 흐트러진 정도지만 어느새 현덕은 셔츠와 바지를 모두 벗었다. 남은 거라고는 양말과 발끝에 달랑 걸쳐진 팬츠뿐이었다.

그렇게 되자 주민은 아예 두 손으로 현덕의 양 허벅지를 꽉 눌러 다리를 쫙 벌렸다. 그리고 입으로 현덕의 성기를 물었다.

“아, 윽.”

현덕의 허리가 들썩였다.

재킷을 깔아도 바닥은 딱딱했다. 현덕은 등이 배기는 줄도 모르고 요동쳤다. 축축하고 좁은 동굴에 제 성기를 집어넣은 것 같았다. 더운 숨이 닿을 때마다 허벅지가 부르르 떨렸다.

더는 서지 않을 것 같았던 현덕의 성기가 기어이 다시 섰다. 처음만큼 단단하지는 않았지만, 주민은 기특하다는 듯 기둥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현덕이 구멍에 제 성기를 들이밀었다. 그 순간 현덕은 정말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뒤집었다.

“형, 차라리 침대로……. 응? 침대로 가자.”

현덕은 두 팔로 기며 앞으로 도망갔다. 부끄럽다거나 꼴불견이라는 생각 따윈 들지 않았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쯧, 주민은 혀를 차며 두 손으로 현덕의 허리를 잡아 내렸다. 현덕은 주르륵- 다시 미끄러져 왔다.

엎드린 채 주민에게 붙잡힌 대로 허리와 엉덩이만 든 모양새가 되었다. 주민은 그대로 성기를 갖다 박았다. 단번에 뿌리 끝까지 밀어 넣었다.

“아!”

현덕이 몸서리쳤다.

뜨겁고 굵은 기둥이 몸 안으로 밀려들었다.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었다.

굵은 귀두가 들어오나 싶더니 끝없이 꾸역꾸역- 밀려들어 왔다. 목 끝까지 닿을 것 같았다.

“……!”

현덕은 숨을 쉬지도 못하고 잠시 허덕댔다.

주민은 쉴 틈을 주지 않고 몸을 세운 채 위에서 내리꽂듯이 허릿짓했다. 둘의 몸이 닿는 건 엉덩이와 허벅지 정도가 다였다.

거의 끝까지 빠져나갔던 게 다시 단번에 들어왔다. 다시 나갔다 들어왔다. 천천히 움직이던 것이 금새 속도를 냈다. 열이 오른 내벽은 알아서 움찔거리며 조여댔다.

하아. 주민이 더운 숨을 현덕의 등 위로 뱉었다.

“봐봐, 잡고 놔주질 않는 게 누군데. 현덕아, 입으로만 엄살 부리면 어떡해. 응?”

“아, 니야. 아니, 정말로, 나, 흠, 흣, 들-”

주민이 콱콱, 짓이기듯 치댔다.

“아악! 형! 히익!”

약간 불룩하게 튀어나온 지점에 정확히 주민의 귀두가 쓸렸다. 현덕의 눈에서 미지근한 눈물이 나왔다.

“아, 형, 안 돼……. 거, 거긴 안 돼……. 아악……악! 히익!”

현덕이 울며 애원했지만 주민은 아무 말이 없었다. 괜찮다면 달래던 다정한 목소리조차 없었다. 그저 거친 숨만 등에 쏟아낼 뿐이었다. 현덕이 느끼는 지점만 집요하게 노리며 허리를 털었다.

척, 척. 살이 맞닿는 젖은 소리만 거친 숨에 섞여 들었다.

“아…… 아…….”

현덕은 그저 입을 벌린 채, 신음조차 뱉지 못하고 주민을 받아들였다.

온몸은 그저 주민을 받아들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주민이 들이칠 때마다 몸이 들썩였다. 빠져나갈 때는 뜨거워진 내벽이 아쉽다는 듯 그를 붙잡았다. 잠시도 못 견디고 다시 치고 들어오는 불덩이를 품으면 그 쾌감에 허리가 떨렸다.

힘들다고 애원했으면서. 그게 무색하게도 현덕의 허리가 떨리며 주민의 박자에 맞춰 흔들렸다. 바닥에 깔았던 재킷과 셔츠 따위가 밀렸다. 맨바닥에 팔과 다리가 쓸렸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주민의 손이 현덕의 성기를 움켜잡았다.

“아, 아!”

주민이 몇 번 쓸지도 않았는데, 현덕의 것이 묽은 액을 약간 토해내고는 금세 시들었다. 현덕이 사정감을 견디지 못하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그게 자극이 되었는지, 주민이 급히 숨을 들이켰다. 안 그래도 빠른 추삽질이 더 급해졌다.

“제, 발 천천히……. 제발…….”

현덕은 영원히 답을 얻지 못할 부탁을 하며 울먹였다.

주민은 몸을 굽혀 현덕의 등에 제 가슴을 댔다. 현덕은 주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주민은 아예 현덕의 몸 위에 제 몸을 겹쳐, 짓누른 채로 허리만 움직였다. 탁탁탁, 소리가 났다.

히익, 힉. 힉. 현덕은 가느다란 숨소리만 겨우 냈다. 목은 잔뜩 쉰 지 오래였다.

주민이 퍽 소리가 나게 현덕의 안에 제 성기를 박으며 또 안에 사정했다.

“아, 흐윽…….”

현덕은 제 안에 퍼지는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눈앞이 핑- 돌았다. 현덕은 숨 쉬는 것마저 멈춘 채 죽은 듯 늘어졌다. 주민은 그런 현덕의 뒷목에 연신 입을 맞추었다. 말랑말랑한 뒷목을 빨고 거기에도 흔적을 남겼다.

열이 어느 정도 식고, 싸늘함이 느껴져서야 현덕은 겨우 숨을 토해냈다. 주민은 그런 현덕의 목을 돌려 입을 맞췄다.

“형……. 이제 침대로 가자……. 응?”

제발, 제발. 현덕은 달달 떨며 빌고 또 빌었다.

“그래, 그러자, 현덕아.”

주민은 현덕의 얼굴에 수없이 입 맞추며 몸을 일으켰다. 아예 일어날 힘도 없어 따라 일어나지 못하는 현덕을 안아 들었다. 자신보다 작다하나 보통 이상으로 건장한 남자를 안고도 한 번 휘청이지 않았다.

주민은 현덕이 그토록 바라던 침실로 가 현덕을 조심스럽게 눕혀주었다. 그리고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한참, 현덕을 내려다보았다.

침대에 누운 현덕은 주민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연이은 정사에 지쳐 제 목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몸. 힘줄이 끊긴 것처럼 힘없이 늘어져 있는 팔다리. 온통 땀과 정액에 젖어 엉망이었다.

입술은 퉁퉁 부었다. 목 끝부터 어깨, 가슴, 배, 허벅지까지 얼룩덜룩했다. 어깨에는 잇자국까지 선명했다. 뒤집어 보아도 등줄기를 따라 흔적이 가득 나 있을 터였다.

거기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잔뜩 혹사 당해 부은 구멍에서는 하얀 정액이 찔끔찔끔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민은 마른침을 삼켰다.

‘여기에서 끝내야 한다. 현덕이 힘들 거다.’ 정도의 이성은 머릿속에 옅게 남아 있었다. 참고 또 참으면, 현덕이 한 숨 잘 정도까진 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왜 그래야 하지?’

감히 저를 거부할 수도 없을 만큼 지친 현덕이 눈앞에 있다. 박아 넣고 흔들면 흔들릴, 쾌락을 쏟아 부으면 고스란히 받아 낼. 그럴 생각으로 제게 스스로 걸어 들어온 내 오메가, 내 베타. 내 짝. 내 것.

지칠대로 지친 온순한 몸.

더없이 주민의 취향이었다.

“형. 나, 씻고 싶어…….”

현덕이 반쯤 감긴 눈을 껌벅이며 말했다.

“응, 그래. 씻어야지.”

주민은 상냥하게 대답하며 셔츠 단추를 풀었다.

셔츠를 벗고 바지를 벗었다. 팬츠마저 벗었다. 현덕과 같이 완전한 나신이 되어 침대 위로 올랐다. 침대 한쪽이 기울자 현덕이 눈을 깜빡였다.

“……형?”

“그래, 현덕아. 나야.”

주민은 현덕의 몸에 제 몸을 겹치며 상냥하게 대답했다. 현덕은 주민의 맛간 눈깔을 보고는 주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다른 오메가들에게 주워듣기로, 보통의 알파들은 러트 사이클 중에도 간간히 이성을 되찾아 제 오메가가 쉴 틈을 준다는데. 주민은 러트 사이클 내내, 늘 이렇게 발정 상태였다.

‘내가 베타라, 그런 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 주민을 밀어낼 수도 없었다.

“혀엉.”

현덕이 우는 소리를 냈지만 주민은 그런 현덕이 귀엽다는 듯 웃기만 했다.

주민이 현덕의 다리 사이를 가르고 제 몸을 비집었다. 아무리 정액을 가득 채워도 좀처럼 부풀지 않는 마른 배에 입을 맞추었다.

현덕은 주민을 저항할 힘이 없었다. 그야말로 침대에 늘어진 고무 인형 같았다. 주민은 손으로 제 성기를 두어 번 주무르고는 현덕의 안으로 들어갔다.

“아……!”

현덕의 몸은 잠시 움찔할 뿐. 큰 움직임이 없었다.

이미 풀어질 대로 풀어진 구멍은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주민을 받아들였다. 열이 나는 건지 아까보다 좀 더 뜨겁긴 했다.

“하아.”

주민은 뿌리 끝까지 성기를 밀어 넣고는 만족감에 긴 숨을 내쉬었다.

“현덕아.”

두 팔꿈치를 현덕의 머리 사이에 대고는 현덕의 얼굴 바로 위에 제 얼굴을 가져다 댔다.

입을 맞추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의 숨이 서로의 코와 입술에 닿았다. 그만큼 가까운 상태로 현덕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으…… 흐…….”

주민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던 현덕의 입술에서 단 숨이 흘러나왔다.

내벽은 움찔대며 주민에게 들러붙었다.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주민은 혀를 내밀어 현덕의 입술을 핥았다. 두 눈은 현덕에게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현덕은 제 아래를 쑤시는 성기보다 저를 바라보는 주민의 눈이 더 무서웠다.

“으흐. 보지 마.”

고개를 돌리면, 주민은 손으로 턱을 쥐고는 다시 눈을 마주쳤다. 그 상태로 뭉근히 허리를 돌렸다.

뜨거운 내벽에 더 뜨거운 성기가 비벼댔다. 안으로 잔뜩 밀고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천천히 움직이니 안을 파고드는 성기가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것이 얼마나 뜨겁고 단단한지. 제 안을 어떻게 먹어치우는지. 제가 느끼는 지점을 어떻게 찾아 비비는지.

현덕은 고개만 작게 흔들며 계속 주민을 불렀다. 목소리는 이미 잔뜩 쉬어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주민은 용케 저를 부르는 소리를 알아듣고는 현덕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현덕의 페니스는 다시 서지 않았다. 주민이 계속 주물러댔지만 무리였다. 텅 빈 성기에 주민의 손길은 차라리 고통이었다.

허리 위는 이리도 다정하고 상냥한데, 허리 아래는 열이 더해갈수록 점점 더 거칠어졌다.

이 사람의 천성은 상냥할지도 몰라. 현덕은 주민과 첫 입맞춤을 할 때 그리 생각했다. 자신에게 살짝 닿기만 해도 어쩔 줄 몰라 하는 주민이 얼마나 순진하게 보였던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주민의 성기가 속을 갈가리 찢을 듯 헤집어댔다. 자신의 두 다리는 주민의 허리에, 어깨에 들려 덜렁덜렁 흔들렸다.

주민은 언제나 상냥하고 언제나 거칠었다. 현덕은 그 품에서 울고, 그 품에 매달리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한참 후 주민의 성기가 또 부풀었다.

“아…….”

현덕은 비명을 지를 힘도 없었다. 그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주민을 견뎌내야 했다. 현덕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주민은 그것마저 달게 핥으며 사정했다.

주민은 제 몸으로 현덕을 덮듯 짓눌렀다. 옴짝달싹 못 하게 붙잡은 후 노팅된 성기를 슬슬 흔들었다.

“우윽. 윽!”

현덕은 헛구역질했다. 목 끝까지 주민의 정액으로 가득 찬 것 같아서. 아니, 머리끝까지.

어질어질하고, 덥고, 온몸이 짜릿짜릿했다. 쾌감과 고통이 번갈아 가며 현덕의 몸을 가지고 놀았다. 현덕은 주민에게 붙잡혀 울지도 못했다.

“형, 나 이제……. 흑, 제발, 진짜 안 돼…….”

현덕은 제 얼굴을 쓰다듬는 주민의 손에 뺨을 문지르며 빌었다.

“미안해, 형이 다 미안해.”

주민은 현덕의 안에서 제 성기를 빼냈다.

현덕은 허전함에 몸을 떨었다. 성기가 빠져나가자 꼭 그만큼의 빈틈이 아쉬웠다. 빠져나가는 길을 따라 무언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씻고 싶었다. 하지만 씻고 싶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이대로 기절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은 그런 현덕의 마음을 용케 알아채고는 현덕을 안아 들었다.

“형, 나, 그만. 응? 조금만 쉬었다가…….”

겁에 질린 현덕이 주민의 가슴에 쪽쪽 입을 맞추며 말했다.

“응, 그래. 더 안 할게. 씻어야지. 우리 씻고, 자자.”

주민은 현덕의 뺨에 입을 맞추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욕실에 들어가서, 속을 비워주겠다며 뜨거운 물을 틀고 안을 헤집더니, 또 눈깔이 뒤집혀서는 현덕을 돌아 세우고 그 안을 파고들었다.

울 힘조차 없는 현덕은 더운물과 수증기에 숨마저 버거워 헐떡거려야 했다. 살려달라는 애원조차 할 수 없었다.

고작 첫날의 일이었다. 주민의 러트가 끝나려면 아직도 이틀, 혹은 사흘이 지나야 했다.

[5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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