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강퇴 (11/36)

3. 강퇴

주민의 납치 소동 이후 일주일. 현덕은 연예계에서 소속 회사의 크기나 규모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트라이 온에 출연하는 연습생을 언론에 공개하는 건, 프로그램 제작진과 기획사들 간 합의된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자룡의 기사가 난 다음에는 어느 중소 기획사의 연습생 출연 기사가 날 예정이었다. 그 뒤에도 줄줄이 사탕으로 대기중이었다.

그런데 그순서가 밀렸다. 모든 이슈를 ‘우주민’ 세 글자가 다 씹어 먹었다.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긴 하였으나 그것만으로는 화제가 되기에 부족했다. 그 소재를 원하는 방향으로 기사화하여 확대시킬 수 있었던 건, TE엔터테인먼트가 대형 기획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 팀장은 가지고 있던 실탄을 모두 장전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뉴스 언론 매체와 기자들을 불러 모았고. 바이럴 업체들을 일찍 가동시켰다. 현덕의 도움을 받아 자색 여의주 팬클럽에 가입해 영상과 목격 후기를 긁어모아 보도 자료로 뿌렸다.

현덕의 말마따나 우주민을 내세운 프레임 변주는 성공적이었다. ‘과열된 경쟁으로 인한 납치극’을 살짝 비튼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유력한 우승 후보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납치극’ 프레임은 대중의 입맛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아직 프로그램은 방영되지도 않았는데, 출연이 결정된 연습생이 납치당할 뻔하였다. 얼마나 대단하고 잘난 연습생이기에? 여론의 관심이 우주민에게로 쏠렸다.

우주민은 여론의 관심을 만족시킬 만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다.

주민은 납치를 당할 뻔한 날 이후엔 더 이상 거리낄 게 없다는 듯 가발을 벗어던졌다. 헤어스타일은 사람의 인상을 꽤 다르게 만들어 주었다. 탈색한 엷은 갈색 가발을 썼을 때 주민은 귀공자 타입이었다. 한국인이 분명함에도 어디 서양 중세풍 성이나 저택에 놔둬도 어색하지 않아 보였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흑발일 때는 그 부드러움이 싹 사라졌다. 검은 머리와 하얀 얼굴이 대비되어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역시나 입만 다물고 있으면.

주민을 찍으러 온 사진 기사들은 혀를 내둘렀다. 고작 스무 살이 될까 말까 한데 벌써부터 색기를 풍긴다고, 퇴폐미가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댔다. 주민의 앞에서 대놓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 팀장은 주민의 바로 옆에 서서 얼른 화제를 돌리거나 주민의 어깨를 붙잡고 일어서지 못하도록 눌렀다. 오 팀장이 아니었다면 납치극에 이어 난투극 기사가 떴을 것이다.

“치사하고 더럽지. 화나지. 다 때려치우고 싶지. 그런데 참아야 해. 니가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라면. 앞으로 이것보다 더 병신 같고 시발스러운 일이 많을 거야. 더 허접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어. 그래도 참아야 해.”

“멀리 내다보고, 지금은 바싹 엎드려 기어라? 좋은 걸 가르쳐주시네요, 팀장님.”

주민은 그런 오 팀장을 기꺼이 비웃어 주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오 팀장의 조언을 따랐다. 하지만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건 아니었다. 열아홉 살 우주민은 싸가지 없고 까칠한 성격을 숨기는 게 아직 미숙했다.

기자들은 거의 같은 질문을 했다. 그때 심정이 어땠는지, 납치를 사주한 사람이 누군지 짐작은 가는지 등등. TE엔터테인먼트와 미리 협의하여 준비한 질문이었다.

주민은 정해진 대로 대답했다. 무섭고 끔찍했다, 누군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절대 이에 굴복해 프로그램 출연을 포기하거나 하진 않겠다.

“어째서 경찰이 왔는데도 범인들을 찾고 고소하는 데는 반대했나요? 납치를 사주한 사람들이 보복 할까 두려웠나요?”

“예정에 없는 질문입니다, 정 기자님.”

오 팀장은 인터뷰를 중단하려고 했지만, 같은 편이라 생각했던 주민이 배신을 때렸다.

“대답하고 싶은 질문이네요.”

“주민 씨? 나 좀 보고 다시 생각해보지?”

오 팀장이 다급히 주민을 막으려 들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오 팀장님, 먼 길 오신 기자님이 저한테 중요한 질문을 하시는데, 대답을 막아버리시면 기자 정신이 투철한 우리 기자님께서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요? 그래서 저에게 대해 좋은 기사 안 써주시면, 오 팀장님이 책임지실 건가요?”

주민이 향해 빙긋, 웃었다.

“내가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은 아니랍니다.”

기자는 하하, 웃으며 답했다. 난 속이 좁으니,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내 기사가 어떤 방향으로 쓰일지는 알아서 생각하라는 속뜻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런 놈을 트라이 온에 내보내도 되는 걸까.’

오 팀장은 다시 한번 후회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주민은 신인개발팀 소회의실의 창가 쪽에 앉아 있었다. 커튼을 쳤으나 커튼이 얇아 노을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주민은 불그스름한 노을빛에 감싸였다.

주민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다리를 꼰 자세로 웃었다. 인터뷰 기자와 촬영 기자는 주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인생이 불쌍해서요.”

“네?”

기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착하고 순한 연습생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납치를 사주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말할 거라고 생각했건만, 주민의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아니었다.

“오죽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었으면 납치 같은 방법이나 생각했을까 싶어서 굳이 상대할 가치를 못 느끼겠더군요. 그래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그리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내뱉는 말은 뾰족하기 그지없었다.

“어차피 저한테 상대도 안 될 테니까. 고작 납치 따위나 계획하는 실력과 머리라면 말입니다, 기자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주민이 눈꼬리를 접으며 웃어 보였다. 오 팀장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아……. 그렇군요.”

인터뷰 기자는 어색하게나마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인터뷰 내용은 다음 날, 하루 종일 주요 포털 메인을 장식했다. 현덕은 포털 메인에 뜬 기사로 주민의 그 인터뷰 내용을 접했다.

그동안 현덕은 주민의 인터뷰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자룡이 인터뷰 하는 걸 구경하러 가자고 해도 가지 않았다. 기사로 뜬 걸 굳이 클릭하지도 않았다.

지금 우주민의 인터뷰를 본다면 어떤 기분이 될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무서웠다.

‘너무 맹목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닐까. 그깟 인터뷰가 뭐라고. 지금의 우주민이 뭐라고 인터뷰하든, 그거랑 내가 예전에 봤던 우주민의 인터뷰랑 연결 지어 생각하지 않으면 되잖아. 고작 기사 하나 본다고 마음이 동요하게 될까.’

서른 살의 우주민과 열아홉 살의 우주민이 다른 건 당연하다. 그걸 감안하면 된다고 생각해보려 애썼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인터넷만 들어가면 ‘우주민’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보였다. 단독, 특급, 심층 등의 단어를 단 우주민의 인터뷰 천지였다.

“씨……앗스럽네. 인터뷰 존나 잘했어.”

그런 현덕을 움직인 건 주민의 인터뷰를 구경하러 갔다 온 자룡의 말 한마디였다.

“진짜 싸가지 없는데 멋있긴 하다니까.”

“네?”

현덕은 자룡의 말에서 기시감을 느꼈다.

“재수 없어 보이는데 멋있다구요?”

“어, 딱 그랬어. 난 인터뷰할 때마다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그러는데 저 싸가지는 뭘 먹고 말을 잘하는 거냐.”

자룡의 말을 듣고야 현덕은 주민의 인터뷰 영상을 볼 용기를 냈다. 인터뷰 영상 속 주민은 상냥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말하는 내용은 전혀 상냥하지 않았다.

기자는 우주민을 ‘납치라는 큰 사건에 휘말렸음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패기 넘치는 연습생’으로 표현했다. 사건의 내막을 모르는 기자는 주민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다른 연습생들, 다른 기획사들에게 던지는 출사표를 던졌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현덕은 주민의 말이 납치극을 벌인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

현덕은 부끄럼을 느꼈다. 그간 주민의 인터뷰를 볼까 말까 고민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똑같네.”

얄아홉 우주민은 스물여덟 살 현덕이 봤던 인터뷰 영상 속 우주민과 같았다. 다르면서도 같았다. 아직은 거칠고 싸가지 없었지만, 그래도 전혀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다행이다.”

부끄럽게도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서 기사 하단의 댓글을 가벼운 마음으로 열어볼 수 있었다.

- 자주 커플 원하면 눌러주세요. ♡ 4531

- 질 수 없다! 주룡 ♡ 2901

- 사람이 납치될 뻔했다는데 윗댓 분들 뭐 하시는 겁니까-_- ♡ 1998

상단에 고정된 베스트 댓글 세 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주 커플? 주룡?”

현덕은 스크롤을 올려 기사의 제목을 확인했다. 분명 주민의 인터뷰 기사가 맞았다.

“기사랑 전혀 상관없는 내용인데, 잘못 달린 거 아닌가? 그런데 왜 베스트 댓글인거지?”

현덕은 다시 스크롤을 빠르게 내려 다른 댓글들을 확인했다. 현덕처럼 베스트 댓글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위에 님들 자주 커플? 주룡? 뭔가요.

└ 탕수육 먹을 때 부먹파, 찍먹파 나뉘는 거 같은 거래요.

위에 배댓 보고 써요. 커플 뭐임? 이 연습생 여친 있음? 헐

└ 님 루머 자제 좀

└ cctv 풀렸는데 보니까 같은 회사 연습생 중 한 명이 몸빵해서 구해준 거드만요. 그래서 커플 개흥함

“부먹 찍먹 같은 거라고?”

현덕은 곰곰이 자신의 식성을 생각해보았다. 현덕은 주변 사람들의 선택에 휩쓸리는 편이었다. 친구가 부어 먹자고 하면 부어 먹었고, 맹덕이 찍어 먹자고 하면 찍어 먹었다.

“난 자룡 형도 우주민…… 주민 형도 좋아하니까.”

현덕은 별 고민 없이 베스트 댓글에서 위에 댓글 두 개에 모두 추천을 눌러주었다.

- 자주 커플 원하면 눌러주세요. ♥ 4532

- 질 수 없다! 주룡 ♥ 2902

- 사람이 납치될 뻔했다는데 윗댓 분들 뭐 하시는 겁니까-_- ♡ 1998

혹시나 해서 다른 기사들도 확인해보니 베스트 댓글란에선 여지없이 ‘자주’와 ‘주룡’의 추천 수 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현덕은 돌아다니며 양쪽에 모두 추천을 눌러주었다. 그리고 자룡의 팬클럽 카페를 들어가 보았다.

“오! 오백 명이다.”

팬클럽 회원 수가 부쩍 늘어나 있었다.

공지도 새로 올라와 있었다. ‘이 카페는 공식 팬클럽 카페가 아니니까, TE한테 공식 인정받고 싶으면 새로 카페를 파서 나가라.’라는 내용이었다.

자유 게시판에는 평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 주민의 납치 소동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글이 워낙 많아 열어 볼 엄두는 못 내고 게시글 제목만 훑어보았다. 이 카페에서도 ‘자주’와 ‘주룡’의 다툼이 격렬했다.

“부먹이랑 찍먹이랑 같은 거라더니, 둘 다 좋은 거 아닌가? 왜 싸우지?”

의아해하던 현덕의 눈에 한 게시글이 눈에 들어왔다.

“……어?”

- 미친, 김현덕 연습생 우리 카페 가입해 있었네. [27]

게시글 제목을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뭐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 왜 놀라는 거지?’

현덕은 가슴에 손을 얹어 보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손도 조금 떨렸다.

[ 미친, 김현덕 연습생 우리 카페 가입해 있었네 ]

| 자유게시판 |조회수 69 |

요즘 회원 수 급격히 늘어서(신규 여의주분들 반가워요!!!)

이참에 우리 자룡이나 테엔터 놈들이

이 기회를 틈타 또 가입 시도할까봐 예전에도 한 번 그런 적 있었잖아.

(박자룡 보고 있니?)

그래서 수시로 회원정보리스트 보고 있었거든.

영자가 카페 가입할때 기본설정으로 회원정보 모두 공개해놨잖아.

티씨발 직원 가입할 때 암 생각 없이 개인 정보 비공개로 안 돌려놓고

가입해서 다 들키게ㅋㅋㅋ

암튼 걔들은 뇌가 없어 자룡이 데뷔 번번이

무산시킬 때부터 알아봄ㅠㅠㅅㅂ

암튼 그래서 보고 있었는데 뭔가 쌔한 거……ㅎ

(이미지)

보여? ‘현돌이’님 회원 정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름 김현덕이고 직업 고등학생이래ㅋㅋㅋㅋ미친자야ㅋㅋㅋㅋㅋㅋ

왜 가입했냐니까 자룡이가 멋진 형이라서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자 언니 이거 왜 가만 놔뒀음ㅋㅋㅋ

완전 티 나잖아 왜 직업 연습생이라고 안 썼냐 일말이 보호색인가요

고딩 연생 현돌이님?^^

이게 뭐? 싶은 여의주들 있으면 아래 링크 보고 와

내가 친절하게 링크 가져왔어ㅋㅋ

(링크) ‘[삼색인터뷰] TE엔터, 납치 연습생 우주민과 우정으로 뭉친……’

보면 사진에 자주랑(주룡ㄴㄴ해) 그 옆에 동그란 미자 연생 있지ㅋㅋㅋ

사진 밑에 이름 나옴ㅋㅋㅋㅋㅋ 김현덕ㅋㅋㅋㅋㅋㅋㅋ

익숙한 여의주들 있을 거야ㅋㅋㅋ

자주절에 자룡이 도와서

주민 연생 구하는 거 도왔던 뒤통수 동그란 연생 있잖아ㅋㅋ걔ㅋㅋㅋ

테엔터테인먼트 김현덕 연습생 뭐 하는 짓이야???

여기 왜 가입했냐????

아ㅋㅋ나ㅋㅋㅋ너무 흥분했어ㅋㅋ

마지막은 우리 자룡이 예쁜 사진으로 혈압 안정ㅎㅎㅎ

(이미지)

자룡아 올해는 꼭 데뷔하자 ♥

(* 박자룡X우주민/우주민X박자룡 팬들은 우주민이 납치당할 뻔 했던 날을 자주절/주룡절로 부르며 해당 커플링 기념일로 삼고 있다.)

[댓글 27]

[운영자] 토마도 : 가입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연습생도 TE관계자라고 할 수 있을지 운영진 내부에서 회의 중이었어. TE엔터랑 연습생을 묶어서 관계자 취급하는 건 연습생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잖아.

└ 자룡아대비해 : 테 스파이짓 하면 어케?ㅜㅜㅜㅜ 우리가 쓴 글 테놈들한테 퍼다주고ㅜㅜㅜㅜ

└ [운영자] 토마도 : 그게 좀 걱정되긴 하는데 안 그럴 거 같아서. 내가 주룡절에 거기 있었거든. 김현덕 연습생한테 제일 먼저 말 건 게 난데 착한 거 같더라. 박자룡이랑도 친한 거 같고.

└ 자룡아대비해 : 영자 언니ㅜㅜㅜㅜ그게 더 큰일 아니야ㅋㅋㅋ????? 자룡이한테 우리 카페 글 다 보여주면 어케ㅋㅋㅋㅋㅋㅋㅋㅋ

└ [운영자] 토마도 : 아 ㅅㅂ

룡자@_< : 어쩐지!!!!!!! 연생이었구나!!!!!! 사진 게시판에 현돌이님이 올린 거 봤어요? 요즘에 자룡이 연습하는 사진을 찍어 올려줬더라고유!!!! 회사 밖에서 찍은 사진도 있는뎅 막막 연습실 안에서 찍은 거 같은 사진도 있던뎅……. 그래서 이걸 어떻게 찍은 거지?????? 궁금해하고 있었거든요 우리 팬클럽에 나뭇잎 마을 출신이 있으신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테 연생이었던 거네요!!!!

└ 오렌지말고오륀지야자룡아 : ㅋㅋㅋㅋㅋㅋㅋㅋ바빠서 요며칠 못들어 왔었는데 머야 자기연생인거 대놓고 티낸거 아냐 연습실에서 찍은 사진을 왜올려 근데 여태 그걸 왜 다들 아무도 말 안한건데/

└ 룡자@_< : 완전 설마 했죠!!!!!!! 설마 연생???? 자기 팬카도 아닌데 남의 팬카를 왜 가입하냐고요!!!!!

└ 자드D자룡 : (이미지)

방금 룡자님 댓 보고 사진 게시판 가봤는데……. 연습실에서 자룡이가 땀 흘리며 벽에 기대 있는 사진이여……. 그 옆에 거울 있잖아여. 거기에 누구 찍힌 거 같아서 확대해봤는데…….^^

└ 사스가fydfyd : ( ̄□ ̄;)!!

└ 배송료오백 : 뭐지 이 띨한 놈은

└ 룡자@_< : 빼박이네요!!!!!!!!!

자룡이딸엄마 : 실화입니까?

드래곤은치킨맛 : 나도. 방금. 회원정보. 확인하고. 옴. ㅁㅊ. 진짜네.

성북구자룡맘★현자가자 : 캎 가입한 이유 보셉!! 멋진 형이라서라니! 하악하악하악어디가 제일 멋진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내가 그래서 계속 말했잖아영ㅇ_ㅇ! 나도 그때 TE 건물 앞에 있었는데 현덕 연습생이 박자룡!!!!!!!!! 이러케 패기 있게 부르는 걸 분명히 들었다니까요! 후기에 엄청 자세하게 썼는데 다들 영상 보고 자주 주룡에 빠져서 내 말 아무도

성북구자룡맘★현자가자 : 안 들어주고 다 묻히고ㅠㅠ 기회는 이때다!!! 숨어 있던 현자 미는 여의주들!!! 현자로 대동단결하자!!! 이제는 현자타임이다!!! 빼박 아닌가요? 같은 연생 처지면서 멋진 형인 자룡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몰래……라긴 그렇지만 그래!! 대놓고 자룡이 팬카페에 가입한 현덕이라니!!! 현덕아!!!!!! 자룡아!!!!!!! 사랑해!!!!!!!!

└ 자룡오빠♡I : 장모님 자룡 오빠 저 주세요. 저 취직 해서 돈 벌어욧!

└ 성북구자룡맘★현자가자 : 널 주느니 차라리 내가 주룡을 판다-_-

넌 자꾸 나한테만 그러니? 나한테 댓글 달지 마!!

└ 자룡오빠♡I : 장모님!! 흑흐규ㅠㅠㅠ 아무리 그러셔도 우리 사랑은

깨지지 않아욧! 전 꼭 자룡옵바랑 겨론할 거라고요!!!

비비인형 : 사칭 아냐?라고 달라고 했는데 영자님이 위에 인증 때리셨네여. 뭐여, 쟤가 영상에 나오던 그 뒤통수 동그란 애?

└ 우루사웅Dam : ㅇㅇ통수남 걔 맞는 듯

주룡치맥 : 지금 이거 보고 있는 거 아냐?

└ 우루사웅Dam : 헐, 나 소름 돋았어!

└ 사스가fydfyd : 소름222222222

└ 드래곤은치킨맛 : 소름333333

└ 성북구자룡맘★현자가자 : 집착현덕가련자룡 좋구요^0^

└ 룡자@_< : 소름44444

게시글을 확인한 현덕은 새로 달린 댓글을 확인하고자 새로 고침을 눌렀다. 그러자,

해당 카페에서 강제 퇴장되셨습니다.

경고창이 뜨며 자룡의 팬카페에서 튕겼다. 다시 팬카페에 들어가자 강제 퇴장되었다는 안내창이 떴다.

해당 카페 운영자에 의해 강제 탈퇴 되어 접근하실 수 없습니다.

[강제 탈퇴 이유] 김현덕 연습생님, 미안해요. 카페 운영 방침상 TE엔터테인먼트와 관련 있는 사람은 카페 활동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트라이 온 출연을 응원합니다. 박자룡 연습생 잘 부탁드려요.

“아…….”

자룡의 팬카페는 꾸준히 회원 정리를 해왔다. 활동 하지 않으면 유령 회원으로 간주하여 정기적으로 강퇴시켰기 때문에 현덕은 나름 열심히 카페 활동을 해왔다. 간간이 자룡의 사진을 찍어 사진 게시판에 올리곤 했다.

TE엔터테인먼트는 데뷔 전에는 연습생을 공개하지 않는다 게 기본 방침이었다. 때문에 자룡의 팬클럽에서 가지고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다.

특히나 사진이 많이 부족했다. 가끔 자룡이 신인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서 랩 부분을 피처링해주거나 무대 백댄서를 서줄 때 찍히는 사진이 고작이었다.

자룡의 팬클럽 회원들이 그 점을 너무도 아쉬워하기에 현덕은 가끔 자룡의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리곤 했다.

자신이 연습생이라는 걸 들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진을 올릴 때 조심했다. 되도록 회사 밖이나 회사 건물 입구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곤 했다. 그런데 사진을 업로드할 때 실수로 연습실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버린 듯했다.

현덕이 사진을 올리면 팬클럽 회원들은 이런 귀한 사진을 어떻게 구한 거냐며 고맙다고 댓글에서 울었다. 그런 댓글을 읽으면 괜히 마음이 짠해졌다. 더 열심히 자룡의 사진을 찍어 카페에 올려야 되겠구나, 사명감까지 들었다.

가끔 사생 아니냐는 댓글이 달릴 때마다 진땀을 빼며 해명 댓글을 달곤 했건만.

“강퇴 당해버렸네.”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와르르.

그날 저녁, 오랜만에 맹덕이 집으로 전화했다. 어머니에게서 전화기를 넘겨받은 현덕은 우울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맹덕에게 하소연했다. 강퇴 당한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건만.

[뭐? 강퇴 당했다고? 김현덕, 진짜로 거기 가입했다가 강퇴 당했어?]

맹덕이 박장대소했다. 현덕이 귀가 따가워 전화기에서 얼굴을 떼어낼 만큼 큰 웃음이었다. 옆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뭔데 그리 웃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기분 더러웠겠다. 그러니까 현덕아, 거길 왜 가입했어, 그냥 처음부터 가입하지 말지.]

“그냥, 궁금했어…….”

현덕이 힘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난 내가 TE엔터테인먼트 관계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연습생은 회사 인턴이랑 비슷한 걸까? 그래서 회사의 관계자로 볼 수 있는 걸까? 계약서를 작성한 계약관계니까?”

[정말 현덕이 너가 회사 관계자라고 생각해서 강퇴 시켰겠니. 그건 둘째 치고, 일단 그 팬클럽 사람들이 부끄러워서 그런 거겠지. 니 말 들어보니까 뭐, 커플링 짓고 팬픽 쓰고 그러기도 할 거 같은데, 박자룡이라고 그랬나? 그 사람이랑 친한 너한테 보여주고 싶겠어?]

“커플링? 팬픽? 나 그 카페에서 그런 거 본 적 없는데? 그런데 그게 뭐야?”

[못 봤겠니. 그냥 니 눈이 알아서 거른 거겠지. 모르는 사람 눈엔 안 보이는 신비한 문화거든.]

맹덕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비교적 최근까지 웹툰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맹덕은 그런 쪽에 빠삭했다. 맹덕은 현덕이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수준에서 설명해주고자 애썼다. 팬 문화 중엔 좋아하는 사람을 친한 다른 사람을 묶어서 둘이 사이좋게 지내는 장면을 상상하여 소설이나 만화로 그리기도 한다고, 그런데 그걸 당사자들이 보는 걸 싫어한다 정도로.

오랜만에 맹덕 가라사대를 듣게 되었건만. 현덕은 어쩐지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맹덕이 초등학생에게 미적분을 설명해 줘야 하는 사람처럼 난감해했기 때문이었다.

“나도 알아, 탕수육 부먹하고 찍먹 같은 거잖아.”

현덕은 저도 모르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부먹? 찍먹?]

“자룡 형이랑 주민 형을 묶어서 자주 커플이라고 부르고 주룡이라고 부르는 거 무슨 뜻인지 나도 알거든. 한일전, 일한전, 그런 느낌으로 부르는 거잖아.”

TE엔터테인먼트에서 ‘트라이 온’에 출연하는 연습생은 세 명이다. 박자룡, 우주민, 김현덕.

그 중 자룡은 데뷔만 안 했을 뿐이지 피처링이나 백댄서 등으로 활동해 제법 인지도가 있었다. 주민은 납치당할 뻔한 연습생으로 유명해졌고.

현덕은 그 둘에 비하면 인지도가 낮았다. 납치당할 뻔한 당시 상황을 공개한 영상에서도 눈에 띄는 건 주민과 자룡이었다. 추가로 공개된 영상에서도 현덕은 뒤통수만 나왔기 때문에 화제성에서 빗겨났다.

현덕은 그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자신을 빼고 주민과 자룡, 둘을 자주니 주룡이니 부르는 걸 2인조나 듀엣으로 묶어 부른다고 생각했다. 현덕의 이해도는 딱 그 수준이었다.

[어, 음…….]

맹덕은 드물게도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다행이다, 너 강퇴 당해서.]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우울하다니까, 형? 내가 왜 강퇴를 당해야 하는 건데!”

현덕은 자신이 얼마나 서운한지 맹덕에게 토로했다. 맹덕은 허허, 웃으며 ‘응, 그래서 너 강퇴 당해 다행이라고.’라는 말을 반복했다.

[현덕아, 그런데 너 언제부터 우주민인가, 걔 형이라고 불렀냐?]

맹덕이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어?”

현덕은 맹덕의 질문에 눈을 깜박였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우주민을 주민 형이라 부르게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현덕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마 그때 이후인가?’

주민이 납치될 뻔했던 날, 방언이 터지듯 우주민을 주민 형이라고 불렀다. 한 번 부르니, 입에 찰싹 붙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남자 형제가 있어 나이가 많은 동성에게 형이라고 부르는 게 익숙한 탓이기도 했다.

[박자룡인가 하는 걔한테도 형 소리 쉽게 하는 거 듣고 좀 그랬는데. 싸가지 없다는 우주민? 그 자식도 금세 형이냐? 아씨, 현덕아, 아무한테나 막 형형 그러는 거 아냐. 니 형은 김맹덕 하나거든?]

맹덕은 뭐가 그리 억울한지 불퉁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를 듣자니 가라앉았던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뭐래요, 김맹덕 군인 아저씨. 그러니까 누가 휴가 걸린 군대 축구에서 지래요? 동생 보고 싶어요? 위문편지 보내드릴까요?”

현덕은 유치원생에게 말을 걸듯, 우쭈쭈해주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큰 고함이 쏟아진 건 당연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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