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8.
그러다가 새하얗게 점멸했다. 그리고 또 새카맣게 변하는 걸 반복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상황 파악이 잘되지 않았다.
“흣…… 아흣……!”
물고기처럼 뻐끔뻐끔 입을 벌렸다. 그러나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무언가가 목구멍을 콱 틀어막고 있는 것 같았다.
“윽…… 숨, 쉬어.”
“하윽…… 읏…….”
“하…… 한이진.”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속삭였다. 귓속이 찌르르 울렸다.
기어코 강유현의 것이 안을 파고들었다. 흉기라고 할 정도로 커다란 게 안을 꿰뚫으니 죽을 맛이었다. 혀와 손가락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한이진, 숨을 쉬어. 응?”
“하읏…….”
“윽…….”
너무 조여 대니 강유현도 힘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게 대수냐. 내가 지금 죽을 것 같은데.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휘휘 저었다. 커다랗고 딱딱한 쇠망치 같은 게 밑을 쑤시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설마 SSS급의 발기한 자지가 쇠망치처럼 변한 건 아니겠지.
이대로 가면 나는 틀림없이 복상사하고 말 것이다. 빌어먹을 로키 신. S급으로 등급을 올려 줬으면 평소에도 도움 되는 스탯을 올려 줘야지. 괜히 정신력만 더 높아져서 기절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끙끙거리다가 손을 들어 강유현의 어깨를 꽉 잡았다.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세웠는지 손톱에 무언가가 긁히는 느낌이 났다. 비릿한 피 향이 코끝을 스쳤다.
“쉬이…… 힘 풀어. 응?”
“흐, 못 하겠…… 흐읍…….”
고개를 숙인 강유현이 나에게 입을 맞췄다. 내가 하려던 말들이 그의 입속으로 사라졌다. 키스가 계속 이어지면서 숨이 부족해진 나는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엉덩이 안을 침범한 것에 신경 쓰지 못했을 때였다.
“흡……!”
퍽, 하고 무언가가 치골을 세게 때렸다. 얼얼하고 묵직한 통증에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비명이 나오기 전에 강유현의 혀가 입 안으로 들어와 혀를 꽉 옭아매었다. 목이 꽉 막힌 것처럼 쇳소리만 간간이 흘러나왔다.
“흣…… 읏…….”
눈앞이 팽글팽글 돌았다. 엉덩이에 까슬한 것이 닿은 느낌이 들자 깨달았다. 강유현의 것이 기어코 내 안에 다 들어왔다는 것을 말이다.
미친, 정말 그게 다 들어왔다고?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유현이 은근슬쩍 허리를 움직이자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너…… 읏…… 움직이지, 마…….”
“하…… 움직이고 싶어.”
“안 된……다니까…… 으읏…….”
“한이진, 허락해 줘.”
“하읏……”
“응?”
빌어먹을. 강유현은 꼭 이럴 때만 불쌍한 척을 한다. 속으로는 나를 씹어 삼킬 궁리만 하고 있으면서. 이제 나는 저 가증스러운 얼굴에 속을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강유현이 빨리 싸지 않으면 영영 끝나지 않을 일이니까.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흐…… 천천히…….”
“알았어.”
“천천히…… 아, 움직이라니까.”
강유현은 허락하자마자 고삐 풀린 짐승으로 변했다. 그가 허리를 뒤로 물리자 주륵, 하고 성기가 내 안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성기를 안에 처박았다. 본색을 드러낸 강유현은 내 골반을 잡고 미친 듯이 좆을 박아 대기 시작했다.
“아읏, 읏, 으, 아, 미친…… 하윽……!”
“하아, 한이진.”
마치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이 무자비한 피스톤질이었다. 그의 격한 허리 짓에 나는 도무지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얼얼한 아래는 점점 감각도 사라져 갔다. 덜컥, 무서운 기분이 들어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 강, 유현, 흣, 흐아, 아……!”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힘든 게 강유현 때문인데, 내가 매달릴 수 있는 존재도 강유현뿐이었다. 나는 절박하게 매달리며 강유현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강유현은 밀어붙이는 허리를 멈추지 않으며 나에게 입을 맞췄다.
퍽퍽,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침실을 울렸다. 사실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침대가 삐걱이는 소리, 나와 강유현이 헉헉대는 숨소리, 좆을 쑤실 때마다 퍽퍽 대는 민망한 소리. 야한 동영상이라도 보는 거라면 그 모든 것에 흥분할 법도 한데, 정작 자신의 일이 되니까 어딘가 꿈속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게다가 점점 열이 오른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어 갔다. 이제 내가 누구인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떠올리기 힘들 지경이 되어 갔다. 그저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 미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다는 것 말이다.
“흣, 흐아, 아, 자, 잠깐…… 하읏……!”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기묘한 감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안을 찌르는 좆 때문에 그저 아프기만 했는데, 그뿐만이 아닌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실제로 강유현의 성기가 어떤 곳을 찌를 때마다 엉덩이 안이 경련을 일으켰다.
“여기가 좋아?”
“아, 아니, 읏, 아니, 야, 아읏, 흣……!”
부정은 했지만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았다. 무엇보다 다시 흥분해서 일어난 아들내미가 정확한 증거였다. 강유현에게 숨길 수 없는 뚜렷한 증거가 꺼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도무지 낄끼빠빠를 하지 못하는 아들내미에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저렇게 일어나면 기분 좋다는 걸 숨길 수가 없잖아……! 민망한 말을 속으로만 외치며 고개를 돌렸다.
“이게, 읏, 뭐야…… 아흣, 흣, 아아……!”
미칠 것 같다. 처음 하는 섹스에 나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첫 경험에 푹 빠진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강유현은 이성을 잃은 채 좆을 내 구멍에 쑤셔 박았다. 마치 그것 말고 목표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말이다.
“거기, 으읏, 거기만, 하지…… 아으읏…….”
“하, 제길. 한이진…….”
강유현은 얄밉게도 내가 느끼는 곳을 찌르며 허리를 뭉근하게 돌렸다. 기어코 내가 이성을 잃고 매달리는 꼴을 봐야 직성이 풀릴 모양이었다. 나는 그가 바라는 대로 헐떡이며 어깨를 더 꽉 끌어안았다.
“하읏, 아, 빨리…….”
“하…… 이제 못 멈춰.”
“흐읏……!”
낮은 목소리로 경고한 강유현은 곧바로 허리를 움직였다. 성난 성기가 안을 짓이기며 파고들었다. 난잡한 소리가 언뜻 들리는 동시에 폭풍 같은 감각이 몸을 들쑤셨다.
내 몸은 그대로 낙엽처럼 흔들렸다. 강유현은 멈추지 못한다고 단언한 것처럼 한시도 쉬지 않았다. 심지어 절륜한 그는 내가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정액을 싸는 동안에도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흐윽, 아, 잠…… 잠깐, 아, 아아……!”
“크윽…….”
눈앞이 미친 듯이 흔들리고 점멸했다. 강유현이 겨우 멈췄을 때는 이미 넋이 나가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득해지는 정신 너머로 뜨거운 무언가가 배 속을 가득 채우는 것만 느낄 수 있었다.
“아…… 읏…….”
“하아…… 한이진.”
“흐…… 으읍…….”
무언가가 입술을 덮었다. 뜨겁고 질척한 것이 입 안을 한참 헤집고 난 뒤에 나는 가까스로 제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
“강……유현.”
“정신이 좀 들어?”
“으…….”
계속 뺨과 입술에 쪽쪽 뽀뽀하는 강유현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 냈다. 내 몸 상태가 어떤지 직접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직도 강유현의 몸이 마치 나와 한 몸인 것처럼 딱 달라붙어 있었다.
“너…… 이제 좀 빼.”
괜히 민망해진 나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너무 격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몸이 욱신거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제일 심한 곳은 엉덩이였다. 흉기로 보일 정도로 컸던 강유현의 좆이 아직도 내 안에 처박혀 있었다. 욱신거리는 통증보다 그걸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더 충격이 컸다.
“빼라니. 이제 시작인데.”
“……뭐?”
나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한 번 한 것만으로도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이제 시작이라니? 날 죽일 셈인가? 어이없는 눈으로 강유현을 쳐다보자, 안에 처박힌 게 꿈틀거리며 부피를 키우기 시작했다.
“너…… 왜 또 커지는 건데!”
“네가 그렇게 보면 당연히 흥분하지.”
“내가 어떻게 쳐다봤는데!”
억울한 마음에 울컥해서 소리치자 강유현이 씩 웃었다. 입꼬리만 슬쩍 올려 웃음 지은 그가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존나 섹시하게.”
“……!”
얘가 이런 상스러운 말도 할 줄 알았나. 그런데 낮은 음성과 잘 어울려서 그런지 느낌이 이상했다. 오싹한 기분이 들면서 아직도 뜨거운 배 속이 꿈틀거렸다.
“윽……!”
강유현이 뒤로 조금 물러나자 안에 박혀 있던 성기가 주륵 빠져나갔다. 그 생경한 느낌에 이를 악물었다. 강유현이 안에 정액을 얼마나 싸지른 건지, 성기가 반쯤 빠져나가자 안에 남아 있는 것들도 따라서 밖으로 주륵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아……!”
동시에 퍽, 하고 빠져나갔던 성기가 다시 박혔다. 머리끝이 징 하고 울리는 느낌에 머리를 뒤로 꺾었다.
“아까보다 더 수월하네.”
“이 미친…… 새끼야.”
만족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린 강유현이 내 목에 키스하며 씩 웃었다. 나는 그 얼굴을 내려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그렇게 욕할 때마다 어찌나 박고 싶었던지.”
“뭐…… 읏……!”
“앙칼진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었지.”
“앗, 아읏……!”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하지만 무슨 말인지 묻기 전에 강유현이 또 허리를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나는 손을 뻗어 강유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단단한 무언가가 내 목을 깨무는 것을 느끼며 나는 또 지독한 사정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