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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0. (219/228)

외전 10.

“자, 잠깐……!”

당황한 나는 강유현의 어깨를 손으로 잡고 밀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술이 더 깊게 파고들었다.

“흡……!”

숨…… 숨을 못 쉬겠다고……!

강유현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들어 등을 팡팡 내려쳤다. 그래도 강유현은 멈추지 않았다. 키스고 뭐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읏, 응……!”

그런데 이 자식, 왜 이렇게 키스를 잘하지? 보조 스킬을 썼을 때도 생각했지만 혀 놀림이 보통은 아니었다.

분명 원작이 시작할 때쯤 나를 만났으니 강유현도 나와 하는 키스가 처음이었을 텐데, 그때도 예사롭지 않더니 지금은 더했다. 이게 바로 남자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사람의 기본 스펙이라는 건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시야가 확 뒤집혔다.

“윽, 야……!”

“하아…….”

“……!”

침대에 누운 채로 강유현을 올려다봤다. 까만 눈이 다른 때보다 더 기이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 흉흉한 눈빛에 더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강유현의 혀가 노골적으로 입술을 핥았다.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리자, 미끌거리는 혀가 입 안으로 부드럽게 들어왔다. 그리고 입 안 곳곳을 빨아 대기 시작했다.

병실 안에 민망한 소리가 울렸다. 눈을 질끈 감고 강유현의 어깨를 붙잡았다. 입 안을 제멋대로 헤집는 혀 때문에 숨소리뿐 아니라 이상한 신음도 나올 것 같았다. 끙끙거리며 몸을 비틀었지만, 강유현의 팔이 허리를 단단하게 감아서 더욱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야, 잠깐……!”

“한이진…….”

“윽……!”

위험해. 진짜 위험하다고.

밀착한 강유현의 몸이 뜨거웠다. 덩달아 나도 하반신이 반응할 것 같았다. 고작 키스로 이렇게 되는 건 너무 이상하잖아. 보조 스킬도 쓰지 않는데 왜 몸이 뜨거워지는 거냐고.

게다가 대체 강유현은 왜 이렇게 흥분한 건지 모르겠다. 내가 다친 줄 알고 걱정하다가 안도했기 때문인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왜 이런 걸로 짐승처럼 흥분하는 거냐고. 나는 가까스로 강유현의 입술을 떼어 내며 부족한 숨을 한껏 들이쉬었다.

“하아, 하…… 이제, 좀 떨어져.”

“……싫어.”

“읏, 그만 좀……!”

고집스럽게 말한 강유현이 손을 움직였다. 환자복 안에 집어넣은 손으로 가슴팍을 더듬었다. 대체 판판하기만 한 남자의 가슴이 뭐가 좋다고. 기겁하며 몸을 비틀자, 목 언저리에 강유현이 쪽하고 입을 맞췄다.

“으앗, 야……!”

“가만히 좀 있어.”

“윽, 가만히 있겠냐고…… 잠깐……!”

하지만 버둥거릴수록 더 난감해졌다. 강유현의 묵직한 하체가 허벅지를 꾹 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좀…… 진정해, 이 자식아!”

퍽!

인벤토리에서 아무거나 꺼내 휘둘렀다. 그러자 본의 아니게 강유현의 머리를 딱 맞췄다. 강유현의 고개가 조금 돌아갔다.

“……아프잖아.”

“하나도 안 아픈 얼굴인데?”

“…….”

어쨌든 덕분에 강유현의 속박이 조금 느슨해졌다. 나는 억지로 끌어 올려진 옷을 밑으로 내리고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런 나를 응시하는 강유현의 눈이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검은 사자 같았다.

“하, 진짜…… 왜 갑자기 발정이 나고 지랄이야.”

“더 하고 싶어.”

“여기 병원이야, 미친놈아!”

“그러면 숙소에서는 괜찮다는 거야?”

“……!”

곧바로 아니라고 외쳤어야 했는데,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당황한 눈으로 강유현을 쳐다보다가 또 손을 휘둘렀다.

“닥쳐, 이 변태 새끼야!”

“…….”

물론 두 번 당할 놈은 아니기 때문에 쉽게 피했다. 솔직히 아까도 일부러 맞아 준 게 아닌가 싶었다.

속이 쓰려져서 혀를 차는데, 손에 든 게 눈에 익었다. 인벤토리에서 그냥 아무거나 꺼내서 쓴 건데, 공교롭게도 내가 마지막에 꺼냈던 게 또 나온 모양이었다. 바로 강유현이 강수현을 통해 줬던 그 빈 통이었다.

그러고 보니 강유현에게 이걸 물어보려고 했었지. 나는 화제를 돌릴 겸 빈 통을 강유현에게 내밀었다.

“야, 이거 뭐야?”

“아.”

빈 통을 알아본 강유현은 짤막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나를 다시 쳐다보며 물었다.

“도움이 좀 됐어?”

“도움?”

“그래. 그 안에 내 기운을 넣어 뒀거든.”

“뭐?”

그럼 역시 그때 흘러나온 게 강유현의 기운인가? 확실히 도움이 된 건 맞지만, 그래도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유현에게 소리쳤다.

“야, 그걸 미리 말했어야지!”

“강수현이 말 안 했어?”

“안 했어!”

“그 녀석…….”

강유현이 혀를 쯧쯧 찼다. 그러고 보니 강수현에게 물을 새도 없이 가 버렸었지. 일부러 말 안 한 건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강수현의 고백……을 거절한 이후, 형제인 강유현과 강수현의 사이가 미묘하게 조금 더 좋아졌다. 이렇게 물건을 전달하는 것도 예전이었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사이가 좋아졌나 생각한 건데, 아직도 의사소통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건가. 나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어쨌든 도움은 됐어. 그거 덕분에 속박 스킬에서 빠져나왔거든.”

“그래. 새로운 거 줄 테니 항상 가지고 다녀.”

“알았어.”

그냥 빈 통인 줄 알았는데 SSS급의 기운이 담긴 물건이었을 줄이야. 돈 주고도 못 살 물건이었다. 나는 부서진 빈 통은 반납하고 강유현에게 새로운 통을 받아 인벤토리 안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

“…….”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강유현이 언제 또 폭주할지 몰라 불안했다. 이번에는 멈출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긴장하며 강유현을 흘끗거릴 때였다.

벌컥.

“아빠!”

“아빠아!”

“……너희들!”

병실 문이 열리고 용식이와 용순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우르르 달려와 나에게 안겼다.

“너희는 오늘 다른 병실에서 자야 한다니까.”

“시러어, 아빠랑 같이 잘래.”

“용순이가 너무 말을 안 들어.”

“아…… 하하.”

용순이가 너무 칭얼거려서 어쩔 수 없이 데려온 건가. 나는 입을 비죽이는 용식이를 측은하게 쳐다봤다.

용식이는 몸이 너무 자란 바람에 평소에도 나와 같은 방에서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떼를 쓰기도 하고, 자신과 달리 밤에도 나와 한방에서 자는 용순이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용순이도 인간으로 변했는데, 그럼에도 몸이 작다는 이유로 아직 나와 같은 방을 쓰고 있으니 불만스러운 모양이었다. 나는 손을 들어 용식이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우리 용식이가 고생이 많네.”

“아빠…… 오늘은 나도 같이 자면 안 돼?”

“으음…….”

하긴, 오늘 습격으로 용식이도 많이 놀랐을 거다. 그러니 밤에 혼자 있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이해되었다. 하지만 셋이 자기에는 침대가 너무 좁은데. 난감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넌 안 돼.”

“악, 이거 놔……!”

“잔말 말고 따라와.”

“아빠……!”

결국 용식이는 강유현에게 질질 끌려 나갔다. 나는 차마 말리지 못하고 용식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로서는 강유현을 말리지도 못할뿐더러, 솔직히 침대가 너무 작았다.

“흐아암.”

“이제 잘까?”

“우웅.”

하품하는 용순이를 다독이며 잠자리에 들었다. 용순이를 먼저 눕히고, 나도 침대 위에 누워 캄캄한 천장을 올려다봤다.

“…….”

뒤늦게 심장이 쿵쾅거렸다. 미수에 그친 일이었지만, 만약 용식이와 용순이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으아악, 미친!’

순간 상상하고만 나는 누운 채로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나까지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이건 완전히 휩쓸린 거잖아.

“후…….”

진정하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사실 나는 아직 결심이 부족했다. 강유현이 언제부터 나를 좋아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남자와 이런 관계가 될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평범한 남자였던 나는 아직 거부감이 더 앞섰다.

그러면서도 미묘하게 몸 안쪽 한구석이 저리고, 기분도 이상했다. 내 몸도 강유현과 닿으면서 명백히 흥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생리적인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한 번 더 강유현에게 밀어붙여진다면…….

‘미친! 미친놈! 잠이나 자라고!’

스스로에게 욕설을 퍼부은 다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화끈거리는 얼굴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았다. 나는 결국 계속해서 쿵쿵거리는 심장 때문에 꽤 늦은 시간까지 몸을 뒤척였다.

***

“아빠, 잠 못 잤어?”

“……으응.”

“내가 옆에 없어서지? 그렇지?”

“으응, 그래.”

나는 기운 없이 대답하며 젓가락을 움직였다. 옆에서 용식이가 뭐라고 쟁알거리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기계적으로 음식물을 입 안에 넣고 씹었다.

“……?”

그러고 보니 강유현은? 나는 밥을 먹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병실에서 잤던 용식이도 밥은 같이 먹고 있는데, 강유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일이 있으니 밤중에 돌아간 건가? 그럼 가기 전에 말은 하고 가지.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충혈된 눈을 찌푸렸다.

똑똑.

“네?”

“접니다.”

“아,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연 연승원이 정중한 태도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밥을 먹고 있는 우리를 보고 흠칫했다.

“식사하고 계셨군요.”

“네…… 제가 좀 늦게 일어났거든요.”

“아무래도 다소 놀라셨을 테니까요.”

“뭐…… 하하.”

그거랑은 다른 의미로 놀란 거였지만. 나는 차마 연승원에게 바른대로 말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우선 식사하고 말씀하시죠.”

“저, 근데…….”

“네?”

나는 아무도 없는 연승원의 뒤를 흘끔거렸다. 그리고 의아해하는 연승원에게 물었다.

“강유현은…… 돌아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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