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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195)화 (195/228)
  • 195화

    “……?”

    저 녀석들이 왜 여기에……?

    눈을 깜박이며 강유현과 강수현을 쳐다보았다. 느닷없이 등장한 두 사람으로 인해 공대 전체가 술렁거렸다.

    “여긴 어디지?”

    “헬헤임 던전……인데?”

    “헬헤임 던전이라고?”

    내 대답에 강유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한 그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위험하게 왜 던전에 있는 거야.”

    “별로 위험한 데 아니야. B급 던전이라고.”

    “B급……?”

    강유현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낮은 등급인 데 비해 공대 인원수가 워낙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곧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십니까? 강유현 능력자, 강수현 능력자.”

    “…….”

    “…….”

    리암 화이트가 다가와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강유현과 강수현은 싸늘한 얼굴로 리암 화이트를 쳐다보기만 했다. 이럴 땐 형제가 꽤 죽이 잘 맞아 보였다.

    “한이진이 왜 던전 안에 들어와 있는 겁니까?”

    “그게…….”

    “박윤성 마스터가 허락한 일입니까?”

    “하하…….”

    형제의 추궁은 매서웠다. 넉살 좋은 리암 화이트조차 조금 당황하며 난처한 웃음을 흘렸다.

    “물론 박윤성 마스터도 허락한 일입니다.”

    “음…….”

    주변에 오딘 길드 능력자들도 있으니 강유현과 강수현도 곧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내가 내 의지로 던전에 들어온 거니 저놈들이 멋대로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놈들은 대체 여기에 왜 있는 거지.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희는 뭐 하고 있었어? 왜 여기 있는 거야?”

    “우리는…….”

    강유현이 난감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딘 길드는 이번에 S급 니플헤임 던전을 공략 중이었다고 한다. 중간 보스 몬스터를 물리치고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를 앞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더니 이곳에서 눈을 뜬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와 리암 화이트는 눈을 깜박였다.

    “니플헤임 던전에서 이곳으로……?”

    “던전 간에 이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 보는군요.”

    “저희도 그게 가능한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으음.”

    모두 놀랄 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던전에서 던전으로 갑자기 이동하다니. 그것도 눈 깜박할 사이에 말이다. 심지어 강제로 이동 당한 능력자들은 무려 SS급과 S급이었다.

    그러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물론 등급 이상 현상이 있었을 때라면 모든 던전이 불안했기에 그런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으로 들어갔던 던전에서도 다른 던전에서 들어온 강유현과 마주친 적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갑자기 니플헤임 던전의 게이트가 열리기까지 했었지.

    그렇다면 지금도 그때처럼 던전이 불안하다는 뜻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게다가 이 순간에도 퀘스트를 알리는 시스템 창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듯 빛을 번쩍이고 있었다.

    「실패 시: 멸망」

    “…….”

    젠장. 잘 알고 있다고. 상황이 어떻든 우선 이 망할 퀘스트부터 처리해야 한다. 나는 심각한 얼굴의 능력자들을 눈으로 쓱 훑었다.

    “어쨌든, 다른 방도는 없으니 함께 공략하죠.”

    “……그럽시다.”

    굉장히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강유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니플헤임 던전에 남겨진 다른 능력자들이 걱정되는 거겠지. 그들은 보스전을 앞두고 SS급 능력자와 S급 능력자를 잃은 거니까.

    하지만 그쪽에서 이쪽으로 넘어왔듯이, 헬헤임 던전에서 니플헤임 던전으로 넘어갈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북유럽 신화에서는 두 세계가 서로 이어져 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일단 출발합시다.”

    “…….”

    그렇게 다시 공대가 이동했다. 불을 켜 어두침침한 주변을 밝히며 걸어갔다. 선두에서는 강수현과 앤드류 베일리가 길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두 사람이 우뚝 멈춰 섰다.

    “왜 그래?”

    “그게…….”

    강수현과 앤드류 베일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또 길이 안 보이기라도 하는 건가? A급인 앤드류 베일리라면 몰라도 S급인 강수현도 탐지할 수 없다고? B급이 분명한 던전인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 문득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예전에 강유현과 D급 던전에서 마주쳤던 때가 떠오른 것이었다. 물론 그때는 등급 이상 현상으로 워낙 던전의 난이도가 미쳐 날뛰었을 때라 그랬을 테지만, 지금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니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강유현과 강수현이 헬헤임 던전에 들어온 것 때문에 등급이 밸런스 조정이라도 된다면…….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의 간섭에 의해 등급 조정이 이루어집니다.]

    [헬헤임-B155의 등급이 SS급으로 조정됩니다.]

    “…….”

    타이밍이 참 기가 막혔다. 생각하는 대로 바로 이루어지다니. 무슨 신기라도 있는 건가.

    갑작스러운 시스템 음성에 주변이 웅성거렸다. S급도 아닌 SS급으로 조정되다니. 물론 강유현이 있으니까 그렇게 조정될 만도 하지만, 이럴 때 라우페이 길드가 수작질을 걸면 난감해질 수도 있었다.

    “……음, 어쩔 수 없군요.”

    “……?”

    리암 화이트가 나를 살짝 돌아보았다. B급이었던 던전이 갑자기 SS급으로 변한 상황에서,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내 보조 스킬을 적극적으로 쓰려는 걸 거다. 나는 납득하며 앞으로 슥 나섰다.

    “그럼 저도 이제부터는 선두에서…….”

    “잠깐.”

    “……?”

    내 앞을 가로막은 강유현이 리암 화이트를 응시했다. 뒤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왜인지 흉흉한 기운이 그의 뒷모습에서 흐르고 있었다. 나는 난감한 눈으로 강유현을 쳐다봤다.

    “우선은 이대로 가 보죠.”

    “강유현 능력자, 그건…….”

    “아직 여기선 중간 보스 몬스터도 발견되지 않았잖습니까.”

    “으음.”

    강유현의 말도 일리가 있는지, 리암 화이트는 고민하며 신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강유현이 말한 뒤 다른 능력자들도 저마다 의견을 내뱉었다. 나는 조금 뒤로 물러났다.

    “후우.”

    아무튼 내가 던전에 들어가면 꼭 일이 잘 안 풀리지. 굿이라도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누군가가 내 손을 붙잡았다.

    “응?”

    “…….”

    고개를 돌리니 용식이가 어두운 얼굴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용식아? 왜?”

    “아빠…….”

    “응, 왜?”

    “……피해야 돼.”

    “뭐?”

    “…….”

    뜬금없는 말을 내뱉은 용식이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당황하며 용식이를 쳐다봤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설마 긴눙가가프 던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 폭주하는 건 아니겠지.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오딘 길드에서 눈감아 주지 않을 텐데. 나는 걱정스러운 눈을 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쿵……!

    쿠웅. 쿠우웅.

    “……!”

    땅 밑에서 묵직한 울림이 느껴지더니 계속해서 진동이 울렸다. 마치 땅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는 것 같았다.

    “한이진!”

    “윽……!”

    강유현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조금 아득하게 들려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숙여 용식이를 끌어안았다. 동시에 발밑이 무너졌다.

    “으악!”

    이렇게 또 떨어지는 건가. 두 눈을 꽉 감았다. 용식이만은 다치지 않게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꼭 끌어안았을 때였다.

    펄럭-.

    “……?”

    밑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아닌, 오히려 공중으로 올라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살짝 눈을 뜨니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다. 곁에 이든도 없는데 나는 공중을 날고 있었다.

    “어……?”

    “으윽.”

    “……용식아?”

    껴안고 있는 용식이의 뒤로 이상한 게 보였다. 새카만 무언가가 긴 천 쪼가리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유심히 보니 비늘도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잠시 그걸 보던 나는 작게 입을 벌렸다.

    날개……? 저거 설마 날개인가……?

    그제야 나는 공중을 날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용식이의 등에서 날개가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멍하니 있던 나는 용식이가 괴로운 얼굴로 눈살을 찌푸리는 걸 보자마자 놀라며 물었다.

    “용식아,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너 아픈 거 같은데…….”

    “아니야. 안 아파.”

    고집스럽게 대답한 용식이가 얼굴을 휘휘 내저었다. 그리고 정말로 자신은 괜찮다는 듯이 작은 날개를 더욱더 파닥거렸다. 매끈한 날개에 붙어 있는 용의 비늘이 언뜻 눈에 보였다.

    이게 바로 용인화라는 건가? 용식이는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드래곤의 날개만 꺼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일에 몸이 먼저 반응한 게 아닌가 싶었다.

    “으아아악!”

    “아차.”

    용식이의 날개에 집중하다가 다른 상황을 잊고 있었다. 나는 얼른 아래를 내려다봤다. 내가 있던 곳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

    땅 아래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무언가가 주변 일대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그냥 땅이 뒤집힌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흙더미 사이로 갈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마치 나무뿌리 같은……. 하지만 단순한 나무뿌리가 이렇게 클 리가 없었다.

    “……!”

    시선을 조금 더 내리니 시스템 창이 떠 있었다.

    「이그드라실의 나무뿌리

    등급: ??

    레벨: ??

    ? ?? ?? ??, ?? ?? ??

    …….」

    바로 네임드 몬스터의 표시였다. 저 나무뿌리로 보이는 거대한 것이 몬스터였을 줄이야. 게다가 중간 보스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일 수도 있는 위험한 녀석이었다.

    다른 능력자들은 어떻게 된 거지? 강유현이나 리암 화이트 같은 괴물들은 그다지 걱정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능력자들은 걱정되었다. 대부분은 땅이 무너지면서 휩쓸린 모양이었다.

    쾅! 콰과과광!

    “……!”

    내가 있던 곳 주변에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분노한 얼굴의 강유현이 흉흉하게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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