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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188)화 (188/228)

188화

신들의 전쟁 라그나로크.

오딘 신은 예언가에게 세상이 멸망한다는 예언을 듣는다. 바로 로키 신의 세 아이가 세상을 멸망시킨다는 얘기였다.

그에 오딘 신은 로키 신의 아이들을 핍박한다. 펜리르는 신들조차 끊을 수 없는 밧줄에 꽁꽁 묶였고, 헬과 요르문간드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 헬은 저승에, 요르문간드는 깊은 바닷속에.

그리고 오히려 그 일이 원인이 되어 원한을 가진 로키 신과 자식들이 아스가르드를 침공하고 세상을 멸망시키고 말았다.

만약 라그나로크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면 오딘 신과 로키 신의 사이는 최악일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로키 신의 지원을 받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겠지. 설령 나 덕분에 긴눙가가프 던전을 클리어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처음부터 나는 로키 신에게 농락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허탈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로 세상을 멸망시킬 겁니까?

「변덕스러운 자 : …….」

묻고 보니 상당히 바보 같았다. 로키 신이 세상을 멸망시키는 건 정해진 운명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지금 한창 라그나로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와 있는 거겠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멸망이 확정되어 있다니. 심지어 나도 모르는 새에 멸망을 일으키는 주범의 앞잡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소문이 다른 성좌들에게도 쫙 퍼져 있다. 언제 어디서 몰래 암살당해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난 그렇게 못 살아.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발악을 했는데, 아직도 데드 플래그가 끝나지 않았다니!

「변덕스러운 자 : 그건 이제 네 손에 달렸지.」

“예?”

「변덕스러운 자 : 네가 바로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니까!ᕦ(•ᗜ•)ᕤ」

“…….”

제정신인가?

나는 진심으로 이 신의 정신 상태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라니. 장난도 이런 장난이 따로 없다.

결국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나는 한숨만 푹 내쉬었다. 그리고 이대로 그냥 시스템 창을 꺼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마치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시스템 창에서 불이 계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변덕스러운 자 : 잠깐, 잠깐!」

「변덕스러운 자 :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보라고.」

“…….”

「변덕스러운 자 : 어쨌든 나는 그렇게까지 악당이 아니라니까?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했으면 너를 그렇게 지원해 줬겠어? 그냥 내버려 두는 게 편하잖아.」

“으음.”

그건 또 그렇다. 로키 신은 오히려 나를 방해했어야 한다. 만약 로키 신이 정말로 신화처럼 오딘 신에게 대항했으면 말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가? 신화와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가?

그런 의심이 들자 로키 신의 의도가 더욱 궁금해졌다. 신화처럼 신들과 싸우고 세상을 멸망시키는 게 목적이 아닌 건가?

아니, 어쩌면 처음에는 세상을 멸망시킬 의도는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예언을 들은 오딘 신과 다른 신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핍박하고, 자신에게도 끔찍한 형벌을 내렸기 때문에 흑화한 거였지. 그 일로 세상이 멸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악한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회귀한 다음엔 세상을 멸망시킨 걸 후회하고 다른 방식으로 신들에게 복수할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라면 그럴 것 같다. 회귀해서 다시 한번 복수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 로키 신의 의도는 다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나를 자기 입맛대로 이용하기 위해 거짓을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로키 신의 말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그러면 아스가르드의 신들에게 복수할 생각은 없는 겁니까?”

「변덕스러운 자 : …….」

또 침묵한다.

하여간 자기가 불리한 질문에는 침묵만 한다. 이러면서 대체 왜 자신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눈을 가느다랗게 뜨자 다시 한번 다급하게 불빛이 반짝였다.

「변덕스러운 자 : 지금은 다 말할 수 없지만…….」

「변덕스러운 자 : 하나만 확답하자면…….」

“……?”

「변덕스러운 자 : 우리는 분명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될 거야!」

“…….”

또 그 영웅 타령인가.

결국 거한 한숨이 나왔다.

영웅이고 뭐고, 내가 원하는 건 살아남는 거다. 그리고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만이 내가 바라는 거였다. 별로 주인공들처럼 영웅이 되어서 떠받들어지는 걸 바라지는 않았다. 그런 걸 즐기는 성격도 아니고 말았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다시 글자가 떠올랐다.

「변덕스러운 자 : 그리고 이 일이 다 끝나면!」

「변덕스러운 자 : 네가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줄게!」

“하나……?”

「변덕스러운 자 : …….」

겨우 하나?

사람을 굴릴 대로 굴리고 난 뒤 겨우 소원 하나만 들어준다고? 신이라는 자가 참 쪼잔하기 그지없다. 시스템 창을 노려보자 점으로 가득한 창에 글자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변덕스러운 자 : 그러면…….」

「변덕스러운 자 : 두 개……?」

“…….”

「변덕스러운 자 : 세 개……?」

“흐음.”

소원 세 개라. 알X딘인가? 나 지금 램프를 문지른 건가?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저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줄 수 있습니까?”

「변덕스러운 자 : 으음, 그건…….」

“못해요?”

「변덕스러운 자 : 아니, 그게…….」

아무리 천재라지만 심단테 같은 능력자가 한 일을 신이 하지 못한다고?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가느다랗게 뜨자, 마치 항의하듯이 다시 불이 반짝였다.

「변덕스러운 자 : 신은 만능이 아니라고;」

「변덕스러운 자 : 그 인간이 성공했던 건 몇백만 분의 확률이나 마찬가지야;;」

「변덕스러운 자 : 같은 요행을 바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그래도 그자는 두 번이나 성공했는데요?”

분명 처음 성공한 능력자가 있다고 했지. 단순한 요행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변덕스러운 자 : 음, 그건…….」

「변덕스러운 자 : 운이 엄청 좋은 거지!o(^▽^)b」

“…….”

「변덕스러운 자 : 어쨌든, 그래.」

「변덕스러운 자 : 날 도우면 돌려보내 줄게.」

“정말입니까?”

「변덕스러운 자 : 신은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

“으음.”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게 또 의심스럽단 말이지. 아까는 어려울 거라고 해 놓고선. 이랬다저랬다 하는 말들은 전혀 신뢰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봐도 나를 이용하기 위해 말하고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로키 신이 무슨 꿍꿍이인지는 궁금했다. 그걸 알아야 나도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스템 창이 울렸다.

***

날이 밝았다.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느라 잠은 좀 부족했지만 의외로 정신은 멀쩡했다.

“삐이, 삐!”

“아, 맞다.”

도롱도롱 자고 있던 용순이가 깨어나 길게 울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마수석을 꺼내서 용순이에게 먹여 주었다. 잘게 부순 새빨간 마수석을 먹으며 용순이가 꼬리를 휘휘 휘둘렀다.

그러고 보니 슬슬 용식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용식이는 긴눙가가프 던전에서 폭주한 뒤 많이 안정되었지만, 만일을 대비해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정밀 검사도 받아 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몸에 무리가 갔을지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계속 인간화를 한 채 있어도 되는 건지도 알아야 했고.

“다 먹으면 오빠 데리러 갈까?”

“삐익! 삑!”

“그래, 그래.”

용순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서 나갈 준비를 했다. 병원은 어차피 오딘 길드 안에 있으니 굳이 연승원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달칵.

문을 열고 나가자 긴 복도가 보였다. 원래 2층에 거주하는 건 강유현뿐이었다. 하지만 군식구가 늘면서 내 방도 2층의 넓은 방으로 옮기게 되었다. 복도로 나온 나는 저도 모르게 슬쩍 곁눈질했다. 바로 강유현의 방이 있는 곳이었다.

긴눙가가프 던전을 클리어한 다음에 강유현과 잘 만나지 못했다. 성좌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난 뒤 소설의 주인공들이 더 바빠진 탓이었다.

특히 주인공인 강유현은 오딘 길드를 이끌고 각종 던전과 퀘스트를 휩쓸며 전보다 더욱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오딘 길드에 임시 가입 중인 나와 달리 강유현이나 강수현은 숙소에 들어온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꿀잠 아이템을 써 달라고 귀찮게 굴지도 않았다. 아마 그동안 꾸준히 꿀잠 아이템을 써서 정신 상태도 많이 나아진 모양이지. 본의 아니게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내가 극복하게 해 준 건가. 오서현 원장의 일을 빼앗은 것 같아 조금 미안해졌다.

“흠, 흠.”

괜히 헛기침을 하고 난 후 계단을 내려갔다. 1층으로 내려가니 거실에는 단 한 사람만 빈둥거리고 있었다.

“이진아!”

“어, 잘 잤냐?”

이든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곁에 다가온 이든을 용순이를 안은 채 슬쩍 올려다봤다.

나와 달리 이든은 계약서를 활활 불태웠기 때문에 로키 길드와의 인연은 완전히 없어졌다. 그래서 오딘 길드와 정식 계약을 맺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정식 가입하지 않으면 본인도 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지 말고 먼저 정식 가입을 하라고 하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 어차피 이든이 고집을 피우면 나도 어쩔 수가 없기 때문에 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어디 가?”

“병원.”

“나도 갈래.”

“그래라.”

가볍게 대답하고 이든과 함께 숙소를 나왔다. 병원이 코앞이라 얼마 가지 않아 바로 로비에 들어섰다.

용식이의 병실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을 때였다.

“혹시 이든……?”

“……?”

“이든…… 맞으세요?”

자그마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처음 보는 여자가 놀란 얼굴로 이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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