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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159)화 (159/228)

159화

그게 무슨 뜻이지?

나는 긴장한 눈으로 리암 화이트를 보다가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발두르 길드는 뭔가를 알고 있었던 겁니까?”

“음.”

리암 화이트의 눈은 상당히 오묘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발두르 길드의 내부 정보를 함부로 발설하긴 어려운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뭐, 괜찮겠죠. 다른 누구도 아닌 한이진 능력자니까.”

“하하…….”

왜인지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말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애써 납득하려고 했다.

“이렇게까지 사고를 칠 줄은 몰랐지만, 전부터 우르 길드는 연합에 협조적이지 않았거든요. 겉으로는 따르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헛짓거리도 많이 했고.”

“아하.”

소설에서는 한국을 중심으로만 서술되기 때문에 외국의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 사정도 있었구나. 어쩐지 조슈아 레만과 리암 화이트의 사이가 나빠 보이더니.

“그동안 증거가 없어서 지켜보기만 했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겠군요. 이걸 빌미 삼아 우르 길드를 탈탈 털 수 있겠어요.”

“하, 하하…….”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는 리암 화이트를 보니 새삼 무서워졌다. 이대로 발두르 길드가 주도해서 우르 길드를 연합에서 배척한다면, 오딘 길드에게서 압박을 받는 것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고립될 것이다. 괜히 EU만 타격이 크겠군. 불쌍하게 말이다.

그러면 예상치 못하게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이 더 심화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 주인공인 강유현으로 인해 한국은 더 주목받게 될 텐데, 벌써부터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구먼.

뭐, 어쨌든 힘내라 주인공. 나는 믿고 있다고? 괜히 남의 일처럼 생각하며 강유현에게 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이자는 제가 직접 협회와 연합에 고발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넙죽 리암 화이트에게 조슈아 레만을 바쳤다. 이걸로 나는 귀찮은 일을 하지 않고 문제를 하나 해결한 것이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랄까. 역시 귀찮은 일은 남에게 맡기는 게 최고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친 곳은 없습니까?”

“네, 저희 다 괜찮은…… 아!”

“왜 그러죠?”

파프니르의 영역에 떨어졌던 나와 다른 일행의 몸을 살피던 나는 퍼뜩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그 드워프는 어디 있습니까?”

“음.”

우선은 탐사팀을 둘러보며 물었다. 우리를 안내했던 드워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내 물음에 리암 화이트는 곤란한 듯 신음을 흘렸다.

“사라졌습니다.”

“사라졌다고요?”

“네.”

리암 화이트의 말로는 나와 조슈아 레만이 지진 때문에 밑으로 떨어진 이후 드워프 역시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아마 그 지진에 휩쓸린 걸 수도 있고, 아니면 그 혼란을 틈타 도망친 걸 수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 수상한 드워프는 사라지고 말았다. 던전 안에서 그 드워프를 다시 찾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우리와 달리 그놈은 던전 안의 길이 무척 익숙한 것 같았다. 이런 샛길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곤란하게 됐네요. 그럼 전설급 무기는 못 찾고 돌아가겠어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애초에 전설급 무기를 찾으려고 탐사팀을 꾸린 거였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야 한다니. 배신자 길드가 어디인지 알게 된 건 큰 수확이었지만, 그래도 전설급 무기를 얻지 못한 건 많이 아쉬웠다. 원작과 달리 전설급 무기를 찾아야 던전 클리어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푹 쉬고 있었을 때였다.

“하아.”

“저기…….”

“응?”

곁에 있던 도결이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렸다. 나와 리암 화이트의 시선이 도결이를 향했다.

“도결아, 왜?”

“그게, 있잖아.”

어쩐지 머뭇거리던 도결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거, 찾았어.”

“뭐를?”

“전설급 무기 말이야.”

“……뭐?”

찾았다고?

나는 깜짝 놀라며 도결이를 쳐다봤다. 그러자 도결이가 던전에서 쓰는 임시 인벤토리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여기.”

“헉……!”

도결이가 들기에는 무거울 만큼 커다란 검이었다. 도결이가 비틀거리자 나는 얼른 다가가 검을 대신 받아 들었다. 그러자 온몸을 덮친 엄청난 무게에 순간 검을 떨어트릴 뻔했다.

“으악.”

“이진아, 조심해.”

“어어, 고맙다.”

이든이 붙잡아 주고 나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 나는 그제야 검의 정보를 확인할 수가 있었다.

「분노의 검 그람(L)

악룡을 처단한 명검. 한 번 깨진 검을 다시 벼렸다. 그 흔적이 뱀의 똬리처럼 남아 있다.

양도 불가.」

“진짜 전설급…….”

나는 휘황찬란한 빛을 내는 전설급 무기를 바라보며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옆에서 계속 머뭇거리던 도결이가 말을 이었다.

“그 드워프가 가라고 한 곳에 가니까 진짜 있었어. 아까는 안 훔쳤다고 거짓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랬는데…….”

말끝을 흐린 도결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런 도결이를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애가 누굴 닮아서 어쩜 이렇게 야무질까!

“잘했어. 도결아.”

“응?”

“아주 잘했어. 역시 내 동생이야.”

“나 잘한 거야?”

“당연하지!”

“헤헤.”

손을 뻗어 도결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자, 도결이는 그제야 안심하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순진무구한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나 거짓말했는데, 그래도 잘한 거야?”

“음, 도결아. 원래 거짓말은 나쁜 거야.”

“……응.”

“하지만 아까 도결이가 한 거짓말은 잘한 거야.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런 거야?”

“그런 거야.”

아무래도 도결이를 나 같은 빌런처럼 키울 수는 없으니까, 적당하게 잔소리도 했다. 앞으로도 선의의 거짓말만 하라고 말이다.

그나저나 이제 모든 게 완벽했다. 원작과 다른 스토리로 진행했고, 진짜 한이진이 경고한 배신자도 잡았고, 무엇보다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전설급 무기까지 얻었다. 최후의 던전을 완벽하게 대비한 것이다.

“호오, 정말 있었군요. 전설급 무기가.”

“…….”

아, 잊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리암 화이트가 눈을 빛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긴장하며 그를 쳐다봤다.

“한이진 능력자.”

“……네?”

리암 화이트가 다가와 내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나는 괜히 움찔하며 그를 쳐다봤다.

“단 하나밖에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전설급 무기군요.”

“그렇……죠.”

“정말 귀한 무기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네요.”

그는 평소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기운이 내 몸을 찔러 댔다. 그건 바로 압박감이었다. 리암 화이트는 웃는 얼굴로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한이진 능력자는 이 무기를 누구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야 당연히…….”

강유현의 이름을 말하려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나야 당연하게 소설의 주인공인 강유현이 전설급 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특히 연합에 소속된 외국 길드들은 말이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알력 싸움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인류의 존망이 걸려 있는 최후의 던전 때문에 서로 협력하고 있지만, 원래는 전 세계가 보이지 않는 다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SS급인 강유현이 나타났고, 그가 전설급 무기까지 가진다? 그러면 한국은 강대국들과 견줄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거였다. 그걸 외국 길드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볼 리가 없었다.

그리고 리암 화이트는 그 외국 길드의 실질적으로 수장 격인 능력자였다. 나는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이진 능력자가 누구를 떠올렸는지 저도 잘 압니다.”

“하하…….”

“사실 저 역시 최후의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그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그렇죠?”

“하지만.”

“…….”

왜 불안하게 ‘하지만’이라는 말이 붙는 거지?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리암 화이트의 뒷말을 기다렸다.

“다른 길드들은 호락호락하게 넘겨주지 않을 겁니다. 설령 그게 맞지 않는 일이라고 하더라도요.”

“…….”

리암 화이트는 딱 내가 예상한 그대로의 말을 했다. 낭패였다. 이대로 가다간 전설급 무기가 도움이 되기는커녕 전 세계가 피 터지게 싸우는 계기가 될 판이었다. 그러면 최후의 던전 공략에도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다.

어쩌지. 어떡하면 좋지. 끙, 하고 신음하며 고민하는 나에게 리암 화이트가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저라면 강유현 능력자가 저 전설급 무기를 받을 수 있도록 연합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요?”

리암 화이트가? 왜?

나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 어깨를 으쓱한 리암 화이트가 은근한 어조로 대답했다.

“말씀드렸다시피, 저도 강유현 능력자가 전설급 무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아, 그렇…….”

“단, 저도 순순히 돕는 건 좀 아쉽네요.”

“…….”

아니, 제 입으로 강유현이 전설급 무기를 갖는 게 맞다고 했으면서? 아쉽긴 뭐가 아쉬워?

나는 못마땅한 눈으로 리암 화이트를 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리암 화이트는 지금 거래를 하자는 말이었다. 나는 탐탁지 않은 눈으로 리암 화이트를 보며 물었다.

“원하는 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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