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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152)화 (152/228)

152화

나는 결국 바라던 대로 탐사팀에 끼기는 했는데, 조금 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선은 내 앞에 싱글거리면서 웃고 있는 리암 화이트가 있었고, 그 옆에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린 앤드류 베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똥 씹은 얼굴을 한 조슈아 레만과 공격 스킬을 가진 다른 능력자. 그리고…….

다른 능력자들은 다 그렇다 쳐도, 왜 얘네들이 여기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는 이든과 도결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분홍 머리는 그렇다고 쳐도, 어린아이는 좀 아니지 않나요?”

“…….”

“……!”

도결이는 차분한 얼굴로 나를 응시했고, 이든은 할 말이 많은 것 같은 얼굴로 입을 열었으나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도결이에게 입막음을 당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강유현은 다짜고짜 추가 인원이라면서 이든과 도결이를 탐사팀에 집어넣었다. 괜한 군식구를 늘린 탐사팀의 능력자들은 어이없어했다. 딱히 전투에 도움 될 것 같은 능력자를 보강해 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신계 능력자와 바람 능력자라니. 전투에 도움이 된다기보다 회피할 때나 도움이 될 것 같은 조합이었다. 실제로 이든과 도결이는 단둘이서 수많은 몬스터를 따돌리며 공대를 쫓아 왔다.

강유현의 의도가 명확하게 보였다. 여차하면 나를 데리고 튀라는 것 같았다. 그런데 도결이와 이든은 내가 누군지 모를 텐데, 위험하면 나를 지켜 줄 수나 있는 건가 싶었다.

“무시하지 마세요. 저 이래 봬도 S급 능력자예요.”

“……!”

도결이가 나를 보며 또박또박한 어조로 말했다. 순간 머릿속에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세상에, 도결이가 모르는 사람에게 저렇게 야무지게 말하다니! 잘한다, 내 새끼!

“……아, 그렇군요.”

“…….”

순간 풀어지려던 입가를 단단하게 굳혔다. 별안간 의심하다가 실실 웃는 수상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표정 관리를 하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런 것에도 한이진의 패시브 스킬이 꽤 도움 되었다.

“뭐, 강유현 능력자가 추천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전 불만 없습니다.”

“저도…… S급이시라면…….”

“흥.”

리암 화이트와 앤드류 베일리는 도결이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조슈아 레만은 상대하기 싫다는 듯 그냥 고개를 돌렸다. 저놈은 그냥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다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하아…….”

어쨌든 도결이를 공대에 남겨 놓고 가진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니 나도 이쯤에서 포기하기로 했다.

그렇게 대충 서로 파티를 건 다음,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아이고, 으으…….”

“…….”

우리의 시선을 느낀 듯, 꽤 작위적인 앓는 소리를 내뱉은 드워프가 슬쩍 눈을 뜨는 게 보였다. 리암 화이트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드워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전설급 무기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고 했죠?”

“그, 그렇습니다.”

“그곳까지 안내할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네!”

납작 엎드린 드워프가 연신 소리를 질렀다. 고개를 끄덕인 리암 화이트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구속 아이템이었다.

“실례. 아직 우리도 당신을 완전히 못 믿어서.”

“아, 괘, 괜찮습니다. 하하…….”

어색한 얼굴로 대답한 드워프가 움찔거리더니 얌전히 팔을 내밀었다. 그의 새카만 손목에 구속 아이템이 채워졌다. 아마 내가 전에 백시후에게 붙잡혀 억지로 채운 팔찌와 비슷한 기능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의 기억이 나 조금 거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드워프를 응시했다. 생각보다 아이템을 차고도 아무 느낌이 나지 않아서 그런지, 드워프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럼 가 볼까요?”

“네, 네!”

리암 화이트가 생긋 웃으며 재촉하자 드워프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어딘가를 가리켰다.

“우선은 이쪽으로 가야 합니다.”

“……?”

거기는 막힌 곳인데?

드워프가 가리킨 곳은 길이 아니었다. 바로 막다른 곳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쪽을 당당히 가리키고 있었다.

“부수면 됩니까?”

“아뇨, 아닙니다. 여기 길이 있습니다.”

“……?”

곧바로 무기를 드는 리암 화이트에게 당황하며 드워프가 손을 내저었다. 의아한 눈으로 벽을 바라보던 리암 화이트가 고개를 갸웃하자, 드워프가 벽 어딘가를 손으로 더듬었다. 그러자 어느 한 곳이 움푹 들어갔고, 동시에 철컥하는 소리가 들렸다.

끼기긱.

“……!”

이게 바로 비밀 문인가?

나는 상황도 잊고 가슴이 두근두근해졌다. 보통 공대가 던전을 공략할 때는 탐사 스킬로 길을 찾은 후 몬스터를 잡고, 클리어하는 과정만 반복하다 보니 이렇게 탐험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지 못했었다.

“이쪽으로 가면 됩니다.”

“…….”

“……?”

드워프가 말하며 탐사팀의 능력자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선뜻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의외로 능력자들은 겁이 많은 편이었다. 좋은 말로 하면 신중한 편이지. 던전에서는 까딱 잘못하면 죽는다는 걸, 이들은 많은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대부분은 같은 공대의 능력자들이 죽는 걸 옆에서 수도 없이 보아 왔을 테니까.

가뜩이나 공대에서 떨어져 다른 곳을 탐사하는 것도 불안한 일인데, 이렇게 수상하기 짝이 없는 길이 나오니 내키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게임 같은 게 아니니까. 스킬만 없으면 능력자들도 원래는 보통 사람에 불과했다.

“그럼 한번 가 볼까요?”

하지만 역시나 리암 화이트는 개의치 않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는 산뜻한 얼굴로 불안함을 내비치는 능력자들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계약 아이템을 차고 있으니, 저자가 허튼짓을 하면 표시가 날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

그에 능력자들의 시선이 드워프가 차고 있는 팔찌로 향했다. 결국 신뢰할 수 있는 건 계약 정도였다. 시스템은 정확하니까 말이다.

겨우 안도한 능력자들이 드워프가 이끄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앞장서는 리암 화이트를 흘끗거리다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저기.”

“……?”

아까부터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도결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그 순진무구한 시선을 마주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도결이를 어떻게 해야 하려나. 설마하니 나를 찾아서 던전까지 따라와 버리다니. 공대 쪽에 맡기려고 했지만, 또 나 때문에 상황이 어그러지는 바람에 탐사팀에 와 버리고 말았다.

“하아…….”

“……?”

별안간 한숨을 쉬는 나를 도결이가 더욱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도결이 입장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별안간 갑자기 말을 걸고 한숨을 내쉬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것이다. 나는 겨우 표정을 갈무리하고 고개를 돌렸다.

“……저 사람은 언제까지 말을 못 하는 거죠?”

“아.”

“읍……! 읍……!”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이든의 말하기 권리를 챙겨 줄 겸 넌지시 물었다. 그러자 도결이는 그제야 인지했다는 듯 놀란 얼굴로 이든을 돌아보았다.

입을 막아 놓고 잊고 있었다니. 뭐, 어쨌든 결과적으로 도결이 덕분에 원작의 흐름을 깰 수 있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든 녀석이 불쌍하니 이쯤에서 스킬을 풀어 달라고 해야겠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어? 그래도 계속 말 못 하면 답답할 텐데.”

“괜찮아요. 형이 신경 안 써도 되는 사람이에요.”

“형?”

“…….”

도결이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조그만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나는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형이라고 할 정도로 도결이가 붙임성 있는 성격이었나?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그러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죄송해요. 박……호수 능력자가 저희 형이랑 좀 닮아서…….”

“제가요?”

“네.”

“…….”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채진의 포션으로 내 모습은 한이진과 닮은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내가 의아한 모습을 보이자, 도결이가 계속 말을 이었다.

“부, 분위기가 닮았어요.”

“분위기?”

“네, 저희 형 같은…… 푸근한 분위기가…….”

“…….”

정말 나에게 그런 게 있는 건가? 아니면 도결이가 정신계 스킬만 가진 능력자라서 촉이 좋은 건가?

알 수 없는 일에 고개만 갸웃거리는데, 앞으로 가던 능력자들이 갑자기 우뚝 멈춰 섰다. 나는 의아한 얼굴로 선두 쪽을 쳐다봤다.

“여기서부터는 아주 조용히 가야 합니다.”

“……?”

왜인지 작은 몸을 더욱 낮춘 드워프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능력자들의 예민한 청각이 아니라면 들리지 않을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만큼 작게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체 여기에 뭐가 있길래 저러는 거지?

의아함을 느낄 찰나, 귓가에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바로 누군가의 숨소리였다. 하지만 사람의 숨소리라고 하기에는 미묘하게 달랐다. 그릉, 그르릉. 마치 짐승이 낼 것 같은 숨소리였다.

그걸 눈치챈 게 나뿐만이 아닌지, 능력자들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 갔다.

“악룡이 보물을 숨긴 곳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악룡도 가까이 있지요.”

“……!”

아니, 이 새끼가……!

그걸 미리 말하라고……!

차마 표현하지 못한 말이 나를 포함해 모든 능력자들의 얼굴에 분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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