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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151)화 (151/228)

151화

왜 저렇게 나를 노려보는 거지? 괜히 나 때문에 잘하던 공대가 팀이 나뉘어서 원망스러운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좀 과한 눈빛이었다. 나는 어색한 얼굴로 조슈아 레만을 향해 웃어 준 다음 고개를 돌렸다.

나도 대형 길드의 마스터에게 찍히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 무리해서 던전에 따라온 게 모두 저 수상쩍은 드워프를 살리기 위해서였으니까.

“으으…….”

이채진의 자백 포션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된 드워프는 그대로 방치되어 한구석에 쓰러져 있었다. 나 역시 그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팀을 나누는 마스터들의 회의가 어서 끝나기만을 바랐다.

그나저나 나는 어디를 따라가야 하려나. 계속 던전을 공략하는 쪽? 아니면 역시 드워프를 따라가 전설급 무기가 있는 곳을 탐사하는 쪽?

아무래도 환상의 결과를 직접 확인하려면 드워프를 따라가는 게 나을 것 같긴 한데. 한이진이 아닌 수거팀의 하급 능력자 21 정도로 위장하고 있는 지금, 이런 나를 굳이 별동대에 가까운 탐사팀에 넣어 줄지는 의문이었다. 그런 데는 각자 생존이 가능한 알짜배기 능력자들로만 채워 놓을 테니까 말이다.

“으음.”

생각해 보니 내가 한이진으로 던전에 왔다고 해도, 그런 위험한 팀에 넣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탐사팀에는 끼지 못할 운명인 것 같았다. 이를 어쩐다.

고민하는 내 귀로 호탕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이걸로 다들 동의하는 겁니까?”

“……?”

누가 이렇게 큰 목소리로 외쳤나 했더니, 바로 리암 화이트였다. 그는 상당히 들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얼굴이 꽤나 붉어져 있었다.

‘리암 화이트는 자기가 바라던 대로 탐사팀인가 보군.’

원작이 어그러진 오늘은 리암 화이트가 조용히 있었지만, 원래는 드워프의 말에 누구보다 흥미를 가졌던 인물이 바로 그였다. 지금도 주변에 다 티가 날 정도로 기쁜 기색을 뿜어 대고 있었다.

소수 인원만이 들어갈 탐사팀에 원거리 공격 스킬을 가진 리암 화이트가 들어간다면, 그와 다른 근접 공격 스킬을 가진 능력자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었다. 설마 강유현? 아니면 아나스타샤?

하지만 둘 다 너무 강력한 능력자라 공략팀에서 갑자기 빠지면 공대 균형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이상, 내가 보조 스킬을 걸어 줄 수도 없으니 말이다.

아니, 그래도 급박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내가 나설 수밖에 없겠지만……. 아무튼 또 누가 탐사팀에 포함되는 건지 궁금함을 가지며 마스터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이거 놔……!”

“하하, 부끄러워하긴.”

“……!”

조슈아 레만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친근함을 표시한 리암 화이트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설마 탐사팀에 포함된 마스터가 리암 화이트와 조슈아 레만인가? 왜 그렇게 된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눈을 천천히 깜박였다. 조슈아 레만은 누구보다 드워프를 몬스터라고 규정하고 혐오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탐사팀에 들어간다니?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배신자 길드일 거라고 의심했던 리암 화이트와 이제 막 수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조슈아 레만이라니. 둘을 감시해야 하는 내 입장으로선 탐사팀의 인원 구성에 탄식이 흘러나올 따름이었다.

역시 여기서 다시 투명화 아이템을 써서 몰래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채진이 준 포션 중에 또 쓸 만한 게 있으려나?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왔다.

“저기.”

“헉……!”

“……!”

누군가 했더니, 나와 같은 수거팀의 그 능력자였다. 나에게 청삼환을 주려고 했던.

딴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그가 갑자기 말을 걸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청삼환 능력자가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괜찮으세요?”

“아, 네. 무슨 일이시죠?”

조금 많이 놀랐지만, 아닌 척하며 물었다. 그러자 청삼환 능력자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 마스터님들이 오라고 하는데요.”

“네?”

“마스터님들이 오라고 했다고요.”

“……?”

나를? 왜?

그런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지만, 말단인 청삼환 능력자도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저 말을 전해 준 것뿐이니까.

끼긱, 어색하게 고개를 돌린 나는 방금까지 은근슬쩍 지켜보고 있었던 곳을 똑바로 쳐다봤다. 바로 마스터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

리암 화이트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당황한 나는 얼른 그들에게 다가갔다.

“어…… 부르셨습니까?”

“…….”

가장 먼저 강유현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응시하더니, 강유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금은 S급 포션을 제공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아…… 네.”

“지불은 오딘 길드 측에서 귀환하는 즉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아뇨. 괜찮은데요.”

나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돈을 준다니. 나도 이채진에게 공짜로 받은 건데 돈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강유현은 역시 집요한 성격이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던전 공략 중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오딘에서 반드시 책임져야 합니다.”

“아니, 그게…….”

이걸 어쩐다. 그렇다고 공짜로 받은 거라고 순순히 털어놓으면 더 일이 꼬일 것 같은데. 이채진에게 S급 포션을 공짜로 받는 능력자라니, 얼마나 또 정체가 의심되겠어.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강유현을 응시했다.

“정말 괜찮다니까요.”

“그럴 수는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아니, 진짜…… 하아…….”

꼭 벽과 말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빌런인 한이진을 연기했던 나는 하늘 같은 SS급 능력자인 강유현에게도 서슴없이 반말을 해 댔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째 예의를 차리는 지금의 상황이 더 강유현을 대하기가 어려웠다. 본래 강유현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런 태도를 취했겠지. 새삼 그동안의 내 취급이 특별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가만, 그래. 지금 나와 강유현은 남인 사이지. 나는 한이진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평소보다 더 뻔뻔한 행동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깨달음을 얻은 내가 눈을 반짝이며 강유현에게 물었다.

“그럼 혹시 돈 말고 다른 보상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다른 보상으로 말입니까?”

강유현은 어쩐지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그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대답했다.

“네, 다른 보상이요.”

그리고 내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바로 공대에서 따로 떨어진 곳에 있는 탐사팀이었다. 나는 그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 탐사팀에 끼고 싶어요. 그리고 만약 정말로 전설급 무기나 아이템이 있으면 우선권을 얻고 싶은데요.”

“…….”

“그래도 되죠?”

내 요구가 의외였는지 강유현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강유현을 올려다봤다.

“강유현 능력자?”

“…….”

왜 말을 안 하지? 역시 거절하려나? 하긴, 수거팀의 능력자가 괜히 끼면 거추장스러울 테니 말이다.

그러면 나에게 이채진의 포션이 더 있다는 걸 어필해야 하려나? 혼자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지시키면 강유현의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심각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고개를 숙인 강유현이 이를 갈 듯이 말했다.

“꼭 그래야겠어?”

“……?”

“한이진.”

“……!”

마주친 강유현의 눈이 파란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강유현이 가진 스킬을 떠올렸다.

절대신의 눈. 바로 능력자든 아이템이든, 뭐든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전설급 능력이었다. 그런 스킬을 가진 강유현이 내 정체 따위를 알아내는 건 무척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너…… 알고…….”

“얌전히 있다가 돌아가. 내가 지켜 줄 테니까.”

“…….”

“한이진.”

마치 재촉하듯이 강유현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가 초조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강유현은 공대에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내 정체를 모르는 척하려고 한 모양이었다. 공대의 리더로서도, 그리고 내 보조 스킬을 지켜야 하는 입장으로서도 정답에 가까운 행동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나 역시 얌전히 따라다니기만 하려고 이 험한 던전에 일부러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거면 애초에 여기 오지 않았을 테지.

“싫어.”

“한이진.”

내 반응에 강유현이 작게 이를 갈았다. 그러나 기민한 마스터들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강유현이 얼굴을 굳혔다.

곧 그가 딱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음대로 해.”

“…….”

짓씹듯이 말을 내뱉은 강유현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탐사팀이 모인 곳으로 다가갔다.

“탐사팀의 인원을 더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탐사팀의 능력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중에 리암 화이트 정도만 여전히 싱글거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색한 얼굴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저는…….”

“다른 능력자들도 탐사팀에 합류할 겁니다.”

“…….”

내 인사를 끊어 먹은 강유현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자마자 휙 몸을 돌려 어딘가로 걸어갔다. 어이가 없어진 나는 강유현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건 탐사팀의 다른 능력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큭큭.”

“…….”

역시나 유일하게 리암 화이트만 재밌어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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