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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150)화 (150/228)

150화

“너 여기서 대체 뭘…….”

“……?”

“…….”

강유현의 눈에서 파란빛이 반짝, 하다가 곧 사라졌다. 멀쩡한 검은 눈으로 돌아온 강유현이 눈을 깜박이며 나를 보다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이번에야말로 들킨 건가?

그런 생각을 했는데, 얼마 가지 않아 강유현이 고개를 휙 돌렸다. 나는 놀란 얼굴로 강유현을 보다가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은 뭡니까?”

“아.”

우르 길드의 마스터, 조슈아 레만이 경계심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능력자들도 갑자기 튀어나온 나를 의아하게 보는 중이었다.

흠흠, 헛기침을 한 내가 입을 열었다.

“그게, 제가 능력자님들의 결정에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당신이?”

조슈아 레만이 미심쩍은 눈으로 나를 훑어보았다. 지금의 나는 무소속인데다 B급의 수거팀 능력자일 뿐이었다. 그런 내 말을 고등급 능력자들이 쉽게 들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여차하면 그냥 정체를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네, 저에게 우연히 S급 자백 포션이 들어왔거든요. 이걸 쓰면 아무리 믿지 못할 몬스터라고 할지라도 거짓말은 못 할걸요?”

“S급 자백 포션……!”

마스터들을 비롯해 다른 능력자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등급이 높은 희귀 포션은 수가 많지 않았다.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능력자가 국내외를 비롯해 단 한 명이기 때문이었다.

“이채진 정도나 되는 포션 마스터가 만들 수 있는걸……?”

“그거 확실해요? 사기당한 거 아니야?”

선뜻 믿지 못하고 수군대는 능력자들을 향해 포션을 내밀었다. 아마 이 중에서 아이템 열람 스킬이 가장 높을 강유현을 향해서였다.

“…….”

“…….”

강유현은 잔잔한 눈으로 포션을 응시했다. 순간 그의 눈에 또다시 파란빛이 일렁거렸다. 포션의 정보를 확인한 모양이었다.

곧 강유현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것 같군.”

“헉.”

포션이 진짜라는 말에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하지만 곧 그들의 관심은 포션의 출처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몬스터에게 정말 포션을 쓸 것인가 하는 것으로 옮겨졌다. 포션을 보던 능력자들이 일제히 강유현을 쳐다봤다.

“정말 쓰실 겁니까?”

“음…….”

조슈아 레만이 탐탁지 않은 어조로 물었다. 그에 강유현이 잠시 고민하더니, 선선한 어조로 말했다.

“뭐, 한 번 써 보죠.”

“하지만……!”

“아무 보답 없이 준다는데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강유현이 날 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고, 나는 그에게 얼른 포션을 내밀었다. 포션을 건네주며 살짝 닿았던 손이 조금 뜨겁게 느껴졌다.

“…….”

조금 서늘한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강유현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미동도 없이 엎드린 채로 벌벌 떨고만 있던 드워프의 몸을 거칠게 일으켜 포션을 먹였다.

무자비한 손길에 드워프가 크억, 컥, 소리를 내며 억지로 포션을 들이켰다.

수천만 원은 넘을 포션이 허무하게 남의 입으로 들어가는 게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사실 상관없었다. 나도 공짜로 받은 거니까. 그저 내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여 준 강유현이 의외였다.

“끄흡……!”

포션을 남김없이 마신 드워프가 다시 바닥에 엎드려 헛구역질을 했다. 하지만 이미 몸속 깊숙이 스며든 포션은 단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강유현이 무심한 눈으로 드워프를 내려다보았다.

“이봐.”

“우욱……!”

“일어나.”

괴로워하는 드워프를 무감한 눈으로 보며 강유현이 명령했다. 그러자 드워프가 흐리멍덩한 눈을 하며 비척비척 일어났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 거짓 하나 없이 대답해라.”

“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 드워프를 보며 강유현이 물었다.

“전설급 무기에 대해 자세히 말해 봐.”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드워프가 망설임 없이 말을 계속했다.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악룡은 욕심이 많은 자입니다. 그의 탐욕은 끝이 없어, 온갖 보물과 무기를 쌓아 두고 있어요. 저는 그곳이 어딘지 알고 있습니다.”

“……!”

드워프는 자신이 반복한 말에 살을 더 붙여서 늘어놓았다. 만약 저 말 자체가 거짓이라면 드워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드워프는 거짓말을 했던 게 아니었다.

“정말 있는 거 아니야?”

“S급 자백 포션을 마시고도 저렇게 말한 거 보면 확실한 거 같은데…….”

점점 여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드워프가 이채진의 포션을 마시고도 똑같은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보가 더 늘어나서 신빙성까지 있어 보였다.

물론 저 말이 진실이라고 해도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드워프가 진짜라고 알고 있는 정보 자체가 함정일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우선 원작대로 강유현이 드워프를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나는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잠깐만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몬스터의 말을 믿을 셈입니까?”

조슈아 레만이 앞을 가로막은 능력자들을 밀치며 씩씩댔다. 원작에서도 드워프를 혐오하며 가장 먼저 싫다는 의견을 밝혔던 능력자였다. 그는 지금도 두 눈에 불신을 가득 담고 있었다.

“일단 탐사 정도는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강유현 능력자!”

“…….”

버럭, 소리를 지르는 조슈아 레만을 강유현이 아무 말 없이 쳐다봤다. 그의 기세에 눌린 조슈아 레만이 불쾌한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번 던전 공략 자체가 오딘 길드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SS급인 강유현이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하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곳에는 쟁쟁한 길드의 마스터들이 가득했다. 조슈아 레만도 그쪽으로 불만이 있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 빨리 불만이 표출했을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았다. 조슈아 레만을 비롯해서 다른 마스터들은 놀라울 정도로 강유현의 말을 잘 따랐다. 함께 전투하면서 SS급인 강유현의 힘에 이끌렸던 것이다. 원작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왜 이때 조슈아 레만은 굳이 강유현과 반목하려는 걸까. 정말 몬스터의 말이 믿기 힘들기 때문일까. 그 정도로 섬세한 인물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불만이 있는 분들도 있는 것 같으니, 잠시 팀을 나누겠습니다. 저 몬스터를 따라 보물을 탐사할 팀과 계속 공략할 팀으로요.”

“네? 그게 무슨…….”

조슈아 레만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능력자들도 비슷했다.

이건 원작에서도 나왔던 의견이었다. 하지만 S급 이상의 던전에서 팀을 나누는 건 자살 행위라며 반대한 의견이 있었고, 곧 말싸움으로 번져서 귀찮아진 강유현이 드워프를 그냥 죽여 버렸다.

결국 이번에는 원작과 미묘하게 달라져, 팀을 나누어 탐사하는 쪽으로 진행이 될 것 같았다.

“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신중해야 할 던전 공략에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에 혹해 팀을 나눈다니요.”

“탐사팀은 그다지 전력이 크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이곳에서 멀지 않은 모양이니, 공략팀도 보스 몬스터가 나오기 전까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담담하게 말한 강유현이 주변을 휘 둘러보았다.

“모두 경험 많고 대단한 마스터님들이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

그 정도의 분산도 감당을 못하겠느냐고 비웃는 말이었다. 마스터들은 모두 꿀 먹은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슬쩍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생각해 둔 포지션이 있긴 한데…….”

“류하오란 마스터!”

“왜요? 정말 전설급 무기가 있다면, 무리해서라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동감입니다.”

“큭…….”

류하오란에 이어 아나스타샤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조슈아 레만이 입술을 깨물며 그들을 노려봤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조슈아 레만을 관찰했다.

여론이 바뀐 지금 상황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건 조슈아 레만 혼자였다. 다른 능력자들은 원작과 바뀐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유독 조슈아 레만 혼자서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그가 결벽이 심한 성격이기 때문일까? 하지만 원작에서는 딱히 그런 면이 드러나지는 않았었다. 눈에 확연히 보이는 이익을 추구하기도 전에 혐오로 일을 그르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점점 조슈아 레만에 대한 의심이 깊어질 찰나, 누군가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발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팀은 어떻게 나눌까요?”

“…….”

리암 화이트였다. 그는 또 심각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상큼한 모습이었다. 마치 수학여행을 온 것 같은 학생처럼 기대로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분위기 파악 참 못한다. 아니, 이 정도면 일부러 저러나 싶을 정도였다.

어쨌든 그 덕분인지 조슈아 레만도 기가 막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마스터들은 머리를 맞대고 팀을 나누기 시작했다.

“하…….”

겨우 원작과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낸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거 한 번 하겠다고 너무 난리를 친 것 같다. 온몸의 기운이 쏙 빠졌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원작과 내용이 바뀌는 바람에 몰아칠 후폭풍도 감당해야 한다. 나는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한 채 고개를 돌렸다.

“……!”

“…….”

그때, 나를 보고 있던 조슈아 레만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눈초리에 순간 굳은 것처럼 몸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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