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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143)화 (143/228)

143화

12. 범인은 누구인가

협회가 붕괴된 사건은 당연하게도 큰 화제가 되었다.

그것도 최후의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온 연합의 능력자들이 휘말리는 바람에 세계 각국에서 협회에 거센 항의를 보냈다. 하지만 역시 협회는 수많은 사람의 비난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로는 참 대단한 곳이었다.

나는 이번 던전에서는 보조 스킬을 최대치까지 쓴 것 빼고는 그다지 큰일이 없었기 때문에 몸은 멀쩡했다. 포션으로도 잘 채워지지 않는 마력양 때문에 몸이 피곤하고 기운이 없는 것 말고는 큰 이상이 없어서 금방 숙소로 돌아왔다.

“꺄아우!”

“삐익!”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용식이와 용순이가 나를 맞이했다. 나는 감격한 눈으로 용식이와 용순이를 쳐다봤다.

“용식아! 용순아!”

“꺄우! 꺄아!”

“삑! 삐이익!”

죽은 듯이 잠만 자던 용식이가 깨어났을뿐더러, 용순이 역시 멀쩡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심지어 용순이는 용식이의 등 위에 올라탄 채로 즐거운 듯이 삑삑 울고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나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냈다.

“너, 너희들! 잠깐만 그러고 있어 봐!”

“꺄우?”

“삑?”

“헉, 움직이지 마!”

“꺄아우…….”

금방이라도 나에게 달려들 듯이 앞발을 움직이던 용식이가 딱 멈췄다. 나는 얼른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연사로 정신없이 찍어 댔다. 용식이의 등에 딱 붙어 있던 용순이도 의아함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보자마자 심장이 쿵 떨어졌다. 생각보다 사이가 좋은 둘의 모습에 눈시울도 붉어졌다.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었구나. 녀석들…….”

“꺄우!”

“삐익!”

동시에 입을 연 용식이와 용순이가 소리 높여 울었다. 울음소리는 달랐지만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용식이는 날개가 있는 드래곤의 모습이고, 용순이는 날개가 없는 도마뱀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같이 있으니 묘하게 닮았다.

나는 만족스러울 정도로 사진을 찍은 뒤, 정말 오누이 같은 용식이와 용순이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사실 좀 의외였다. 용식이가 깨어난 뒤에 용순이를 보면 경계하거나 싸울 거라고 생각해서, 꼭 내가 있을 때 두 아이를 만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던전에 들어갔다가 나오느라 시간이 걸려 하루를 꼬박 소비하고 말았다. 숙소에 돌아오니 완전히 깨어난 용식이와 용순이가 이미 서로를 실컷 봐 버린 뒤였다.

“정말 의외네…….”

용종은 피를 나눈 부모 자식 사이나 형제끼리도 영역 다툼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유일하게 부모 용이 자식에게 너그러운 건 성년이 되지 못한 헤츨링 시절뿐이다. 아직 둘 다 어려서 자기 영역에 대한 고집이 없다시피 한 걸까. 하지만 나는 분명 둘 다 성체로 자라난 모습을 던전에서 봤었다.

“음…….”

용식이는 나와 떨어지고 난 후 세(Sæ) 던전에서 갑자기 폭주하며 성체로 변했었고, 용순이 역시 무스펠헤임 던전에서 정체 모를 몬스터의 불꽃을 빨아들이더니 포X몬스터처럼 성체로 진화했었다.

그런데 그게 과연 완전한 성체가 된 건지, 아니면 시스템에 의해 일시적으로 변화한 것뿐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만약 이 아이들이 정말 성체라면 굳이 모습을 바꿔서 어리게 보이려고 하지 않을 거 아닌가. 나는 속으로 혼자 납득하며 용식이와 용순이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아, 배고프지. 밥 줄까?”

“꺄우우!”

“삐이이!”

둘은 배가 몹시 고팠는지, 밥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길게 울음을 내뱉었다. 나는 얼른 인벤토리에서 마수석을 꺼냈다. 던전에서 만난 신이 후하게 보상해 준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던전 클리어로 인벤토리가 빵빵해질 정도로 온갖 아이템을 받았다.

“많이 먹어. 얘들아.”

용식이에게는 잘게 부순 마수석을 이그드라실의 가지에 뿌려서 주었고, 용순이는 그냥 부수기만 해서 주니 잘 받아먹었다. 나는 한동안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이 먹는 걸 지켜보았다.

“어디 보자…….”

던전 안에서 대충 드랍 아이템을 확인하긴 했는데, 등급이 높은 것들만 우선 살펴본 거였다. 나는 차분하게 다시 인벤토리 안을 확인했다. 이번에도 역시 이그드라실의 정수가 인벤토리 안에 들어 있었다.

“흐음.”

작게 신음을 내뱉은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번 던전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 있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진짜 한이진과 접촉했고, 이 세계를 주시하는 아스가르드의 신 중 한 명과 만났다. 이건 정말로 엄청난 일이었다.

우선 한이진과 신의 말을 종합해 본다면 이렇다.

이곳은 원작 소설 속의 세계가 아니라, 한 번 회귀한 세상이었다. 그리고 회귀 전에는 주인공들이 최후의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지원하러 온 연합의 외국 길드 중 하나가 배신했기 때문이었다.

인간들의 세상이 멸망하면 신들이 사는 곳도 멸망하기 때문에,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주인공들을 줄곧 주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운 모양이었다.

그 상황에서 한이진의 몸에 빙의한 내가 S급 보조 스킬을 가지게 됨으로써 신들 중 일부는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나를 키우고 싶어 했고, 일부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최후의 던전을 클리어한다고 해도, 주인공들을 심하게 아끼는 신들이 나를 제거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쨌든 원작처럼 세상이 멸망해 버린다면 나도 죽게 될 테니, 신들의 문제는 살고 난 다음에 생각해 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정수를…… 써야겠지?”

인벤토리에서 이그드라실의 정수를 꺼냈다. 영롱한 빛을 내는 정수를 손에 쥐고 용식이를 응시했다.

“꺄!”

마수석을 배부르게 먹은 용식이가 나를 보며 기분 좋은 듯 짧게 울었다. 그리고 정수를 보자마자 뭘 해야 할지 아는 것처럼 귀를 쫑긋 세웠다.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은 주인공을 배신할 길드를 찾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다 읽지 못한 원작에 단서가 나올 거다. 정수가 보여 주는 환상으로 배신자 길드를 색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짐한 나는 용식이에게 정수를 먹였다.

꿀꺽.

곧 용식이의 몸에서 세찬 빛이 뿜어져 나왔다.

***

흐릿하던 눈앞이 점차 선명해졌다. 이제 환상을 보는 것도 꽤 익숙해진 것 같았다.

‘음……?’

주변이 무척 어두웠다. 눈을 깜박이던 나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바로 얼마 전까지 어두운 동굴 안을 헤맸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때와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조금 다른 점은 사방이 딱딱한 바위가 아니라 흙으로 뒤덮인 것 같은 벽이라는 거였다.

설마 던전 안인가? 환상은 대개 중요한 장면을 보여 주기 때문에 던전 안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을 뒷받침해 주듯, 곧이어 주인공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게 정말인가?”

강유현이 누군가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강유현의 안색이 말이 아니었다. 마치 일주일은 잠을 자지 못한 사람처럼 퀭했다. 그리고 목소리에도 유독 힘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런 강유현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설마 저런 컨디션으로 최후의 던전을 공략하려고 했었던 건가?

‘…….’

하긴, 원작의 강유현은 사기를 당해서 꿀잠 아이템을 구하지 못했었다. 히로인 중 한 명인 오서현 원장의 상담으로 조금 안정될 수는 있었어도, 잠을 자는 것만큼 피로를 회복할 순 없었을 게 분명했다.

“네, 정말입니다. 저는 결코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

강유현의 앞에는 누군가가 납작 엎드려 있었다. 나는 의아한 눈으로 엎드리고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사람……?’

자세히 보니 뭔가가 달랐다. 나는 그의 정체를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몬스터……?’

남자의 귀는 이상할 정도로 뾰족했다. 그리고 피부 색깔이 까맣고 기포가 오른 것처럼 울퉁불퉁했다. 체구가 작고, 주인공인 강유현의 허리에도 오지 않을 정도로 키도 작아 보여서 위협적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생김새가 좀 수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몬스터가 하는 말 따위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당장 처리하죠.”

탐탁지 않은 얼굴로 누군가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연회장에서 나예림이 연합 길드를 소개할 때 봤었다. 직접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대형 길드인 우르 길드의 마스터, 조슈아 레만.

독일인인 그는 갈색으로 보일 정도로 진한 금색 머리카락을 멋스럽게 뒤로 넘기고 뒷짐을 지고 있었다. 색이 옅은 파란 눈이 엎드려서 덜덜 떨고 있는 몬스터를 싸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형.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

뒤를 이어 강수현 역시 꺼림직해하며 말했다.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몬스터처럼 보이는 남자의 말을 신뢰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그런가.”

“……!”

강유현이 느릿하게 말했다. 일행들과 강유현까지 못 미덥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이름 모를 몬스터가 눈에 띌 정도로 몸을 덜덜 떨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저, 정말입니다! 제가 전설급 무기가 있는 곳을 알고 있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다 찾아서 드리겠습니다!”

‘……!’

전설급 무기?

그 말에 나는 놀라며 몬스터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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