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결과적으로 이건호에게 스킬을 걸어 준 건 잘한 결정이었다. 순식간에 전투의 판도가 뒤바뀌었다.
긴 사슬이 이건호의 손에서 춤을 췄다. 그의 무기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얇은 사슬이었는데, 따로 휘두르지 않아도 절로 춤을 추듯이 움직였다. 마력으로 움직이는 건가? 신기한 눈으로 그가 싸우는 모습을 쳐다봤다.
사슬이 지네의 다리를 끊어 내고, 다른 다리가 공격하면 실드를 쳐 막아 냈다. 그리고 곧바로 사슬을 이용해 공격한 지네 다리를 끊어 버렸다. 보통은 아무리 올라운더라도 공격과 방어 스킬을 저렇게 정교하게 다루지 못하는데, 놀라운 스킬 운용력이었다.
“좋아.”
이대로 강유현과 성유빈이 올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렸다는 시스템 음성이 들리자마자 포털이 열리는 쪽으로 철수하면 될 것 같았다. 아, 그런데 그 전에 백시후를 어떻게 해야 할 텐데.
머릿속이 한껏 복잡해졌다. 해송하를 소환해서 동물 형태의 몬스터들에게 도움받은 건 어디까지나 요령에 불과했다. 그 사막여우 몬스터들이 얼마나 백시후를 붙잡아 놓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미 코앞까지 오지 않았을까.
“형.”
“응?”
나지막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강수현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저한테 보조 스킬 걸어 주세요.”
“너한테?”
“네, 백시후가 오면 제가 어떻게든 막아 볼게요.”
“…….”
강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런 강수현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는 백시후를 막을 수 있는 능력자가 없었다. 지금은 저 대왕 지네를 막는 것도 급급한 상황이니까. 그리고 같은 S급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능력치 자체가 다르다. 게다가 강수현은 능력자로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강수현에게 보조 스킬을 걸어 봤자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강수현이 보인 모습은 항상 예상과 달랐다. 단순히 그가 소설의 중요한 인물이라서가 아닌 것 같았다. 왜인지 강수현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래.”
이번에도 믿어 보자. 그렇게 결심하며 강수현이 내민 손을 꽉 붙잡았다. 그리고 보조 스킬을 발동했다. 아니, 발동하려고 했다.
“윽……!”
“형?”
마치 머릿속에서 커다란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신음하며 고개를 숙이자 강수현이 놀라서 허리를 숙였다.
“형, 괜찮아요?”
“으윽.”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면 고통스러운 소리만 튀어나왔다. 미칠 것 같다. 목을 물린 상처는 분명 포션으로 치료했는데, 왜 이러지?
끙끙거리는 나를 살피던 강수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 오늘 보조 스킬 몇 번 걸었어요?”
“으…… 한…… 네 번?”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멋모르고 백시후에게 걸었던 게 한 번, 강유현과 성유빈에게 걸은 게 세 번, 마지막으로 이건호에게 네 번. 그걸로 끝이었다.
“지금 마력 얼마나 남았어요?”
“마력……?”
처음 빙의했을 땐 레벨이 20대 초반으로 형편없었던 한이진의 몸은 그동안 엄청난 레벨 업을 했다. 처음 간 던전에서 강유현과 보상을 공유한 덕분에 능력치가 대폭 올랐지만, 공대 레이드로 참가했던 세(Sæ) 던전에서는 그 정도로 드라마틱한 레벨 업을 하진 못했다. 생각난 김에 상태 창을 켰다.
[한이진]
레벨: 55
등급: B(??)
칭호: 니플헤임을 제패한 자(L), 해양 세계를 제패한 자(L)
스탯
체력: 42 힘: 31 민첩: 32 정신력: 70 마력: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