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104)화 (104/228)

104화

“왜…… 이러는 거야. 이 미친…… 새끼야!”

“…….”

숨이 턱 막혔다. 몸부림을 쳤으나 백시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왜지? 백시후가 이런 타이밍에 날 죽일 이유가 없을 텐데. 갑자기 마음이 바뀌기라도 한 건가? 섬뜩한 느낌이 등줄기를 훑으며 지나갔다.

“캬아!”

“용……식…….”

용식이가 날카롭게 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리고 붙잡힌 목에 더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목이 부러질 것 같았다. 강한 힘에 의해 목이 사선으로 비틀렸다.

“윽……!”

바르작거리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이제 몸부림을 칠 힘도 남지 않았다.

콰드득.

“아악……!”

무언가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고, 고통은 뒤늦게 느껴졌다. 통증과 함께 알싸하게 비린 향이 코끝을 스쳤다.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흔들리는 시야 사이로 백시후의 검은 머리통이 보였다.

느닷없이 백시후에게 목을 붙잡혔고, 심지어 물렸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목의 통증이 더 심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목에서 울컥, 하고 피가 흘러나오는 느낌이 너무나도 생경했다.

눈앞이 핑글핑글 돌았다. 피와 함께 내 안의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 미친…….”

“하아…….”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퍼졌다. 피를 봤기 때문인가, 마주친 백시후의 눈이 붉게 보였다.

“과연…….”

“……!”

번득이는 눈에서 위험을 감지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백시후가 가지고 있는 스킬이 번뜩 생각났다.

S급 암 속성인 백시후에게는 특별한 스킬이 있는데, 그게 바로 ‘흡혈’ 스킬이었다. 정확한 스킬 이름은 소설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그 흡혈 스킬로 같은 능력자들의 능력을 빼앗고 잔인하게 죽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뱀파이어처럼 능력자의 피를 빠는 행동은 취하지 않았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백시후에게도 개박하 스킬처럼 특이한 조건이라도 있었던 건가.

“으윽…….”

멍하니 생각에 빠진 것도 잠시, 피에 젖은 목덜미가 너무나도 뜨거워졌다. 괴로워하는 나를 내려다보는 백시후의 눈빛이 다시 새카만 색으로 돌아갔다.

【멈춰.】

그때, 익숙한 음성이 머릿속을 울리고, 갑작스럽게 몸이 빳빳해졌다. 그건 백시후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도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강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읏……!”

내 몸은 강한 바람을 맞아 순식간에 휩쓸려 갔다.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허우적대는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단단한 팔이 나를 감싸 안았다.

“이진아!”

“……이든?”

공중에 뜬 채로 이든이 나를 안고 있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쨍한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형, 괜찮아요?”

“……강수현?”

게다가 강수현까지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멍청하게 눈을 깜박이다가, 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

“형!”

“이진아!”

피가 흘러나오는 목을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자, 두 사람 다 깜짝 놀라며 나를 불렀다. 솔직히 괜찮지는 않았지만, 꾹 참으며 겨우 입을 열었다.

“괘, 괜찮…….”

“백시후, 저 미친 새끼가!”

“백시후? 저 인간이 백시후예요?”

이든은 내 상처를 보고 분통을 터트렸고, 강수현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강수현이 놀란 얼굴을 했다. 로키 길드의 백시후는 의외로 일반인들에게도 꽤 유명한 인물이었다. 거의 도시 괴담 수준의 기괴한 루머가 따라붙어 유명해진 거지만 말이다. 고등학생인 강수현은 그런 소문을 많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근데 저 사람 방금…… 어?”

강수현이 중얼거리다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백시후와 내가 있었던 곳을 내려다봤다. 강수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아니, 이게 무슨…….”

“빨리 피해!”

백시후가 강수현의 정신계 스킬에 멈춘 건 정말로 한순간이었다. 곧바로 스킬을 풀어낸 백시후가 우리들의 뒤를 맹렬하게 뒤쫓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아무리 S급이라도 정신계 스킬은…….”

“미안, 내가 보조 스킬 걸었었어!”

“…….”

내 대답에 강수현과 이든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대체 왜 그랬냐고 묻는 것 같은 얼굴에 그저 멋쩍게 웃었을 뿐이었다. 그러게. 나도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캬아악!”

용식이가 열심히 견제를 했지만, 보조 스킬을 받은 백시후를 막는 건 무리였다. 금방이라도 백시후에게 따라잡힐 것 같았다. 초조해진 나는 이든의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

이든에게 보조 스킬을 써 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보조 스킬은 정신계 스킬만큼이나 정신력을 소모하는 스킬이었다. 심신이 안정치 못한 상황에서는 쉽게 발동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목덜미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바람에 이든에게도, 그리고 강수현에게도 보조 스킬을 써 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이든의 바람 능력이 스피드에 특화된 편이라 이 정도로 거리를 벌리고 있는 거지, 다른 바람 능력자였으면 진작에 백시후에게 잡혔을 것이다. 휙휙 지나가는 사막의 풍경을 흘끗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강수현의 탐지 스킬로 공대가 있는 쪽에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공대가 백시후를 막을 수 있을까? 강유현과 성유빈, 그리고 용순이가 보스 몬스터와 싸우고 있는 바람에 공대에 남은 S급 능력자는 많지 않았다. 서하준도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머리가 핑핑 도는 바람에 더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기력이 없는 몸은 피곤해져서 축축 늘어졌다. 그리고 그때 별안간 ‘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시스템 음성이 들렸다.

[‘개박하를 흔들어 보세요(S): 피의 계약’에 감화 완료 대상자 2명 등록 완료되었습니다.]

[랜덤 소환을 시행하시겠습니까?]

[남은 횟수: 2]

“……뭐요?”

어처구니가 없는 일에 눈을 동그랗게 뜨자, 언젠가 봤던 상태 창이 반짝거리며 눈앞에 나타났다.

[해송하]

레벨: 59

등급: A

칭호: 동물의 사랑을 받는 자(S)

스탯

체력: 30 힘: 29 민첩: 35 정신력: 70 마력: 82

스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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