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윽…….”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비틀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어질어질했다. 가슴에서 뭔가가 울컥 올라와서 허리를 숙여 죄다 토해 냈다.
“우웩, 윽.”
한참을 토해 낸 다음에야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속을 게워 낸 후에도 여전히 찝찝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 코에도 뭐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벤토리에서 대충 꺼낸 휴지로 입가를 닦고 코도 풀었더니 모래가 섞여 나왔다.
“이게 무슨…… 끙.”
두통이 또다시 밀려들었다. 두 손으로 이마를 짚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정신을 잃기 직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무스펠헤임 던전의 사막, 구덩이에 빠진 서하준, 샌드웜이 나올 것 같은 기척, 이든과 용식이가 구하기도 전에 구덩이 속에 푹 빠졌던 기억, 마지막으로 들은 시스템 음성…….
-[무스펠헤임-SS207. 숨겨진 구역, ‘불의 영역’이 열립니다.]
감았던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불의 영역이라고?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무엇보다 여기는 사막이 아니었다. 마치 고대 유적지 배경의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커다란 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들은 마치 피라미드를 보는 것 같았다.
“하…… 뭐야, 여긴.”
천장을 올려다보자 단단한 돌 같은 걸로 사방이 다 막혀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크기에 입이 벌어졌다.
사막 밑에 이렇게 큰 공간이 있었다고? 던전의 숨겨진 공간이라 그런지 스케일이 어마어마했다.
“다른 사람들은…… 으윽.”
아무래도 이번에는 나 혼자 다른 곳에 빠진 것 같았다. 그러면 서하준은 무사하단 뜻인가? 스킬을 걸어 주려고 했을 때 이상했던 서하준의 상태가 문득 떠올랐다.
일부러 나를 무시한 느낌은 들지 않았었는데, 대체 뭐였을까. 하지만 여기서 혼자 고민해 봤자 해결되는 건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든! 용식아!”
소리를 쳐 봤으나 역시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우선 여기서 빠져나가서 공대와 합류해야 한다.
그런데 숨겨진 구역이라면 여기도 던전이랑 똑같은 거 아닌가? 그렇다면 몬스터도 나오고, 보스 몬스터도 등장한다는…….
“헉……!”
제정신을 차린 나는 내디뎠던 발을 멈추고 바짝 얼어붙었다. 등급 변경으로 SS급이 된 던전인데, 나 혼자 어슬렁거린다고? 죽기 딱 좋았다.
“이런 미친…….”
이대로 이 유적지 같은 곳을 혼자 어슬렁거리는 건 자살행위였다. 포털을 타려면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고 클리어해야 하는데, 나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민하던 나는 상태 창을 불렀다.
“상태 창!”
눈앞에 떠오른 파란 상태 창을 초조한 눈으로 쳐다봤다. 손가락을 들어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러자 원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개박하를 흔들어 보세요(S)’에 감화 완료 대상자 6명」
「이든, 강유현, 해송연, 한여름, 강수현, 성유빈」
「랜덤 소환 가능 횟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