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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64)화 (64/228)

64화

탐지계 능력자는 보통 둘로 나뉜다. 그리고 마침 그 두 종류의 탐지계 능력자가 이번 레이드에 모두 있었다.

해송하처럼 소환수를 길들여 탐지하는 능력자와 강수현처럼 본인의 스킬만으로 탐지하는 능력자. 탐지계 능력자는 이 두 유형으로 구분된다.

강수현 같은 능력자들은 보통 멀티 플레이어다. 가끔은 정신계 스킬이 더 뛰어나 정신계 능력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탐지를 하면서 공격 스킬도 쓰고, 정신계 스킬도 쓰는 다중 스킬 능력자다.

소설에서 강수현은 주인공 버프를 받아 다방면에서 뛰어난 스킬을 가졌다. 활용 능력도 우수해서 조연 중에서 가장 활약을 많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소설 중반쯤의 이야기였다. 초반에는 각성도 안 했을뿐더러, 초중반이 지나서야 작가가 ‘아, 맞다. 얘도 있었지.’라는 생각이었는지 급하게 에피소드를 진행하고 레벨 업을 했다. 그러고 나서 소위 비중이 ‘떡상’한 캐릭터였다.

어쨌든 강수현이 활약하는 건 소설의 중반, 지금과는 시기가 전혀 맞지 않았다. 각성 시기가 소설보다 조금 더 빠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강수현은 저렙이다. 내가 강수현이 아닌 다른 능력자들이 소환되길 바랐던 것도 강수현의 레벨과 능력치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보조 스킬을 받으면 능력치가 모두 향상된다. 정확히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2구역에서 탐지를 하지 못했던 강수현이 내 스킬을 받아 탐지할 수 있었을 정도면 능력치가 꽤 많이 향상된 게 아닌가 싶다.

“됐어요.”

“……!”

강수현의 앞에 손 하나를 겨우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검은 공간이 생겨났다. 소설을 읽은 나는 이게 어떤 스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일명 ‘블랙홀.’

실제 블랙홀과는 다른 거지만, 생긴 게 블랙홀 같이 생겨서 소설에서 주연들이 그렇게 불렀다.

이 스킬은 강수현이 특정 상대의 곁에 아공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작은 공간밖에 열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거의 순간 이동에 가까운 능력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은 내 보조 스킬로도 스킬 숙련도가 많이 올라가지 않아 이 정도의 공간을 여는 게 한계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것마저도 감지덕지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블랙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윽……!”

“잡았어요?”

“자, 잠깐…….”

아공간 너머가 물속이라 그런지 느낌이 좀 이상했다. 움찔거리다가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강수현이 아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적을 테니 말이다.

그러다 내 손이 무언가에 닿았다. 닿았다고 해야 하나, 뭔가가 손에 잡히니 무의식적으로 꽉 잡았다. 그런데 손바닥에서 말캉한 느낌이 났다.

……좀 이상한데? 맨살인 것 같긴 한데, 대체 내가 뭘 잡은 거지? 근데 강유현의 맨살 면적이 얼마나 되더라. 걔 맨날 검은 목 티 같은 거 입고 다니던데.

“…….”

조금 불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스킬부터 썼다. 우선 살고 나서 무릎 꿇고 빌든지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안이한 생각을 하고 손바닥이 탈 정도로 스킬을 쏟아부었을 때였다.

“으악!”

손바닥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놀라서 손바닥을 떼자, 무언가가 내 손을 꽉 붙잡았다. 뭐지? 뭐가 잡은 거야?

“형, 이제 곧 연결 끊겨요.”

“뭐? 으아악!”

이거 이렇게 아공간이 끊기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내 팔도 같이 끊어지는 건가?

기겁하며 절반 정도 넣은 손을 맹렬하게 흔들었다. 그러자 다행히 내 손을 잡은 무언가에 힘이 풀렸다. 나는 얼른 아공간에서 손을 빼냈다.

“헉, 헉…….”

손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손바닥을 살피니 무언가가 깨문 자국이 보였다. 만약 그게 몬스터였으면 내 손이 형태도 남지 않고 뜯어 먹혔을 테니, 이건 사람이 깨문 게 맞겠지?

“…….”

강유현 이 자식, 설마 내 손 깨문 거야? 자기 몸에 손 좀 댔다고 깨물어? 완전 사이코 새끼 아니야?

혼자 씩씩거리는데, 주변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뭐, 뭐지?”

지진이 난 것처럼 주변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비틀거리는 나를 강수현이 꽉 잡았다. 나는 당황하며 훅 솟구치는 물줄기를 쳐다봤다.

“키아아아!”

“윽……!”

주변에 사납게 몰아치는 물보라에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이곳까지는 심하게 물이 들어차지 않았다.

누구의 짓인지는 명백했다. 나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떠 위를 쳐다봤다. 해저 동굴 천장에 처박힌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키에에에엑!”

4구역의 보스 몬스터, 아카로스가 길게 울부짖었다. 놀랍게도 순간, 생각보다 보스몹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건 단순히 보스몹이 멀리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아카로스의 거대한 몸통은 반이 잘려 초록색 피를 줄줄 흘려 대고 있었다. 반만 남은 몸이 해저 동굴 천장에 처박혀 꿈틀거렸다. 그 밑에서 시커먼 기운이 아카로스의 몸통을 꿰뚫고 있었다.

“크아악……!!”

단말마의 비명이 울리고, 이윽고 끊겼다. 아카로스의 푸른색 몸통이 기우뚱거리더니 다시 물속으로 추락했다. 촤아악, 하고 파도가 일듯이 주변에 물보라가 쳤다.

“헐…….”

이렇게 쉽게 끝난다고? 아무리 아카로스가 드라우그 킹과 달리 중간 보스몹이라고 해도 이렇게 보조 스킬 걸고 한 번에……?

[세(Sæ)-S76의 중간 보스 몬스터 ‘아카로스’를 처치하였습니다. 아이템이 귀속됩니다.]

“…….”

시스템 음성이 들리고,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들어왔다는 알림이 온 걸 보니 확실하다. 아카로스를 없애고 4구역을 클리어한 것이다.

“……한이진.”

“헉……!”

온몸이, 아니, 옷은 방수니까 얼굴만 홀딱 젖은 강유현이 내 앞에 불쑥 나타났다. 방금 아카로스에게 무슨 스킬을 쓴 건지, 두 눈에 흰자위가 없고 시커멓기만 했다. 그런데 한쪽 눈만 파란 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순간 너무 놀라서 딸꾹질이 나올 뻔했다. 그런 나를 형형한 눈으로 내려다보며 강유현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왜, 왜?”

“너 방금…….”

“어, 너한테 스킬 썼다. 그게 왜!”

난 당당했다. 안 그러면 우리 다 죽었을 텐데, 내가 기죽을 이유가 있나? 오히려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손 하나 잘릴 위험 감수하면서 보조 스킬 써 줬는데?

그깟 얼굴……이라고 하면 주인공님 기분이 상하시겠지만, 내 알 바냐. 나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려고 애썼다.

“너 진짜…….”

“아, 좀 급하면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런 거 가지고…….”

“하…….”

“어? 너도 내 손 깨물었잖아!”

“…….”

아직까지 화끈거리는 손바닥을 들이밀며 큰소리로 외쳤다. 근데 왜인지 모르게 벌게진 내 손바닥을 보는 강유현의 눈길이 묘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나쁜 예감이 들어 저도 모르게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그러자 강유현이 그만큼 거리를 좁히며 따라왔다.

“이리 와.”

“야, 야. 열받아도 너무 세게 때리지 마라? 난 너한테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니까.”

“…….”

원작에서 한이진이 강유현에게 어떻게 죽었더라. 아마 스치듯이 맞았는데 혼자 생난리를 치다가 죽지 않았나. 소설에서 자세히 나오진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그와 나의 등급 차이는 그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스치기만 해도 죽는다. 딱 그런 느낌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윽.”

“어?”

흉흉한 기운을 내뿜으며 다가오던 강유현이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당황하며 그를 쳐다봤다. 강유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얼굴을 찡그렸다.

아, 이거 혹시…… 그건가? 부작용?

다른 능력자들은 아무렇지도 않던데, 왜 강유현만 이러는 거지.

“괜찮냐?”

“크윽.”

걱정돼서 살피는데, 강유현의 눈빛이 여전히 사나웠다. 그래서 주춤거리며 주변만 알짱거렸다.

“형, 저기 포털 열렸어요.”

“오, 드디어!”

아카로스를 해치워서 그런지, 우리들 앞에 파란 워프 포털이 열렸다. 아마 이걸 타면 마지막 보스가 있는 5구역에 갈 수 있을 것이다.

나랑 떨어진 용식이는 잘 있을까? 한창 전투 중에는 정신이 없어서 뒤늦게 걱정이 됐다.

우리 용식이…… 아빠 없다고 외로웠을 텐데. 울고 있지 않으려나. 절로 걸음이 빨라졌다.

“빨리 가자!”

“네.”

“야, 넌 네 형 좀 챙겨.”

“…….”

내 말에 강수현이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짓더니 강유현에게 다가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용식아, 아빠 간다!

어서 용식이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포털을 훌쩍 지났다.

“윽……!”

어김없이 포털의 울렁거림을 꾹 참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매캐한 연기와 함께 눈앞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키야아아!”

몸 위는 여성, 아래는 물고기의 꼬리를 가진 커다란 몬스터가 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온몸이 검게 그을리고 흉측하게 녹아 있었다. 꽤나 처절한 최후였다.

[소환수 ‘용식이’가 세(Sæ)-S76의 중간 보스 몬스터 ‘카이렌’을 처치하였습니다. 아이템이 귀속됩니다.]

“……용식이?”

용식이가 저 몬스터를 쓰러트렸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용식이는 아주 작아서 여기서는 잘 보이지 않…….

“크아아아!”

“……!”

온몸이 새카만 드래곤이 주변에 위협적인 노성을 터트렸다. 아까 중간 보스몹을 쓰러트렸던 그 드래곤이었다.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용식이?”

“……!”

멀리서 내 목소리를 어떻게 들은 건지, 드래곤이 얼굴을 내 쪽으로 홱 돌렸다. 마주친 눈이 진한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나는 확인 사살을 하듯 그의 이름을 불렀다.

“용식이니?”

“…….”

움직임을 완전히 멈춘 드래곤이 한동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점점 몸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작아…… 작아질 수 있구나. 하긴, 저렇게나 커졌는데, 다시 작아질 수도 있겠지.

“……꺄우!”

그렇게 다시 작아진 용식이가 빨빨거리며 날아와 내 앞에 앉았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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