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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63)화 (63/228)

63화

“각자 위치로!!”

송차현의 외침이 주변을 울렸다. 그녀의 말에 발키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쿠구궁.

쿠구구궁.

“윽……!”

세(Sæ) 던전의 3구역, 머메이드들의 영역은 바다와 가깝게 이어져 있었다. 4구역 나가들의 영역은 해저 동굴이 오래 이어지지만, 3구역은 그렇지 않았다. 포털에서 나오자 발치에 찰랑거리던 물은 어느새 허벅지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발키리들은 포털을 타기 전에 전투복을 방수 재질로 바꿔 입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또한 잠수용 아이템까지 장착한 상태였다.

문제는 ‘저것’이었다.

“모두 충격에 대비해! 브레스를 쏜다!”

“방어 스킬 능력자, 앞으로!”

“힐러들, 독 해제 스킬 준비해!”

“아이템 더 없어?”

강유현과 한이진이 실종되고,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던 용종 소환수가 폭주한 것이다.

한이진의 곁에서 폴짝대며 날아다니던 고양이 정도 몸집의 어린 용종 소환수가 갑자기 성체로 변했으며,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용식이가 발키리와 공대 능력자들을 적으로 인식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저돌적으로 던전을 혼자 휩쓸기 시작했다. 성체가 된 S급 용종은 거침없이 몬스터들을 쓸어 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3구역의 보스 몬스터인 머메이드의 여왕, ‘카이렌’을 향해 돌진했다.

“그륵, 그르륵…….”

검은 비늘과 위로 솟구친 가시 사이로, 맹독을 품은 거친 기운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입을 한껏 벌린 용식이가 독 브레스를 사납게 뿜어 댔다.

콰아아앙!

“키에에엑!”

브레스를 정통으로 맞은 카이렌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3구역의 보스 몬스터인 카이렌 역시 그와 같은 S급의 몬스터다. 하지만 독 내성이 없는 만큼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그리고 그건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용식이의 뒤를 따라온 발키리들은 그를 도와 싸우기는커녕 재해처럼 밀려드는 독 브레스의 여파를 막기에 급급했다.

보스 몬스터가 있는 공간이 좁은 것도 아닌데, 이성을 잃고 싸워 대는 탓인지 온갖 충격이 주변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가령 지금처럼 묵직한 꼬리를 휘두르며 주변을 초토화로 만드는 것 말이다.

콰릉, 콰르릉.

“벽이 무너진다!”

“거기 피해!”

“…….”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된 던전 한가운데서 성유빈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3구역과 4구역으로 나뉜 공대. 폭주한 소환수. 아무래도 재앙이 이것뿐만이 아닐 거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성유빈은 상당히 촉이 좋은 편이었다.

[……의 간섭에 의해 등급 조정이 이루어집니다.]

[세(Sæ)-S76의 등급이 SS급으로 조정됩니다.]

“……!”

용식이와 카이렌의 전투가 한창 지속되었을 때, 시스템의 알림이 크게 울렸다. 성유빈이 놀라 송차현을 쳐다봤다.

“언니!”

“……제길.”

결국 세(Sæ) 던전이 SS급이 되고 말았다. 우려하던 최악의 사태였다. 보조 스킬이 없는 상황에서 SS급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려야 하는 거였다.

“캬하하하!”

카이렌의 주위로 물방울로 만들어진 구슬들이 둥둥 떠다녔다. 그것들이 순식간에 농구공보다 큰 크기로 팽창했다. 그리고 주변에 무작위로 날아갔다.

쾅, 콰과광, 쾅!

“방어 스킬이……!”

“꺄악!”

“구슬 능력자!”

“……!”

무작위 공격에 뒤에 있던 지원팀까지 영향을 받았다. 그제야 송차현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경직된 얼굴로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지원팀 주변에 방어 스킬 강화해! 힐러들 보호를 최우선으로!”

“큭……!”

성유빈이 다가와 송차현의 옆에 섰다.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대열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의 일일 것이다. 성유빈이 냉철하게 주위를 살폈다.

“제가 가서 용종 소환수와 같이 보스몹을 해치울게요.”

“……뭐?”

송차현이 놀란 눈으로 성유빈을 쳐다봤다. 지금 3구역의 보스 몬스터, 카이렌의 등급은 이상 현상으로 SS급이 되었을 것이다. 카이렌을 몰아붙이던 용종 소환수가 지금은 주춤하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그 강유현도 보조 스킬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잡을 수 없는 SS급 보스 몬스터다. 송차현의 두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용종 소환수가 당하면 다 끝이에요.”

“그렇긴 하지만…….”

송차현의 눈이 용식이에게 닿았다. 던전 안에서 내내 주인에게만 마음을 열었던 용종 소환수. S급의 능력자들에게 열람이 되지 않는 걸 봐선, 저 소환수 역시 보스 몬스터와 같은 SS급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과연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성유빈이 걱정하는 게 바로 그거였다. 지금으로선 그가 당하면 모든 게 끝이다.

“너에게 협조적일 것 같지 않은데.”

“캬아아아!”

말을 마치자마자 거대한 울음소리가 던전 안을 울렸다. 용종은 현재 피아 구별이 거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오로지 본능만 남아 싸운다는 느낌이다.

직접적으로 공대를 건들지 않는 건, 아군이라고 의식하는 게 아니라 무시하는 것뿐이다. 저 용종은 지금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눈앞의 보스 몬스터를 없애면 제 주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협조적으로 만들어야죠.”

“……유빈아.”

“조심할게요.”

무덤덤하게 말하는 성유빈을 보며 송차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힐러에게 독 저항 스킬 받고 가.”

“그게 도움이 될까요?”

“없는 것보단 낫겠지.”

“네.”

양손에 낀 너클을 한 번 부딪친 성유빈이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튀어 올라 바리케이드를 친 지원팀 근처에 착지했다.

“구슬 능력자!”

“아, 네, 네.”

“괜찮습니까?”

“네, 괜찮아요…….”

방금 카이렌의 무작위 공격에 당할 뻔했던 구슬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성유빈이 그녀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물었다.

“독 저항 스킬, 걸어 줄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근데…….”

눈치를 보던 구슬이 저 멀리 독을 내뿜으며 싸우는 용식이를 흘끗거린 다음 말했다.

“제 스킬 등급으로 도움이 될지…….”

“괜찮으니 걸어 주세요.”

“네…….”

구슬은 자신 없는 얼굴로 스태프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성유빈을 향해 스킬을 걸었다. 하얀 빛무리가 성유빈의 주위를 맴돌다가 사라졌다.

“고맙습니다.”

“조, 조심하세요.”

“…….”

구슬의 말에 성유빈이 담담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오겠습니다.”

“네…….”

성유빈의 몸이 다시 순식간에 떠올랐다. 그녀의 눈이 까마득한 아래를 살폈다. 공중을 나는 그녀의 주위로 새빨간 불꽃이 화르르 타올랐다. 동시에 딱딱해진 불꽃을 밟으며 공중을 달려갔다.

“캬아아악!”

용종과 보스 몬스터는 한창 전투 중이었다. 성유빈의 눈이 몸집이 비슷한 두 몬스터를 향했다.

처음에는 확실하게 용종이 우세한 싸움이었으나 지금은 호각으로 바뀌었다. 아니, 카이렌 쪽이 더 기세등등하게 바뀌어 있었다. 두 몬스터의 패시브 스킬들이 연신 충돌하며 주변에 돌풍을 일으켰다.

“큭……!”

잠시 주춤했던 성유빈이 바람을 뚫고 용식이에게 다가갔다. 그의 보랏빛 눈이 곁에 다가온 성유빈에게 향했다.

“협력하자.”

“크르르르…….”

뜬금없는 성유빈의 말에 용식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면서 카이렌 쪽을 연신 경계하고 있었다.

“너 혼자서는 이길 수 없어.”

“…….”

“어서 클리어하고 한이진 능력자를 찾고 싶지 않나? 나도 마찬가지다.”

성유빈의 두 눈이 새빨갛게 타올랐다. 평소였다면 서로를 인식하지도 않았을 두 존재가, 지금은 오직 하나의 이유로 힘을 합치려 하고 있었다.

“크르르…….”

용식이의 입에서 낮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주변에서 사납게 발동하던 패시브 스킬이 성유빈의 주변에서는 기운이 좀 더 약해졌다. 성유빈이 피식 웃으며 용식이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빨리 끝내자.”

작게 중얼거린 성유빈의 몸에서 거친 불꽃이 터져 나왔다.

***

“야, 강유현!”

수면 아래로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소리쳤다.

등급 변화로 S급이었던 아카로스가 SS급으로 변했을 것이다. 강유현 혼자서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초조함을 느끼며 앞으로 튀어 나가려고 했다.

“형, 무슨 짓이에요?”

“놔! 나도 들어가야 해!”

어서 가서 강유현에게 스킬을 걸어야 한다. 오직 그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었다.

“미쳤어요? 그러다 죽어요!”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뒤진다고!”

“…….”

물속에 뛰어들려고 했던 나를 막은 강수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다 강수현의 시선도 수면으로 향했다.

“……형이랑 조금이라도 몸이 닿으면 되는 거죠.”

“어?”

어쩐지 진지하게 들리는 강수현의 말에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몸이 잠깐 닿기만 해도 스킬을 걸어 줄 수 있다. 내 확고한 얼굴을 내려다보던 강수현이 입술을 열었다.

“그럼 저한테 먼저 스킬 걸어 줘요.”

“뭐?”

“제가 어떻게든 해 볼게요.”

아니, 어떻게?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으나, 여전히 강수현의 얼굴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물속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콰아아앙!

“……!”

마치 물속에서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이 물줄기가 솟아올라 주변에 휘몰아쳤다. 이제 더는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될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좋아, 알았어.”

지금은 일단 강수현을 믿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저 안으로 들어갔다가는 순식간에 죽을 수도 있으니까.

생각을 정리하고 강수현의 목 부근에 손을 댔다. 그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순식간에 손바닥에 열이 몰리는 게 느껴졌다.

“……됐어?”

“…….”

눈을 감고 있던 강수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열을 품은 눈이 나를 향했다.

“네.”

그리고 언뜻 사납게 느껴지는 기운이 강수현의 주위로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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