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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라이들이 내게 집착한다 (62)화 (62/228)
  • 62화

    풍덩, 강유현의 몸이 물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물가 주변의 몬스터들은 이미 한이진과 강수현에게 어그로가 끌려서 강유현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강유현의 몸이 유유히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곧 그의 눈이 심해 깊숙한 곳을 향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해저 깊은 곳은 본래 주변이 어두워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4구역의 보스 몬스터가 똬리를 틀고 있는 곳이었다.

    해저 동굴 가장 끝 쪽의 심해와 연결된 곳, 그 밑바닥에 거대한 수룡이 몸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수룡의 푸른 비늘에서 파란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수룡 아카로스

    등급: S

    레벨: 80

    불 속성 공격 면역, 상태 이상 면역

    …….」

    보스 몬스터의 정보가 강유현의 눈앞에 주르륵 떠올랐다. 그가 SS급이기에 보이는 것이었다. 레벨이 낮은 보통의 S급들에게는 뜨지도 않을 터였다.

    역시 이곳은 아직 등급 이상 현상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의 강유현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보스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 S-175.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 S-175. 오류가 해제되었습니다.」

    「엘리바가르의 가호(SS)가 정상 발동합니다.」

    「시스템 S-175.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 S-175. 오류가 해제되었습니다.」

    「소멸하는 어둠(SS)의 정상 발동합니다.」

    「시스템 S-175.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 S-175. 오류가 해제되었습니다.」

    「황혼의 인도자(SS)가 정상 발동합니다.」

    “크르르르…….”

    영역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카로스가 패시브 스킬 봉인을 시도했다. 하지만 고작 S급의 봉인이 강유현에게 먹힐 리가 없었다. 본능적으로 강유현이 강적이라는 걸 깨달은 아카로스가 커다란 몸을 꿈틀거리며 일어났다.

    “크아아아!”

    먼저 아카로스의 주변을 지키던 정예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강유현의 패시브 스킬에 막혀 소멸했다. 강유현이 무심한 얼굴로 마검을 휘둘렀다.

    “끄르륵, 끄르르륵…….”

    물속에서는 이동 속도에 제한을 받지만, 아이템 덕분에 본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몬스터들이 소멸하며 내는 소리가 물거품과 함께 사그라들었다.

    이윽고 주변은 강유현과 아카로스만 남았다. 아카로스의 노란 눈이 번뜩였다. 그의 주위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쿠우우웅.

    거센 물보라가 일어나며 강유현을 향해 몰려들었다. 소용돌이가 생겨나 휘몰아쳤다. S급 이하들은 아이템을 쓴다 해도 속수무책으로 쓸려 나갈 힘이었다.

    하지만 강유현에게는 아무 영향도 주지 못했다. 아카로스의 공격은 그의 패시브 스킬 중 단 하나도 제대로 뚫지 못했다. 시스템의 오류로 등급이 변경되지 않는 한, 아카로스의 공격은 강유현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크아아!!”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몸이 강유현을 공격했다. 스킬 공격은 턱도 없으니 육탄전에 돌입하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불 보듯 뻔한 싸움이었다. 아카로스의 꼬리를 가볍게 피한 강유현이 마검을 들어 올리고 휘둘렀다. 물속에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어둠 속성의 새파란 검기가 아카로스의 몸체로 쏟아졌다.

    콰과광!

    “키에엑!”

    긴 비명과 함께 아카로스의 몸체가 심해 밑바닥으로 처박혔다. 마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이 2차, 3차로 계속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럼에도 S급의 몬스터를 죽일 수가 없었다. 공격을 퍼붓던 강유현이 잠시 멈추고 무언가를 유심히 쳐다봤다.

    이곳은 수룡의 영역이었다. 물은 특히 다른 속성과 다르게 몸을 회복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수룡의 주위에 몰려 있는 물의 기운이 계속해서 치유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칫.”

    스스로를 치유하는 ‘자힐’,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는 건 까다로운 일이었다. 공대에 회복 능력을 방해하는 스킬을 가진 능력자가 있으면 공략이 더 쉬워지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공격 스킬을 가진 능력자들이 보스 몬스터가 회복하기 전에 엄청난 화력으로 찍어 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강유현에게는 회복 방해 스킬 같은 건 없었다. 대신 그는 수많은 능력자들을 합한 것보다 더 강력한 화력을 발휘할 수 있는 SS급 능력자였다.

    강유현이 마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보통의 스킬로는 제거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의 한쪽 눈의 흰자위가 새카맣게 물들었다. 그리고 곧 동공까지 까맣게 변했다. 어둠 속성의 힘이 점점 증폭되어 갔다. 흉흉한 기운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크르륵…….”

    그렇게 마지막 공격만 남겨 놓고 있던 그때, 갑작스레 수룡이 고개를 들었다. 수룡의 눈은 강유현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륵, 그륵.

    수룡의 아가미에서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왔다. 수룡이 고개를 이리저리 비틀다가, 곧 무언가를 찾은 듯 눈을 빛냈다.

    그리고 거대한 몸이 순식간에 수면 위로 솟구쳐 올랐다.

    “……!”

    강유현이 당황한 눈으로 수룡의 움직임을 좇았다. 저쪽은 한이진과 강수현이 있는 곳이었다.

    “젠장.”

    욕설을 내뱉은 강유현이 뒤늦게 수룡을 쫓아갔다.

    ***

    “헉, 헉…….”

    미친 듯이 휘갈기던 기관총을 내려놓았다. 어느새 강수현과 내 앞에는 몬스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긴장감이 풀린 내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다 해치웠나……?”

    “…….”

    아, 이건 플래그 꽂는 말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뻘쭘하게 강수현과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을 때였다.

    촤아아악!

    “으악!”

    “형, 피해요!”

    갑자기 물에서 무언가가 확 하고 솟구쳐 올라왔다. 깜짝 놀라며 쳐다보자, 강수현이 내 허리를 안고 뒤로 물러났다.

    콰앙!

    “윽……!”

    우리가 있던 곳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동굴과 바다를 잇는 통로가 무너져서 돌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식겁해서 앞을 쳐다보자, 번뜩이는 노란 눈과 마주쳤다.

    “헉…….”

    “크르르…….”

    먼지가 가라앉자 통로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새파란 비늘로 둘러싸인 파충류의 얼굴을 보자 소름이 쫙 끼쳤다. 그 옆으로 물음표로 가득 찬 상태 창이 떴다.

    「수룡 아카로스

    등급: ??

    레벨: ??

    ? ?? ?? ??, ?? ?? ??

    …….」

    “…….”

    그래, 저게 4구역의 보스몹이라는 건 알겠다! 젠장!

    속으로 욕을 짓씹으며 더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놈의 노란 눈이 집요하게 나에게 따라붙었다.

    [시스템 S-175.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고양이의 움직임(C)이 무력화됩니다.]

    [시스템 S-175.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매끄러운 혀(C)의 효과가 약해집니다.]

    [시스템 S-175.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복주머니(B)가 발동하지 않습니다.]

    친절히 알려 줘서 아주 고오맙다, 정말!

    왜 있는지 모를 패시브 스킬들이 죄다 무력화된다는 시스템 음성을 들으며 혀를 찼다. 그리고 도주 루트를 찾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는데, 보이는 건 무너진 통로의 잔해들뿐이었다.

    “크르르, 크륵…….”

    “……!”

    그때, 수룡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언젠가 이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그건 이것보다 훨씬 작은 소리였지만 말이다.

    바로 용식이가 백시후에게 브레스를 내뿜었을 때였다. 그때 용식이의 입에서 나온 소리와 비슷했다. 나는 경악하며 이쪽을 향하고 있는 수룡의 머리를 쳐다봤다.

    “시발, 브레스!”

    “형, 진정해요.”

    “저 새끼가 브레스 쏜다고!”

    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인벤토리를 뒤졌다. 브레스를 막을 수 있는 아이템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그러나 S급 용종의 브레스를 막을 수 있는 아이템이 수중에 있을 리가 없었다. 용식이의 브레스는 S급 능력자의 머리를 순식간에 녹여 버렸다. B급인 나는 순식간에 죽어 버릴 것이다.

    “크아, 크아아악!”

    “윽……!”

    브레스를 쏘는 걸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곧 무언가가 터지는 굉음과 함께 내 몸이 붕 떠서 뒤로 날아갔다.

    콰과과광!

    “으윽……!”

    어딘가에 쾅 부딪히는 느낌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이상하게 몸이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나 지금 브레스에 맞은 거 아닌가?

    의아해서 실눈을 뜨니 눈앞에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콰과과, 콰과과광!

    “캬아아아!”

    고개가 완전히 꺾인 수룡은 생뚱맞게 천장을 향해 브레스를 쏴 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하고 끝났다. 수룡의 몸이 그대로 확 뒤집힌 것이었다. 순식간에 거대한 몸체를 가진 수룡이 수면 밑으로 처박혔다.

    촤아악!

    “윽!”

    “괜찮아요?”

    “어어…….”

    거대한 물보라가 일어나 온몸이 흠뻑 젖었다. 방수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이라 다행이었다.

    “방금 그건…….”

    “형이에요.”

    “역시.”

    강유현의 모습이 언뜻 보인 것 같았는데 역시나였다. 그런데 물 밑에서 싸우고 있었을 텐데 왜 보스몹이 여기까지 올라온 거지?

    고개를 갸웃하는데, 내가 지금 강수현의 몸을 깔고 앉아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 미안.”

    “괜찮은데.”

    얼른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강수현이 뒤에서 내 몸을 더 꽉 끌어안았다.

    “많이 놀랐죠? 더 이러고 있어도 돼요.”

    “아니, 필요 없거든?”

    “에이.”

    징그럽게 얼굴을 어깨에 비비는 강수현을 밀어 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많이 놀라긴 했다.

    그래도 곧 강유현이 보스몹을 잡으면 5구역으로 가는 포털이 열릴 테니, 거기서 좀 쉴 수 있을 것이다.

    뻐근한 몸을 풀면서 강유현이 나오는 걸 기다렸다. 수면 아래에서 계속 싸우고 있는지 폭발음이 쉬지 않고 들렸다. 그러다 곧 잠잠해졌다.

    다 끝난 건가?

    강유현이 올라오는 걸 기대한 순간이었다.

    [……의 간섭에 의해 등급 조정이 이루어집니다.]

    [세(Sæ)-S76의 등급이 SS급으로 조정됩니다.]

    “……씨발.”

    도무지 반갑지 않은 시스템 음성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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