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리셋 (390)화 (390/393)

<던전리셋 외전 45화>

*   *   *

바토리가 거창한 표현을 쓰긴 했지만, 자유 기록이란 결국 유령 같은 존재였다.

유령처럼 현실에 아무 영향력도 끼칠 수 없다는 점과 그러다 결국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만다는 점에서 특히나 그러했다.

하지만 유령에게도 빙의나 입신이라는 개념이 있듯이.

자유 기록에게도 인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현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후원’이다.]

최민서의 배후에 선 바토리의 유령이 한껏 우쭐한 표정으로 날아올랐다.

[나는 여전히 허공에 머물러 있지만, 민서 언니를 후원함으로써 비로소 현세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는 거지.]

“계약…… 같은 건가?”

[아니? 우리는 그런 딱딱한 관계가 아니야. 난 그냥 순수하게 언니를 뒤에서 도와주는 것뿐이라고. 아, 물론…….] 

히죽. 

신기루 공작의 말에 대답하던 바토리가 순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최민서의 뒤에서 목을 끌어안았다.

[언니가 지금처럼 열심히 활약해 준다면, 그와 함께 나에 대한 기록도 세상에 점점 알려지겠지. 격이 오른다는 말이야.]

“…….”

결국 신기루 공작은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계약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건 계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인간을 도와준다는 핑계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다. 이름이 널리 알려질수록 너는 더 많은 영향력을 현실에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 말인가?”

기록이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될수록 힘을 가지는 법.

그 기록이 비록 실체 없는 헛된 소문일지라도, 점점 부풀려지고 디테일한 사연들이 첨가될수록, 그 소문은 결국 실체를 가지게 된다.

현실에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언니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름을 두려워하고 경외할수록, 이 세계는 점점 나를 인지하게 되는 거야. 더 이상 허공을 떠돌지 않아도 되게 이 땅에 내가 설 자리가 생긴다는 말이지.]

“……이제야 알겠군. 왜 이런 고급 정보를 나에게 순순히 알려 주나 했더니.”

신기루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너는 너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구나. 나를 통해.”

[흐응. 역시 똘똘한 녀석은 이래서 좋아. 척하면 척이잖아? 그럼 부탁 좀 할게. 앞으로 내 소문 좀 대신 퍼트려 줄래? 특별히 내 모습으로 변해서 악명을 떨치는 것도 허락할게.]

“…….”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었다.

하지만 신기루 공작은 그런 바토리가 부러웠다.

설명이 길었지만 결국 바토리는 운이 좋았다는 말이었다.

운 좋게 세계수들의 전쟁에서 자신의 세계수가 패퇴했고.

운 좋게 지나가던 최민서 일행에게 붙잡혔으며.

또다시 운 좋게 최민서에게 세계수의 열매를 받아먹고, 그녀를 후원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네 후원자에게 잘해 드려라. 사실상 네가 잘해서 된 건 아무것도 없으니.”

[이미 잘하고 있거든? 그쵸, 언니?] 

아닌 게 아니라 바토리는 요즘 너무 행복했다.

기록대로라면, 바토리의 소망은 결국 영원한 젊음과 뱀파이어 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그 모든 소망을 다 이룬 상태였다.

젊어지다 못해 귀여운 소녀의 모습이 되었고, 결국엔 뱀파이어의 능력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좋아하는(?) 사람까지 생겼으니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최민서를 후원할 생각이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휴우. 그런데 이런 좋은 세월도 결국 민서 언니가 살아 있어야 지속된다는 말이지. 괜히 언니가 죽기라도 해 봐? 그럼 또 내 입맛에 맞는 새로운 후원자를 찾아다녀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은근 번거로운 일이거든?]

“……갑자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신나서 재잘거리다가 갑자기 한숨을 푹 쉬는 바토리의 모습에 신기루 공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이긴. 계속 얘기했잖아. 우린 유럽에서 오는 길이라고. 그리고 유럽은 지금 지옥이라니까?]

“정확히 말하면 진정한 종말이 와 버린 거지. 세계수들까지 팍팍 죽어 나갈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지금까지 둘의 대화를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최민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신기루 공작을 보며 최민서는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으로 일단 사과부터 했다.

“진짜 미안해. 본의 아니게 애꿎은 너까지 끌어들이게 돼서.”

“지금 그게 무슨 말…….”

이쯤 되니까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한 신기루 공작이었다.

그를 향해 바토리와 최민서는 거의 똑같은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으며 결정타를 날렸다.

[모르겠어? 나처럼 격이 높은 전직 하수인을 어느 세계수가 탐내지 않겠어? 가뜩이나 전쟁 중이라 쓸 만한 하수인 하나가 소중한 시점에서.]

“즉, 우리가 지금 쫓기고 있다는 말이야. 바토리의 기록을 노리는 세계수들에게.”

“……이런 젠장!?”

오싹!

그 순간 신기루 공작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도시에 있던 모든 신기루 공작들이 일제히 일어나 사방을 경계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젠장, 적이다!”

“경보! 경보!”

갑자기 신기루 공작의 감각에 엄청난 기운들이 도시를 포위하며 몰려드는 게 감지된 것이다!

“전원 전투 준비!”

“상대는 세계수들의 하수인들로 판단된다!”

“완벽히 포위되어서 도망은 어려울 거라 판단된다!”

그리고.

쿠콰쾅!

“……!”

때마침 신기루 도시 외벽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에 의해 도시를 감춰 주던 신기루의 결계가 흩어졌고, 그 틈새로 신기루 도시의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말았다.

키야악! 크라락!

동시에 그 구멍을 통해 엄청난 숫자의 괴물들이 바글바글 몰려오는 모습이 비쳤다.

“이런 젠장!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평화롭던 분위기가 갑자기 전쟁터처럼 소란스러워지고 말았다.

[아핫, 언니. 결국 우릴 찾아냈나 본데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들켜 버렸네요.]

“아이고, 그러게? 최대한 은밀한 곳을 찾아 들어왔는데, 잘도 찾아냈네.”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신기루 공작의 시선을 어색하게 회피하며 딴청을 피우는 바토리와 최민서였다.

참으로 뻔뻔한 손님들이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엄청난 살기와 함께 세계수가 보낸 괴물들이 도시를 침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신기루 공작이 숫자가 많다 한들 저놈들보단 많지 않았다.

애초에 신기루 공작은 전투에 특화된 하수인도 아니었고, 오히려 현혹과 정보 전달에 특화…….

쿠콰콰쾅!

“젠장! 이거 이러다 나까지 잡아먹히겠어!”

[아냐. 다행히도 너는 주인 있는 하수인이니까, 잡아먹히기보단 그냥 소멸당할…….]

“시끄러워!”

버럭하는 신기루 공작에게 최민서가 다가와 두 손을 꼬옥 붙잡아 주며 말했다.

“에휴, 어쩌겠어. 우리 이렇게 된 거…….”

꼬옥.

그리고 아까부터 열심히 우려낸 세계수 홍차를 그의 손에 들려 주고, 세상 다정한 엄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함께 싸워 볼까? 우리가 항상 수적으로 열세였는데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란다.”

신기루 공작은 황당할 뿐이었다.

“아놔! 뭐 이리 뻔뻔한 손님들이 다 있어? 아까 우리 싸우던 사이였던 거 벌써 잊었어? 당신 일행들은 다 어디서 뭐하고, 왜 하필 나야!?”

“그 친구들은 물론 유럽에 남아서 지금도 한창 싸우고 있겠지? 나만 혼자 토끼 같은 남편과 여우 같은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었고.”

“평범한 인간 주제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고! 민폐 쩌네, 진짜!”

“그래서 미안하게 됐다니까 그러네. 그래도 내 홍차 포션 마시면 체력이 빨리 회복될 거야. 내가 뒤에서 열심히 포션 제작해 줄 테니까, 죽기 싫으면 버텨 보자?”

“당연하다는 듯이 게임 용어 쓰지 마, 이 아줌마야!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힐러인 척하지 말라고!”

“어머, 너 지금 아줌마 무시하니? 이래 봬도 내가 지금까지 현질에 쓴 돈이 차 한 대 값은 넘는데? 이 아줌마는 게임 센스가 오지고 지려요.”

“아닛! 게임에 그만큼이나 현질한 것도 자랑하지 말라고! 엄마가 그러고 살면 자식들이 뭘 배우겠냐고!”

“내 자식? 흐음…….”

신기루 공작과 담소(?)를 나누던 최민서가 문득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게? 우리 아들이 나한테 뭘 배웠으려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랑 닮은 구석이 워낙 없는 녀석이라.”

[어머, 언니! 언니 아드님은 어떤 분이세요? 언니의 반만 닮았어도 어마무시하게 매력적이겠어요.]

바토리의 유령이 한껏 설레는 표정으로 최민서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왜? 관심 있으면 소개시켜 줄까?”

[어머나? 아드님이 저를 과연 감당할 수 있으실까요?]

“이런 젠장! 당연하다는 듯이 담소 나누지 말라고! 여기가 무슨 동네 카페도 아니고! 젠장, 전투 시작이다!”

캬아악!

크락! 캬오오!

결국 엄청난 물량의 괴물들이 온 사방에서 들이닥치며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신기루 공작들은 사력을 다해 놈들과 맞서 싸웠다.

“바토리! 우리도 전투 개시!”

[네엥!]

하하 호호 웃고는 있었지만, 최민서와 바토리는 이미 아까 전부터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특히나 최민서는 어느새 차 트렁크에서 완벽히 세팅된 타이어 갑옷을 갖춰 입고, 양손에는 살벌한 연장들을 들고 완전 무장이 되어 있었다.

[징벌의 채찍! 블러드 샤워!]

슈와아악! 

촤아악!

바토리는 최민서를 철저히 보호하며 짓쳐 들어오는 괴물들을 철저히 분쇄해 나갔다.

“자, 홍차!”

[넵!]

그리고 그녀가 지치는 타이밍에 맞춰서 적절하게 세계수 홍차를 지원해 주는 최민서. 

그리고 바토리가 체력을 회복하는 틈을 만들어 주기 위해, 괴물들의 눈에 기름을 뿌리고 화염 스프레이로 일시적으로 시선을 끌었다.

화르륵!

그리고 등에 멘 기관총을 휘리릭 돌려 맨 뒤 거침없이 쏴 갈겼다.

투타타타탕! 

캬악!

물론 이런 물리적인 공격은 괴물들에게 큰 피해를 주기 힘들었다.

몸속에 손톱만 한 총알이 박혔다고 죽어 버리는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른 괴물들이었기에.

하지만 시간을 끄는 게 목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지원 사격이었다.

[회복 끝! 저 다시 출동해요!]

“오케이! 다시 공수 교대!”

최민서는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몸놀림과 센스를 보이며 바토리를 지원했다.

그리고 바토리에겐 최민서가 자신에게 보여 주는 진심 어린 신뢰 덕분에 현실에 더욱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후원인가!’

전투 중임에도 불구하고 신기루 공작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손발이 착착 맞는 둘의 모습에서 그동안 그들이 이런 수라장을 얼마나 많이 헤쳐 나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진짜 목숨을 걸어야겠는데?”

[그러게요. 이번엔 놈들이 진짜 작정하고 몰려왔네요.]

역부족이었다.

신기루 공작들까지 합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벌이밖에 되지 않았다.

[야! 너 너무 약하잖아!]

“아, 어쩌라고! 모래로 된 하수인에게 내구력을 바라냐!”

[환상이라도 덧입혀 그럼!]

“이미 하고 있단 말이다!” 

신기루 공작은 이미 여기서 더 많은 괴물들이 추가되지 않게 도시 주변에 모래 결계를 몇 겹이나 둘러싼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결계 안으로 들어와 버린 놈들을 막아 내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목숨을 걸어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은 점점 지쳐 갔고, 포위망은 점점 좁아졌다.

“크르륵…….”

“아이고야. 여기까지 와서 죽기는 좀 아까운데.”

그 포위망 한가운데서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최민서는 이마의 땀을 호쾌하게 훔치며 신기루 공작에게 물었다.

“신기루야, 너 혹시 숨겨 둔 비밀 통로 같은 거 없니?”

“……이 사막 도시 전체가 저에겐 숨겨 둔 비밀 통로였단 말입니다. 우린 다 죽었어요. 그러게 왜 나까지 끌어들여서는.”

신기루 공작의 얼굴엔 이미 체념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에 최민서는 히죽 웃으며 물었다.

“그러게, 그건 진짜 미안하네. 그래도 홍차는 맛있었지?”

“……뭐, 끝내줬죠.”

그녀의 말에 픽, 웃고 마는 신기루 공작이었다.

“제가 어디서 또 세계수로 만든 차를 마셔 봤겠습니까? 에이, 어쩐지 오늘따라 운수가 좋더라니…….”

그는 이미 자신의 죽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쿠궁. 쿠궁.

이놈들 말고도 이미 아까 전부터 이곳으로 진짜 엄청난 기운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쿠궁. 쿠궁.

발밑에서 느껴지는 심상찮은 진동이 그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었다.

[……언니, 아무래도 우리가 여기서 간신히 도망친다 해도 지금 다가오는 놈에게선 절대 못 도망칠 것 같은데요?]

내내 웃으면서 괴물들을 무참히 학살하던 바토리도 어울리지 않게 잔뜩 겁을 집어먹은 얼굴이었다.

최민서가 물었다.

“그렇게나 엄청난 놈이야? 우리는 유럽에서 별별 놈을 다 봐서 어지간하면 안 놀랄 자신 있잖아?”

[그런 수준이 아니에요. 정확히는 표현 못하겠지만, 이건…… 조금 달라요.]

최민서가 애써 농담을 해 봐도 바토리는 표정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큰 위협이 뭐가 중요하랴.

이미 죽음은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때마침 가까스로 유지되던 포위망이 확 좁혀지며 수백 마리의 괴물들이 최민서와 바토리, 신기루 공작을 덮치고 말았다.

캬아악!

“……!”

[언니는 안 돼!]

그 절체절명의 순간.

쿠궁!

“……!”

후와악!

갑자기 엄청난 바람이 확 솟구치며, 하늘을 가리고 있던 모래 장막이 빨려 올라갔다.

고오오-!

그리고 천지를 진동시키는 거대한 포효가 울려 퍼지며, 태산 같은 거대한 그림자가 사막 도시 위로 드리워졌다.

“와우.”

고개를 치켜든 최민서의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때마침 팔을 물어뜯겨 바스러지고 있던 신기루 공작도 눈이 휘둥그레 커지고 말았다.

“……신인가?”

신.

다른 표현은 생각나지도 않았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모래 괴수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 괴수의 배꼽 부근에서.

타이탄을 조종하고 있던 정다운은 돌아가는 상황을 바로 파악하고 말았다.

“……어머니 빼고 다 묻어 버려.”

고오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정한 재앙이 시작되었다.

정다운이라는 이름의 재앙이.

그리고.

“……흠흠. 어머니 안녕하셈?”

……!

어느새 흑토끼로 변신한 토끼가 생글생글 웃으며, 최민서와 바토리의 사이에 서 있었다.

너무 높아서 정다운을 볼 수도 없었던 최민서는 당황하며 물었다.

“어머니…… 라니? 너는 누구니?”

“흑토끼랍니당. 댁 아드님이 저한테 신세 많이 지고 있어요.”

“내 아들?”

[언니! 위험해요! 내가 지켜 줄……!]

오싹.

최민서를 지키겠다며 달려온 바토리는 흑토끼를 본 순간,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리고 말았다.

고양이를 마주친 쥐처럼.

바토리를 발견한 고양이, 아니 흑토끼가 슬쩍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헤에, 너 혹시 주인 필요하니?”

[아, 아뇨…….]

저도 모르게 눈을 내리깔게 되는 바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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