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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리셋 (189)화 (189/393)

<던전리셋 189화>

쭉쭉 들어오는 생명 에너지 덕분에 정다운은 성공적으로 호박마차(?)를 하늘 신전까지 이동시킬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인터넷 개인 방송이라도 보듯 멍하니 미니맵 앞에 앉아 오동민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구경했다.

딱히 그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미니맵에 갑자기 이상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괴물을 뜻하는 빨간 점들이 틈새 신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점점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이 지역이 원래부터 해골 병사들로 득실거리던 곳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비정상적으로 꾸역꾸역 모여드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뭔가 이상해요! 무슨 일인지 내 눈으로 직접 봐야 속이 시원하겠음!]

틈새 신전에 도착하자마자 토끼는 같이 돌아온 정다운을 뒤에 남겨 두고 곧장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느덧 시간은 어둑어둑한 밤이 되어 있었고, 하늘에선 여전히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몸이 젖는다며 투덜댈 법도 한데 토끼의 표정은 심각했다.

자신이 아는 바로는 던전은 언제나 한결같아야 했다.

전에 없던 특별한 상황 같은 건 존재해선 안 됐다.

그런데…….

[히익? 쟤네 뭐 하는 거야?]

토끼는 경악했다.

키키키키!

까득 까드득!

떨그럭 떨그럭!

그곳엔 정체불명의 거대한 탑이 점점 세워지고 있었다.

이쯤 되니 틈새 신전을 해골성이라 부르기도 어려웠다.

대체 어떤 영문인지…… 수백 수천의 해골 병사들이 한 곳에 모여들어, 서로의 몸을 합쳐 해골로 된 거대한 요새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   *   *

[이건…… 좋지 않군.]

자신의 스테이지로 돌아가려던 루갈은 먹구름이 가득한 틈새 지역을 굳은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여튼…… 도우미가 없는 땅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그렇지 않나?]

그가 무심히 옆을 돌아보자, 그곳엔 한달음에 날아온 토끼가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앗! 범인이 여기 있었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임?]

토끼의 몰아가기에 루갈은 혀를 차며 대꾸했다.

[쯧. 내가 한 일이 아니다. 원인이 있다면 오히려 네놈들에게 있겠지.]

[우리가 뭐요?]

[그럼 설마 사람들이 생명의 용에게 제물을 바치는 모습을 이 저주받은 땅이 좋아할 거라 생각했나?]

[…….]

토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던전은 항상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다.

거기에 오차는 있을지언정 오류는 존재해서는 안 됐다.

하지만 이곳 틈새 지역은 엄밀히 말하면 제대로 된 던전이 아니었다.

따라서 리셋도 없었다.

[종말이 리셋되지 않는 지역이라는 말은 곧, 종말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뜻이지. 바로 그런 곳에 너희는 터를 잡은 것이다.]

[……그래서 종말의 용이 화가 난 거임? 제물은 저번에도 바쳤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버럭 했다고요?]

[언제나 종말은 갑자기 찾아온다. 그리고 이미 징조는 전부터 있지 않았나?]

그 말에 움찔하는 토끼였다.

그러고 보니 처음 이 땅에 생명의 신전을 세웠던 날 땅 속에 있던 해골 병사들이 일제히 기어 나왔었다.

그 다음 단계의 종말이 바로 오늘이라면 그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바분이 남기고 간 저주?

바분이 파괴한 제4 던전?

변해 버린 날씨?

균형을 잡아 줄 도우미의 부재?

기타 등등?

[……이유가 너무 많아서 탈이네.]

토끼는 한숨을 내쉬었다.

징조는 이미 충분히 누적되어 있었다.

다만 오늘 있었던 일이 그 마지막 방아쇠가 되었을 뿐.

아무튼 당장 문제는 저 수상하기 짝이 없는 해골 요새였다.

까득! 까드득!

[님, 지금 보고 있죠?]

토끼의 귓말에 정다운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니맵을 통해 그는 용의 사도뿐만 아니라 토끼의 주변 상황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응. 저 탑이 완성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 거지? 지금이라도 중간에 부숴 버릴까?”

[이미 늦었어요. 이미 거의 다 완성됐고, 문제는 이 한 채가 끝이 아니에요.]

까드득! 키키키키키!

해골 요새는 하나가 아니었다.

틈새 신전을 중심으로 무려 4채의 해골 요새가 지어지고 있었다.

마치 틈새 신전을 놓고 공성전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누가 이름이 해골 병사 아니랄까 봐, 전쟁이라도 준비하는 건가?”

정다운은 참가자들을 모두 끌고 밖으로 나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튀어나가고 싶어도 날이 너무 어둡고 비를 맞으면 골렘들의 몸도 물렁해질 것 같은 날씨였다.

또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일단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게 뭡니까?”

틈새 신전의 위에서 참가자들은 뒤늦게 해골 요새를 발견하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밖은 지옥이었다.

비가 내리는 어둑한 밤.

그 아래 수많은 해골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탑을 쌓아 가는 광경은 마치 지옥도의 한 장면처럼 너무나 그로테스크하고 공포스러웠다.

앞서 있었던 식량을 놓고 벌인 신경전들도 압도적인 공포 앞에선 모두 초라해졌다.

이 와중에 상황을 전혀 모르는 오동민이 반갑다며 정다운의 등에 매달려 있었지만 지금은 해후를 즐길 때가 아니었다.

“……가 아니라! 너 왜 이렇게 무거워!? 두 번 반갑다간 목이 부러지겠네!”

“으하하. 겉보기만 이렇고 몸무게는 그대로라서요.”

결국 못 참고 버럭 하는 정다운을 보면서도 마냥 반갑다며 자지러지는 겉보기만 미소년인 오동민.

아직 ‘다이어트’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으나, 그 압도적인 몸무게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정다운은 외뿔 멧돼지의 기운까지 써야 했다.

“안 되겠다. 일단 어두우니까 불이라도 밝혀야겠어. 게이트 설치!”

[게이트를 설치합니다.]

번쩍!

게이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문어 골렘이었다.

겉표면이 온통 태양석으로 도배되어 있다 보니, 등장과 함께 어두웠던 밤하늘에 문어 모양의 달이 생겼다.

하지만 이걸로도 부족하다 여겨 그가 부유석과 태양석을 잔뜩 꺼냈다.

“공중 계단! 공중 계단!”

사방팔방 조명을 띄워 올리는 정다운.

그러자 스산한 어둠으로 가득하던 틈새 지역에 갑자기 부처님 오신 날처럼 연등 축제가 시작되었다.

“갑자기 밝아졌어……!”

“이건 무슨 스킬이지?”

그런 정다운을 쳐다보는 참가자들 눈에 경외감이 떠올랐다.

이미 그가 제단 위에서 빛과 함께 등장한 시점에서 오늘은 이미 부처님이 아니라 정다운 오신 날이었다.

“좋아. 이제야 좀 제대로 보이네.”

정다운이 사방에 불을 밝힌 순간, 막 첫 번째 해골 요새가 완성되었다.

[뭐가 안에서 나오고 있어요!]

토끼의 경고성과 함께 해골 요새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그런데 다리가 2개가 아니었다.

따그닥 따그닥.

“……말?”

정다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존재는 뼈로 된 거대한 말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위에 누가 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수천 개의 뼈로 이루어진 갑주를 입은 ‘해골 기사’가 길고 거대한 뼈창(Bone Lance)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루갈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다크 나이트? 놀라운 일이군. 설마하니 병사들 스스로가 요새를 세워 기사를 소환할 줄이야.]

해골 기사 다크 나이트의 위용은 실로 엄청났다.

해골 병사들의 몸이 합쳐져 만들어진 거대한 몸과 그 안에서 도깨비불처럼 꿈틀거리며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검은 사기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아, 악마다.”

“맙소사. 진짜 악마가 나타났어…….”

참가자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죽음을 직면한 근원적인 공포가 그들의 정신을 옥죄어 온 것이다.

그때였다.

삐이이익-!

“……!”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정다운이 비명초를 하나 꺼내 얼굴에 딱밤을 때리자 세상 원통한 비명 소리가 사람들의 정신을 번쩍 깨웠다.

“정신 차려요! 지금 저놈, 이쪽으로 쳐들어온다고요!”

“헉!?”

정다운의 외침에 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무기를 꺼내 들었다.

해골 기사가 무서운 기세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크하아아!”

놈의 거대한 뼈창이 틈새 신전을 박살 내 버릴 기세였다.

여기가 무너진다면 그 순간 사방에서 해골 병사들이 몰려들 것이고, 그러면 전투가 더욱 어려워질 게 분명했다.

이렇게 압도적인 수적 열세 속에서 난전에 들어가게 되면, 가장 방어력이 약한 참가자들부터 하나둘씩 죽어 갈 테니 말이다.

힘에 부칠 때면 뒤로 빠질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만큼은 지켜 내야 했다.

“신전을 지키자!”

“절대 성벽이 무너지면 안 돼!”

그들은 가장 먼저 원거리 스킬을 퍼부어 해골 기사의 접근을 저지시켰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놈은 엄청난 속도와 도약력으로 모든 공격을 피해 내고 계속 돌진해 왔다.

심지어 무섭게 휘둘러지는 뼈창에 맺힌 검은 오러가 스킬들을 튕겨 내거나 파괴했다.

“아, 안 되겠다! 나가서 싸우자!”

“접근하지 못하게 해!”

“원거리는 뒤에서 엄호만 해 줘요!”

결국 참가자들은 앞다투어 밖으로 뛰어내렸다.

표정들은 하나같이 공포에 젖어 있었으나, 살기 위해서는 나가 싸워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알파는 조금 흐뭇했다.

<감개가 무량하군요. 에르테아여! 어느덧 생명의 신전을 지키려는 일반 백성들이 이렇게 늘어났습니다.>

“시끄러워! 지금 혼자 감동할 때냐고!”

알파를 힐난하며 정다운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크하아!”

쿠와앙!

해골 기사는 진정으로 강했다.

갑자기 평화롭던 틈새 지역에 최종 보스가 난입한 격이었다.

그 압도적인 힘에 휘말린 참가자들은 속절없이 허수아비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해골 기사는 지금까지의 최종 보스들처럼 홀로 싸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기사’였고, 병사들을 통솔하는 장군이었다.

“크하아! 병사들이여! 돌진하라!”

[히익? 갑자기 말까지 한다고?]

토끼는 경악하며 재빨리 정다운 쪽으로 도망쳤다.

해골 기사의 명령에 근처에 있던 해골 병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린 것이다.

그동안은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서로를 밟고 밀치는 오합지졸이었다면, 그들을 통솔하는 기사가 생긴 순간 제대로 된 진영을 갖추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키키키키!

“……맙소사. 이거 진짜 전쟁이네. 그런데 요새 3개 더 있잖아?”

정다운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머지 해골 요새들이 더 신경이 쓰였다.

눈앞의 전투는 일단 참가자들에게 맡긴다 해도, 여기서 더 적이 추가되는 건 원치 않았다.

“저거라도 먼저 부수고 있어야겠다.”

그는 골렘들을 꺼내기 시작했고, 알파가 우려의 말을 했다.

<아무리 철갑으로 무장된 골렘들이라도 비에 맞으면 방어력이 대폭 내려갈 겁니다.>

“나도 알아. 그보다 저번에 얻은 아이템 중에 ‘방수’ 옵션 달린 것 있었지?”

<설마 골렘들을 전부 강화하실 겁니까?>

알파의 물음에 정다운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많이 벌었으면 좀 써야지 않겠어?”

그는 부랴부랴 제단으로 내려가 소지품에 있는 범독수리의 사체들을 전부 꺼내기 시작했다.

“제물을 바칩니다.”

<……네.>

꿀꺽, 꿀꺽!

그는 철갑 골렘들을 전부 방수처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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