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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리셋 (146)화 (146/393)

<던전리셋 146화>

참고로 던전 콩의 위력은 풀파워로 던지는 야구공 수준이다.

하지만 크기가 거대해진 바분에게는 겨우 비비탄 총 수준의 위력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비비탄 총의 숫자가 수백 개라면 어떨까?

게다가, 그 비비탄 총이 하필이면 불법 개조까지 해서 고통이 뼛속까지 울린다면 어떨까?

정다운이 받았던 업적 ‘해골 파괴자’의 보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해골 파괴자!”

혼자의 힘으로 해골 병사 1천 명을 파괴했습니다! 당신의 놀라운 업적에 던전이 경의를 표합니다.

- 보상 : 뼈를 2배로 더 잘 부수게 됩니다.

참고로 이 업적 보상은 스킬에도 적용된다.

그런데 이 던전 콩들은 전부 정다운의 ‘함정 설치’ 스킬로 만든 것들 아니던가.

던전 콩은 바분의 뼈에 2배의 충격을 가하고 있었다.

투다다다다!

[크헉! 크악!?]

전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바분은 온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괴로워했다.

[꺄하핫, 춤 잘 추시네! 화끈하다!]

토끼가 발을 동동거리며 좋아했다.

화려한 춤이었다.

등과 엉덩이에 새빨간 불까지 훨훨 타오르고 있어서 더욱 화려함이 빛을 발했다.

바분은 미칠 것 같았다.

투다다다다다!

[크아악!]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야……!’

꼴사나워도 일단 이 자리를 모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날아가자!’

그는 평소대로 비행 마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몸이 불타는 고통 때문에 정신 집중이 자꾸 흐트러졌다.

그 탓에 마법 사용에 자꾸 실패했다.

차라리 몸을 움직여 도망치는 게 더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았다.

던전 콩들이 계속해서 무릎이나 뼈 관절들만 집중적으로 후려치는 바람에 자꾸만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다.

우연치곤 절묘했다.

애초에 우연이 아니었다.

“내가 활을 못 쏘지, 함정까지 못 쓰는 건 아니란 말이지!”

정다운은 눈을 부릅뜨고 바분의 몸에 ‘과녁’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지금 바분의 몸에는 수백 개의 빨간 점들이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윽, 이러다 눈 빠지겠네.”

실은 아까부터 정다운은 거대한 바분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있었다.

실험 주제 : 무릎 반사

- 고무망치로 무릎을 때리면 반사작용으로 저절로 다리가 튕겨 나오는 지점이 있다.

그런데 그 지점이 무릎 외에 다른 곳에도 있을까?

실험을 통해 직접 찾아보기로 하자.

찾다 보니 재밌었다.

“여기도 있네? 저기도네?”

투다다다다!

[크악! 크아악!]

실험 결과, 바분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각기 춤과 어깨춤을 우줄우줄 추고 있었다.

그 춤사위에 토끼는 기분이 짜릿했다.

전신의 털이 쭈뼛 설 정도로.

[으히히, 이게 꿈이라면 절대 깨지 마라!]

토끼는 떠올렸다.

도우미가 되면서부터 끊임없이 틈만 나면 바분에게 괄시당하던 모든 순간들을.

틈만 나면 갈구고.

트집을 잡아 협박하고.

저 거대한 덩치와 힘으로 압박하며 공포를 조장하던!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 과거 직장 상사 바분에게!

토끼는 지금 수백 개의 비비탄 총을 무차별로 쏴 재끼고 있는 중이었다.

[이, 이렇게 고소할 수가!]

“훗. 내가 좀 고소하게 싸우지.”

정다운이 코를 쓱 훔치며 코를 킁킁거렸다.

실로 고소한 싸움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던전 콩들이 불에 볶아지고 튀겨지며 냄비에, 아니, 마을 전체에 엄청 고소한 냄새가 차오르고 있었다.

“끝나고 다 주워 먹어야지.”

정다운은 군침을 삼키며 바분에게로 다시 눈을 돌렸다.

이렇게 쉽게 끝날 수만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바분은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다.

지금은 승기를 잡고 있어도,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상황은 뒤바뀔 수 있었다.

결국 그의 분노가 절정에 달했다.

[크아악! 이, 이놈드을!]

갑작스런 공격에 맥을 못 추고 당해버렸지만, 이까짓 고통쯤이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죽일 것이다!

콰앙!

바분이 두 주먹으로 바닥을 후려쳤다.

결국 평소에 중시하던 체면을 다 버리고 네발로 엎드린 것.

그러자 기름에 불타고 있는 넓은 등판 위로 모든 던전 콩들이 집중되었고.

그 순간 처음으로 그의 두 팔과 다리가 고통에서 자유로워졌다.

[크륵! 다 부숴 주마!]

콰앙!

바분의 몸이 불길을 가르며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목표는 성벽!

불화살이 날아오는 저 높은 전망대!

[히익? 오, 온다!]

자신을 똑바로 노려보며 돌진해 오는 바분을 본 토끼의 눈이 커졌다.

[토끼, 이노옴!]

그의 길고 굵은 팔이 채찍처럼 휘몰아치며 전망대를 후려갈겼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일어나서 막아!”

“크워어!”

콰쾅!

정다운의 외침에 갑자기 철갑 골렘이 불쑥 나타나 바분의 앞을 막아섰다.

콰아앙!

[골렘이라고!? 이런 곳에 왜!]

자신의 몸으로 성벽을 보호하는 철갑 골렘을 보며 바분은 당황했다.

안 그래도 골렘에는 가슴 아픈 추억이 있었다.

그게 바로 이놈들인 건 추호도 몰랐다.

“지금이다! 다들 나와!”

정다운이 모든 골렘들을 불러냈다.

처음부터 마을 곳곳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흙더미가 듬성듬성 쌓여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틈새 지역이 애초에 평지도 아니고 언덕 같은 건 어디에나 많았으니까.

그런데 그 모든 언덕들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그 안에서 지금까지 얌전히 누워 있던 철갑 골렘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크워어!”

“오옴! 오옴!”

[이 무슨……!]

바분은 자신을 향해 모여드는 골렘들을 보며 몹시 당황했다.

하지만 이까짓! 골렘들에게 겁먹을 바분이 아니었다.

[크아아!]

콰앙! 콰쾅!

성난 개코원숭이의 모든 분노가 골렘들에게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실로 엄청난 괴력!

채찍처럼 휘감기는 놈의 주먹질에 철갑으로 무장된 골렘의 몸이 종잇장처럼 우그러졌다.

콰직! 콰앙!

“크워억!”

정다운은 새삼 놀랐다.

‘와……. 흙 골렘이었으면 순삭이었겠는데?’

하지만 자신의 골렘들은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 근성가이들이 아니던가!

어차피 골렘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하나였다.

탱커는 탱커답게!

바분이 여기서 도망 못 치게 발을 묶는 것!

“계속 몰아붙여! 물고 늘어져!”

“오오옴!”

[이, 이런 제기랄! 크아악!]

바분은 자꾸 몰려드는 골렘들을 우악스럽게 밀쳐 내며 짜증을 토로했다.

더 문제가 뭐냐면, 지금 이 순간도 그의 몸은 불타고 있었고 그 쓰라린 화상 위로 던전 콩들이 난사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황은 정말 최악이었다.

사방이 적이었고, 퇴로조차 막혔다.

류승우에게 입은 피해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던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남아 있는 마력도 거의 없어 마법조차 사용하기 힘들었다.

이 상태라면 지금 자신은 도우미 바분이 아니라, 그냥 덩치만 큰 원숭이나 다름없었다.

생명의 위기가 느껴지자, 바분은 최후의 방법을 떠올렸다.

바로 제단!

‘그렇지! 아직 던전이 덜 완성되었다! 제단의 힘으로 던전에 마법을 걸자!’

던전의 환경을 바꿔서 이 난관을 타개하는 것이다!

어떤 마법이 좋을까?

바분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마력이 부족해서 마법을 신중히 골라야 했다.

‘일단 불부터 끄자! 그래야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토끼의 말은 정확했다.

바분에겐 다른 무엇보다도 몸이 불타는 고통이 가장 참기 힘들었다.

그 끔찍한 고통 때문에 자꾸만 마법을 실패했다.

하지만 제단 사용은 가능했다.

제단을 매개체로 사용하는 마법은 사실상 ‘스킬’에 가까웠으니까.

번쩍!

바분이 고통을 감내하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손에 들린 제단 위로 마법진이 연성되었다.

[비바람아 몰아쳐라! 레인 샤워!]

“……어?”

정다운은 깜짝 놀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쿠르릉!

그 순간 하늘 위로 새까만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틈새 지역, 아니, 틈새 던전의 도우미 바분이 선언했다.

[이제 이 땅은 영원토록 비가 내릴 것이다!]

마법이 완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후두둑.

하늘에서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라고?”

손바닥을 펼쳐 비가 내리는 걸 확인한 정다운.

깜짝 놀라 토끼를 쳐다보며 물었다.

“야! 쟤 진짜 바보였어!?”

[으악! 큰일 났다! 비를 내리다니! 이러다 불 다 꺼지겠음!]

“…….”

아니구나. 얘도 바보였구나.

정다운이 말했다.

“너, 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물 뿌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갑자기 그걸 왜 물어요! 빨리 무슨 수를 좀 내 보라고요! 불 꺼지면 쟤 분명 비행 마법으로 도망갈 거라고요!]

그때였다.

타닥, 타닥!

[으응?]

빗물이 한 방울씩 땅 위로 떨어지자 그곳에 있던 기름들이 반발하며 사방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타닥! 타닥! 타다닥! 파바바박!

아니, 엄청나게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어?]

그리고.

화르륵! 확! 화아악!

점점 거세지는 빗물이 순식간에 끓어오르며 고온의 수증기가 되어 바분의 몸을 덮쳤다.

[……!]

불이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이 더욱 크고 거칠게 불길이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크어억!? 뭐, 뭐냐! 왜 불이 안 꺼지는 거냐고!]

그 한가운데서 바분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뭐야! 비가 오면 그 큰 산불도 꺼지는데, 설마 이 불은 설마 지옥에서 소환된 불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토끼도 놀란 눈으로 정다운을 쳐다 봤다.

[저, 저거 왜 저럼?]

“……그러니까 진짜 위험하다고. 끓는 기름에 물을 뿌리면.”

정다운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바보들 천지였다.

아무래도 종말의 용은 도우미들 뽑으면서 과학 시험은 안 봤나 보다.

“아니, 이런 건 과학도 아니고 그냥 집안일이잖아? 이게 뭐라고……!”

[아무튼! 이때예요!]

토끼가 재빨리 소리쳤다.

그 말에 이때까지 지하 신전 통로에 몸을 숨기고 있던 석정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우…….”

화염충 능력자 석정호.

그에겐 불에 대한 피해를 방어하는 스킬이 있었다.

“나 진짜 버리는 패인가…….”

석정호는 덜덜 떨며 바분을 향해 다가갔다.

불은 안 무서워도, 도우미는 무서웠다.

아니, 도우미가 아니더라도 부하들의 도움 없이 저 거대한 괴물을 혼자 상대하는 건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젠장.”

그는 지옥 같은 불길을 뚫고 터벅터벅 바분을 향해 다가갔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자신의 역할이 중요했다.

“소, 소지품.”

그가 마른침을 삼키며 소지품에서 식칼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미리 정다운에게 건네받은 ‘도살자의 칼’.

공격한 상대의 체력을 빼앗아 오는 흡혈 옵션이 걸려 있는 무기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바분에게 이 무기로 공격을 한다면 정말 완벽한 결정타가 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아무리 좋으면 뭐 하나?

사정거리가 극단적으로 짧아서 진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을.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림자 비술.”

딸랑.

이 순간만 기다리고 있던 정다운이 성벽 위에서 그림자 팔찌를 흔들었다.

그러자 석정호의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그림자 하인들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석정호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정다운의 그림자.

석정호의 임무는 처음부터 바분의 앞까지 정다운의 그림자를 안전하게 배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쉼터.

혹시나 그림자 하인들의 몸이 터지더라도 바로 옆에 있는 석정호의 그림자 속으로 언제든 도망칠 수 있으리라.

불길 한가운데 서 있는 석정호의 어두운 그림자는 그림자 고양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환경이었으니 말이다.

정다운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하인들에게 명령했다.

“도축 시작.”

니야앙!

그림자 하인들은 석정호에게서 받아 든 도살자의 칼을 거침없이 바분의 몸에 꽂아 넣었다.

푹! 푹!

[크아악!]

언제나 힘을 탐하던 바분의 몸에서 힘이 쭉쭉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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