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리셋 (27)화 (27/393)

<던전리셋 27화>

정다운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메시지 창을 쳐다봤다.

“스킬 확인.”

<스킬>

정화 (초급 7레벨)

흙 뭉치기 (MASTER)

외뿔 멧돼지의 기운 (7레벨)

전망대 (1레벨)

온돌 (1레벨)

돌 깨기 (1레벨) NEW

- 돌을 잘 깰 수 있다.

“와, 진짜……. 이젠 하다 하다 별게 다 생기네.”

가장 하단에 새로 생겨난 스킬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스킬 설명도 그렇고, 흙 뭉치기 스킬이 생겼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돌을 깼으면, 결국 스킬이 생겨버린 것이다.

“어떻게 쓰는 거지? 음, 돌 깨기!”

돌 위로 손을 올리고 스킬을 써 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먹으로 때려야 하나? 돌 깨기!”

딱.

“윽!”

손만 아프고 돌은 안 깨졌다.

그럼 역시 이것밖에 없다.

원래 하던 대로 쇠꼬챙이를 대고 메탈 해머로 두드렸다.

“돌 깨기!”

따앙.

그 순간 쩌적! 하고 돌이 반으로 쪼개졌다.

“오! 오오오!?”

정다운은 깔끔하게 두 쪽이 난 돌을 양손에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훌륭하다!”

이렇게 쉽게 돌이 깨지다니!

깨진 단면도 세상 깔끔했다!

힘을 세게 두드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럴 수가!’

눈물이 피잉 돌았다.

석기 시대 크로마뇽인처럼 쪼그려 앉아 깨작깨작 돌을 쪼던 그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건…… 진짜 훌륭하다! 진짜 진짜 훌륭하다-!”

“뽀뀨? 뽀뀨, 뽀뀻!”

주인이 흥분하자 영문도 모르고 쫑쫑 뛰며 같이 기뻐해 주는 뽀뀨.

정다운은 신이 나서 다른 돌에도 스킬을 써 봤다.

“돌 깨기! 돌 깨기! 돌 깨기!”

따앙! 땅! 땅!

쩌적! 쩍! 쩍!

메탈 해머가 휘둘러질 때마다 돌이 계속 깨져 나간다.

“오오오!”

진화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진화였다!

흙이나 뭉치며 놀던 원시인이, 드디어 석기 시대로 진화하고 만 것이다!

더 큰 바위에도 스킬을 써 봤다.

“돌 깨기!”

쩌적!

쇠꼬챙이 끝에서부터 금이 갈라지며 바위 모서리가 사선으로 쪼개졌다.

크기가 커서 두 쪽 내는 건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한 번에 안 되면 몇 번 더 두드리면 되는 것이다!

정다운은 돌 깨기 스킬의 진가를 알아봤다.

돌 깨기 스킬은 기본적으로 흙 뭉치기 스킬과 비슷한 계열의 스킬이었다.

돌을 깨는 데 힘도 전혀 들지 않았고, 깨지는 각도와 면적을 조절할 수도 있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큰 돌도 쪼갤 수 있겠구나!’

스킬까지 생겼으니 정다운은 의욕적으로 주먹 도끼를 만들기 시작했다.

“돌 깨기! 돌 깨기!”

땅! 땅! 땅!

한 시간도 안 되어 주먹 도끼 하나가 만들어졌다.

“세상 편하네!”

돌 깨기 스킬 만세였다!

정다운은 순식간에 나머지 주먹 도끼들도 싹 완성시켜버렸다.

그 후로도 신이 나서 요리조리 다양한 방법으로 돌 깨기 스킬을 시험해 봤다.

그 결과, 돌 깨기 스킬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1) 일단 돌보다 단단한 걸로 두드려야 했다.

쇠망치라든가, 쇠꼬챙이라든가 아무튼 돌보다 강한 걸로 때려야 스킬이 발동했다.

2) 장비가 무거울수록 잘 깨졌다.

쇠꼬챙이나 도축용 나이프 같은 걸로 두드리면 세밀한 조각은 가능하지만 깨작깨작 깨졌다.

역시 가장 효율적인 건 쇠꼬챙이로 방향을 잡고, 그 위에 메탈 해머 같은 무게감 있는 장비로 충격을 줘야 팍팍 깨졌다.

사실 이건 정과 망치를 이용한 일반적인 돌조각 방식이지만, 스킬을 쓰면 들인 힘에 비해 그 효과가 파격적으로 잘 깨졌다.

지금까지 스킬 없이 돌을 깼을 땐, 망치질 한 방에 쌀 한 톨 크기만큼의 돌가루가 깨져 나오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스킬 한 방에 쩍쩍! 팍팍! 그 극명한 차이가 정다운에겐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었다.

3) 돌이 깨지는 방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스킬을 계속 쓰다 보니, 돌 표면에 닿는 쇠꼬챙이의 각도에 따라 어떤 식으로 돌이 갈라질지가 본능적으로 예측이 되었다.

이 감각은 더 연습할수록 발달될 것 같았다. 혹은 레벨이 오르거나.

4) 그럼 만약 쇠꼬챙이 없이 메탈 해머로만 돌을 두드리면 어떻게 될까?

직접 해 보니 상당히 비효율적이었다.

방향 상관없이 그 부위가 박살이 났는데, 효과도 비효율적이고 돌을 깨는 속도도 느렸다.

별 소득도 없이 돌가루가 먼지만 날렸다.

‘응? 이건 어쩌면 의외로……?’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큰 바위를 깰 때는 비효율적이지만, 작은 돌멩이에 스킬을 쓰면 어떻게 될까?

“돌 깨기!”

쾅!

메탈 해머를 내리치자 돌멩이가 박살 나며 여러 개의 자갈들로 쪼개졌다.

“돌 깨기! 돌 깨기!”

그 자갈들 위로 또 스킬을 걸자 거기서 더 산산조각이 나며 더 작은 알갱이들로 나뉘었다.

그렇게 한참을 더 반복하고, 나중엔 망치를 이용해 맷돌처럼 들들 갈고 빻았더니…….

“휴, 됐다. 꽤 걸리네.”

결국 그의 손엔 입자가 고운 ‘돌가루’ 한 줌이 쥐어져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이 상태를 가리켜, 전문 용어로 ‘모래’라고 부른다.

이 정도 고운 모래라면 흙 뭉치기가 통하지 않을까?

모래사장에서 모래성 쌓고 노는 것도 결국 다 뭉치는 거 아니겠는가.

“흙 뭉치기!”

꾸왁!

그의 손에서 ‘모래 벽돌’이 뭉쳐졌다!

대성공!

<소지품>

모래 벽돌(1), 흙벽돌(99),

흙벽돌(99), 흙벽돌(99)…….

“우오오! 됐다! 으하하!”

정다운은 엄청나게 흥분해서 환호성을 질렀다.

돌을 흙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돌처럼 뭉친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기쁜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감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신이 나서 몇 번이고 돌을 가루 내고 다시 하나로 뭉쳤다.

그리고 감쪽같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돌멩이들을 양 손에 들고 흔들며 거만한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돌이 됐다! 으하하! 이게 바로 나다! 내가 바로 돌 깨기 장인이다!”

잔뜩 신이 나서 아무 말이나 막 내뱉었다.

하지만 마냥 우습게 볼 일은 아니었다.

돌 깨기 스킬은 이제 겨우 1레벨이었다.

마스터 레벨이 도달했을 때, 이 스킬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   *   *

이제 본격적으로 도마뱀 석상과의 전투를 앞두게 된 정다운.

그는 생각했다.

‘그놈을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릴라 골렘들이 다 주먹 도끼를 갖췄지만 이것만 가지고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핵을 보호하기 위해 납작한 석판으로 가슴 부위도 덮었지만, 이건 재생이 안 되니 겨우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흠. 석상이니까 돌 깨기 스킬로 놈에게 내가 직접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러나 이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체 그 거대한 놈을 언제 다 깨부수느냔 말이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놈은 비행 능력까지 있지 않은가!

‘차라리 돌 깨기 스킬도 생겼겠다, 그냥 싸우지 말고 땅 파고 지나갈까? 유적지 안까지 땅굴 파면 얼마나 걸릴까?’

자기가 뭐 언제부터 전투직이었다고, 무서운 괴물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최고였다.

돌 깨기 스킬이 생긴 이상 바위산에서 땅굴을 파는 것도 이젠 가능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나중에 스킬 레벨이 더 높아지면 몰라도, 지금 수준으로 유적지까지 돌을 깨고 가려면 최소 1년은 걸릴 듯.’

이것도 어림잡은 것뿐, 돌 깨기로 땅을 파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견적을 잡기가 힘들었다.

결국 위험하더라도 도마뱀 석상과 맞서 싸우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다.

‘역시 날아다니는 게 문제야.’

그때의 전투를 떠올렸다.

고릴라들이 달려드는데 단숨에 날아올라 피해 버린 석상.

가뜩이나 크기 차이도 심한데 날기까지 하니, 결국 전투 내내 자신의 흙 골렘들만 얻어터지는 구도였다.

‘기동력을 보완해야 해.’

날아다니는 석상을 쫓아다닐 수 있어야 이쪽도 공격을 할 수 있다.

‘차라리 골렘을 다 새로 만들까?’

코끼리도, 고릴라도 최대한 덩치를 크게 만든 것이었다.

당연히 기동력은 느릴 수밖에.

똑같은 출력의 핵을 가진 상태라면 덩치가 작을수록 빨라지지 않을까?

차라리 도마뱀 석상과 싸우기 좋은 형태로 다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켄타우로스로 만들자.”

사람의 상반신과 말의 몸통을 가진 그리스 신화 속의 종족.

켄타우로스야말로 기동성과 전투력을 모두 고려한 형태였다.

말처럼 빠르게 달리며 주먹 도끼로 공격하면 딱이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그어?”

“부오?”

정다운은 흙 골렘들을 폐기하기로 결심했다.

흙 뭉치기로 핵을 빼면 그만이었다.

“흙 뭉치기! 흙 뭉치기! 흙 뭉치기!”

우뚝.

핵이 제거되자 흙 골렘들이 정지했다.

평범한 흙 조각상이 되어 버린 것.

딱히 아쉬울 건 없었다.

무너지지 않게 안정적인 자세를 잡아 놔서, 언제든 핵만 꽂으면 다시 살아날 테니까.

“너희는 기념으로 여기다 전시해 두면 되겠다.”

혹시 아는가. 쥐떼들이 이 흙 조각상들을 보고 무서워서 도망갈지?

심지어 코끼리 골렘은 움직이지 않을 뿐이지, 이 상태로 계속 온돌방으로 쓸 수 있었다.

나중에 핵만 박아 넣으면 다시 운전(?)도 가능해지고 말이다.

정다운은 바로 새 흙 골렘을 만들기 시작했다.

“흙 뭉치기! 흙 뭉치기!”

마스터 레벨이 되면서 흙을 뭉치는 것이 훨씬 쉽고 자연스러워졌다.

그의 손이 닿자 흙덩이들이 스르륵 원하는 형태로 변해 갔다.

‘다리는 두꺼워야 몸을 지탱하겠지.’

두껍고 근육질의 말 다리가 만들어졌다.

‘몸통은 너무 크지 않는 편이 낫겠다.’

무게를 줄여야 했으므로 몸통은 비교적 작게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의 상반신은 중요하지.’

무기를 휘두르고 싸워야 하는 부위기 때문에 말의 몸통과 달리 튼튼해야 했다.

몸과 팔을 크고 두껍게 만들었다.

‘얼굴은 만들기 어려우니까 투구처럼 만들자.’

얼굴에 투구를 씌웠다.

그러자 모양이 조금 어색해서 아예 몸도 갑옷을 입은 것처럼 다시 만들었다.

“오!”

갑옷으로 중무장한 켄타우로스!

키 5미터짜리 켄타우로스도 굉장한데, 중무장까지 하고 있으니 더 위용이 대단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마지막으로 흙 골렘의 핵을 넣었다.

“살아나라!”

번쩍!

켄타우로스의 눈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업적 달성!>

“골렘 제작사!”

“오오옴!”

켄타우로스가 포효했다.

말 근육들이 생생하게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켄타우로스! 저기까지 달려 봐!”

“오옴!”

쿵!

그 말에 켄타우로스가 강하게 발을 구르며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오! 코끼리보다 빠른 것 같은데!?’

목적대로였다.

코끼리보다 거의 2배는 더 빨라진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코끼리보다 질량이 2배 정도 더 줄었기 때문이다.

“돌아와!”

“오옴!”

주인 말이 들리자 곧바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켄타우로스!

민첩한 흙 골렘을 만드는 것은 성공적이었다.

정다운은 곧바로 3기의 켄타우로스를 더 만들었다.

총 4기의 켄타우로스가 모이자 마치 기병대 같았다.

‘이제 하나만 남았구나.’

그런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하나는 내가 직접 타고 다닐 수 있는 놈으로 만들까?’

더 작게 만들면 더 빨라진다.

켄타우로스만으로는 도마뱀 석상과 싸울 때 한계가 있을 수 있었다.

주먹 도끼로도 치명타를 주지 못한다면…….

‘결국 내가 돌 깨기 스킬로 결정타를 먹여야 해.’

직접 전투에 참여하기로 한 만큼 켄타우로스보다 훨씬 더 빠른 탈 것이 필요했다.

쏜살같이 달리며 높게 점프도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

“……타조?”

뜬금없이 든 생각이었다.

탈 것 전용이기 때문에 크기도 클 필요가 없었다.

작아진 만큼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다.

머릿속에 타조를 타고 쏜살같이 치고 빠지는 그림이 그려졌다.

켄타우로스들이 시선을 끌 때 민첩하게 접근해 돌 깨기 스킬로 공격하는 전술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