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5화
[인과율을 비틀어 내 [종말]을 피했는가. 하지만…… 이미 늦었다. 종말은 이미 너희의 앞에 있노라.]
녀석의 몸이 더욱더 커졌다.
하나둘, 이 싸움에 동원된 헌터들이 [종말]에 삼켜진다.
그 상태로 녀석의 두 팔이 마법을 썼다.
달의 지면으로 불길이 생겨나 언데드를 불태우고, 리블의 사악한 마력을 태워 사라지게 한다.
[죽은 자들이여. 종말을 받아들여라. 너, 뒤틀린 자여. 종말을 받아라.]
녀석의 힘이 점점 증가한다. 리블이 그리고 아일이 와 주었는데도 안 되는 건가.
“젠장할! 저놈을 공략할 방법이 안 보이잖아! 여기까지 했는데도 안 되는 거냐!”
아일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종말 그 자체라……. 이거이거, 저와는 상성이 안 좋을 수도 있겠는데요?”
리블이 곤란하다는 듯 미소 짓고 있다.
그리고 나는 정면에 서서 [종말의 마왕]을 본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포기할 줄 아냐. 내가 여기서 포기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무척이가.
성광이가!
정지벽 씨가! 정비가 씨가! 별하나 씨가! 그리고 그 외의 많은 이들이 전부 죽어 버린단 말이다!
그렇게는 둘 수 없다!
그때.
한 가지를 떠올렸다.
그래. [종말]이 헌터들에게 찾아온다면…….
나에게는 따봉이 있다.
이거라면!
이거라면…….
된다!
“따봉. 사람들에게 투입! 목표는 [종말]을 이겨내는 것이다아아아!”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종말의 마왕]을 향해 뛰었다.
내가 가진 수십억의 따봉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동시에, [종말]이 깨어지는 소리가 났다.
가장 먼저 들린 것은 무척이의 목소리다.
“혀어어엉!”
무척이의 몸에서 전쟁 병기가 튀어 나오며 포신을 마왕 놈에게 향한다.
“여기는… 나는, 분명…… 꿈이었……. 형제님. 형제님은 어디?”
“뭐야! 마왕이잖아! 분명 내가 쓰러트렸… 정신 공격이었어!?”
“이건…….”
성광, 별하나, 정지벽이 깨어났다.
위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문 블레이드]가 움직인다.
하지만.
전부 깨어난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몇십여 명 정도.
내가 가진 수십억의 따봉을 전부 불태웠는데 이 정도인가!
하지만…… 이것으로도 희망은 있다!
“모두! 저놈이 마왕입니다! 놈은 사람들 개개인에게 [종말]을 심고, 행복한 꿈 속에서 죽게 만드는 자! 지금 쓰러트려야 합니다!”
내 외침에 정신을 차린 이들의 의식이 하나로 묶였다.
[유대의 연결 고리]가 활성화되고, 모두에게 내 의지를 내보인다.
[어리석은 발악일 뿐이로다!]
마왕의 네 개의 눈에서 광선이 번쩍인다.
그걸 멋지게 회피!
콰앙!
내가 있던 지면이 녹아내리면서 폭발했다. 그러나 마왕은 발을 내뻗으며 나를 향해 돌진해 온다.
그러자.
지면에서 타오르는 화염에 휘감긴 언데드 무리가 그 발에 매달렸다. 그리고 동시에 거대화한 마왕의 앞으로 수십만의 유령을 휘감은 리블이 달려든다.
“고스트 바디 어택!”
뭔가 귀여운 말을 외치며 거대한 유령의 군체가 그대로 놈의 몸통을 때렸다.
쾅! 소리와 함께 거체가 땅으로 떨어져 내리며 지면을 구른다.
“보인다! 네놈의 약점은 거기냐!”
그때.
아일의 대검이 파란빛과 함께 차원을 베어내는 검격을 토해내고, 마왕의 몸이 빛과 함께 사라지며 순간 이동해 다른 장소에 나타났다.
그 위로 떨어져 내린 것은 [문 블레이드]의 주포!
콰우우우우우!
지면이 녹아내리는 거대한 열 광선의 위력!
[크오아아아아아!]
마왕이 괴로워한다. 그의 몸도 여기저기 일그러지며 녹아내리고 있다.
그 위로 별하나와 무척이의 공격이 작렬. 주변으로 성광의 성력이 충만해진다.
이긴다!
이기고 있다!
그래.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나 역시 쌍검을 들고.
의지를 담은 [심검]을 들었다.
그리고 호흡을 정리하고 발을 한 걸음 내딛는다.
휘익!
일보에 공간을 넘고, 이 [심검]으로 놈의 머리를…… 자른다!
번개처럼 녀석의 목을 향해 검이 떨어져 내린다.
[심검]이기에 사실상 내리그은 순간 이미 놈의 목에 검은 가 닿았다.
콰득!
놈의 목에 검이 박힌다. 그러나 잘리지 않은 채로, 검은 멈추었다.
이 마왕 새끼! 더럽게 단단하고 질기잖아!
[여기까지 나를 몰아붙이는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종말한 세계에서 탈출한 이들이여. 지금이 운명의 때. 너희의 종말을 나에게 바쳐라!]
이 새끼가 무슨 짓을…….
[주군! 몬스터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뭐라고!?
설마.
나는 마왕을 노려본다. 놈의 몸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 마력은 더욱더 흉흉해진다.
[종말을 맞이한 세계의 종족들의 염원이 나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너희의 종말을 원하고, 이 세계에서 그들 종족의 번성을 염원한다. 종말과 탄생은 결국 순환하는 대우주의 의지이자 이치. 자, 인류여. 이제 종말을 받아들이거라.]
놈의 몸은 더욱더 거대화한다. 몬스터들이 스스로 종말을 받아들여 죽어 버리고, 그것이 놈의 힘이 되는 것이다.
이제는 수백을 넘어, km 단위로 커진 마왕이 나를 굽어본다.
“이런 X망겜이 다 있나…….”
아일의 허탈함에 가득한 목소리.
“더 강해지고 있잖아?”
“저런 걸 어떻게……. 형제님. 아……. 신이시여.”
절망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그리고 나는, 지금 막 따봉을 다 썼다.
젠장……. 여기까지 와서…….
여기까지 와서…….
데엥.
데엥.
데엥.
“종소리?”
“어디서 종소리가…….”
“이야아아아아아! 정말이지. 아주 좋은 순간에 도착했군요! 아주 좋아요. 정말로!”
리블의 웃음소리와 함께.
거대해진 마왕의 머리 위에 누군가가 한 명.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등 뒤로 거대한 톱니바퀴가 있고, 그것에는 시간을 재는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이 돌고 있다.
깔끔한 정장 슈트를 입은 채. 한 손에는 완전히 투명한 크리스털로 만든 탁상시계를 들고 있다.
아니. 이 타이밍에!?
“정지한 대표!!”
정지한 그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선언한다.
“종말의 마왕이여, 때가 되었다. 네가 말하는 종말의 순간은 이 시간부터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무슨 헛소……. 아닛!?]
정지한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다. 마왕의 몸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고, 사라졌던 몬스터들이 다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이건.
“시간이여 되돌아갈지어다. 나의 기억을 소멸시키고, 나의 영혼을 소멸시키고, 나의 육신을 소멸시키는 대가로. 너 종말의 마왕의 시간은 되돌아갈지어다.”
‘파삭.’ 하고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정지한의 눈 한쪽이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시계를 들지 않은 그의 팔 한쪽이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그의 존재감이 불안정해진다.
그러나 그 때문에 시계는 더욱더 고속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종말의 마왕]의 몸은 km였던 것이 다시 수백 미터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이윽고 그 크기는 처음 나타났을 때의 모습에서 아주 조금 더 큰 상태로 멈추었다.
“엄지척 씨. 뒤는 부탁합니다.”
그리고 정지한은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시X!
기절하면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
떨어지는 정지한을 잡아채려고 이동하려는 찰나. 정지한이 빛과 함께 사라진다.
-텔레포터로 잡아채기 성공! 정지한은 함선에 있으니 안심하고 싸워!
아담 브론즈 나이스 샷!
속으로 아담에 대해서 칭찬하면서 즉시 앞으로 내달렸다.
지금이라면.
저 마왕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마왕의 앞으로 도달하고, 쌍검을 내리치면서도.
[성좌의 직감]이 부족함을 알리고 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한 발자국 나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주군! 조심하십시오!]
마왕의 대검이 나를 찌른다.
척량이 염혼염동으로 내 몸을 잡아채 위로 올리며 대검을 회피.
그사이 본능적으로 나는 [심검]을 머금은 쌍검을 휘둘러 마왕의 몸에 상처를 남겼다.
그동안 무척이의 마탄과 별하나의 유성 화살 그리고 깨어난 다른 헌터들과 리블, 거기에 아일의 대검이 공격해 간다.
그 사이에서.
나는 깨달았다.
“방송 시작!”
[주군!?]
“뭣? 너 뭐하는 거냐!”
아일이 [종말]의 권능을 막거나 피하며 번개처럼 달려들어 대검을 후려친다.
[종말의 마왕]은 양손으로 거대한 검을 잡은 채 그 공격에 맞서고 있다.
또한, 녀석은 두 팔을 들어 올린 채 각종 마법을 쏟아내며 리블의 언데드 그리고 다른 헌터들의 공격에 맞서고 있는 중.
그리고 나는 그걸 방송하기 시작한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엄지검지 엄지척입니다!”
그리고 방송을 시작한 나를 향해 날아오는 마왕의 적광마탄! 검으로 쳐내고, 고개를 들어 피하고!
“자. 여러분. 지금 세계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는 싸움이 한창인데요!”
방송이 시작되자 엄청난 속도로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뭐야? 이거 뭐냐구?
-마……. 마왕? 마왕하고 전투 중에 생방송? 실화냐?
-아니 미친넘아, 집중해! 싸우는 데 집중하라고!
-이거뭐오나ᅟᅥᆼ럽ㄷ쟐어!!!!#$#[email protected]#!!
-힘세고 좋은 아침!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당신은 미친놈.
-이것은 안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수히 많은 채팅이 올라오지만, 그것에는 신경을 껐다. 어차피 의사소통을 위한 방송은 불가능하니까!
몸을 숙이고, 내공과 마력을 전부 사용하며 나아간다.
카강!
날아오는 마왕의 적광마탄에 검을 휘둘러 다시 튕겨내는 사이. 마왕의 네 개의 눈이 괴광선을 쏴재낀다.
동시에 내 주변의 공간이 뒤틀리며, 내 행동을 억압하려고 들었다.
마법 같은 것도 잘 쓰는구만! 하지만 나도 마법사가 내 옆에 있거든!
위이우우우우웅!
척량이 같은 공간계 마법을 사용해 마왕의 힘을 중화한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달리며 광선을 피하고, [심검]으로 공격했다.
콰가가각!
마왕의 몸에 긴 상흔이 남는다.
그 위로 동료들의, 그리고 다른 헌터들과 [문 블레이드]의 공격이 쏟아져 내렸다.
그럼에도 마왕은 꿋꿋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따봉이 차오르고 있다는 거다.
일부 헌터들을 종말에서 꺼내기 위해서 모조리 소모했던 따봉이 빠르게 차오른다.
-아슬아슬하잖아!
-엄지야, 힘내에에에에에!
-엄지이이이!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의 응원. 그들의 간절함이 전해져 온다. 그게 내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이게 최후의 결전이며, 이 전투에서의 패배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
내 방송을 보는 모든 이들의 염원이 따봉이 되는 거다!
[이런 잔재주를 부리다니! 이걸로 종말을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마왕이 피를 토하는 목소리로 소리친다.
하지만 이제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너. 이제 끝났어, 임마.
“네 녀석의 종말은 이제 끝이다!”
따봉.
전부 나에게 사용.
화아아악!
거대한 힘이 나 스스로를 성장시킨다. 따봉이야말로 전능과 만능의 힘. 이것이 나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를 성장시키고 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이 따봉이 되어 내 안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이윽고.
나는 마왕만큼 거대해진 상태로 쌍검을 내지르고 있었다.
동시에 깨닫는다.
무신이 말했던 [심원검계]의 무리가 내면에서부터 완성된 것이다.
“이게 너의 종말이다.”
두 개의 검이 교차되어 그어지며, 마왕의 몸이 갈라졌다.
마왕의 몸 안에서부터 빛이 터져 나온다. 무수히 많은 힘이 그 안쪽에서 흘러넘친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튜토리얼의 마지막 퀘스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튜토리얼을 종료합니다.
“이겼다아아아아아아!”
나를 비롯한 모두가 환호했다. X발! 해냈다, 시스템 새끼야! 우리가 해냈다고!!
종말에 갇혀 있던 헌터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환호가 울려 퍼졌다.
나는 당당하게 서서.
지구를 바라본다.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작가 빅라이트입니다.
이 글을 보신다는 것은 제가 마감을 무사히 끝냈다는 뜻이겠죠.
지금은 새벽 한 시……. 제정신이 아닙니다.
우선 제법 길었던 제 소설을 완결까지 봐주셨던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리고 완결에 가까워져서 코로나로 고생을 하는 바람에 쉬었던 점을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네요.ㅠㅠㅠ
따봉으로 레벨업은 한 콘솔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쓰게 된 게 계기인데……. 집필하면서 참 고생이 많았네요.ㅠㅠㅠ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완결까지 쓰게 된 것은 전부 독자님들의 덕분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독자님 덕분에 이렇게 미숙한 작가도 연재를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에필로그는 다음 주에 시작될 예정입니다.
약 일주일간의 휴식 후, 에필로그로 뵙겠습니다.
그동안 따봉으로 레벨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부족한 작가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