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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으로 레벨업-303화 (303/305)
  • 제303화

    [종말의 마왕]은 이 세계를 침공하고, 이 세계에 자리를 잡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에서 태어났다.

    생존경쟁을 위하여, 선주민에게 종말을 내리고 침략자들을 위해서 세계를 바꾸기 위한 존재.

    그것이 바로 [종말의 마왕] 그 자신.

    물론 그 마음만으로는 그가 탄생할 수 없다.

    성좌들의 힘이 모여서 만들어진 [시스템]에서 파생된 신성한 권능이 그에게 깃들었으며, 다른 성좌들이 그에게 힘을 부여했기에 그가 탄생한 것이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대적자가 누구인지도 알았다.

    이 세계에서 탄생한 성좌 [갓튜브 소셜 슈퍼스타].

    그의 대적자가 저기에 도착해 있다.

    그는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이 세계로 침공해 오는 모든 종족들의 마음이 결합했기에 수십만 년을 살아온 경험이 그 내부에 쌓여 있었다.

    때문에 그는.

    그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

    저들, 이 세계의 선주민이 자신에게 와닿을 때야말로, 그가 가진 모든 힘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때가 다가왔다.

    “짓눌러 주마!”

    수백 배로 거대해진 인간이 그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그것이 그의 가장 높은 부위에 와 닿았다.

    아아. 때가 되었다.

    너희들. 아름다운 생명체들이여.

    유감이지만.

    너희들 모두에게 [종말]을 내리노라.

    [종말의 마왕]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 *

    타이탄 맨은 지구의 옛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티탄 신족의 피를 이어받았다.

    어느 날 티탄 신족의 피가 각성하고, 옛 거인신족의 힘이 그의 몸 안에서 맴돈다.

    가장 처음에 얻은 능력은 거신화(巨身化-Giant Metamorphosis)였으며, 그것만으로도 몹시 강력한 힘을 지녔었다.

    티탄 신족의 육신으로 싸우니, 어지간한 적들은 일격에 분쇄되는 것이 당연한 것.

    이후 레벨이 오르고, 스킬을 구입하면서 티탄 신족의 특수한 권능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최강의 공격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가 불러낼 수 있는 고대의 신혈 중 최강의 힘을 이끌어 냈다.

    그의 몸이 마왕만큼이나 거대해지고, 그런 상태로 그가 주먹을 불끈 쥔다.

    “이아페토스의 이름으로! 꿰뚫릴지어다!”

    이아페토스. 꿰뚫는 자.

    티탄 신족의 한 명이며, 제우스의 아버지인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형제인 자.

    그의 이름 자체가 꿰뚫음을 의미하니, 그는 천지만물을 꿰뚫어 구멍을 내는 자이다.

    타이탄 맨의 권능이 그의 거대화한 신체의 주먹에 모인 채로 내리찍어간다. 단순한 펀치처럼 보이지만, 그것에는 무엇이든 관통하는 권능이 서려 있다.

    방어 불가능의 공격이 그대로 [종말의 마왕]을 향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의 권능이 [종말의 마왕]을 관통하며 지름이 수십 미터나 되는 거대한 구멍을 [종말의 마왕]에게 새겨 넣었다.

    “하하하하! 내가 해냈다! 보아라, 엄지척! 네놈 따위가 아닌, 내가 세계 최강의 헌터다! 알았느냐! 내가 최강의 헌터라고! 으하하하하하!”

    그는 자신의 주먹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신화(神化)된 힘으로 연격을 날렸다.

    단번에 수십 번의 거대한 권격이 떨어져 내리고. 마왕의 육체가 산산조각이 난다.

    그리고.

    마왕은 사라졌다.

    세계는 구원받았다.

    그는 영웅이 되었고, 엄지척을 깔아 눕히고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되었다. 모두가 그를 좋아하고, 그가 그 어떤 방만한 짓을 하더라도 용서한다.

    그는 마력 덕분에 수백 년을 살았고, 이윽고 노화에 의해서 사망했다.

    타이탄 맨.

    아니. 프랭크 데이비드는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으나, 결국 성좌는 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것은 꿈인가?

    * * *

    “문 블레이드 최종 병기 문 브레이커 가동 준비!”

    “문 블레이드 최종 병기 가동 준비! 가동까지 앞으로 30초!”

    “가동 준비되는 대로 문 브레이커를 즉시 사용하라!”

    그 급박한 상황. 불과 2일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때.

    아담 브론즈가 엄지척과 논의하여 만들어낸 초거대 우주 전함 [문 블레이드]에 여차하면 달을 파괴할 심산으로–설사 그것 때문에 [종말의 마왕]이 죽지 않더라도 달의 낙하를 막기 위해서- 만든 마지막 파괴 병기가 있다.

    [문 브레이커].

    달을 파괴한다는 심플한 명칭의 파괴 병기.

    그것은 이 거대한 [문 블레이드] 전체에 마법과 권능, 스킬의 힘을 두른 채로 달을 향해 낙하하는 것이다.

    일찍이 검의 대가는 태산을 자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우주 전함을 거검(巨劍)처럼 쓰지 못할 게 없다!

    그 발상으로 만든 것이 [문 브레이커] 모드.

    모든 마력으로 하나의 절대 파괴검이 되어 달을 쪼갠다!

    그리고 지금, 그 절대의 힘이 발동되었다.

    웅웅웅웅웅!

    전장 17km의 거대한 우주 전함이 지금은 검이 된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종말의 마왕]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막대하고 강대한 마법과 권능이 [문 브레이커]가 된 우주 전함을 막으려 했으나 역부족. 모든 것이 갈라지며 그대로 달의 지면을 뚫고 들어간다!

    콰지지직!

    콰르르르릉!

    지면을 뚫고, 그대로 내핵까지 관통. 그대로 달을 빠져나온다. 무시무시한 그 힘은 [종말의 마왕]과 함께 달을 파괴해 조각내 버린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위업!

    “함장님, 성공입니다!”

    “그레잇! 그래야지! 내가 누군데!”

    “와아아아아아!”

    함교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마왕은 처치되었고, 세계는 이제 안전하다.

    “전력 반전! 달의 파편을 최대한 제거한다! 지구의 피해를 줄이는 거다!”

    “예! 함장님!”

    그렇게.

    아담 브론즈는 영웅이 되었다.

    지구로 내려가, 전 세계를 아우르는 거대 재벌의 총수가 되었고, 최대의 헌터 세력을 소유하게 된다.

    이윽고 그는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자가 되었다.

    그의 끝없는 새로운 발명품은 다른 차원의 종족들과 거래할 때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있었고, 그의 이름은 이제 전 차원에 걸쳐 오랫동안 널리 퍼지게 된다.

    그렇게 그는 행복하고 최고의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수백 년이 흐른 어느 날, 사람들에게 말도 없이 사라졌다.

    그가 어디로 떠났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꿈은 깊어만 간다.

    * * *

    모든 것이 멈췄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된다.

    세계가 잠시 멈추었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흐른다.

    사람. 그리고 사람이 만든 것.

    그리고 사람에 속한 것.

    그것들이 모두 정지해 버렸다.

    타이탄 맨. 그는 거대화하여 떨어져 내리는 그 순간 정지. 그 뒤를 이어 하나둘 모두 정지한 채로 허공에 떠 있다.

    [문 블레이드] 역시 그대로 정지.

    무척이, 정지벽, 별하나, 성광 그리고 그 모든 이들.

    전원이.

    정지해 있다.

    뭐지?

    이건 대체…….

    뭐냐고!

    [주군! 진정하십시오! 몬스터들 역시 모두 정지해 있습니다!]

    알아! 척량!

    하지만 움직이고 있는 놈이 하나 있잖아!

    “종말의 마왕…….”

    수백 미터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에너지체로 휘감긴 녀석.

    그놈 혼자서 그 에너지를 일렁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나 혼자서 해야 한다는 건가? 아니면 이게 저놈의 권능인가?

    [왔느냐. 대적자야.]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놈이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이거. 네가 한 일이냐?”

    [그러하다. 저들에게 ‘종말’을 나누어 주었지…….]

    츠츠츠츠츠.

    검은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며 와류를 만든다.

    그리고 점점 줄어들어 갔다. 수백 미터나 되던 그것은 점점 압축되고, 압착되어 하나의 형상이 된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붉은 눈과 같은 보석이 4개 박힌 투구를 뒤집어쓴 인간의 형상을 한 존재였다.

    그 몸은 검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몸매를 잘 드러나 보이게 하는 형태의 갑옷에 감싸여 있다.

    갑옷이라기보다는, 전투 슈트에 가까운 것.

    목과 어깨에는 에너지의 기류로 생성된 망토가 둘러져 펄럭거리고 있고, 팔은 4개였다.

    남성……이라고 하기에는 여리여리하고 여성이라고 하기에는 그 선이 미묘하게 굵다.

    양성인가? 아니면 무성?

    어느 쪽이든.

    기묘한 느낌을 주는 존재.

    저것이 [종말의 마왕].

    [나는 종말의 마왕. 그것이 나의 이름이며, 나를 정의한다. 너 대적자야. 최후의 싸움을 하기 전 잠시의 문답을 나누는 것이 어떤가? 잠시 이 달의 운행도 멈추어 두었다. 대화를 나눈다 하여 대적자인 너에게 손해는 없을 것이다.]

    문답이라고?

    [주군. 상대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대화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좋아. 해 보자고, 대화. 그래서 사람들은 왜 이렇게 된 거지?”

    [종말을 나누어 준 것뿐이다. 저들은…… 저들이 원하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고 있는 거잖아.”

    [이해하기 어려웠나? 그렇군. 그렇다면 이걸 보아라.]

    마왕은 두 개의 팔은 팔짱을 끼고.

    두 개의 팔을 하늘로 들어 올린다. 그러자 하나의 영상이 그곳에 떠올랐다. 그것은 성광의 영상이다.

    그것도 아주 빠른 영상이었다.

    성광은 보육원을 돌보고 아이들이 자라난다.

    자라난 아이들이 사회 각계에서 활약하고, 성광 자신도 성숙해지며 어른이 되었다.

    무언가를 할 때마다 행복한 결말이 계속된다. 이윽고 수백 년 정도의 삶을 산 이후, 성광은 만족한 얼굴로 영면에 들었다.

    그것으로.

    영상은 끝이 나고 검은 어둠만이 가득해졌다.

    뭐야. 저건.

    [주군. 저건 꿈입니다. 강제로…… 행복한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환술이나 환상 혹은 세뇌 같은 건가?

    [이것은 환상이나 세뇌가 아니다. 미래에 행복해질 일을 겪는 것에 가깝다. 그들이 원하는 미래… 그리고 만족스러운 죽음. 즉, 그들이 원하는 종말이다.]

    내 의문을 눈치챘는지. [종말의 마왕] 녀석이 설명해 주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종말을 주는 자. 하지만 굳이 고통스럽게 너희들에게 종말을 고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 이타심이 아주 대단하시네요. 그럴 거면 싸우지를 말든가.”

    [불가능한 일이다. 나의 탄생 기원이 너희의 종말일지니.]

    “그럴 거면 왜 대화하자고 한 거냐?”

    나는 쌍검을 든 채로. 녀석을 노려본다.

    굳이 대화를 할 필요가 있는가?

    [너를 알고자 함이다.]

    “나를?”

    [그렇다. 너는 이미 나와 같은 격을 지닌 자. 너를 알게 됨으로써 나는 더욱 완성되니. 이후 다른 세계의 종말을 위해서 나는 배우고자 함이다. 그리고 너 또한 나를 관찰하며 나에 대해 알게 되니, 나를 쓰러트리기 위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지 않은가? 서로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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