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301화 (301/305)
  • 제301화

    그랬다.

    [문 블레이드]

    채팅은 제정신이냐는 도배로 가득 찼다. 한편으로는 재미있다는 반응도 가득했고.

    ‘망하면 다 죽는 상황에서도 인간은 재미를 추구하는 종족이지.’

    그리고 이제부터 내가 이 방송을 한 진짜 이유가 시작된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되죠.”

    화면은 이제 나에게 포커스를 맞추었다.

    “달로 향할 결사대를 모집합니다! 레벨 제한은 80! 당연히! 생명을 걸어야 하고 몹시 위험하죠.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참여하시는 분들께는 단 하나도 빠지지 않고, 레전드 스킬 2개를 드립니다!”

    등급 레전드.

    이터너티 바로 아래의 등급.

    당연하지만, 레전드 스킬 하나 있으면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게 이 바닥이다. 그런 스킬을 2개나 내걸었다.

    당장 참여만 하면 이걸 주는 거다.

    -엄지 미친놈아! 산독기 룩 입고 그런 거 걸지 마!

    -이런 발표는 보통 격식 있는 턱시도 입고 하지 않냐고!

    “그러면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리며, 방송을 종료하겠습니다. 모두 저 엄지검지! 엄지척의 방송을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방송은, 세계를 구하고 나서 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방송을 종료했다.

    * * *

    -아니. 미친놈 아냐, 이거? 곧 있으면 달이 떨어진다는데 이런 방송을?

    ↳맞말이면 개추. 나부터 추.

    ↳2222

    -아니 왜 옷을 그렇게 입고. 왜?

    -코디 일 안 함? 왜 이딴 걸 입힘?

    ↳엄지 성격이면 지가 주워다 입었을 가능성 10,000%.

    ↳산독기 룩에 발 집어넣으면서 희열 느꼈을 듯.

    -근데 쩔긴 쩐다. 문 블레이드인가 뭔가 하는 저거……. 진짜 우주 모선급 아니냐? 저거 어디서 튀어나온 거임?

    ↳곤륜산을 개조했다고 함. 엄지척 채널에 설명 쓰여 있음.

    ↳진짜네?

    -아니. 근데 달 떨어진다는 건 무슨 말이냐? 나만 모르나?

    ↳너는 뉴스도 안 보고 사냐?

    ↳지금 세계 X나 망하는 중임. 나 이미 유서 다 써놓음. 의미는 없겠지만.

    ↳미국에서는 자살용 권총 한 자루 준비하는 게 유행이래요.

    ↳몹시 그렇습니다. 필요하다. 권총. 삶의 존엄을 위해서.

    -엄지척 씨는 상냥합니다. 이것은 엄지척 씨의 배려입니다.

    -엄지척 헌터 고맙습니다! 우리를 구해줘서 감사합니다!

    -코펜하겐도 당신 때문에 살았다! 고맙다!

    -살려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헌신을 잊지 않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당신 때문에 살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저런 미친 거에 우리 운명을 맡겨도 되는 거임?

    방송이 나가고 난 후 채널에는 여러 가지 댓글들이 달렸다.

    방송 그 자체에 대해서 불평하는 사람, 방송을 보며 감탄하는 사람, 세계 멸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

    그러나.

    대다수의 댓글은 이랬다.

    감사.

    엄지척이 세계를 이동하며 수도에 나타난 보스 몬스터를 잡는 모습을 전 세계의 사람들은 보았다.

    수도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사람, 수도에서 전투에 나섰던 헌터들, 그리고 죽었다가 되살아난 이들까지.

    그들의 압도적인 감사 인사와 고마움의 표시는, 그동안의 그 어떤 때보다도 열광적이고 뜨거웠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죽었던 자신이 되살아난다면, 그렇게 해 준 사람이 있다면 누군들 고마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은 본인뿐만이 아니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모두가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했다.

    -엄지척 헌터가 달을 공략한다면 나도 참가한다!

    -누구보다 빨리. 나 참가.

    -나님 등장! 엄지척 헌터와 함께하는 문 레이드.

    -어이어이. 내가 먼저라고.

    -레전드 스킬이 2개? 그런 거 없어도 무조건 간다!

    -우오! 불타오르고 있다고!

    여러 국적의 많은 이들이 엄지척의 웃기지도 않는 방송에 반응했다.

    달을 공략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달을 공략하러 갈 수 있는 거지?

    ↳채널에 쓰여 있는 대로라면, 헌터 상점에서 표식 스킬을 구입하면 된다는군.

    ↳표식 스킬을 익힌 후 그걸 몸에 사용하면, 자동으로 우주 모선으로 공간 이동되는 모양인 듯.

    ↳언제 그런 기술이 개발된 거야?

    -놀라운 기술력이다! 대경악!

    -우효! 나 이미 우주 모선에 와 있다제!!

    ↳이놈은 대체 누구냐? 벌써 갔어?

    그리고 그들이 모두 모이기 시작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문 블레이드]에 탑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 * *

    “홀홀홀. 주께서 부르시니 내 어찌 가지 않을 수 있으랴?”

    백탄의 마카우는 여전히 인간이 아닌 인외(人外)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런 그의 외견이 주변 사람들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주고, 그들에게 경외감을 준다는 점이랄까?

    그 역시 엄지척의 권속이며, 또한 사도로 임명받은 몸.

    때문에 따봉 포인트를 얻으며, 그를 통해 헌터 상점에서 여러 가지를 구입할 수 있게 된 자였다.

    그는 표식 스킬을 구매하고, 그것을 자신에게 사용했다.

    그러자.

    -[문 블레이드]에서 공간 이동을 시작합니다. 동의하십니까? Y/N

    이런 메시지가 그에게 왔다. 당연히 마카우는 동의했고, 그의 몸 전체가 빛과 함께 사라졌다.

    공간을 넘어.

    그는 아주 넓은 SF 느낌의 우주 모선 한가운데에 도착한 자신을 깨닫는다.

    주변에는 그처럼 공간을 넘어서 온 이들이 있으며, 하나둘 빛과 함께 나타나고 있기도 했다.

    “백탄의 마카우다! 필리핀의 거물이야!”

    “저런 사람도 왔네? 어? 그 옆으로 베르나데 이트다!”

    어느샌가.

    마카우 옆으로 빛과 함께 베르나데 이트 그리고 다니엘 엔조 등을 비롯한 엄지척의 권속들이 전부 나타났다.

    “홀홀홀. 다 모였구먼.”

    “주의 부르심을 어찌 외면하겠습니까?”

    “그야 그렇긴 하네만……. 그런데 여기는 참 대단하구먼.”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니, 하늘에서부터 드론이 내려왔다. 그것들이 사람들을 안내한다.

    그것은 마카우를 포함한 타마 그룹도 마찬가지다.

    드론들은 팔찌를 하나씩 주었는데, 그 팔찌를 착용하자 눈앞에 화면이 생겨났다.

    [착용자를 확인하였습니다. 반갑습니다. 마카우 님. 당신이 이번 레이드에서 해야 할 일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 가지 기능이 들어가 있었다. 통신 기능, 위치 안내, 레이드에서의 포지션, 레이드에서 해야 할 일 등등.

    마카우는 ‘호오…….’ 하고 놀라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보통 이런 종류의 일은 레이드의 리더나 혹은 군중 통제 및 버프를 해 주는 서포터가 하기 때문.

    그걸 기계로 대체한다는 발상이야 헌터 사이에서 오랫동안 떠돌아 다녔으나, 활성화된 적은 결코 없었다.

    그렇게 타마 그룹이 팔찌와 드론의 안내를 받아 함내의 대기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투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우주 모선 [문 블레이드] 내부는 아주 바빴다.

    그 활성화된 모습이 전쟁을 암시하고 있었다.

    * * *

    헌터 상점에는 공용 스킬로 [표식]이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표식을 남기는 스킬인데……. 미로에서 길을 찾을 때 쓰고는 한다고 들었다.

    그것을 응용해서 표식에 간섭, 표식을 쓴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동의한다면 이 [문 블레이드]로 소환하는 기능을 만들어 냈다.

    따봉이 제법 들었지만, 이로써 시간 안에 대규모의 군세를 모을 수 있게 되었다.

    레벨 80 이상의 100만 명에 달하는 헌터 대군세!

    그런데 사실.

    이렇게 많이 모일 줄은 몰랐다.

    내 방송이 그렇게 대단했었나 싶고…….

    [주군께서 사람들을 되살린 것이 그만큼 위대한 위업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척량이 내 목을 휘감은 채로 말해 준다.

    하긴.

    사람이 죽다 살아났으니 여러모로 인상 깊었겠지.

    그러면…… 이제 시작인가?

    [예. 주군.]

    나는 함교에 서서 함장의 좌석에 앉아서 바쁘게 무언가를 조작하고 명령하는 아담 브론즈를 보고 있었다.

    달을 저지할 수 있는 최종 시간까지 앞으로 22시간 남은 상황. 아주 빡빡하게 일한 결과, 결국 지금 준비는 다 끝났다.

    “준비 끝이다!”

    아담 브론즈가 두 팔을 들어 올리면서 ‘해냈다!’ 같은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좋아. 시간도 없고 연설 같은 거 할 필요도 없겠지. 함내 방송 준비!”

    “함내 방송 준비되었습니다.”

    “함장이 알린다. 함장이 알린다.”

    그의 목소리가 함선 내부에 울려 퍼진다.

    “본 함 [문 블레이드]는 이제 달로 향한다. 알겠지만, 이것은 최후의 결전이며, 우리의 가족, 우리의 친구, 우리의 친인 그리고 우리 자신의 존엄성을 위한 싸움이다. 모두 마음 단단히 먹도록! 함선 출진!”

    위우우우우웅.

    막대한 마력이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지상에서 겨우 50미터 정도 띄워져 있던 함선이 천천히 하늘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빨라졌다.

    이제 시작이다.

    [종말의 마왕].

    한번 해…….

    [성좌의 직감]이 불길함을 느낀다. 위험!?

    “AB! 배리어 전력 전개! 위험해요!”

    내 말에 아담은 되묻지도 않고 굳은 얼굴로 외친다.

    “배리어 전력 전개!”

    위우우우우우우웅!

    우주로 나아가는 [문 블레이드]의 몸체 전체에 마력의 보호막이 생겨난다. 정비가 사장의 개발품에다가, 아담 브론즈가 개량한 보호막.

    스킬 등급으로 쳐도 A+는 받을 마력 역장이 둘러지자 그 위로 강력한 광선이 쏟아졌다.

    파지지지지지지직!

    그것은 폭발하거나 어떤 폭음을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호막과 충돌하며 고열을 만들어 냈다.

    달에서의 원거리 공격!

    [종말의 마왕] 새끼. 이제 진짜 해 보자 이거지?

    “함장님! 이대로는 접근 전에 보호막 파손 확률 67%! 위험합니다!”

    “흐…….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이거군?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아담 브론즈가 비릿하게 웃는다. 아니 저 인간은 위험 상황에서 왜 처웃고 지랄이야?

    “하이퍼 드라이브 시동! 단번에 처박아 주자고!”

    “함장님! 하이퍼 드라이브는 아직 미개발…….”

    “하라면 해! 여기서 죽을 게 아니라면 하는 거다!”

    함교의 다른 오퍼레이터의 외침에 아담 브론즈가 외쳤다.

    아니.

    하이퍼 드라이브?

    SF 영화에 자주 나오는 그거?

    이거 텔레포트도 이제 겨우 되는 거였잖소?

    내가 어이가 없어서 바라보는데, 정비가 사장의 화면이 나타났다. 그녀는 이 함선의 내부에 있는 정비실에 있다.

    -진짜 할 거야?

    “아니면 가지도 못하니까.”

    -후……. 어쩔 수 없네. 시작해 보자고.

    “좋아. 정 사장. 해 봅시다!”

    이보쇼. 어디의 아재처럼 말하지 말라고! 당신 미국인이잖아?

    그렇게 어이없어하는 사이.

    그가 외치며 함장석의 옆에 있는 커다란 빅 레드 버튼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하이퍼 드라이브 시동! 달 표면으로 즉시 이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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