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8화
[그들이 돕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 협박하면 돼. 궤도 폭격 맛보고 싶지 않으면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해야지. [곤륜산]은 어떻지?”
[출격 준비되었습니다.]
“중국으로 출발시켜서 용을 막아. 나는 미국으로 간다. 그리고 궤도 폭격용 나선 창 전부 사출해서 폭격 시작해. 아예 대파괴가 일어난 지역에 먼저 실시해.”
[미얀마와 태국은 이미 수도에 사람이 아예 존재치 않으니, 그쪽부터 처리하겠습니다.]
“좋아. 시작해.”
[주군의 명대로 행하겠나이다.]
척량에게 명령을 내리며 목에서 떼어내 던졌다. 그리고 나 홀로 공간을 넘었다.
내 발아래에서 끓어오르는 살덩어리가 사방에 마력광선포를 쏘아대고 있는 게 보였다.
이야. 진짜 역겹게 생겼다.
아니, 역겹다 못해서 끔찍하다.
그것은 몸 여기저기에 눈동자가 생겨나 있고, 끊임없이 부글거리며 증식하고 있다.
눈과 함께 입도 수를 세기 어려울 만큼 많았는데, 사람과 비슷한 입에서부터 짐승의 것까지 다양하다.
그뿐이 아니다.
그 역겨운 덩어리에는 사람은 물론이고 곤충과 파충류까지 다양한 생명체의 발이 튀어나와 흔들거린다.
그나마 무기 같은 걸 들고 있지는 않지만, 입은 쉴 새 없이 알아듣지 못할 언어를 떠들면서 마법을 쏟아내고, 각각의 손들에서는 여러 가지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의 개체지만, 사실상 개체가 아니다.
이미 파악한 것만 해도 한 번에 수만 개의 마법과 스킬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마력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괴물이다.
게다가.
놈은 반경 100km 내의 몬스터를 통제하고 있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미친 상황이지.’
전략이나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싸우는 걸 멈추게 하고 인간만 공격하게 하는 간단한 통제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들에게 걸리는 부하는 열 배 이상이다!
근데 저걸 잡으라고 내놓은 거야?
그냥 인류 망하라고 고사 지내지 그러냐.
보라 해파리도 미친 괴물이었지만, 저 새끼도 만만치가 않잖아.
게다가 여기는 대도심지 한가운데다.
궤도 폭격까지 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주군. 태국의 몬스터 침묵했습니다. 궤도 폭격에 소멸 확인.]
그래도 궤도 폭격 처맞으면 뒈지기는 하네? 다행이야.
[미얀마의 몬스터는 빈사 상태로 쓰러졌습니다. 미얀마의 헌터들이 접근 중이므로 곧 끝날 예정입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척량이 너는 그대로 [곤륜산]을 조종해서 중국을 도와.
[예. 주군.]
그러면 나는 저 살덩어리를 없애 버려야겠지?
우선은…….
화아아아악!
내 몸 안의 모든 마력, 내공, 의지를 하나로 모은다.
그리고 그것은 의념이 되어 내 쌍검에 모였다.
웅웅웅웅웅.
길이만 해도 거의 백여 미터가 넘는 빛의 검이 내 두 손에 생겨났다. 살덩어리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했다.
-석화의 마안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중독의 마안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둔화의 마안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쇠약의 마안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약화의 마안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저주의 마안이 당신을 주시…….
마안(魔眼)류 공격!
아니. 마안이라면 하나만 있어도 S급 헌터로 취급해주는 능력인데, 그걸 떼거지로 만들어서 나를 보는 거 실화냐?
하지만.
-호신강기가 저항합니다.
-호신강기가 저항합니다.
-호신강기가…….
내 마력&내공은 이미 인간의 수준이 아니다.
성좌의 수준에 이른 내가 두른 호신강기는 마안의 힘에 모조리 저항해 냈다.
이제 내 차례지?
간다!
“건곤무극참!”
건기(乾氣)와 곤기(坤氣)가 두 검에 서리고, 그것이 열십자로 교차하며 중심점에서 대소멸에 이르는 거대한 파괴력이 생겨난다.
그것을 [심검]의 무리로 사용.
이미 그 크기가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살덩어리의 중심 몸통에 때려 박는다.
갈라져 소멸해라!
콰우우우우웅!
놈의 살점이 안쪽으로 갈려 나간다.
각각 백 미터가 넘는 두 개의 강기를 사용하여 강기 전용의 무공, 최상승의 신공절학을 [심검]으로 때려 박았기 때문.
강기가 공간을 건너 놈의 몸 안쪽에서 터진 것도 그것 때문이다.
그리고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마냥 녀석의 몸이 안쪽으로 갈려 나가며 그대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수백 미터의 작은 산 같았던 놈이 순식간에 절반 크기로 줄어들고,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른다.
그리고.
콰우!
놈이 그 수를 세기 어려운 입으로 광선을 쏴댄다.
콰쾅!
광선이 닿은 곳은 폭발을 일으키며 초토화되었다.
폐허가 되고 있는 도심지 여기저기에 있는 헌터들은 각각의 스킬로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다.
또한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우주 함선.
스카이 워로드 역시 수를 세기 어려운 총탄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는 게 보였다.
하나하나에 마력이 스며들어가 있다.
애초에 저 거대한 함선 자체가 스킬과 마법 그리고 과학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총탄도 마력으로 ‘창조’해서 보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과 식량을 ‘창조’하는 기능이 있다고 일전에 말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광선 중 몇몇 개가 내 쪽으로 날아들기도 했다.
어딜 감히!
스칵!
콰쾅!
쌍검으로 베어 넘기자, 광선은 허공에서 폭발했다.
그 순간.
-한국은 벌써 정리하고 온 건가?
텔레파시가 온다.
아담 브론즈다.
-물론이죠. 한국 쪽에서는 시간을 조종하는 해파리가 튀어나와서 곤란했습니다.
-어느 쪽이 더 강했지?
-비슷한 것 같네요.
적어도 저 살덩어리는 해파리처럼 자기 자신을 되돌리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저 끔찍한 재생 능력을 생각하면 이쪽이 조금 더 짜증 날지도?
게다가.
해파리에 비해서 공격성은 이쪽이 한 수 위다.
-일단 저놈 잡는 걸 도와드릴 테니, 끝나고 나면 북쪽이든 남쪽이든 도와주러 움직여 주시죠.
-최소한 나는 그렇게 하지. 다른 놈들도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만이라도 충분할 겁니다.
다른 헌터들은 이제 덤벼드는 건 감히 하지도 않고 있다. 괴물의 힘이 너무 강력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괴물이 발광을 뚝 멈추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나를 본다.
-저에게 어그로가 끌린 모양입니다. 저한테 공격이 집중되는 동안에 처리 좀 해 주세요.
-주포 충전 중이니까 기다려 달라고. 게다가 몬스터가 저놈 한 놈만 있는 게 아니잖아?
하긴, 그건 그래.
게이트가 계속 생기면서 공중에서도, 지상에서도 몬스터가 계속 튀어나오고 있는 중이다.
박살 난 건물 잔해를 두고, 지상에서는 헌터들과 몬스터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중이기도 하다.
미국이 자랑하던 [아이언 실드]들은 대부분 박살 나서 땅을 나뒹굴고 있다. 어째…… 내가 만든 [수호대장군]보다 별로구먼.
“크키아아아아아아아!”
살덩어리가 쭈욱 길어진다. 아직 백 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몸체에서 날개를 뽑아내었다.
화악!
녀석이 뛴다. 그리고 단번에 내가 있는 장소로 날아들었다.
촤아아악!
그리고는 그 부정형의 몸체에서 거대한 갈고리 같은 발을 만들어 나를 잡아채려고 했다.
광선류나 마안류 공격이 안 통하니 육탄 돌격을 했다 이거지!?
하지만!
“합!”
일격백검!
건곤분단!
놈의 앞발을 향해 들어가며 검법을 펼쳤다.
놈의 앞다리에 강력한 마력이 흘러넘쳤지만, 그럼에도 내 검격은 단번에 놈의 몸을 잘라 나갔다.
그러자 곧 놀라운 일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잘라진 조각이 순식간에 가지각색 괴물의 형태가 되어 나를 향해 덮쳐든 것이다.
베는 거로는 안 된다 이거지!?
하지만.
건곤무극검벽!
두 검을 기준으로 강기가 회전하며 벽을 만들어 낸다.
달려오던 잔챙이들은 그대로 갈려나가 흩어졌다.
그 상태로 놈의 몸통 안쪽으로 달려들었다. 이대로 갈아 버리겠어!
덜컥!
콰우우우우!
내 몸이 정지한다.
그리고 내가 일으킨 강기검벽을 일그러트리며 무지막지한 염동력이 나를 사방에서 내리눌렀다.
놈의 몸이 밀가루 반죽처럼 넓게 퍼지더니, 마치 손바닥처럼 변해서는 나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
이놈 진짜 다재다능하네!
그렇다면…….
“따봉 사용! 염혼염동 위력 보조!”
따봉은 만능의 힘이다.
따봉 포인트가 단번에 10만이 사라졌다.
동시에 내가 사용하는 염혼염동의 힘이 즉시 증폭.
녀석의 염동력을 밀어내는 것을 넘어, 놈의 몸 전체를 염혼염동으로 붙잡았다.
-주포 충전 완료. 거기서 나와, 엄지척!
-적절한 타이밍이네요! 바로 쏘세요!
헤르메스의 발걸음을 사용.
그대로 백 미터쯤 밖의 상공으로 이동했다.
곧이어 본 것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새파란 빛의 기둥이다.
굵기가 아파트 한 채마냥 거대한 파괴 광선. 그것이 살덩어리 전체를 깨끗이 태우며 재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절반은 살아남았다.
또한, 절반이 된 살덩어리는 그대로 조각나 사방으로 흩어지려고 했다.
이 새끼, 도망가려는 건가!
쌍검을 쥐는 사이.
무언가가 고속으로 날아드는 것이 느껴진다.
펑!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근육질의 거한.
타이탄 맨이 살덩어리 조각 중 하나를 관통하더니 입에서 고열의 화염을 내뿜으며 소각을 하는 게 보였다.
저 녀석. 불도 뿜네.
그리고 다른 방향에서는 역시 쫄쫄이를 입은 육감적인 미녀가 보라색의 가면을 쓴 채로 보랏빛 마력을 사용해 살덩어리 조각을 붙잡아 그대로 소멸시키고 있는 게 보였다.
퍼플 파이어.
저 사람도 유명한 헌터다.
미국의 최상위 랭커들!
그들이 도주하던 살덩어리 조각을 잡아채 결국 소멸시켰다.
괜찮은데?
-끝인가?
-쏟아져 나온 몬스터만 처리하면 끝이죠. 저는 이제 다른 데 가 봐야 해서요. 북쪽이나 남쪽, 어느 쪽이든 도와주도록 하세요.
-그렇게 하지. 다른 놈들만으로도 본토 방어는 충분할 테니까.
스카이 워로드가 빠르게 하늘로 상승한다.
좋아. 나도 슬슬 이동해 볼까.
“거기. 잠깐 서라.”
그때다.
타이탄 맨이 나에게 말했다.
거신족의 피를 이었고, 그게 발현되어 거신의 힘을 쓴다는 미국의 톱 10위 안에 들어가는 히어로이자 헌터.
“급한 용건입니까?”
지금도 세계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나의 1초는 수십 명의 목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일단 물었다.
“네놈이 잘난 척하지 않……. 커어억!”
복부에 일격. 머리통에 이격. 그리고 낭심에 삼격. 최종적으로 놈의 턱주가리에 사격.
놈은 비명을 내지르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미친 새끼네.
바빠 뒤지겠는데 개소리를 해대?
추락하는 타이탄 맨을 뒤로하고, 공간을 넘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