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92화 (292/305)

제292화

“국정원 보고서 줘 봐.”

“여기 있습니다.”

태블릿 PC를 건네는 김 실장.

“이거, 누가 비밀결사라는 것들을 사냥한 거 같은데…….”

“성좌의 퀘스트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래서 국내에는 없었다. 이거지?”

“예.”

“그래서 세계 종말론의 실체를 아는 바가 없다는 건데……. 문제는 저거, 진짜라는 점이야.”

“국정원의 정보로도 그렇습니다. 몬스터 산업부 쪽의 정보로도 확인했습니다.”

“민심은 어때?”

“반응은 이제 시작했습니다. 어떤 여론이 형성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지켜봐. 언론도 주시하고. 이건…… 국가 총력을 들여야 할 일이야. 그리고 엄지척한테 연락해서 불러들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겠습니까?”

“그래야지. 저 어린놈이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제대로 알아야겠어.”

대통령은 그렇게 눈을 부라렸다.

* * *

[주군. 방송의 반응이 아주 뜨겁습니다. 따봉의 수급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방송을 끝내자, 척량이 다가와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나도 느끼고 있었다. 생방송 와중 순식간에 5억 따봉이 모였다.

‘이야, 이래서 사이비가 종말론으로 잘 해먹는구나.’

걔들은 가짜고 나는 진짜라는 게 좀 다르지만.

그리고 방송을 끝내고, 저장해서 올려둔 순간부터 다시금 따봉과 조회 수가 실시간으로 무지막지하게 오르고 있다.

[진실의 힘] 스킬하고 [진실의 저울] 효과가 아주 좋은데?

[그리고 주군. 대통령의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시급하게 만나고 싶다는 전언입니다.]

“정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나 보네.”

[외국에서도 연락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 미국, 영국, 독일 등의 강대국들이 연락을 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네가 나서.”

내 말에 척량은 잠시 침묵했다.

[저에게 전권을 위임해 주시는 것인지요.]

“그래. 척량이 너를 믿지 않으면 내가 누구를 믿겠어. 가서 협상을 하든 깽판을 치든 하고 와 줘. 그동안 나는 한국을 커버할 장비를 만들고 있어야지.”

[주군…….]

“자. 빨리빨리 하자.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예!]

척량은 나와 스킬을 공유한다.

때문에 내 제작 능력을 쓸 수 있고, 전자 정령화 되면서 연산 능력도 높아져 한 번에 수십 개의 일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었다.

때문에 곤륜산은 빠르게 요새화되고 있었고, 한국 전역의 부동산도 확보하고 있는 중이었다.

부동산 확보는 왜 하냐면.

광역 보호막과 터릿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

남의 땅에 하는 것보다 내 땅에 하는 게 쉬우니까.

사람이 사는 동네라면 빠지지 않고 토지를 확보해서 재빠르게 사람을 보내 건설을 시작하고 있다.

스킬도 쓰고, 돈도 쓰고.

정경영 이사와 협업해서 처리하니 속도가 빠르다. 적어도 3개월 안에 전국의 구석구석에 각종 설비와 시설들이 설치가 될 것이다.

나 대신에 정부 관계자와 교섭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척량은 이 모든 일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척량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

한국 내의 일까지가 척량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나는 권속 관계가 되어준 타마 그룹이 있는 필리핀의 일을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타마 그룹에 연락을 하고, 좌표를 받아 공간을 넘는다.

도착한 곳은 잘 꾸며진 상황실이었다.

큰 화면들이 여기저기 있었고, 사람들이 바쁘게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다.

그곳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를 맞이한 것은 세 명이었다.

“오오……. 성좌님께서 직접 왕림해 주시다니…….”

백탄의 마카우. 인간이라기보다는 엔트와 같은 그는 여전히 인간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무줄기로 이루어진 몸으로 그는 나에게 절을 하려고 들었지만, 내가 급히 막았다.

“자자. 그런 과한 예법은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앞으로도 하지 말아 주세요.”

“성좌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따르겠나이다.”

“그래서, 세 분이 저와 같이 작업을 할 건가요?”

다니엘 엔조. 베르나데 이트. 그리고 마카우.

“저희 둘은 여기서 상황을 점검해야 하니, 여기 베르나데 이트가 성좌님의 수발을 들어드릴 겁니다.”

“좋습니다. 우선 같이 움직이면서 이야기하죠. 다른 두 분도 잘 부탁드릴게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베르나데 이트와 같이 밖으로 나섰다.

상황실을 나와 보니, 주변에는 나무와 숲 밖에 없다.

제법 큼지막한 도로가 하나 있지만, 제법 잘 은폐된 지역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같이 일하게 된 것은 처음이긴 한데……. 일단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자기소개 같은 건 나중에 할게요. 괜찮으시죠?”

“물론이에요.”

“그러면 먼저 이곳부터 시작하죠.”

그대로 날아올라 건물 지붕에 내려섰다.

“이곳에 이미 자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베르나데 이트가 지붕 한가운데에 비어 있는 공간을 가리켰다.

그걸 보고서 그림자 주머니에서 재료를 우르르 꺼냈다.

그리고 따봉을 사용한다.

번쩍!

따봉 포인트와 재료가 하나로 결합해서, 그곳에 하나의 첨탑이 생겨났다.

끝에 둥근 구슬이 달려 있고, 그 구슬에는 3개의 뿔이 나 있다.

첨탑의 몸체 여기저기에는 총구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보호막을 만들어 냄과 동시에 주변에 번개를 뿌리고, 마력이 담긴 총탄을 쏟아내는 기능이 있다.

이걸로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전부 쓸어버릴 수 있다.

“이것이…… 인류를 보호할 첨탑이군요. 누가 설계한 건가요? 성좌께서 직접? 아니면…….”

“제 권속이 설계했습니다.”

척량이 설계한 거다. 척량도 나와 같이 이것저것 만들었던 전적이 있으니까. 게다가 정비가의 설계도를 얻기도 했고.

척량은 ‘아주 튼튼해서 파괴가 쉽지 않은’ 것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면서, 아군을 보호하고 적군을 사살하는 능력을 극대화한 것을 만들고 싶어 했다.

이게 그 산물이다.

마력탄. 강력한 보호막. 그리고 번개까지.

치료 기능까지 넣지 못한 것이 아깝지만, 그것까지 넣으면 제작 비용과 제작 시간이 확실히 늘어나서 포기했다고.

한국에서는 내가 세운 공장에서 이걸 뽑아내고 있는 중으로, 이걸 가져다가 전국에 설치하는 것은 정진 컴퍼니에서 사력을 다해서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제작 수량도 부족하고, 필리핀 전역에다가 이걸 설치하는 것도 역부족. 그래서 내가 온 거다.

“이건 이름이 무엇인가요?”

“수호대장군. 그렇게 불러 주시면 됩니다. 자, 그러면 베르나데 이트.”

“예. 성좌시여.”

“안내하세요.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이것들을 세우러 갑시다.”

직접 움직여서, 따봉을 이용해서 이것들을 전부 설치할 거다.

성좌 새끼들아. 우주 터릿 방어를 보여 주마!

* * *

엄지척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동안, 세계의 정치적인 지형도 격변하고 있었다.

엄지척의 방송은 세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파급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대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에서부터,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전부 엄지척의 발언이 사실인지 사력을 다해서 검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국가는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대국민 발표를 하기에 이른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세계는 미증유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뉴저지에서 일어났던 끔찍했던 재앙은 시작에 불과하며, 이대로라면 저희는 마지막 인류가 될 것입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 감정을 전달한다.

보통 이런 것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선거고 나발이고 진짜 죽게 생겼으니까.

이 세상에 죽음보다 강력한 동기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유를 수호하고, 세계를 지켜낼 것입니다. 다시 한번 우리는 악에 맞서 싸워 승리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미국을 위대하게 할 것이며! 다시 한번 미국을 영광스럽게 할 것입니다!”

“자유. 평등. 박애.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를 실현한 저희는 이를 수호하고자…….”

“인민의 평화와 안녕 그리고 행복한 일상을 위해서 우리는…….”

강대국에 속하는 국가들 중 3개의 국가에서 긴급 재난 상황을 선포했다. 특별 예산을 추가 편성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서 전국 요새화 방안을 발표한다.

어떤 국가는 대규모 무인 병기를 생산하기로 했고, 어떤 국가는 방공호를 최대한 많이 증설하기로 했다.

또 어떤 국가는 한국에서 엄지척이 생산하고 있는 공방일체의 첨탑 [수호대장군]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강대국이 그렇게 전격적으로 움직이자, 다른 국가들 모두 난리가 났다. 단순한 음모론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대 다수가 알게 되었다.

세계 멸망이 진짜 얼마 남지 않았음을.

그리고 일어난 것은 패닉이었다.

* * *

“비켜! 내 거야!”

“꺼져!”

외국의 어딘가.

넓은 부지를 가져 수십 대의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가진 거대한 마트가 있다.

본래라면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고, 사람들이 한가롭게 물건을 사러 들어가야 하는 장소.

그러나 지금은 네온사인 간판의 절반이 부서진 채로 스파크가 튄다.

마트의 유리문은 전부 박살 나 파편이 흩어져 있고, 사람들은 마치 좀비 떼마냥 아우성치며 마트 안에 들어가고 나가고를 반복한다.

마치 폭동이 일어난 것 같다.

전부 박살이 나 있었고, 그곳으로 폭도 같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오고 가고 있었다.

이들은 물건을 사려고 하는 게 아니었다.

약탈이다.

마트의 물건들을 확보하고자 도둑질을 하러 몰려든 거였다.

화장지, 식수에서부터 통조림, 레토르트 같은 장기 보존이 가능한 식료품 같은 건 전부 가져가려고 달려든다.

몸싸움은 기본이고, 서로 주먹질을 하는 이들에서부터 총을 꺼내든 이들까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피가 흘렀다.

탕탕탕!

“으아악!”

“꺄아아악!”

누군가가 누군가를 쐈다. 그리고 총을 쏜 이는 험악한 인상과 함께 소리를 지른다.

“뒈지기 싫으면 비켜!”

그 남자는 등에 큰 등산용 가방을 매고 있었다.

그 안에는 가방이 잘 잠기지 않을 정도로 뭔가를 욱여넣고 있다.

그 앞에 카트에도 이런저런 물건과 음식이 가득하다.

그리고 방금 총을 맞고 쓰러진 사람을 외면하고 주변을 보며 소리 쳤다.

다른 이들이 두려움에 물러선다.

“너나 죽어!”

탕!

뒤에 있던 누군가가 등산 가방 사내를 쐈다.

그가 쓰러지자, 그의 카트를 잡고 누군가가 달려 나간다.

그러나 빠르게 가지 못한다.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곧 총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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