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따봉으로 레벨업-291화 (291/305)
  • 제291화

    “좋아. 좋다고. 그러면 이제 일은 끝났나?”

    “예.”

    “그렇다면 문제는 몬스터가 쏟아지는 걸 막을 방법이겠군. 얼마나 쏟아질 것 같아?”

    그의 질문에 [성좌의 직감]이 확실하게 답변했다.

    절대 불변할 미래가 느껴진다.

    아마도.

    운명의 세 여신의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겠지.

    “적어도 100미터마다 던전 브레이크가 하나씩 일어날 겁니다. 거의 모든 땅에서.”

    내 말에 A/B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미치겠군. 그래서, 시간은 얼마 남았지?”

    “1년입니다.”

    내 [성좌의 직감]이 그렇게 속삭이고 있다.

    * * *

    “척량!”

    [예. 주군.]

    척량은 꼬리 아홉 개를 이용해서 총합 열 개의 화면을 띄운 채로 열한 개의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꼬리 하나당 화면 하나. 그리고 그 앙증맞은 두 앞발로 화면 하나. 총합 열 개.

    여러 가지 설계도. 그리고 여러 가지 주문서와 서류들이 어지럽게 띄워져 있다.

    멀티플레이어도 이런 멀티플레이어가 없다.

    “바쁘네……. 그런데 왜 이렇게 아날로그식으로 일해? 전자 정령화된 척량은 생각만으로도 할 수 있잖아?”

    [단일 작업은 그럴 수 있으나, 다중 작업에서는 이쪽이 더 편합니다.]

    “그으렇구나. 일단 알아볼 거 다 알아보고 왔어.”

    [예. 주군. 주군의 기억 일부를 공유해 확인 완료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보통의 일이 아니게 됩니다.]

    “그렇지. 차원 방벽도 일시적으로 무력화될 거라니까.”

    내가 만든 차원 방벽은 시스템의 보조를 받아서 만든 것.

    때문에 시스템의 힘으로 록 다운을 걸어 버리면 어쩔 수가 없다.

    그게 최후의 관문이라는 거니까.

    그렇다면.

    차원 방벽과는 별개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보호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를 나오는 즉시 믹서에 갈린 다진 고기로 만들어 버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거다.

    [기한은 일 년.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곳곳에 자동화된 터릿을 만들어 두는 겁니다.]

    “정비가 사장의 공격 타워?”

    [예.]

    “그러면 보호막 장치도 같이 만들면 좋겠네?”

    [당연히 좋습니다만, 문제는 예산입니다. 주군이 어마어마한 자금을 벌어들이시고 계시지만, 전 세계를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국만 보호하신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만…….]

    “각국의 정치권을 움직여야지.”

    살아남으려면 뭐든지 해야 한다. 그걸 정치하는 놈들도 알아야 하고. 그리고 그걸 놈들이 가장 잘 알게 만들려면…….

    “정신계 스킬을 익혀야겠어.”

    [역시 주군이십니다. 세뇌 역시 훌륭한 패도입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뭐야, 그거. 무서워…….”

    척량이 이 녀석은 한술 더 뜨는 놈이네.

    “일단 정지한 이 인간은 대체 어디래?”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리블도 그러겠지?”

    [예.]

    둘이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건지.

    최후의 관문이 어떤 건지 이미 둘 다 알고 있을 텐데…….

    “일단 우리끼리 한다. 팀원들에게도 알려둬. 타마 그룹에도.”

    [예. 주군. 저는 곤륜산의 요새화 작업을 서두르는 한편, 한국 행정부와 접촉하겠습니다. 주군은 어떻게 움직이시려는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간단해. 내가 늘 하던 일을 하려는 거지.”

    방송이다.

    그리고 그걸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경종을 울려 주겠다.

    * * *

    나는 진실을 말하는 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스킬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 기억을 영상으로 꺼내는 스킬도 있으며, 진실의 저울이라는 물건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런 방송을 준비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엄지척입니다. 오늘은 조금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방송을 하려고 웃음기 없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저번 이후로 처음입니다만……. 다들 진지하게 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장을 빼입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배경은 그냥 흰색. 나는 카페에서나 쓸 법한 의자에 앉아서 화면을 주시한다.

    그리고 그런 내 오른쪽 어깨 옆에는 염동력으로 [진실의 저울]을 띄워 올려놓았다.

    생방송.

    시작.

    사람들이 우수수 들어오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방가방가!

    -엄지 또 방송하네?

    -날것의 생방송이다!

    -기다렸다구우우!

    -뭐야? 오늘 엄지 정장 빼입었는데?

    -아, 놔. 나 엄지 정장에 트라우마 있는데.

    -저번에 곤륜산 그거 때 정장 입었었는데… 잠깐. 그러면 지금 또…….

    -슬슬 무서워지는데?

    여러 가지 반응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반응하지 않고 나는 진지한 어조와 표정으로 화면을 보며 말했다.

    “우선 방송을 시작함에 앞서서, 방송에서도 통용되는 스킬을 쓰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진실의 힘]이라는 스킬인데요. 정보는 여기 영상에 같이 올리겠습니다.”

    [진실의 힘]

    등급 : 레전드 (비성장형)

    진실의 신이 그들의 사도에게 내리는 힘.

    진실은 그것만으로도 강력하다.

    기능 : 진실을 말하는 한, 상대는 무조건 신뢰하게 된다.

    기능 : 거짓을 한 번이라도 입에 담을 경우 이 힘은 사라진다.

    -저런 게 있었어?

    -무조건 신뢰래.

    -사기 칠 때 좋을 듯.

    ↳진실만 말해야 된다잖아.

    ↳진실만 말하고 사기 칠 수도 있잖아.

    ↳그건 만화지. 현실에서 그게 되겠냐고.

    -아니. 근데 뭐야. 뭔데 갑자기 진실 고백 같은 거 하는 거임?

    -그리고 저기 저거는 뭐야? 저울 저거.

    ↳저울도 심상치 않은데?

    사람들의 반응에 답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그리고 제 옆에 떠 있는 이 물건은 [진실의 저울]이라고 하는 물건인데요. 제가 거짓말을 하면 저울이 기울어지게 되어 있는 물건이죠.”

    -아니, 그런 물건이?

    -그럼 뭐야. 진실의 힘이라는 스킬에 진실의 저울까지 있다는 거네?

    -진짜 진실만 말한다, 뭐 그런 거야?

    -생방송으로 진실 게임 하려는…… 거지? 맞지?

    ↳대충 스타X즈 짤.

    “여기서 제가 말하는 것은 전부 진실이며, 여러분들도 아셔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숙하게 말했다.

    “사람들을 죽여 제물로 삼는 인신 공양을 하는, 소위 비밀결사라는 자들이 존재하며, 그중 하나가 바로 이번 [곤륜산]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왜 인신공양을 하고, 중국의 정부를 움직여 한국에 선전포고까지 하게 했을까요?”

    다들 내 다음 말을 기다린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으로 1년 후, 세계가 멸망하기 때문입니다.”

    내 옆으로 시계의 영상이 생겨났다.

    8,748시간.

    이른바 종말의 시계다.

    “사실 이미 시간은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1년은 8,760시간인데, 벌써 12시간이 지난 상황이죠.”

    채팅창이 잠깐 멈추었다. 다들 내 선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 [진실의 힘] 스킬 때문에, 다들 내 말을 믿고 있다.

    “저한테는 기억을 영상으로 꺼낼 수 있는 스킬이 하나 있습니다. 세계가 멸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것에 대한 영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보시는 분들 모두 주의해 주세요. 아주 잔혹하고 잔인합니다.”

    경고를 하고.

    [절망]이 보냈던 세계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뭐야저게?뭐야저게?뭐야저게?

    -미친! 미쳤어! 미ㅊㅊㅅㅂ너뎌쟝러아

    -시X! 뭐야! 진짜야? 이거 진짜냐고오오!

    -세계 멸망해? 1년 남았어? 진짜? 진짜냐?

    -거짓말이라고 해줘. 엄지야. 거짓말이라고 해줘! 제발! 제발!

    채팅창이 미쳐 돌아간다. 영상을 그대로 끄고, 나는 엄숙하게 말했다.

    “여러분. 이 모든 일은 진실입니다. 그러나 한국민 여러분. 안심해 주세요.”

    나는 곤륜산 영상을 띄웠다.

    “한국은 제가 지켜 낼 수 있습니다.”

    -오오오오! 믿고 있었다고, 제엔장!

    -엄지야아아아아!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 그는 신이야!

    “그러나 제가 노력한다 해도, 한국 그리고 최근에 친교를 맺게 된 필리핀 정도까지가 제가 지킬 수 있는 범위입니다. 다른 국가들은 각국의 정부가 나서야 하죠.”

    -헐. 진짜임?

    -일본은 어쩌냐……. 나 온천 좋아하는데.

    ↳여기 일빠가 있다.

    ↳일빠 아닌데?

    -중국도 개난리 나겠네…….

    ↳거기만 난리겠음? 다른 국가들 전부…….

    -이거 거짓말임. 다 거짓말임.

    “사실 세계의 종말에 대해서 세계 각국의 최상위 기득권들은 대다수 알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비밀결사를 만들고, 멸망하는 세계에서 자신들만 살아남으려고 인신 공양 같은 것들을 행한 것이죠.”

    -음……. 음모론!?

    -아니. 근데 엄지가 아까 진실만 말한댔잖아. 저 저울도 안 움직이고…….

    ↳그걸 어케 믿음?

    ↳못 믿을 건 또 뭐임? 엄지가 한 일 중에서 그러면 정상적인 게 몇이나 있었음?

    ↳엄지 그는 신이야! 엄지의 말을 믿어!

    “그러면 여러분, 내일부터 저는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대규모 작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도 알립니다. 1년입니다. 1년 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대규모 게이트가 열릴 겁니다. 모두 잘 대비해 주세요. 그러면 오늘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나는 방송을 종료했다.

    자, 진실의 저울이 움직이지 않았으니 이제는 둘 중의 하나다.

    1. 엄지가 미쳤다.

    2. 엄지는 진실을 말했다.

    무엇을 믿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대형 폭탄을 세상에 던졌고. 이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

    * * *

    “미쳤군…….”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방송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한 국가의 대통령쯤 되면 세계 종말론에 대해서 모를 수가 없었다.

    다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이 사람은 그것을 헛된 음모론으로 취급하는 쪽이었다.

    왜냐면 그는 헌터가 아니었고, 때문에 세계 종말이라는 것이 와닿지 않으니까.

    사람은 의외로 경험적인 기억만을 진짜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은 허상이라고 생각하거나 아주 낮게 평가하는 것.

    대통령이라고 해도 다를 게 없다.

    그리고 그는 영상에서 본 끔찍하고 절망적인 모습을 보고 직감했다.

    진실이다.

    저 엄지척이라는 젊은 놈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 실장. 들어와.”

    대통령의 집무실에 앉은 그는 비서실장을 불러들였다. 김 실장 역시 후다닥 달려 들어온다.

    “봤나?”

    “예. 대통령님.”

    “이거 사실인 거 같은데…….”

    “국정원의 보고 중에 세계 종말론에 대한 이야기가 있긴 했었습니다만…….”

    “왜 우리나라에는 저 비밀결사라는 놈들이 없지?”

    “있었습니다. 인신공양 같은 범죄를 저지르다가 옛 북한 지역으로 도주하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싸웠는지, 죽어 나가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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