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화
“스카이 워로드. 그거 아주 잘 만드셨더라고요. 훌륭했죠.”
“그랬지?”
“예. 확실히 그랬습니다.”
“하하하하. 그래. 훌륭한 걸작이지. 역시 브로야! 잘 알아주는데?”
그는 함박웃음을 내보였다.
“그런데 말이지.”
그리고 다시 진지해진다.
“네 말을 들어 보면 결국 그게 필요해질 수도 있다는 거잖아?”
“최악의 상황에는 그렇겠죠.”
“좋지는 않군그래.”
“좋았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요?”
내 말에 그가 피식 웃었다.
“하긴, 그건 그렇군. 스테파니와의 만남을 주선해 주지. 최대한 빠르게.”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스테파니 제시카와는 바로 연락이 되었지만, 그녀가 있던 장소는 캐나다였다.
그곳에서 하던 일을 끝내고 와야 하므로, 아무리 빨라도 5일이 걸린다고 했다.
때문에 그녀에게 도착하면 연락 달라고 하고서 나는 곤륜산의 심장부, 곤륜산의 중심부이자 핵심 시설로 향했다.
그것은 크기 1m 정도의 모형이다.
곤륜산 중심부에 자리한 밀폐된 석실에 존재하는 이 모형이 바로 진짜 곤륜산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곤륜산과 똑같이 생긴 모형.
이 모형이 사실상 이 거대한 산을 유지하고 하늘로 띄워 올리는 역할을 한다.
[곤륜산]
등급 : SS
분류 : 건축물/장소
오랜 시간 수행자들에게 관심을 받아 온 신령한 산.
여러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 자체가 하나의 보패이자 건축물.
곤륜기를 통해 제어할 수 있다.
기능 : 비행
기능 : 광역 보호막
기능 : 토용병 생산
기능 : 아군 모든 능력치 30% 상승
기능 : 곤륜영자포
그리고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이걸 개조해서 이것저것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보패이자 아티펙트라고 하지만, 건축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추가해서 지으면 되는 식.
[주군. 이곳에는 왜 오신 것인지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별거 아냐. 아담 브론즈를 보고 깨달은 게 있어서.”
[깨달음이 계셨습니까?]
“그래. 내 주력 능력 중 하나가 대량 제작이잖아? 생각해 보면, 전투에 그걸 그렇게 많이 써먹지 않았던 것 같아.”
[비중으로 보면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
“정비가 사장도 그렇고, 아담 브론즈도 그렇고. 둘 다 제작한 물건을 병기화해서 그걸로 자신보다 더 강한 전력으로 만드는 게 보통이란 말이지.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해서.”
[그래서 이 곤륜산을 개조 및 개량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지. 하지만 어떻게 어디를 개조할까는 고민 중이야.”
아담 브론즈는 스카이 워로드라는 물건을 방주로 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전투]를 위한 물건은 아니었다.
딱!
손가락을 튕겨서, 내가 기억하는 스카이 워로드의 정보를 내 앞에 화면으로 불러냈다.
[스카이 워로드]
등급 : S+
분류 : 방주/전투 모선
아담 브론즈가 그의 능력을 이용해서 설립한 회사가 만들어낸 거대 우주 모선.
전투 능력을 다수 탑재했으나, 그 기능의 절반은 생존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쓰였다.
5만여 명이 문제없이 생활 가능하도록 제작되었으며, 태양광을 마력으로 전환하여 스스로 충전하는 기능을 통해 자체 유지 보수를 행한다.
외부의 위력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는 한 반영구적으로 기동한다.
기능 : 각종 창조 기능 - (물, 공기 등 환경 조성.)
기능 : 태양광 마력 변환기
기능 : 비행
기능 : 광역 보호막
기능 : 각종 드론 제작(제작, 공격, 치료, 방어)
기능 : 자동 복원
기능 : 공격 수단 - (스카이 메인 캐논, 스카이 레일건, 스페이스 미사일, 스카이 오토 캐논)
이것만 봐도 여러 가지 기능이 잡다하게 들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화를 나누면서 ‘곤륜산도 저렇게 개조할까?’ 하고 생각했었다.
곤륜산을 방주 형태로 개조하면 적어도 100만 명 정도는 무리 없이 수용 가능하니까.
하지만 그것은 세계가 끝장나는 걸 내버려두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예 철저하게 강력한 전투 요새로 개조한다면?
성좌도 끝장낼 수 있는 초강력한 파괴 병기…….
그래. 유명한 SF 영화에 나오는 그놈의 데드 스타 같은 걸 만든다면?
하지만 역시 방주 같은 모델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세상이 끝장나지는 않더라도, 살기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하지?’ 같은 생각도 들어.
몬스터는 없어져도, 지독하게 오염되거나 해서 살기가 어려운 디스토피아 같은 세계가 되면?
거기까지는 ‘너무 걱정을 많이 했나?’ 싶긴 하지만.
[하지만 일리 있는 추측입니다. 최후의 관문. 마지막 전투 혹은 어떤 시련이겠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니까요. 게다가 정지한은 아직도 연락이 없습니다. 리블도 마찬가지고요.]
“둘 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 나에게 알려 줄 게 있다면 알려 줬을 거야. 알려 주지 않았다는 건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거겠지.”
나는 잠깐 팔짱을 끼고 서서 생각했다.
“전투용으로 개조하자고. 다만, 파괴보다는 보호로.”
[보호 말씀이십니까?]
“그래. 아군을 절대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끔 만들어 보자고. 내가 싸우는 사이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좋은 생각이십니다.]
“자, 그러면. 성좌 상점 오픈!”
‘팟!’ 하고 내 앞에 엄청나게 많은 성좌의 목록이 쏟아져 내렸다.
그 수가 거의 수백만이 넘는 것 같았다.
아니. 성좌가 수백만이나 되냐!?
[세계는 넓으니까요. 다른 차원의 존재들도 무수히 많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성좌 상점.
여기에는 일반 따봉 상점에도 안 파는 것들이 무수히 많았다. 성좌의 핵심 권능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독특한 것들이 많았다.
사실 이미 부활 스킬도 샀긴 하지만.
[주군.]
“응? 왜?”
[여기서는 저에게 맡겨 주시지요. 제가 훌륭하게 요새를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요새? 아니 보호 전문으로 하랬더니 웬 요새?”
[믿어 주시지요.]
“알았어. 그러면 척량이 네가 해봐.”
[감사합니다.]
“그런데 일정이 되긴 해? 요새 이것저것 할 게 많잖아.”
[분신술 스킬을 응용하고 있습니다.]
척량은 인간화 스킬을 이용, 나 대신에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직급은 당연히 내 직속 비서다.
“좋아. 그러면 나도 다른 걸 또 해야겠는걸……. 참, 이용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잘해야 해.”
[물론입니다.]
곤륜산은 여기저기를 개발해서 놀이공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강화도 한쪽 하늘에 주차해 놨고, 높이 300미터짜리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입장하게 만들어 놨는데, 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큰 유행이라고 하더라.
물론 노린 대로다.
따봉도 많이 들어오고.
사실 돈보다 따봉이 더 중요하니까.
그나저나.
곤륜산 요새화 계획을 척량이 한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우우우웅-
전화?
폰을 꺼내어 보니 아까 헤어졌던 아담 브론즈다.
“예. 전화 받았습니다.”
-스테파니가 왔어.
“벌써요? 몇 시간 만에?”
-텔레포트 장치를 썼지.
“그거 제법 쓸 만하네요.”
-너도 이리로 바로 올 수 있지? 메일로 좌표 보냈어.
“예. 바로 가죠.”
통화를 끊었다.
[주군. 다녀오시는 동안 일을 진행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다녀올게.”
헤르메스의 발걸음으로 공간을 넘는다.
* * *
죄표를 통해 도착한 공간은 생경한 곳이었다.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데, 질서 있게 배열된 느낌이 아니었다.
나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TV 같은 방송에서 본 적이 있는 그런 공간 같기도 했다.
거울 미로.
놀이공원에 있다는 것으로, 사방이 거울인데 그 거울이 불규칙한 각도로 배치되어 있는 게 특징이라고.
난반사된 상 때문에 혼란스러운 그런 공간.
여기가 그랬다.
다만 미로는 아니고, 넓은 홀 같은 공간 안에 거울이 불규칙하게 붙어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르달까.
그 가운데에 아담 브론즈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백금색의 유려한 디자인의 금속 재질 고글 같은 것으로 눈을 완전히 가린 여성이 허공을 부유하고 있는 크리스털로 만든 것 같은 왕좌에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 색은 에메랄드빛이었고, 모든 손톱에는 검은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다.
아담 브론즈가 정장을 입은 데 반해서, 그녀는 금속으로 만든 중세풍의 갑옷을 입고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나? 전사 같은 모습인데?
“역시. 성좌였군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린 성좌예요. 갓 성좌가 된. 아마도 필리핀의 던전에서 성좌가 된 듯하군요.”
“그랬나? 내 탐지기에는 안 걸렸는데?”
“당신의 능력은 미약하니까요. 기계 장치의 신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계약하지 않는 이상 당신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없을 거예요. 정비가 그녀라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겠지만.”
둘은 나를 두고서 충격적인 대화를 했다.
내가 성좌인 것을 알아보는 것도 놀랍지만, 필리핀 던전에서 성좌가 된 것도 알아맞히다니.
능력이 대단한데?
[성좌의 직감]이 그녀가 거짓이 아닌 진실을 말해 주고 있음을 알려 준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어떤 종류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성좌의 직감]을 통해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고정된 과거를 읽어 내는 능력.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미래를 계산하는 능력.
완전한 예지 능력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것보다 더 우월할 수 있는 능력이로구나.
대단해.
내 [신안]으로도 그녀의 직업과 능력은 보이지 않는다.
내 힘을 봉쇄하는 종류의 스킬이나 권능을 가진 것이다.
이것 역시 대단한 능력이었다.
“안녕하신가요, 어린 성좌. 저는 스테파니 제시카. 당신이 저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들었어요.”
“처음 뵙겠습니다, 스테파니 제시카 양.”
“스테파니라고 부르셔도 괜찮아요.”
“그럼 스테파니.”
나는 그녀의 요청에 응했다.
“저에 대해서는 이제 충분히 아십니까?”
“아뇨. 충분하지 않아요. 당신의 과거를 보는 것은 제법 힘겹군요. 퍼즐을 맞춰 나가는 느낌이에요. 조각을 맞추지 않으면 전부 보이지 않아요. 당신의 능력의 근원도 보이지 않는군요.”
“그러면 제가 설명해야 할 부분이라도 있을까요?”
“괜찮아요. 지금 정도로도. 당신의 궁금증은 해결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엄지척, 당신의 질문에 제가 대답할 때의 대가는 무엇이죠?”
“그건 보이지 않습니까?”
“당신의 과거가 불안정하게 보이기 때문에, 당신의 미래 역시 불안정하게 보여요. 사실, 보이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죠.”
“어째서죠?”